소설리스트

대한태제-10화 (1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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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1話 - 몬스터 대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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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됐겠지?"

데르는 자신을 따라온 사십여명의 친구들을 보았다.

"이 정도면 어느정도 우회했다고 생각하는데? 얼른 가자고! 이러다간 아저씨들이 위험해!"

"흠……. 좋아. 가자!"

사십여명은 현철의 부탁을 받고 어느정도 우회한 상태였다. 잠시 멈춘상태에서 자리를 정리하고는 오크들의 옆구리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삼분여 걸었을까.

채챙! 챙!

췩-

크악!

전투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전투가 시작됐나봐! 어떡하지? 데르!"

"……달려!"

"와아아아아아!"

일 분을 달리자 어느새 전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 돌격! 옆구리를 친다! 아저씨들을 구한다~!!"

"와아아아!"

오크들과 사람들이 갑자기 소리가 들리자 잠시 고개를 돌려 그들을 확인했고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지금이 기회다! 더욱 몰아쳐라!"

페르게이크는 오크들의 시선이 잠깐동안 저쪽으로 옮겨가자 정신을 바로 차리고는 명을 내렸다.

"와아아!"

"이 싸움은! 우리가 이긴다! 우리는 최고의 사냥꾼이다! 여기서 진다는 것은! 전 촌장님께 죄를 짓는 것이야! 분발해라! 지원군도 왔으니 더욱 힘을내!"

페르게이크의 말에 모두들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무기를 휘둘렀다. 그의 모습은 말이 아니었다. 몇을 베었는지 그의 몸은 연녹색의 끈적한 피 범벅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였다.

땅에는 오크들의 시체와 사람들의 시체가 섞여 널부러져 있었는데 그 중 사람이 눈대중으로 삼십여명이 죽었고, 오크도 이십여마리가 남았다.

"남은 오크는 이십 마리!"

데르가 소리치며 오크들이 뭉쳐있는 곳의 옆구리를 공격했다. 그러자 밀집대형으로 뭉쳐있던 오크들이 반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와아!"

"죽여라!"

푹! 촥! 촤착! 챙! 챙!

훙! 훙! 퍽! 퍼퍽! 푹!

여러가지 소름끼치는 소리들이 들리면서 인간과 오크가 서로 쓰러져 가기 시작했다. 십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어느새 전장이 정리 되기 시작했다. 남은 오크는 다섯 마리 그 다섯마리도 도망가려 주춤주춤 발을 뒤로 돌렸다.

"훅훅! 도망가려한다! 공격해!"

"와아아아!"

페르게이크가 소드를 위로 치켜들며 소리쳤다. 그러자 너나 할 것없이 모두들 소리를 지르며 남은 오크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취, 취익! 취익!"

"져, 졌다! 취익!"

푸푹! 푹!

오크들은 두려움에 자신들의 무기를 놓치고 뒤로 슬금슬금 물러섰지만 인간들은 인정사정없이 그들의 심장에 칼을 쑤셔넣고 목을 베었다.

다섯마리조차 차디찬 땅에 뉘이자 잠시간의 정적이 일었다.

몇 초후 바로 엄청난 환호성이 들려왔다.

"이겼다!!"

"와아아아아아-!"

그들뿐 아니라 구경하던 마을 주민들까지 합세해서 환호했다. 현철은 굳은 표정으로 환호성을 지르고 있던 하르체르코에게 다가갔다.

그의 굳은 얼굴에 하르체르코는 환호를 하다말고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현철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는게냐?"

"아닙니다. 이렇게 기쁜일인데 무슨 나쁜일이 있겠습니까. 죄송하지만 부탁하나만 드리겠습니다."

"그래, 무슨일이더냐?"

"오크들의 확인사살을 부탁드립니다."

"확인사살?"

"네, 숨이 붙어있는지 확인하시고 한 번더 목을 베어주시거나 심장을 찌르십시오. 숨이 붙어있지 않더라도 한 번씩 행해주십시오."

"……비록 몬스터지만 그래야 겠느냐?"

"……몬스터이기 때문에 이러는 겁니다. 저들이 일어나 우리의 친구를, 우리의 가족을, 우리의 자식을 공격한다면 어떡하시겠습니까?"

"그렇구나.……, 내 생각이 짧았네. 그러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하르체르코는 바로 인원을 모아 다시 한 번씩 확인사살을 했다.

"루인!"

바로 현철은 루인을 찾아 소리쳤다.

"왜!"

환호성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루인이 군중속에서 비집고 나와 현철에게 다가왔다.

"미안하지만 인원 파악좀 해줄래? 죽은 분들과 부상입은 분들, 산 분들을 따로 알려줘. 마을 주민 몇 분에게 부탁해서 같이 하면 될거야."

"알겠어. 근데 너는 기쁘지 않아? 왜 이렇게 침울해?"

"기쁘지. 당연히. 그래도 일은 일이잖아? 그리고 이렇게 많은 분들이 죽었는데…."

"……후~! 알겠어 좀만 기다려."

루인도 슬픈 표정을 지으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던 마을주민들에게 가서 무어라 말을 하고는 몇 명을 데리고 인원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다가 현철은 다시 평야로 눈을 돌렸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

오크에 의해 목과 몸이 분리되어 피가 흘러나오고 짓눌려 내장이 튀어나오고, 잘려서 온 몸이 난자되고, 깔려서 납작하게 짓눌리고. 오크 또한 땅의 뉘인 분들처럼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았다.

"흠…."

비록 자신이 현실에서 중동 전쟁에도 참여했고, 원주민 부족 영토 분쟁에도 참관을 하긴 했었지만 언제나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보기 영 껄끄러웠다.

눈을 감고서 잠시 뜸을 들인 후에 눈을떴다. 그리고 아까전에 오크에게 쫓겨 도망쳐온 마을 주민들에게 걸어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마을 주민들도 현철을 쳐다봤다. 현철은 그 중에서 마을의 대표로 보이는 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기, 이 마을의 대표이신가요?"

"……그렇소만?"

그의 모습은 사십대중반으로 보였다. 머리카락은 짧은 스포츠컷에 중간중간에 흰 새치들이 그의 나이를 어림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약간의 눈주름과 잡티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 반갑습니다."

"음, 반갑네."

"저기 초면에 죄송합니다만, 왜 인원이 이 정도 밖에 안되는지 여쭐 수 있겠습니까?"

"……."

현철의 질문에 잠시 얼굴이 굳었으나 잠시 후에 그의 입이 열렸다.

"지금 여기 온 마을 인원을 살펴보면 알겠지만 대부분이 어린아이와 여자들일세."

그의 말에 둘러보았다. 모두 쫓겨서 온지 초췌한 얼굴이었다.그의 말대로 대부분이 어린이 혹은 여자들이었고, 남자들은 찾기 힘들었다.

"그렇군요."

"나머지 남자들은 남아서 몬스터들을 막았네. 허나 우린 광산에서 일하던 사람들. 사냥꾼이 아닐세. 전투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지. 안그래도 광업 특성상 남자들이 적은데…, 이번에 대부분 죽었네."

"……."

그의 얼굴은 마치 삶을 다 산듯한 표정이었다.

"흠, 마을에 아직 사람들이 남아있을 가능성은 조금이라도 있나요?"

"없을거야."

"그래도 조금이라도 있지 않을까요?"

"그래도 게릴라전을 펼치며 버티는 몇몇 남은 분들이 계시겠지만……, 지금 상황으론 어쩔 수 없지 않나?"

"……그렇군요. 조금이라도 있단 말이군요."

"……무얼 하려는거지?"

현철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읽었는지 그는 침묵을 고수하다가 물어왔다.

"당연히 구출해야지요."

"무리…라고 하지 않았나?"

"제가 직접갑니다."

"네가 직접간다고 뭔가 달라질게 있나?"

"그럼 여기 가만히 있습니까? 어차피 집을 짓고 살림을 하려면 저 산맥의 나무를 필요로 합니다. 나무와 돌, 철을 이 평야에선 구할 수 없습니다."

"……."

"고로 갑니다."

등을 뒤돌아 환호를 하고 있는 사냥꾼들에게 걸어갔다. 현철의 등을 보던 그는 쉼호흡을 한 번 한 후에 현철을 불렀다.

"이봐!"

"……?"

현철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이름이 뭐지?"

"지현철."

"지혀느처르?"

"지현철."

"……여튼, 구하러 간다고 했지?"

"그랬습니다."

"나도 간다."

"……아저씨가요?"

"그렇다. 비록 광산에서 평생을 일했지만 나도 무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안다고. 왠만한 광부들은 몬스터하고 힘대힘을 해도 지지 않아."

"……믿을 수 있는 정보겠죠?"

"피식! 안 믿으면 어쩔겐가?"

"풉! 믿을 수 밖에요."

"그렇군. 지원자를 뽑도록 하지. 다들…가고 싶어하니까."

"마음대로요."

"내 이름은 제리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제 이름은 지현철."

그리고 서로 등을 돌려 지원자를 뽑기 위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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