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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의 천재 요리사 되다-0화 (프롤로그)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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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엄마, 할아버지가 우리나라에서 요리 제일 잘하는 거 맞지? 저 사람들보다도 더?”

    티브이에 젊은 요리사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며 손자는 물었다.

    손자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대답을 듣기도 전에 자랑스럽단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연하지. 우리나라에서 할아버지보다 요리 잘하는 사람은 없지.”

    딱 한 명만 고를 수는 없는 문제지만 여러 명을 뽑는다면 남자의 이름이 분명 포함될 것이다.

    남자와 그의 딸 역시 동의한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자기가 원하는 대답을 들었다는 듯 아이는 신이 나서 거실 여기저기를 뛰어다녔다.

    “근데 아빠.”

    “응?”

    “아빠는 요리사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이뤘잖아요.”

    딸의 말에 남자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서둘러 제자리를 찾았다.

    남자는 화려한 은퇴 후 하고 싶은 요리를 하며 살기로 결정한 후였다.

    일찌감치 한국 최고의 요리사라는 칭호도 얻었고, 벌어들인 돈으로 결식아동이나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 일에 온 힘을 다했다.

    “아빠의 요리사 인생을 곱씹어 보면 아쉬웠던 적이 있어요?”

    “아쉬웠던 적?”

    “저기 나오는 요리사들처럼 아빠도 다시 젊어지면 더 해 보고 싶었던 게 있어요?”

    시간을 들여 따로 곱씹어 볼 것도 없었다.

    남자의 머릿속엔 항상 자리 잡고 있는 생각이 하나 있었으니까.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글쎄다. 다른 선택을 했다고 더 좋은 인생을 살았다는 보장도 없겠지?”

    “그건 그렇지만 그냥 궁금해서요.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잖아요. 아빠처럼 승승장구만 한 요리사도 잘못 선택한 적이 있나 해서요.”

    ‘이건 내가 진짜 원하던 삶이 아니었어.’

    남자는 이 말을 내뱉고 싶었지만 애써 속으로 삼켰다.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선택할 기회를 준다고 다른 선택을 하겠냐고 묻는다면 그 또한 자신 있게 ‘예’라고 대답할 것이다.

    너무 이른 나이에 찾아왔던 기회.

    그땐 무척이나 겁이 났었다.

    경험이 부족했던 그때 거길 갔다면 오히려 남자의 인생은 걷잡을 수 없이 꼬였을 수도 있다.

    ‘그래도 꼭 한번 해 볼 걸 그랬어. 그랬다면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그분들을 모시는 ‘그 일’도 해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요리사로서는 꽤 만족스러운 삶이었다. 이룰 수 있는 건 거의 다 이뤘지만 개운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실력은 지금 그대로 가지고 몸과 마음만 젊어진다면 주저할 것도 없을 텐데.

    하지만 그건 이기적이었고, 너무 큰 욕심이었다.

    남자는 가슴 한편에서 새어 나오는 씁쓸함을 손자의 재롱을 보며 달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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