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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세계'
"라마르크-!!!"
포효와도 같은 내 외침에 라마르크가 날아오르다 말고 멈춰서서는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상당히 의외라는 표정이다.
설마 을지백이 벌써 뚫렸을 줄은 모르겠다는건가.
사실 말하자면 조금 다르지만, 어쩄든 을지백을 넘어서 왔다는건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뭐, 오히려 잘된 일이군. 을지백이 널 일익으로 삼겠다고 한건 우리편으로 만들겠다는 거니까."
"헛소리 집어치워! 너희들을 도울것 같아!?"
"감성적이지 말고 이성적으로 생각해봐라, 인간."
라마르크는 돌연 얼굴을 굳히더니 드래곤로드로서의 위엄을 보이며 말을 이었다.
"나와 너희들은 어찌됬든간에 '미래의 위험'을 막는 것에는 의견이 같을 것이다."
"그러...겠지."
"그러면 잘 들어라. 을지백이 말하는 '일익'이란, 내가 이 작업을 시작한 직후부터 내가 원래 있었던 시간대의 '적'이 등장할때까지. 그 모든 시간동안 지구를 온갖 적들로부터 방어해낼 어떤 조직의 일원이라는 것이다. 네가 그중 첫번쨰라는 것이고."
"....."
...맞는 말이긴 하다.
작금의 상황은 서로의 가치관이라고 할지, 행하려고 하는 길이 다르기에 부딪히는 것이지, 서로의 궁극적인 목표가 다른게 아니다.
똑같은 결승점으로,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것 뿐이다.
다만 그 '길'이라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 길이 서로 상반되는 길이니까.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결국 골인지점이 같기에, 그 골인지점에서 힘을 합치자는 말은 전혀 거절할 이유가 없다.
'아냐. 정신차려!'
궤변에 넘어가면 안된다.
방금 말은 분명 진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 라마르크를 막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목적이 옳다고 해도 그 과정이 옳지 않은거라면 그건 정의가 아니다.
그저 정의로운 것처럼 보이는 악일 뿐이지.
"옳은 건가, 옳지 않은건가... 그걸 그저 학생에 불과한 네가 어떻게 알지?"
"...."
"좋아. 상대성이 있다고 하지, 그러나 절대성도 있는 법이다. 그럼 너와 나,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입장이 아니라 제 3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볼까.
분명, 이 일은 엄청난 위험이 따른다. 있어선 안되고, 우주 역사상 일어난 적도 없었기에 누구도 모르는 일. 차원간의 연결. 아마 무슨 파동이 있긴 있을 것이다."
"그게 문제야. 그 '파동'으로 인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렇지. 어떻게 될지 모르지."
"그걸 알면서도 그걸 하겠다는거야!?"
"글쎄. 조금만 더 머리를 회전시켜봐라."
라마르크는 딱하다는 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 라는 말은, 그것이 좋게될지 나쁘게 될지 모른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다."
"그거야... 그렇지."
"아마 너희들이 날 막으려는 이유는 이것이겠지. '혹시 모를 나쁜 영향을 막기 위해'... 아닌가?"
"....."
핵심을 짚은 말이었기에, 난 반론하지 못하고 침묵했다.
라마르크는 그런 내 반응에 빙그레 웃었다.
"인간은 그런 동물이었지. 이득보다는 손해에 신경을 써서, 얻지 못하더라도 잃지 않는 편을 택한다."
"....으음..."
일침과도 같은 말에 신음을 흘렸다.
확실히, 사람은 그런 경향이 다분하다.
물론 도박을 하는 사람들은 핀트가 어긋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편이 더 안정적이라서 좋잖아.
일확천금도 좋지만, 패가망신도 순식간이다.
"그럼 이쯤에서 내 목적을 말해볼까."
"목적...?"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라마르크는 돌연 구멍난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구멍은 아까 봤듯이 망원경으로 우주를 보는것만 같은 풍경이 펼쳐져있었다.
...보라색 전류가 흐르는 것만 뺴면 아름다운 광경이지만.
하지만 저게 왜 이상하다는거지?
무언가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건 알지만, 그것만 따지자면 이상할건 없는것 같은데.
"데륜이 마석을 이용해 행한 일은 '차원간의 단절'이다.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본래부터 이어지지 않던 차원을 내가 간접적으로 연결시켰고, 그걸 다시 분리시키는 것 뿐인데 이런 거창한 일이 벌어질까?"
"....어?"
듣고보니 그렇다.
단순히 단절일 뿐인데 저런 광경은 뭔가 부적절하다.
물론 '차원 간'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일이기에 내가 뭐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라마르크의 말을 들으니 이상한것 같다는 느낌은 든다.
이건 마치... 본래 허용되지 않는 일을 했을 때 일어나는 일 같았으니까.
...본래 허용되지 않는 일?
"라마르크, 너 설마...!?"
"눈치챘나?"
전율이 온 몸에 흘렀다.
그와 동시에 라마르크의 얼굴에서도 비웃는 것만 같은 미소가 번진다.
"내가 예전에 이런말을 한적이 있었지. 데륜을 이용해먹는 것 뿐이라고."
내가 미라클 사를 처음 찾아간 그날, 라마르크는 시간을 정지시키고 나와 하던 대화중에 그런 말을 했었다.
그떄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단절과 연결은 정반대 되는 일이다.
그런데도 라마르크가 데륜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나를 도와주는 것이다'라고 한 이유.
조금만 생각해보면 바로 답이 나오는 문제가 아닌가.
라마르크는 데륜을 역이용한 것이다.
'마법'이라는 지구상의 법칙을 무시하는 초자연의 힘으로.
정말로 터무니 없긴 하지만, 분명 라마르크는-
과학의 지식까지 얻어 창조해낸, 절정에 이른 '마도공학'으로 마석의 힘을 '반전'시킨 것이다!
"리버스."
양팔과 날개를 양쪽으로 쫙 펼치며 중얼거린 말.
어딘가 홀린것 같기도 한 그 목소리에, 무심코 말을 잃었다.
"그 어떤 것이라도, 본래의 영향을 무시하고 정 반대의 영향을 내게 하는 궁극의 마도공학중 하나."
쿠구구구구-!!!
구멍이 점점 넓어져 간다.
스파크의 양도 점점 많아지며, 하늘이 검게, 검게 물들어 갔다.
세상에 멸망하는 것과 같은 쎄한 느낌에 오한이 돋으며,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많던 구름은 한점 보이지 않고, 오로지 껌껌한 하늘에 자기만의 빛을 내는 별만이 가득했다.
그리 멀지 않는 시간 후에 무언가 일어날 것만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그 일은, 분명.
좋은 것만은 아니며.
또한 작은 것도 아니겠지.
"이것이 모든것의 시초가 될 것이다!!"
그렇게 외치는 라마르크의 등 뒤로 별빛이 찬란하게 빛났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구멍의 크기는 점점 넓어져가고있다.
지금은 그래도 검게 변하지 않은 하늘이 멀리 육안으로 관측할 수 있는 정도다.
그렇지만 퍼지는 속도를 감안할떄, 절대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
순간적으로, 어떠한 영상이 눈 앞에서 펼쳐졌다.
모든 하늘이 검은색으로 뒤덮히고, 라마르크의 머리 위로부터 내려꽂힌 검은 빛줄기가 땅에 떨어져-
에뉴얼 월드가, 파괴된다.
땅이 가루로 분해되며 소멸하고, 대지 위의 모든 것들이 산산히 부숴져버린채 사방으로 날아간다.
그리고 검은 빛이 에뉴얼 월드의 모든 곳을 뒤덮고...
오싹-
공포가 전신을 달리며 신경이 곤두섰다.
왜 갑자기 그런 것이 보였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의 도움이라고 생각하면, 그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영상을 보여준 이유는 단 하나일 것이다.
라마르크를 쓰러트리고, 이 상황을 막아라.
그 영상처럼 되기전에-!
"이....야아아아아아!!!!!!!!"
콰아아!!
남은 영력을 한껏 끌어올리며, 소울 블레이드를 만들어내어 라마르크에게 날아갔다.
영롱하게 빛나는 금빛의 날개가 빛가루를 뿌리며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뒤로한채, 곧바로 참멸을 시전할 준비를 마쳤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라마르크가 애절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어떻게 그런 얼굴이 나올 수 있는지 그건 앞으로도 계속 의문이 될것 같지만.
"참멸...!!!!"
콰과과과!
"결국 나를 막는 것인가."
콰광!
라마르크가 한숨을 쉬며 실드를 치자 참멸이 뚫을 엄두도 못내고 곧바로 폭발했다.
어려울 거라곤 생각했지만 설마 참멸이 저렇게 간단하게 막힐줄이야. 역시 드래곤 로드인가.
"네가 아무리 명왕이 됬다한들, 이제 막 가진 어눌한 힘으로는 날 이길 수 없..."
후욱!
라마르크가 말을 잇는 도중, 참멸의 폭발에 의한 연기를 뚫고 내가 나타났다.
라마르크의 눈이 크게 떠지며, 황급히 수인을 맺으려는 모습이 보였다.
어디 이것도 막나 보자...!
"트리니티 슬래쉬!"
참멸을 캔슬하고 사용시, 참멸의 공격력의 1.5배의 위력으로 시전되는 스킬.
참멸과 비슷하지만 더 얇고, 대신에 더욱 날카로운 분위기를 가지는 검기가 코앞의 라마르크를 향해 쇄도한다.
콰과광!!
하지만 트리니티 슬래쉬 역시 라마르크의 실드를 조금 뚫으려 하다가 곧바로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허를 차며 뒤로 물러났지만, 확실하게 성과는 있었다.
"....설마 내 실드가..."
라마르크의 실드가 형편없이 부숴져있었다.
아직 그 형체는 유지하고 있지만 금이 갈대로 가있어서 차라리 없는 편이 나은 것으로 보일 정도다.
드래곤중에서도 최강이라 일컫는 드래곤 로드에, 아마 역대 최강일 것인 라마르크의 실드가 내 공격 두방에 헛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드래곤은 자존심이 쎈 종족이다.
라마르크도 그럴까 싶어서 긴장하며 주시하고있자, 라마르크는 되려 씨익 웃었다.
너무 화가 나면 되려 웃는 사람도 있다곤 하지만... 라마르크는 뭔가 다르다.
되려, 즐겁다... 라는 느낌.
"하하하하하! 설마 을지백 이외에 나를 대적할 이가 있었을 줄이야!! 이거 그냥 지나칠 수가 없겠는데!!!"
'...어라.'
잠깐만.
이거 왠지 상황이 더 안좋아진 것 같은데.
"제대로 싸워주마, 신입 명왕!!!"
그렇게 외치며 라마르크가 팔을 휘두르자, 허공에 난데없이 수십개의 마법진이 생겨났다.
가지각색에 머리가 어지로울 정도로 정교하게 짜여진 수십개의 마법진들이.
-전투광에게 불을 붙여버렸네.
베르의 말대로다.
...좋지 않은데, 이거.
============================ 작품 후기 ============================
전투씬까지 예정해놔서 일단 시작은 했는데...
...어떻게 싸움을 끝내고, 저 상황을 마무리시킬 수 있는지는 생각해본적이 없네요?
큰일났다.
============================
지나가는엑스트라8/ 저도 기억 안나요. 하하하
유레로/ 아직은 인간형이니까요...?
독지/ AA에 대한 언급은 한번도 없었고, 나올일도 없습니다. 그냥 뭐 그런 기관에 있었나보다라고 생각하시면 되요ㅎ
burden/ 쉽지는 않지만 제로스가 몇년간 행방불명 되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오타쿠준비중/ 이게 설정이 좀 복잡하긴 해서..ㅠ
shwns/ 그런가요?ㅎㅎ
울레자즈/ 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