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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그 후
"벌써 그뒤로 반년이 지났네..."
"그러게. 아니, 반년이 아니라 4~5개월쯤아냐?"
"그게그거죠 뭐."
"어쩄든 시간 참 빠르구나."
해가 서서히 저무는 저녁.
노을빛이 건물들 사이로 쏟아지는 길을 걸으며, 잠시 옛날일을 회상해보았다.
라마르크와 을지백의 행방은 묘연해졌지만... 뭐, 별일 없겠지.
그런 거대한 스케일의 사건이 다시 발생하려면 적어도 10년정도는 잡아야할테니까.
난 옆에 나란히 서서 걸어가는 시연을 보며 살짝 웃었다.
어찌됬든간에 좋게 끝났으니까.
"그런데 오늘 다 모이기로 한거맞죠?"
"그럴거야. 일단 병원 먼저 들려보자."
"에? 병원?"
"응. 병원."
"어, 어디 다치신곳이라도 있어요? 아니면 설마 아직 완전하게..."
"무슨소리야. 시리우스 사람들 데려가기로 했잖아."
"아, 맞다."
깜빡 잊고 있었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지은 시연이의 머리를 가볍게 쥐어박고 때마침 도차간 거대한 병원으로 들어갔다.
저녁이라서 그런지 제법 한적해진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뒤 최고층까지.
프로젝트D가 망한 뒤, 자포자기했는지 모든것을 털어놓은 데륜에게서 시리우스에 관한 것을 들었었다.
그리고 그 정보에서, 난 왜 제네시스가 데륜을 아저씨라고 친근하게 불렀었는지 알게되었다.
아직 데륜이 에뉴얼 월드를 개발하는 일을 하고있을때, 어떤 의사협회에서 정식으로 의뢰가 들어왔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가상현실을 이용한 차세대 의료기구.
시력이 없는 사람도 볼 수 있고, 다리가 없어도 걸어다닐 수 있는 가상현실게임의 원리를 이용해 신경계 부분을 치료한다거나, 의식쪽에 문제가 있는 이들을 자연치료 시키는 것.
당시 데륜은 미라클 사에서 상당히 높은 자리에 있었고, 마법부분을 제외한 모든 기술을 알고있었기 때문에 선심껏 그 일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래서 성공적으로 버츄얼 힐링 기어라는게 탄생했다고 한다.
물론 만드는 법도 까다롭고 제작비도 상당히 높아서 상용화 되지는 않고 일부 큰 병원에만 지급되었지만.
어쩄든, 그 버츄얼 힐링 기어- 줄여서 VHG의 첫 사용자가 시리우스의 3명이라는 것이다.
무슨 병명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도 않는다.
처음 들어본것에다가 이상하게 길었으니까.
하지만 제네시스만큼은 기억하고있다.
선천적 면역 결핍 증후군.
간단히 말해서, 에이즈.
어렸을때부터 그 병을 앓고있어서 병원에서 나가본 적이 없다고한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성격이 밝은게 신기하기만 할 뿐이지만.
"영훈이 만나러 온거니?"
"네. 오늘 나가기로 했는데..."
"그래. 따라오너라."
최상층으로 올라가자 제네시스- 실제 이름, 진영훈의 주치의이신 분이 우릴 알아보며 안내했다.
그분의 표정은 상당히 개어있었다.
그럴만도 할것이다.
거의 십년동안 에이즈를 앓고있던 담당환자가, 단 하루만에 거의 완치되듯 됬으니까.
왜 그렇게 된것인지는 병원에서도 미스터리이며, 당사자인 영훈마저 모르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난 대략적으로 짐작이 간다.
그날 바로 이 병원을 찾아왔었기에.
"너희들에겐 고맙구나."
"...?"
"사실상 너희들이 영훈이의 첫 친구니까. 오랜세월을 옆에서 지켜봐온 나는 그저 너희들에게 감사할 따름이구나."
의사선생님은 아버지 같은 얼굴을 하며 자애롭게 웃고있었다.
"영훈아. 친구들왔다."
"네~"
병실 안에서 경쾌한 목소리가 울렸다.
의사선생님이 들어가보라고 손짓하시기에,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가보았다.
"어서와~"
"오랜만이네. ...어라?"
24평은 되어보이는 넓찍한 병실에 들어가자, 그곳엔 영훈이 말고 다른 두명의 여성도 있었다.
누군가 하고 놀랐지만, 이내 시리우스의 다른 두 사람인 것을 알 수 있었다.
20세 초중반으로 보이는 쿨한 인상의 여성이 심아리.
그리고 그 옆에있는 사람은 10대 중반정도의 아직 옛된 외모를 간직한 유이.
성이 유, 이름이 이로 외자다.
"이야~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퇴원하는거였어. 뭔가 부끄럽네."
"부끄러울 일이 뭐가있어."
아하하, 하고 웃으며 머리를 긁는 영훈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오늘이 퇴원인 것이 날짜가 기가막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아리 누나랑 유이는 어때?"
"뭐, 난 제일 빨리 퇴원했으니까..."
"전 쌩쌩해요!"
둘다 괜찮은것 같다.
"그럼 가볼까."
"아싸! 파티다 파티!!"
약간 오버스러울 정도로 신난 영훈을 보며 병실 안에있던 모든 이가 피식 웃어버렸다.
그래, 오늘은 파티다.
12월 25일. 전 세계적인 날.
사실은 이브인 어제 모여서 밤 12시가 되는 순간 파티를 하려고 했었는데, 영훈이가 이떄쯤에서야 퇴원한다고 해서 미뤄졌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저녁이다. 크리스마스가 끝나기까지는 6시간정도 남았다.
"응?"
다같이 병실을 나간 후, 잠시 병실을 둘러보고 나온 나는 복도에 설치된 의자에 멍하니 앉아있는 소년을 보고 멈추었다.
이제 7살쯤일까. 매우 어려보인다.
그렇게 어린 나이인데도, 소년은 한없이 공허한 표정으로 바닥을 내려다보고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무슨 일이니?"
왠지 마음에 걸렸기에 다가가서 말을 걸자, 소년은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러곤 다시 시선을 바닥으로 돌리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 죽었어요."
"뭐?"
"여행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저랑 제 친구. 친구 아빠만 살아남았어요."
"......"
소년은 거기까지만 말한 뒤 입을 꼭 다물었다.
어린나이에 그정도의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는 것도 안타까웠지만, 내가 놀란점은 소년이 그 말을 하면서도 전혀 울지 않았던 것이다.
"오빠~ 빨리와요!"
"어, 잠깐만!"
앞에서 소리치는 시연이에게 빠르게 대답한 뒤, 다시 시선을 소년에게로 돌렸다.
소년은 내가 처음 봤을 떄와 같은 표정, 같은 자세로 가만히 있었다.
"....."
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한가지 결심을 하고 다시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난 말이지, 죽은 사람들이 보여."
"....."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네. 근데 진짜야."
"정말...요?"
"응. 지금 네 부모님이 보여."
내 말에 소년은 퍼뜩 고개를 들더니 두리번 거렸다.
하지만 곧 자신에겐 보이지 않는다는걸 깨달았는지 침울한 표정으로 다시 고개를 수그렸다.
...사실 나에게도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다고 할지, 가능은 하지만 여기에 없다는 것이다.
단지, 소년을 격려해주기위한 자그마한 거짓말일 뿐이다.
"부모님들이 걱정하고 계셔. 어린 나이에 혼자 남게된 너를. 그러면서 자신들이 너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슬퍼하시고."
"엄마랑...아빠가...?"
"응. 네 바로 옆에서."
"....."
"웃으면 좋겠대."
거기까지만 말하고, 소년과 눈높이를 마추기 위해 굽혔던 무릎을 폈다.
여기서 물러나는게 가장 좋을테니까.
"...네."
효과는 있었던 모양이다.
소년은 그간있던 공허한 표정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조금이지만 웃는 얼굴을 지어주었다.
그 모습에 나도 살짝 웃음이 지어졌다.
좋아. 이제 나도 가보...
<고마워요.>
"......"
순간 들려오는 소리에 황급히 몸을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서, 웃으면서 사라지는, 희미한 형체를 가진 두사람의 인영이 보였다.
두 사람은 웃으며 나에게 꾸벅 인사한뒤, 소년을 부드럽게 쳐다보더니 흐릿해지다가 사라졌다.
....아아.
진짜로, 있었구나.
"왜그래요, 오빠?"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영훈과 아리누나, 유이는 주소를 알려줘서 택시로 태워보낸뒤, 나와 시연은 이젠 어둑어둑해진 거리를 느긋히 걸어갔다.
사실 데이트같은 기분이 들어 상당히 기분이 좋다.
...자꾸 아까 생각이 나서 곧잘 멍해지지만.
"전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응?"
20분 정도를 걸어 다들 모이기로 한 우리집에 거의 도착하자, 갑자기 시연이가 걷는것을 멈추더니 입을 열었다.
"만약... 오빠가 그날 돌아오지 않았다면 어떻게됬을까."
"....."
"물론 오빠는 지금 여기에 있어요. 하지만 그런 생각이 종종 들곤해요.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할때마다..."
"...나참."
제법 슬픈 얼굴을 하고있던 시연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시연이가 화난 표정을 하며 뭐라 따지려고 하던 그 순간, 난 시연을 똑바로 보며 말을 이었다.
"그거 알아? 사람의 걱정중 40%는 이미 일어난 일, 30%가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거야. 그런걸 걱정해서 뭐해?"
"....그러네요."
내 말에 시연이도 살짝 웃었다.
그에 나도 웃으며, 손을 뻗어 시연의 손을 잡았다.
샤르륵
때마침 내리기 시작한 눈에, 우린 잠시 말을 잊은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회색도화지에 흰색 물감을 흝뿌려놓은 듯한 풍경이다.
...화이트 크리스마스구나.
이것참, 날씨가 분위기 읽을줄 아는데.
"그럼 들어가자."
지금쯤이면 안에 모두들 모여있을 것이다.
경현, 민준, 재훈, 여린, 시연, 리아스, 누나.
영훈, 아리누나, 유이, 테라, 에린, 칸, 크라이아, 제로스.
그간 많은 일이있었다.
슬픈일도 있었고, 기쁜일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지금 이곳에 이렇게 있다.
들어가서, 힘껏 외치자.
메리크리스마스라고.
-完-
============================ 작품 후기 ============================
진짜 완결입니다.
복선 깔은다고 러브라인도 제대로 연결안짓고 에필로그를 끝내버렸네요.
그래서 허겁지겁 에필로그 후편을 썼습니다.
생각해보니까 제네시스 정체도 안밝혔더라구요-_-;;
게다가 후편 인물에 대한 복선도 안깔아놨었고.
명색이 세계관이 이어지는건데 이런 대실수를.
이 편에서 잠깐 나온 저 소년이 히든피스헌터 주인공입니다.
성명 김제진. 하렘물. 하렘. 하렘. 하렘.(......) + 먼닭.
그건그렇고 히든피스헌터를 연재하시라는 분이 은근히 많네요.
...귀찮은데.
일단 한편 올려보겠습니다.
노트에 적은거를 타이핑해서 옮겨야하니 12시 넘어서 올라갈거에요.
일단 히든피스헌터든 예풍의황제든 데스마스터랑은 분위기가 상당히 다릅니다.
아마 "어? 내가 다른 작가것을 보고있나?" 라는 생각을 가지실 수도 있고요.
히든피스헌터는 컨셉부터가 코믹이라서 그런것이고, 예풍의 황제는 적절히 섞여있는겁니다.
근데 데스마스터도 원래는 코믹으로 가려고했었잖아?
안될거야, 아마.
후기는 내일올리겠습니다.
같이 와주신 독자분들, 감사합니다! (__)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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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준비중/ 아뇨ㅋㅋㅋㅋ 힘드네요
베르또/ 3부예정이던걸 압축시켰기떄문에 2부는 없습니다ㅠ
보안코드/네ㅎㅎ
유레로/ 오시죠!
kihara/ ㄷㄷ 게임소설 쓰기 귀찮은데
톰ene제리/ ㅇ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