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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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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륜과 라마르크의 연계로 일어났던 전세계 규모의 사건이 일단락 되는 순간, 난 끌어당겨지듯 명계로 이동되어졌다.
벌써 그 뒤로 하루가지났다.
처음엔 멍하기도 했고 씁쓸하기도 했다.
난데없이 내 거주공간이 되어버린 명왕궁을 둘러보다가 극도로 지친 몸 때문에 복도 한가운데에서 기절하기도 했다.
...이제는 어느정도 익숙해진 것 같기도 하다.
마을로 나가면 많은 사신과 사신지망생들이 새로운 명왕이라면서 날보며 수근거린다.
어젠 정령왕까지 만났지만, 사실 머릿속이 멍한 상태였기에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기억나지않는다.
"이제 좀 진정됬냐?"
의자에 몸을 묻은 채 한동안 잠자코있자, 갑자기 아수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내가 모르는게 많으니 당분간은 이렇게 옆에서 지도해주겠다고 한 것 같다.
"...뭐, 그렇죠."
"...."
아수라의 질문에 조그맣게 대답하자, 아수라는 입을 다물며 한기둥에 등을 기대었다.
무언가를 깊히 생각하는 듯, 양손은 팔짱을 끼고있었다.
"...장례식. 한다는 모양이다."
"...장례식...?"
"누구겠냐."
손가락을 하나 세워 바닥을 가리켰다.
'이곳'... 아아, 민세인가.
확실히, 민세는... 내 과오로 인해 죽고 말았다.
장례식을 바로 하지않은건 친구들을 기다려준 걸지도 모른다.
..그러고보니 민준과 한 약속이 있는데, 지키지 못하게 된것 같다.
고개를 들어 민세가 빛으로 화해 사라졌던 그 자리를 눈으로 쫓았다.
미안해, 민세. 네 동생을 대신 지켜주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안될것 같아.
나부터가 산자가 아니니까.
면목이 없어. 넌 나를 밎고 떠나갔을텐데.
"...뭐, 그 이전의 문제가 있지만."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는 뭘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난 명왕이 되면서 인과율에게 벗어나게되어, 모든 이의 기억에서 사라졌으니까.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 떄에는 오히려 다행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내가 모든 이의 기억에서 사라졌다는건, 내가 없어져도 슬퍼할 이가 없다는 것이니까.
시연, 다연, 경현, 민준, 재훈, 여린, 누나, 칸, 크라이아, 제로스, 리아스.
그외 반 친구들과 게임에서 만났던 사람들.
...모두의 기억에서, 나라는 존재는 본디 없옸던 것이 되었으니까.
잘된 것이다.
아무도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는건 무척 좋은 일이니까.
...그런데. 그런데 왜.
왜이렇게 눈물이 날까.
난 왜이리 슬픈걸까.
나는 왜... 이렇게 울고있는걸까.
"우냐?"
"안 울어요."
"울고있잖아."
"비가오는 것 뿐이에요."
"명계에 비는 무슨 비."
기가막힌다는 어투의 대답.
그 뒤로 한동안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난 나대로, 아수라는 아수라대로.
"...장례식 안가봐도되냐?"
"...아뇨. 가긴 가야죠."
고개를 저으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비록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않더라도, 난 그 자리에 있고싶었다.
"금방 다녀올게요."
"음."
짧은 대답을 듣고, 익숙하게 차원문을 열어 그 안으로 들어갔다.
"....."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수라는 연제가 사라진 뒤 나지막히 중얼거리며 발을 옮겼다.
"...그럼. 세계를 구한 용사씨에게 선물이라도 해줄까."
장례식-
그건 전혀 좋은 분위기가 나는 단어가 아니다.
무엇보다, 단어의 뜻이 '죽음'과 연결되어있으니까.
"저곳...인가?"
대부분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어느 한명 웃는 이 없기에, 그 모습만으로도 보는사람마저 우울해졌다.
인간일떄 즐겨입던 차림에서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쓴뒤, 인파를 헤치고 나아갔다.
아이고아이고 하는 통곡소리가 점점 가까워질때마다 가슴한쪽이 시큰거린다.
하지만 멈추지않고, 이내 민세의 영정이 놓인 방에 도착했다.
차마 방에 들어갈 용기는 나지 않았기에 입구에 서서 멍하니 영정사진을 보았다.
민세가 그곳에 있었다.
나에게 마지막으로 보여주었던 그 웃음을 지으며.
"아이고, 민세야... 우리 민세..."
병원에 가면 자주 볼 수 있었던 민세의 부모님이 눈물범벅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옆엔, 민세의 동생으로 보이는. 민세와 꼭 닮은 여자아이가 멍한 표정으로 민세의 영정사진을 보고있었다.
"...미안."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그리고 그 순간.
"....!"
다연과 경현, 민준, 여린과 같이 있던 시연이와 그대로 눈이 마주쳤다.
놀란 나머지 황급히 검은 모자를 눌러썼다.
나에게서 시선을 돌리길 바랬지만, 시연이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벌떡 일어서선 내쪽으로 다가왔다.
좋지 않다.
초기의 목적이야 달성했으니 빨리 돌아가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저기요."
"....."
그러나 내가 미쳐 나가기도 전에 시연이의 손이 내 팔을 붙잡았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극도로 긴장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연이가 날 기억할 리 없다.
아니, 할 수 없다.
유연하게 대처하면 되는거다. 유연하게.
"왜, 왜 그러시죠?"
"저기... 저희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나요?"
시연이의 그 질문에 당장이라도 눈물이 울컷 솟구쳐오를것 겉았다.
그럼에도 필사적으로 참았다.
이제와서 다시 인연을 만들 수 없다.
그러면 또다시 상처를 줄 뿐이니까.
"...설마요. 착각...이겠죠."
띄엄띄엄, 정말로 힘겹게. 벌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벌리며 대답했다.
시연은 내 다댑을 듣고는 묵묵히있다가, 이내 팔을 놓아주었다.
...넘어간걸까. 다행이다.
"...거짓말."
그러나 그 순간, 시연이 강한 힘으로 날 붙잡아 자신과 마주보게 만들었다.
완전히 방심하고 있었기에 대항도 못해보고 그렇게 된 나는 얼굴을 가리지도 못한채 구도상으로 시연과 마주보게 되었다.
시연은 울고있었다.
어디서 그 많은 것이 나오나 싶을 정도로 쉼없이.
"왜...왜 이제서야 온거야?"
"...어떻게, 날 기억하고있어?"
"설마 잊어버릴거라 생각한거야!?"
"......"
시연이 호소하듯, 갑자기 가슴으로 뛰어들며 엉엉 울었다.
그런 시연이의 등을 안아주면서도, 이게 어떻게된건지 조금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혹시 시연이는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일까.
아니다. 그런건 불가능하다.
신이라고 해도 인과율을 벗어날 수 없는데.
이게 대체...
"왔구나."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을 송두리쨰 뒤엎는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
시연이의 뒤를 따라온 것으로 보이는 경현, 다연, 여린이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서있던 것이다.
...아마 재훈은 요양중이라서 없는것일 것이다.
말문이 막혔다.
무어라 말을 해야할것 같지만,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기다리다 지칠뻔했다고."
"정말, 그말대로야. 빨리 돌아오지 않고 뭐한거야?"
"실종된지 알았다구."
저마다의 한마디.
그제서야, 난 이게 어떻게 된건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한명이 아니라 여러명이 이렇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 해당되는 사람이 나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것.
이런게 가능한건, 아수라밖에 없다.
신도 평생에 몇번 하지 못한다는 아카식 레코드를 이용한것일까.
...치사하네요.
설마 이런 방법을 쓰실 줄이야.
하지만.
이왕 주신거면, 전 거부할 이유가 없겠죠.
"응."
쓰고있던 모자를, 다른 한손으로 벗겼다.
그리고 정말로,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웃음을 지으며.
"다녀왔어."
....눈물이 나온건, 정말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된거, 난 해야할 것이 생겼다.
아니, 생긴게 아니라 할 수 있게 된 거겠지.
난 울음이 멈춘 시연이를 떼어놓고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민세의 동생은 아까 모습 그대로였다.
초점이 없는 얼굴.
이제는 볼 수 없는 누군가를 애타게 그리워 하는 듯한 그 얼굴.
"네가 민세 동생이니?"
"...."
내 질문에 서서히 고개를 돌린 소녀는,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말하자.
모든 것을.
이 소녀가 나를 증오하게 되어도, 나를 원망하게 되어도.
난 그 모든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다짐하며 입을 열려던 그 순간, 대답하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민세의 동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빠가 그 오빠군요."
"...뭐?"
"어제 꿈속에서 민세 오빠가 알려줬어요. 내 친구가 한명 올거라고. 그 친구는 분명, 모든 것을 자기가 짊어 질 거라고."
"....."
"그리고... 나 대신, 좋은 오빠가 되줄거라고."
"......"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소녀는 그런 나를 빤히 올려다보며, 부모를 잃어버린 아기새같은 모습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건... 정말인가요?"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정말로, 울것만 같았다.
난 이 소녀에게 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에, 앉은 채로 껴안고 말았다.
그리고, 대답했다.
"응."
나의 약속.
나의 속죄.
평생을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것.
"내가... 부족하겠지만. 민세의 자리를 채워줄게."
"네."
소녀는 웃었다.
울고있어야 할 소녀는 웃고, 되려 내가 울고있었다.
시연을 비롯한 4명이 우릴 지켜보며 희미하게 웃는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얼핏, 미소를 지은 민세가 보였다.
============================ 작품 후기 ============================
다음편 에필로그입니다.
어떻게 러브라인까지 연결시키긴 했...나요?
아직 잘 모르겠다 싶으시면 에필로그에서 제대로 나올거에요. 그러니 기다리시면 됩니다!
에필로그 올림과 동시에 후속작 프롤로그가 올라올 것이며, 프롤로그가 올라오고 몇시간 뒤에 1편 바로 올리겠습니다.
그런데 작가후기...도 따로써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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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준비중/ 저런...저도 1년뒤면...크흑
우리집똥개/ 에필로그에~
독지/ 네ㅎㅎ
유레로/ 반전...인가?
지나가는엑스트라8/ 아뇨. 당연히 주인공은 달라집니다. 다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몇번 언급될 수는 있어요.
카루시안/ 주인공보정!!
보안카드/ 그렇게되겠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