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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마스터-369화 (369/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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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세계'

반파된 길목을 뒤로하고 더욱 기지의 안으로 들어갔다.

여러가지 충격이 휩쓸고 지나갔기 때문인지 여기저기 잘려서 나뒹굴고 있는 전선이 스파크를 튀기고 있었다.

형광등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 오로지 붉은 사이렌만이 희미하게 주위를 붉게 비춰주었다.

공포탈출게임을 실제로 겪는 느낌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귀신이나 영문모를 괴물이 튀어나올 것 같으니까.

뭐 그런다고 해도 물리쳐버리면 그만이지만.

저벅저벅

너무도 고요한 나머지 숨쉬는 소리마저 크게 울리는 것 같다.

아무 소리도 없이, 오직 내 발소리만이 공허하게 퍼질뿐.

"...설마 게메로트처럼 전장에서 돌아온 언노운이 더 있는건 아니겠지."

언노운의 수장이 쓰러졌다.

윌과 같이 드래곤의 힘을 사용하는 드래곤나이트였던 게메로트.

확실히 그는 강했지만, 결국은 최말단 조직의 수장일 뿐이다.

현재의 나에게 걸림돌은 될 수 없었다.

나아가는걸 잠깐 방해할 뿐인, 축 처진 나뭇가지에 불과하니까.

"...."

언제 적이 튀어나올지 모르니 경계하며 걷는걸 계속하자, 어느 순간 길이 막혀있고 그 끝에는 하나의 문이 있었다.

"...이 너머에..."

데륜이 있을 것이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베르를 만나고, 데스마스터가 되고, 토너먼트에 나가보고, 마계에가서 저주받은 마검의 제왕과 싸워보기도 하고. 두명의 사도와 싸우고, 왕국의 분쟁에 말려들고, 레이트 공작가를 부활시키고.

인간의 편에 서서 마족들과 싸우기도 했다.

힘을 잃고 좌절하기도 했었다.

길었다면 길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난 몇번이나 좌절하고 강해졌다.

이젠, 더이상의 지는 일은 없다.

난 결연한 각오를 하며, 서서히 문을 열었다.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공격에 대비하며 그 방으로 들어가자, 서로 대치하고 있는 데륜과 데슌의 모습이 보였다.

왜 둘이 같이 있는지 몰라 일순간 당황했지만,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결정하고 몸을 숙이고 건물의 그늘에 숨었다.

...일단은 둘이 무슨 대화를 하고있는지 들어봐야겠으니.

"그래서, 어쩌실 생각입니까? 형님?"

"...네가 어떤 사정을 가지고있다 한들, 네가 하는 행위가 정당화되진 않는다."

"핫, 정당화? 난 한번도 정당화 같은걸 한 적 없어."

데륜은 비릿한 웃음을 짓더니, 비웃는 듯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보통 인간이 그러듯이 난 목적을 이룰 뿐이야. 그것이 남에게 선으로 비춰지든지, 악으로 비춰지든지는 관심없어."

"데륜..."

"그러니까 형님, 대화로 날 어찌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마. 날 막으려면 싸워. 싸워서 이겨!"

데륜의 말에 데슌의 표정이 어두어졌다.

...그것보다,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하겠다.

어찌된거야. 왜 데륜이 데슌을 형이라고 부르는거지?

아이디가 비슷하긴 하지만, 게임에선 흔한 일이기에 단순한 우연인 줄 알았는데.

설마 진짜인거냐...?

"형도 알고있잖아."

"....."

"그 사건... 형은 물론이고, 내 가족들도 전부 죽어버린 그 사건."

갑자기 침묵이 주변을 지배했다.

뭔가 중요한 얘기가 나오는것 같아, 나도 숨을 죽이고 대화에 집중했다.

"사장놈이 제대로 연결되었는지 테스트 해볼사람을 뽑는다고 했을 때, 그떄 우리 연구진 모두가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있었어. 그래서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았지.

그런데 여러 특례를 준다고 하니까 그걸 어디서 들은건지 내 가족이 날 위해서 자진으로 신청했더군. 그래서 나와 형도 어쩔 수 없이 같이 하기로 했고."

"...그랬지."

"그래서 그 결과는 어땠지?"

"....."

"다 죽었어. 나만 기적적으로 살아남고, 내 소중한 가족들이 전부 죽었다고. 그래. 현실에서는 형까지 말이야."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듯 싶다.

데슌이 '죽었다'?... 그럼 지금 에뉴얼 월드에, 내 눈 앞에 있는 데슌은 누구란 말인가.

...설마, 설마하지만.

데슌은 SPC였던 걸까.

"그 후로 난 반쯤 폐인이 되서 회사를 그만뒀지. 그러다 며칠 안가서 왠 CIA에서 의뢰를 하더라? 그 게임을 망치라고. 난 처음에 정말로 그 의뢰 내용대로 실행하려고 했었어. 그런데 어느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군.

이걸 조금만 응용하면 사장새끼를 제대로 엿먹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그래서 결국, 넌 네 복수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겠다는 것 아니더냐."

"하하하, 그건 당연한거아냐? 사람이 많을수록 사장놈의 죄가 커지는거잖아? 안그래?"

덜컹

그 순간, 내 발이 벽과 부딪히며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아차했지만 이미 데슌과 데륜은 내쪽을 돌아본 뒤여다.

제길, 가능하면 최대한 근접해서 기습이라도 해보려고했더니.

이렇게 들켜서야 숨을것도 별로 없는 이 넓은 공간에선 이제 정면으로 싸울 수 밖에 없게됬잖아.

"아아, 그렇군. 대화로 시간을 끄는 사이에 동료가 기습하려는 작전이었나? 안됬구만 그래."

"아니다, 틀려. 진정하고 내 말좀..."

"닥쳐!"

데륜이 이를 부드득 갈으며 뒤로 뛰어 몇m 물러났다.

난 어쩔 수 없이 모습을 드러내고 데슌의 근처로 움직였다.

데슌의 책망어린 눈빛이 쏟아진다.

그런대로 대화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왜 망치게 했냐는 일종의 원망.

형제이니만큼 데슌은 아마 싸우는 일 없이 일을 끝내고 싶었던 거겠지.

하지만 내가 엿들은 대화만으로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데륜과는 싸우지 않고서는 끝나지 않는다.

"이게 어떻게 된거죠, 데슌?"

"...어디부터 엿들었지?"

"적어도 형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럼 다본것과 다름없다."

데슌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데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데륜은 현실세계에서 내 동생이다. 설마 이런일을 벌일거라곤 상상도 못했던 일이지만... 누군가 알려주더군. 케라진 너와 내가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하나?"

처음 만난 날- 그날은 분면, 내가 한창 레벨업에 맛들여서 리자드 호수에서 미친듯이 사냥하던 날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리자드 족장이 출현하고, 우연히 근처를 지나가던 데슌이 죽을뻔한 나를 구해주었었다.

그 일로인해 내가 데스마스터가 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결국 여기까지라는 전혀 상상도 못한 길을 걸어오게됬지만.

"그떄 난 데륜이 이런일을 벌이고 있다는 정보를 얻고 정말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무작정 데륜의 행방을 알아내려고만 했지."

"...."

그래서 그렇게 급해보였던건가.

그것보다 역시, 데륜은 게임 초창기부터 이 일을 벌여왔었다.

예전에 경현과 혹시하고 내린 가설이었는데 그게 맞을 줄이야.

하긴 이 프로젝트는 꽤 거대한 규모니까 많은 시간이 필요했겠지만...

"하지만 단서도 없는데 쫓을 수 있을리가 없었지. 그래서 너를 가르치며 생각을 다듬었었다. 어떻게하니 여기까지 왔다만..."

데슌은 말을 흐리더니, 날 힐끗 돌아보곤 쓴웃음을 지었다.

"타이밍이 안좋았구나."

거기에 대해선 할말이 없다.

어쩌면 말로 해결됬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내가 망친거니까.

불과 20m정도의 앞에서 적의를 보이는 데륜을 보고있자면, 이제 대화는 글렀다는 느낌이 늘씬 풍긴다.

"그런데 데슌."

"뭐지?"

"정보를 알려줬다는 그 사람은 누구죠?"

"중요한거냐?"

"네."

내 말에 데슌은 곰곰히 무언가 생각하는 듯 싶더니, 그닥 확신이 안선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을...지백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네?"

을지백이라고?

거기서 갑자기 을지백이 왜 튀어나오는거야!?

"뭐야, 아는사람이냐?"

"아는 정도가 아니죠. 애초에 이 모든일의 원흉에 근접해 있는 사람인데."

"...뭐? 흑막은 데륜이잖아??"

데슌이 얼굴을 찌푸리며 되물었지만, 나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미라클의 사장의 정체부터 시작해서, 그의 목적과 이 게임의 비밀...

거기에 능력자들과 CIA.

나도 머리아플 지경인데, 이걸 어떻게 남에게 설명해야 될까.

"나중에 설명드릴게요. 일단은 데륜이 먼저입니다."

"...그렇군. '기계'를 멈춰야 하니까..."

쿠구구구궁-!!!

데슌과 얘기를 끝내고 데륜과 싸울 준비를 하려고 하자, 갑자기 땅이 크게 흔들리며 무언가 작동하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균형을 잡기가 어려워 몸을 숙이고 간신히 고개를 들자, 데륜의 뒤쪽에 있는 방에서 시퍼런 빛이 새어나오는게 보였다.

-저기다.

지금 기계가 작동하기 시작한게 분명하다.

빨리 저기로 가서 기계를 부수든가 멈추던가 해야해...!!

"하하하하하!!! 늦은 것 같습니다 형님!!"

"데륜...!!!"

"작동하기 시작한 이상 아무도 못멈춥니다. 저조차도 멈출 수 없어요! 이대로 전부 현실세계로의 귀환이 불가능해지면 되는겁니다!!"

데륜은 미친듯이 웃으며 초점없는 눈으로 천장- 아니, 그 너머를 보고있었다.

그건 흡사, 모든것을 포기한 광인의 눈 같았다.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 마지막으로 태우는 불꽃.

그것이 비록 옳지 못한 일이었다고 해도, 데륜은 진심으로 임하고 있었다.

"가라, 케라진."

"....데슌은요?"

"내가 막는게 당연한거 아니겠냐."

그렇게 말하며, 데슌은 정말로- 영혼이 울고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의 슬픈 웃음을 지었다.

============================ 작품 후기 ============================

39챕터, 데슌편 입니다.

아 챕터와 앞으로 한챕터정도 더 가면 끝나거나, 아니면 이 챕터 안에 끝나겠네요.

중간중간 쓰기 귀찮아서 없애버린 챕터가 상당히 많습니다. 7개인가?

쩄든 조금만 더 달리면 되겠네요.

중1 겨울방학... 거의 6년전에 처음쓴 소설이 드디어 완결에 다다르네요. 거참.

얼마나 오래쓴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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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ene제리/ 엔딩까지 일직선!

이칸/ 머지않아 나올거에요~

아키야마 미오/ ㅇㅅㅇ

카루시안/ 그렇죠!

유레로/ 솔직히 헷갈리긴 해요ㅠㅠ 하지만 이제 나올일도 없을테니...

dy한/ ;;

코스믹, 오타쿠준비중/ 그러게요. 실컷 설정 짜뒀더니 얻는 모험도 떠나지 않네요. 에필로그에 써먹을까...

험험험/ 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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