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한태제-4화 (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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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1話 - 몬스터 대륙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현철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의 눈에 처음으로 보인것은 탁자에서 아침을 준비하는 콜른이다.

"허허! 일어났느냐? 밖에 햇살이 좋게 비치는 걸 보니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같구나. 얼른 와서 아침 먹어라."

방금일어나서인지 입맛이 없는 지현철이었지만 콜른의 호의도 무시할 수 없어서 일어나 탁자에 앉는다.

현실에선 밤잠이 별로 없었지만 왠일인지 오늘은 푹 잤다.

"할아버지. 지금이 몇 시인줄 아십니까?"

"시간? 이제 막 해가 떴으니 이른 아침이겠구나."

"……그렇군요."

탁자 위에는 어제 가져온 베이컨과 옥수수빵, 아믈렛이 차려져있다.

"맛있겠네요?"

"아침은 든든히 먹어야 한단다. 얼른 먹고 아래로 내려가자. 허허, 일도 있고 너에게 또래의 아이들을 소개 시켜주마."

옥수수빵을 들면서 생각에 빠진다.

지금부터 아래에 내려가 아이들을 만나보며 일일이 지금 자신이 있는 몬스터대륙의 내력부터 시작해 대륙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볼 생각이다.

여의치 않으면 아이 한 명을 골라 친해진 후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보게 할 생각이다.

십여분이 지나 식사가 끝나고 콜른은 정리를 한 후에 현철을 부른다.

"혀느처르야."

"지.현.철.입니다."

"지현처르."

"……차차 나아지겠지요. 가시죠."

"흠흠! 그래, 가자꾸나."

지현철은 신발을 챙겨신고 현실에서 의복을 제외한 유일한 물건인  환두대도를 들고서 콜른을 따라간다.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금방이다. 아침을 짓는 듯 각 집마다 연기가 위로 솟구친다.

마치 전통사회에서 보는 듯한 이질적이면서도 너무 익숙한 광경이다.

"다들 아침 준비를 하는군요."

"그렇지. 오늘은 일이 있어서 조금 일찍 아침을 준비했었단다."

"흠……."

콜른은 어디론가 길을 가더니 어느 공터에서 멈췄다. 공터에는 여러명의 사람들이 나와있다. 어린이와 청년들이다.

"다들 나왔나보군."

"네 촌장님, 그렇습니다."

"이렇게 사냥가야할 시간을 지연시킨것이 약간 미안하구만. 다름이 아니라 너희들도 모두 알고 있듯이 이 아이를 다른 아이들과 친해지게 만들려고 왔다."

콜른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면서 각자 옆에있던 어린 아이들 무어라 말하면서 현철에게 보냈다.

아마도 친해지라는 말이렷다.

"흠흠! 그럼 아이들은 이리 냅두고 이제 이야기를 하러 회관으로 가도록 하지."

"네, 촌장님."

아이들만 남고 모두들 콜른을 따라 어디론가 가기 시작한다.

현철은 멀뚱히 콜른쪽을 보다가 어느새 자신을 둘러싼 아이들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안녕?"

"응? 어, 어 안녕."

가장 앞에 있던 애가 인사를 걸었다. 현철은 그 아이를 중심으로 양옆을 훑어봤다. 모든 아이들이 이 아이를 중심으로 퍼져있는 것을 깨달았다.

"이름이 뭐야?"

"지현철."

"지혀느처르?"

"지! 현! 철!"

"지 혀느 처르!"

"후……. 어차피 차차 나아지겠지."

"헤헤…. 넌 몇 살이야?"

한숨을 쉬며 내가 이 꼬마들을 상대해야 하는지 회의가 든다.

"나?"

순간 자신의 나이가 몇 인지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몸이 젊어졌다는 것만 알았지 정확히 몇 살인지, 자신의 얼굴이 어떤 형태인지조차 모른다.

"응!"

"열 살."

"열 살?"

"응."

"헤헤! 나보다 동생이다. 내 나이는 열 다섯이고 이름은 데르야."

"데르?"

"응."

어디선가 들어본적 있는 이름인 것 같았지만 머릿속에서 지웠다.

"앞으로 잘 부탁해."

데르의 말을 끝으로 하나둘씩 자신의 이름과 나이를 소개하며 친하게 지내자는 말했다.

손자들의 재롱을 본다는 눈빛으로 흐뭇한 눈빛으로 아이들을 돌아봤다.

대충 나이들은 모두 여덟에서 열 여섯사이.

꽤나 많은 아이들이 이 마을에 존재했다. 아마도 이들이 앞으로 이 마을 끌어갈 주인들이겠지.

이렇게 소개를 마치고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니 많은 시간이 지났는지 어른들이 다가오며 소리치는게 보인다.

"데르야! 애들데리고 얼른 오너라!"

"네~!!"

데르는 크게 소리친 후 다시 아이들에게 말한다.

"얘들아 가자."

"어디가는데?"

"응? 아아! 우린 이제 사냥 가야돼. 사냥을 하지않으면 굶을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럼 아침에 먹었던 옥수수빵이나 이런 것들은…."

"다른 마을에서 교환해서 가져온 것들이야. 우리마을은 사냥을 주업으로 삼거든. 다른 마을들은 다른 것들을 생계수단으로 삼고. 여튼 이만 가볼게. 아마도 저녁쯤에야 다시 볼 수 있을거야. 헤헤!"

마지막으로 웃음을 지으며 아이들을 끌고서 어른들에게 뛰어갔다. 열 두 살 이하의 애들은 다시 자기들끼리 뭉쳐서 사라진다.

현철에게도 같이 놀자는 말을 했지만. 일흔이 다 돼가는 나이에 어린아이들 처럼 흙장난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얼굴에 철판 깔고 몸에 맞는 척 하면 돼지만 이미 가치관 확립이 옛날에 됐는데 철푸덕 앉아서 놀기에는 창피했다.

그렇게 아이들을 보낸 후 홀로 공터에 잠깐 머물다가 다시 집으로 올라간다.

그때 올라가면서 멀리 둔덕에 한 사람이 앉아 있다. 무시하려 했으나 모든 마을 사람들이 사냥간 이때 저 사람은 뭐하는 것인지 궁금해서 그 쪽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그 사람에게 다가가다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현철을 쳐다본다.

"누구……."

"혼자 떨어져 있길래 와봤다."

대략 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이가 홀로 앉아있는 모습은 왠지 처량하다 못해 슬퍼보인다.

"왜 홀로 앉아있는거지?"

"나?"

"그래, 다들 사냥하러 가고 각자의 일을 하러가는데 홀로 여기서 농땡이 부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현실에서보면 자신의 손자뻘 밖에 되지 않기에 말을 놓았고, 비록 열살짜리 몸이었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았다.

"난 몸이 선천적으로 약하거든. 조금만 뛰어도 숨이 가빠오고."

"그래?"

그렇다면 약간은 이해가 갔지만 아무것도 않고 비생산적인 일을 한다는 것은 마을에서도 눈꼴시러 할텐데도 이렇게 있는 것을 보면 뭔가 있는 것 같다.

"그럼 다들 사냥가고 남는 시간엔 뭐를 하는 거지?"

"……내가 그걸 왜 말해야 돼지?"

"말하고 싶지 않다면 말하지 않아도 된다."

현철은 그렇게 말하며 그 아이의 옆에 같이 앉는다.

어색한 침묵이 십여분간 흐르고 두 사람은 둔덕에서 저 멀리 넓은 평야를 보았다. 아직은 아침이라 그런지 평야가 이슬을 먹어  마치 수정을 뿌려놓은듯 반짝거리고 맑은 공기가 폐부를 꺠끗히 정화시켜주는 듯 했다.

어색한 침묵을 먼저 깬 것은 그다.

"남는 시간에 뭐하냐고 물었지? 보통 아침에는 이렇게 홀로 있으면서 잡생각을 하고 또 정리하고 자문자답을 해. 그리고 점심엔 마을 사람들이 준비해준 점심을 먹고 저 넓은 평야에 가서 호연지기를 기르며 그곳에서 산의 모습을 기억해. 거기서 언제나 생기는 궁금증은 왜 이 기름진 평야에 마을을 만들지 않고 다섯 마을 모두가 산 기슭에 지은 걸까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마을로 돌아와."

홀로 말하는게 조금 힘들었는지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했다.

"그리고 마을로 와서 마을에서 일어난 일들을 주민들에게 들어서 기억하고 무언가 궁금한 것들이 있는 주민들은 나에게 물어봐. 그리고 저녁에는 주민들이 준비해준 저녁을 먹고 사냥을 끝내고 온 아이들을 상대로 옛날 얘기를 해주지. 맨날 다른 이야기로 말이야. 그리고 저녁엔 집에서 작은 불을 붙여서 석판에다 그날 일어났던 일들을 적어. 이게 내 하루의 일과야."

조용히 듣고 있던 현철은 엉덩이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한마디로 좋게말하면 지식인이고 평범하게 말하면 이야기꾼이고 나쁘게 말하면 백수군."

"하하! 그렇게 되나?"

"……."

"이름이 뭐야? 내 이름은 루인이야."

"루인이라…. 내 이름은 지현철."

이름을 밝히며 천천히 루인의 모습을 쳐다본다. 윤기있는 검정색 머리에 맑고 투명한 검정색의 눈동자. 그리고 검정색의 눈썹  잡티 하나 없는 꺠끗한 서양의 피부 그대로. 한마디로 조용하고 부잣집의 도련님 같은 모습이다.

몸도 왜소해서 병약한 미소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현실에서 같은 또래로 봤다면 까고 싶을 정도로 너무 전형적이게 미소년이다.

"지현철?"

"응. 넌 발음이 되는 구나."

"응! 나야 사냥을 안하니 글을 익히고 지리를 익히고 하늘을 익히는 것 뿐이지."

"…천기를 읽는다라…."

현철은 자신보다 키가 약간 큰 루인의 눈동자를 들여다 보며 피식 웃는다.

"현실에서 태어났다면 천재였겠군. 머리가 총명해."

"좋은거야?"

한국말로 말해서 루인이 알아듣지 못했다.

"칭찬이지."

"에고 이제 아침도 먹었으니 이만 저 넓은 평야로 가보지 않을래?"

"큭! 그래 가보자 꾸나."

"애늙은이 같이 말투가 그게 뭐야."

"아이가 말이 많구나. 앞장서라."

서로 말을 주고 받으며 마을 밖으로 나갔다.

앞으로 데르를 포함한 이 셋이 제국을 지탱하는 큰 거목이 될 일은 후일이다.

하늘은 맑았고 공기 또한 시원하며 몬스터 대륙의 혼란이 오기까지 오년전 어느 날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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