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마스터-361화 (361/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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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 전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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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장을 이탈하려던 날 막던 다른 언노운마저 가뿐히 쓰러트린 후 20분 남짓 달리자, 어느새 주위는 잠잠해지고 병기가 부딪히는 소리는 들리지 않게되었다.

    완벽하게 전장에서 벗어난 것이다.

    나머지 데스마스터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따라오겠지.

    일단은 나먼저 가서 길을 뚫어놓기로 하자.

    제로스가 없는것이 정말로 아쉽다.

    제로스가 있었다면 언노운뿐만 아니라 마르스까지의 전면전도 기대해 볼 수 있었을텐데.

    그날 이후로 연락이 아예 되지를 않으니.

    하다못해 리아스라도 있었으면 하지만...

    '리아스도 연락두절인건... 뭐 당연한가.'

    그러고보니 이 일이 마무리 되면 리아스가 왜 그런짓을 해야했는가에 대해서도 조사할 필요가 있을것 같다.

    일이 마무리됬으니 덮어둘 수 있다- 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왜인지 뒤가 상당히 캥기기 떄문이다.

    애초에 이 사건 자체가 데륜만으로 끝나지 않을거라는걸 알고있기 떄문인걸까.

    모든 원흉은- 그래, 라마르크다.

    그러나 원흉이 라마르크일 뿐, 그가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가 행하려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선'에 가깝기 떄문이다.

    다만 그 통하는 방법이 몇몇 타인의 눈에는 '악'으로 비춰질 뿐이고.

    -주인. 정말로 가려는거야?

    "그래야지."

    -하지만 용의산맥이라면 주인도 알고있잖아? 드래곤들은 누가 자기의 영역을 침범하는걸 그리 좋아하지 않아. 그게 명왕이라고 해도. 애초 드래곤은 상당히 호전적이니까.

    "그것에 대해선 방법이 있어."

    -방법?

    "니플헤임에서 라마르크가 준게있거든."

    용의 문장이라고 했던가.

    그떄 라마르크에게 받은 뒤 인벤토리 한쪽에 잘보이도록 넣어두었다.

    내 얘기를 전부 듣고난 라마르크가 그렇다면 이게 필요할 거라면서 준거니 확실하겠지.

    물론 지금 내가 말하는 라마르크는 미래에서 온 라마르크가 아니라 현재, 이 에뉴얼 월드에 존재하는 라마르크다.

    동시대에 같은 인물이 두명이니 가리키는 입장에선 꽤나 난처해지는구나.

    그러고보니 타임 패러독스에 대한 다른 이야기도 생각난다.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몇몇 학자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의 이유가 이것이다.

    '동시대에 동일한 인물이 존재한다는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난 다르게 생각한다.

    과연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가 동일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까?

    1, 2초만 지난 후여도 몸의 생체리듬이 여럿 바뀐 뒤다.

    적혈구들이 산소를 운반하면서 움직이니 매 초마다의 좌표도 다를테고, 몸에 쌓여있는 ATP의 양이라던가 각종 호르몬의 양과 혈액의 삼투압, 농도 등도 떄마다 다르다.

    그런것을 '같다'라고 볼 수 있을까.

    적어도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뭔가 상당히 쓸데없는 이야기로 몇줄을 소모한것 같아, 주인.

    "시끄럽고."

    베르의 말을 가볍게 무시해주고 달리는것을 계속하자 어렷품이 용의 산맥이 눈에 들어왔다.

    이때까지 잊고있었지만, 내 기본 스피드의 표기 역시 ??? 였다.

    그러나 내 체감상 이 속도는 숙련도 50%정도의 헤이스트를 사용한 정도의 속도다.

    기본 스펙이 상당히 뛰어난건 좋지만, 성능이 뛰어났던 다른 버프 스킬들이 전부 사라진건 상당히 아쉽다.

    독바르기, 쉐도우 대거, 쉐도우 웨이트, 은영 등등.

    힘들게 숙련도를 100%까지 채워두고 자주 사용했던 것들인데 다 사라져버리니 씁쓸하기도 하고.

    대신 새로 얻어진 스킬들이 다 자동으로 100%가 되어있으니 전화위복으로 여기자.

    "...음."

    용의 산맥이라고 하면 보통 게임들에선 최고렙제의 필드다.

    그렇기에 나도 자연스레 조심스러워 질수 밖에 없었다.

    속도를 늦추어 천천히 산맥으로 다가가자, 확실히 드래곤들의 강대한 마나와 함꼐 섞여있는 불쾌한 마력이 느껴졌다.

    용케 드래곤들에게 들키지 않고있다.

    아니, 드래곤들이 이걸 못알아챌리 없다.

    무슨 술수를 썼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는건가.

    -주인, 앞에.

    "응."

    베르의 말에 전방으로 시선을 집중하자, 산맥의 입구에 온몸에 갑옷을 입고있는 한 인물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사람이 아니었다.

    키 185cm정도의 호리호리한 키에 그리 덩치 있지는 않았지만, 뒤쪽으로 길게 뻗은 녹빛 꼬리가 있었다.

    그렇다는건... 그린드래곤이나 그의 가디언일 확률이 크다.

    "멈춰라. 이곳은 드래곤들의 영역. 인간이 함부러 들어올 수 있는곳이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가디언이 호전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저정도라면 설득할 여지가 충분히 존재하지.

    "드래곤로드에게서 허락을 받고왔다. 난 이곳에 숨어있는 놈을 찾으러 온것 뿐이야. 드래곤들에게 피해를 줄 생각은 전혀 없다."

    "숨어있는 놈?..."

    내 말에 그는 투구 사이에서 드러난 눈썹을 찌푸렸다.

    "위대한 드래곤들이 거주하는 곳에 그 누가 숨어살 수 있다는 것이냐. 나에게 거짓말을 해서 이곳에 들어갈 생각인가?"

    역시, 드래곤들에게 들키지 않게 무슨 술수를 부린것이군.

    혹시라도 드래곤들에게 허락을 받고 거주하는건 아닌지 조금 걱정이 됬지만, 이걸로 안심이다.

    숨어있는거라면 오히려 드래곤들의 협조를 얻어낼 수 있을테니 말이야.

    "숨어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못믿겠으면 이걸 줄테니 협조를 요청한다."

    내가 그렇게 말하며 인벤토리에서 용의 문장을 꺼내어 넘기자, 그는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용의 문장은 드래곤들에게 있어서 신뢰의 상징이다.

    내가 이것을 꺼내고, 그것이 진짜라고 확인한다면 날 믿을 수 밖에 없다.

    "...진품이군."

    그는 놀랐다는 듯 중얼거리며 나에게 용의 문장을 되돌려주었다.

    하지만 용의 산맥에 누군가 숨어있다는게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숨어있는 자에 대해선 라마르크에게 물으면 될거야."

    "아니다, 널 믿지. 나 그린드래곤 엘피스. 그대를 우리의 친구로 인정한다."

    자신을 엘피스라고 소개한 그 드래곤은 빙긋 웃으며 그렇게 말한뒤, 텔레포트를 사용해서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용의 산맥에 다가간 시점부터 느껴지던 은은한 적의도 단숨에 사라졌다.

    그건 그렇고 드래곤이 직접 나올줄은 꿈에도 몰랐는걸.

    움직이길 싫어하고 귀차니즘이 강한 드래곤이니 만큼 보통 가디언을 배치해둘텐데.

    ...그런것은 전부 편견이니까 다르다고 한들 이상한건 없지만.

    "어쟸든 드래곤의 허락도 얻었겠다, 제대로 시작해볼까."

    -뭐를?

    "두더지잡기."

    베르의 말에 대답하며 씨익 웃은뒤, 난 곧바로 이질적인 마력이 느껴지는 곳으로 달려갔다.

    과연 놈들은 어떻게 나올까.

    괜히 자신들의 아지트가 발각되면 골치아프니 미리 나와서 날 막으려 들까, 아니면 아지트에서 기다리고있을까?

    만약 나온다면 둘중 한가지다.

    드래곤들에게도 감지되지 않는 '무언가'를 사용한 상태로 나오거나, 혹은 감지될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날 막으려 드는것.

    하지만 후자는 앞일만 생각하고 뒷일을 생각하지 않았다고 봐야겠지.

    한명이 걸린 순간 용의산맥 일대를 드래곤들이 샅샅히 뒤져볼테니 말이야.

    즉, 나에게 있어선 차라리 나오는 편이 좋겠지만-

    "...여기같은데?"

    -그전에 찾아낸 듯 싶으니 패스.

    느껴지는 마력의 발산지는 이곳이었다.

    내 앞에는 깎아지른듯한 절벽이 웅장하게 있었는데, 그 절벽의 한가운데서 마력이 느껴지고있었다.

    주위에선 폭포가 아름답게 땅으로 떨어져 내리고, 그 주위에 소나무들이 자라있다.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이지만, 느껴지는 마력이 그 모든것을 불쾌하게 뒤바꾸어 놓았다.

    어쩄든 여기에 놈들의 아지트가 있는것은 확실한 것 같다.

    하지만 입구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 일루젼 마법이라도 사용한거겠지.

    그렇다면 좀 무식한 방법이지만... 그걸로 가볼까.

    "베르."

    -그냥 참멸을 쓰면 되잖아.

    투덜거리면서도 낫으로 변한 베르를 두손으로 잡고, 곧바로 낫을 휘둘렀다.

    "레이져 오브 디스트럭션!!"

    ============================ 작품 후기 ============================

    후속작 프롤로그 만든다고 고민하다가 이거 쓸시간 다 날렸네요-_-;;

    생각해보니 본편은 이미 한권분량 써놨으면서 프롤로그를 안써놨더라구요?

    데스마스터를 안봤더라도 흥미가 가게할 프롤로그.

    그러면서도 정말로 '프롤로그'라고 할 수 있을만큼 어느정도의 복선이 깔려있게하게 한다는게

    여간 쉬운게아니더라구요. 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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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희운/ 아뇨. 약간 더있습니다ㅎ

    흑색꼬마/ 이어진다고 할지... 주인공은 달라요.

    얼음속푸른꽃/ 그동안 너무 호구짓을 보여준게 이유가 아닐까요ㅋㅋㅋ;

    유레로/ 어쩔수 없죠 뭐... 그런장면이 뭔가 불타오르기도 하고. 감정이입도 쉬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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