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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세계'
<미안하게됬군. 일회용이긴 하지만 이 마법진은 절대반사로 변경할 수 있거든. ...만약 바꾸는게 늦었다면 내가 죽었겠지만, 과연 엄청난 데미지다. 너라고 무사하진 못하겠지. 을지백녀석에겐 미안한걸.>
그렇게 말하는 라마르크의 목소리가 귓속에서 메아리쳤다.
의식은 점점더 희미해지며, 생각이라는것을 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을 때.
강하게 머릿속으로 스쳐지나가는것이 있어, 난 움직이지 않는 팔을 필사적으로 조종해 품속에서 하나의 아이템을 꺼냈다.
스카이타워에서 '미래의 나'가 주었던 것.
지금 내가 명왕의 힘을 가지고있다는 것은,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준 것이니 당연히 평범할리 없을테고, 분명... 정 안된다고 느꼈을 때 이것을 쓰라 했었다.
이것이 뭔진 모른다.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알 수 없고.
하지만.
남은 희망은 이것뿐이다.
콰직!!
가능한 힘을 줘 보라색이 감도는 그 구슬을 부숴트렸다.
그러자 구슬 안에서 대량의 영력이 퍼져나오며, 어느샌가 내 주위는 검보랏빛 세상이 되어있었다.
...진짜가 아니다.
데스마스터일때 사신의 사념과 몸의 컨트롤을 두고 아웅다웅하던 그 장소와 비슷한 느낌.
요컨대, 나의 의식세계 안이라는 것이다.
"이러라고 준게 아니었는데 말이지."
"...."
아무것도 없던 그 세계에서, 쓴웃음을 지으며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폴라리스-'미래의 나'.
그는 저번에 봤을 떄와 별 달라진 것도 없는 모습이었다.
다만 내가 다르게 느끼는 것이라면, 그의 엄청난 힘.
라마르크나 을지백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그 힘에 몸이 저릿저릿해졌다.
"뭐 좋아. 상황은 다 알고있으니. 그렇다면, 넌 나에게 뭘 원하지?"
"...이 상황을 타계할 방법."
"해달라는 말은 하지 않는군."
"물론."
강한 의지를 담은 내 말에 폴라리스가 피식하고 웃었다.
그리곤 서서히, 한걸음 한걸음 다가왔다.
"하지만 넌 지금 순간적으로 큰 데미지를 입고 강한 쇼크를 먹은 상태야. 가능하다고 생각해?"
"...."
"어렵지?"
"방법은 알고있어."
"그러겠지."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의미는 알고있겠지?"
"응."
"그래."
더이상의 말은 없었다.
폴라리스도, 서서히 몸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의 몸이 투명해질대로 투명해져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되었을 때, 그의 입이 다시 열렸다.
"이 구슬은 명계로 가는 문을 짧은 시간 열어주는 물건이야. 아무래도 넌 나와 다른 이유로 사용하게 된 것 같지만, 이 상황에 네가 선택할 것은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겠지."
그리곤 잠시 뜸을 들이고.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 마지막 말을 남겼다.
"넌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 모든걸 버리는 거겠지."
메아리처럼 공간에 울려퍼지는 한마디.
정말로 그 말대로라, 난 웃을수도, 울을수도 없이, 단지 묵묵히 듣고있었다.
의식 세계에서 강제로 튕기기 전까지 그 상태로 있었다.
오직 한가지만을 생각하면서.
그리고 왜인지, 눈물이 나왔다.
아수라와 계약한 그 순간부터 언젠가 이렇게 될거라곤 알고있었지만, 예상보다 너무나도 빨랐기에.
...너무도 빨리, 모든것을 떠나보내야 하기에.
"....."
어느새인가 현실로 돌아와있었다.
다시금 아릿한 통증이 감각으로 밀려드며, 근육이 아우성을 질렀다.
하지만 의식만큼은 또렸했다.
너무도 또렷하게, 검게 변질된 세상을 배경으로 한 라마르크가 보였다.
촤아아아!!
구슬에서 퍼져나왔던 대량의 영력들이 일제히 흡수되기 시작했다.
0에 한없이 줄어들었던 영력게이지가 순식간에 채워지고, 100%가 되고나서도 영력은 계속해서 몸속으로 들어왔다.
난 그 감각을 받아들이며, 외운적도 없는데도 머릿속에 각인된 그 주문을 읊기 시작했다.
"모든 영혼들의 왕, 죽은자의 패왕, 산자들의 폐왕."
이 주문을 외우면 끝이라는 것을 알고있다.
그럼에도 멈추는 일 없이, 난 읊는 것을 반복했다.
"이승과 저승을 가르며, 인과율에 간섭하는 자."
아수라와 계약했던, 바로 얼마전 일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내가 아직 아수라의 힘을 제대로 다룰 수 없는 이유와, 그것을 다루게 됬을 때 생기는 일.
"천륜을 비웃고 운명을 거스르며 하늘을 보지않는, 가장 고독하며 슬픈 자."
-그것은, 내가 아직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 비애를 간직하고 영원을 그와 같이 살아갈지어니."
거기까지 말하고, 나도모르게 입을 꾹 다물었다.
몸에 흡수되고 남은 영력들이 수많은 날개의 형상으로 변해 몸 주위를 둥근 구형처럼 둘러 싸고 있었다.
따듯하고, 포근하다.
아련하며, 애틋하다.
나도 모르게 희미한 웃음이 지어졌다.
난 멋진 일을 하려는 거잖아.
뭘 망설이는거야?
"오라. 새로운 왕의 탄생을 슬퍼하라!"
콰아아아!!
나를 감쌌던 영력의 덩어리가 일제히 몸속으로 쇄도했다.
내 한계치를 이미 훨씬 전에 초과했음에도, 이상하게도 편안했다.
영력이 쏟아지는 그 소리가, 너무나도 구슬프게 들렸다.
쩌적
손끝이 갈라졌다.
쩌적, 쩌저적
손만이 아니라, 발과 다리, 팔, 얼굴-
나라는 존재를 구성하고 있던 모든 것이, 껍질이 부숴지듯 금이 갔다.
부활하고 에뉴얼 월드에 다시 접속했을 떄 제일 마지막에 존재하던 스킬.
<패천대라제>.
스킬 사용 가능 횟수 1회에, 설명을 보고 쓸일이 없을것 같다고 치부했던 스킬.
하지만 이렇게 쓰게되고 말았다.
스킬 사용가능 횟수 1회.
그 1회란 말은, 한번 사용하고 나면 다신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쓰고싶어도, 쓰지 못한다.
왜냐면.
그건 '인간의 신체를 버리는 것' 이었으니까.
아직 인간의 상태인 명왕을 완전한 아수라로 각성시키기 위한 스킬.
단 한번의... 내가 인간일 때의 최후의 스킬.
'아수라가되면, 넌 인간으로서의 생이 다함과 동시에 평생을 명왕으로서 살아가야한다.'
아수라가 했던 말.
아마 나는, 이 싸움이 끝나는대로 인간계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것이다.
비단 에뉴얼 월드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지구에서도 마찬가지로.
나는 지금, 인간으로써의 생을 내 손으로 없애버린 것이니까.
콰챵!!
유리가 꺠지는 듯한 소리가 나며, 감겼던 눈이 서서히 떠졌다.
주위를 가득 둘러쌓던 영력들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멀리 있는 라마르크의 경악한 표정이 눈에 잡혔다.
그에 실소가 나왔다.
이 스킬을 사용하고 난 직후 정말로 슬플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것 같다.
오히려 편안하다.
언젠가 부딪쳐야 했던 일을 미리 해치운, 되려 개운한 느낌.
"...하핫."
몸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변한것은 없다.
피부가 아기처럼 하얗고 부드럽게 변했을 뿐,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하지만 그 내면이 변했겠지.
응.
이젠 돌아갈 수 없다.
<...설마...이렇게 될줄은.>
영력의 날개를 활짝 펼치고 삽시간에 라마르크의 면전에 당도하자, 그제서야 라마르크가 굳은 얼굴이 풀렸는지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리 내가 신급의 드래곤이라곤 하지만, 한 세계의 진짜 신을 상대로는 역부족이다.>
"바로 내뺴는거냐?"
<무슨소리. 그래도 역시 부딪혀봐야지.>
씨익 웃는다.
어딘가 나와 닮았다는 생각에, 그만 나도 피식 웃어버렸다.
<어디, 신참 명왕님 힘좀 봐볼까!!>
파바바밧!!
앞서 2번의 공격보다도 훨씬 많은 수의 마법진이 하늘을 가득 채운다.
40, 50, 60... 아까까지는 단순한 몸풀기였다는 듯, 하늘을 가득 메꾸어 버릴 기세로 마법진의 갯수가 늘어난다.
더군다나 그 마법진이 전부, 그 공포스런 회색의 비.
밀리언 루인 크리스트닝을 시전하는 마법진이다.
우주를 배경으로 라마르크의 등뒤의 하늘을 가득 채운 보라색의 마법진이 빙글빙글 회전하며, 당장이라고 마법을 발동할 것처럼 보였다.
엄청난 광경이다.
아마 저것이 그대로 지상에 쏟아진다면, 이 일대는 핵폭탄이 몇개 투하된 것처럼 완전히 초토화되고 말것이다.
하지만 그걸 보고있으면서도, 전혀 겁이 나지 않았다.
겁이라고 할지, 위협조차 되지 않는것 같다.
-그 도전, 받아들이겠어. 라마르크.
"출-영문."
작은 중얼거림.
이것 역시 봉인같은 것이 쳐져있어 한번도 시전해보지 못한 스킬이다.
하지만 내가 아수라로 각성한 순간, 봉인이 걸려있던 모든 스킬은 해제되어 쓸 수 있게된 것이다.
그그그긍-
허공에 난데없이 회색빛의 거대한 철문이 생겨났다.
철문의 양 끝에 있는 붉은 빛의 기둥에는 눈물을 흘리는 여인의 상이 조각되어있었다.
그 주위를, 수많은 사슬이 휘감고있다.
봉인 한 듯한 모습으로, 마치 열면 안되는 문이라는 듯이.
하지만 그 사슬은 철그덕거리며 하나하나 풀어지더니, 이내 철문이 활짝 열렸다.
콰과과과과!!!!
그 직후, 활짝 열린 문에서 무언가가 파도처럼 밀려나왔다.
검은빛의 기류가 순식간에 회색의 화살비를 덮어버린다.
엄청난 파괴력을 가졌을 터인 회색의 화살이, 검은 기류에 닿는 순간 흐릿해지더니 소멸해버린다.
라마르크의 마법이 얼마나 강력하든, 얼마나 많던 간에 상관없이.
검은 기류는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것을 소멸시키며 라마르크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무, 무슨...!!!>
라마르크가 대경하며 재빨리 마법진에 주입하는 마나의 량을 늘렸다.
가진 모든 것을 올인하는 듯, 마법진의 보라색이 충혈된 것처럼 보일 정도로 마법진이 환하게 빛났다.
그러나, 검은 기류는 거침없었다.
앞을 가로막는 것이라면 뭐든 없애버리겠다는 듯이 라마르크가 소환한 수십수백개의 마법진을 그대로 소멸시키며 직진했다.
몇초만에 그 많은 수의 마법진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며, 라마르크가 빙의한 메탈드래곤에 달라붙었다.
그리곤.
콰과광!!!!
라마르크가 회심의 역작이라고 자신했던 메탈드래곤이, 겨우 몇초만에 형체도 없이 폭발되었다.
끝인가, 라고 생각해 검은 기류를 거두어들이자, 낭패라는 표정을 지으며 몸 곳곳이 상처투성이인 라마르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마, 메탈드래곤이 파괴되기 직전 다시 영혼을 옮긴것 같다.
"...역시, 안되는군."
라마르크가 날 보며 허탈한 어조로 말햇다.
"실패하고 말았어. 난 어디까지나 세계의 앞날을 위해 한 일이었거늘."
"....."
"...이제와서 되돌릴 수도 없겠지. 자, 가라. 이 상황을 멈춰봐."
라마르크는 씁쓸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며, 텔레포트를 사용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가 떠나가고 없는 그 자리가, 상당히 황량하게 느껴졌다.
...그의 말대로, 제일 중요한건 아직도 남아있다.
"...아직, 안늦었겠지."
내 시야에 푸른 하늘은 들어오지않는다.
하지만 아직 아닐거라고 믿으며, 난 제일 처음 생긴 구멍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 구멍의 중심에서, 아마 이 현상을 일으킨 장본인일 푸른빛의 구체가 둥둥 떠있었다.
마석의 힘. 그리고 그힘을 증폭시키는 증폭기.
이 두개만으로는 세계의 절단이라던가 연결이라던가는 불가능하다.
무언가 핵심이 있고, 증폭기는 단순히 거기에 에너지를 보태는 것이었을 뿐.
이것이, 그 중심.
위이잉...
푸른빛의 그 구체의 안에는 압축해 놓은 듯한 거대한 마법진이 빙글빙글 돌고있었다.
이제 이것만 파괴하면 모든것이 끝난다.
그래.
모든것이.
"......"
이제와서 망설여지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이것을 부수고 모든것을 원래대로 되돌린다면, 나는 다시는.
다시는...
...만날 수, 없겠지.
그래도 할 수 밖에 없다.
응.
나는 괜찮으니까.
"작별이야."
난 그렇게 중얼거리며, 손에 들고있던 신기로 힘껏 구체를 찔렀다.
구체의 안에 있던 마법진에 금이 가며, 구체가 웅웅거리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듯 엄청난 빛을 내뿜으며, 터졌다.
콰과과과과과과광!!!!
-그리고 그날.
에뉴얼 월드에 접속된 모든 유저는.
현실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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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감정 이입을 제대로 하고 쓰려고 애절한 분위기의 곡을 무한 반복하며 썼더니
쓸데없이 글의 분위기가 침체된 느낌입니다-_-;
다음편이 에필로그 혹은 다다음 편이 에필로그가 되겠네요.
어쩄든 한편 올렸으니 얼른 진학사 들어가서 경쟁률이나 모니터링 해야겠습니다.
후우...정시... 붙었으면 좋겠습니다. 안정빵으로 넣긴 할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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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엑스트라8/ 음...제가 헷갈렸을수도.
아키야마 미오/ 기적은 아닙니다!
마굴의위엄보소/ 지적이 많이 나오네요... 하지만 초반부분은 멋도 모르는 중2정도떄 쓴거라 오류가 상당히 많습니다. 저도 리메이크 하면서 고쳐보려고 했지만 그러면 아예 뜯어고쳐야 해서ㅜㅜ
유레로/ 지구에서 구할 수 있는것중 제일 단단한 걸로 만들었죠.
카루시안/ 옳소!!
오타쿠준비중/ 전 그런것 같은데요?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