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마스터-356화 (356/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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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 재접속

    파아앗!

    터지듯 빛난 빛 때문에 눈을 잠시 감았다가 뜨자, 내가 있는 곳은 게임속이 되어있었다.

    오랜만에 들어온것 같은 이곳은 그렇게 달라져 보이는건 없었다.

    아니, 애초에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모르겠다.

    그저 광활한 평야의 위에 있었으니까.

    마족과의 전쟁이 끝자락이라고 해서 온 세상이 황폐화될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어디... 캐릭터창."

    어떻게 표기될지는 이미 알고있었지만, 그래도 다시한번 확인하고싶어 창을 열어보았다.

    그러나 캐릭터창은 바로 나타나지 않고 지직거리며 노이즈 상태로 허공에 존재하더니, 한 10초가 지나서야 꺠끗한 화면으로 돌아왔다.

    "응?"

    그리고, 난 무언가 이상한것을 찾을 수 있었다.

    분명 내가 게메로트에게 죽기전 임모탈나운을 뻇기면서 모든 힘을 잃었었다.

    실제로, 시스템메시지로 레벨1이 1로 초기화 된다는 등의 음성이 들렸었고.

    그런데, 지금 내 눈앞에 이는 이 캐릭터창에는.

    ...전혀 다르게 표시되어있었다.

    아이디:케라진

    레벨:700

    직업:???

    칭호:패천대라제

    체력:????

    마나:????

    스테미너:????

    공격력:????

    방어력:????

    스피드:????

    힘:????

    지능:????

    운:????

    근력:????

    체력:????

    영력:????

    "....."

    언노운을 보는 느낌이다.

    언노운과 그리 다를 것도 없어보이는 창.

    내가 육망안으로 언노운들의 스텟을 훔쳐봤을떄도 저렇게 표시되어있었다.

    그나마 다른것은, 난 직업마저 '???' 로 되어있다는 것.

    그러나, 칭호를 보자 대략 내 직업이 뭔줄 알 수 있었다.

    애초에 이 사실을 왜 깨닫고 있지 못했을까.

    데스마스터가 내 영혼에 영향을 줬다면.

    내가 죽어서 명계에서 아수라의 힘을 얻었을때, 그것이 현실에서 발휘되진 않더라도 게임속에서는 가능하다는 것을.

    난 창을 닫고, 다행히도 오른팔에 잘 차여져 있는 베르의 토시를 만져보았다.

    "베르. 들려?"

    -...주인? 잠깐, 뭔가 다른데...? 아니 그전에 주인은 분명 데스마스터의 힘을 뻇겼을 터라고!?

    베르가 이렇게 당황하는 것은 처음본다.

    난 살짝 웃으면서, 베르의 말을 무시하고 다른 장비들을 점검해보았다.

    모든것이 그대로다.

    전쟁중에 죽은거라 그런지 템이 드랍되는 것은 없나보군.

    "...풋."

    괜히 웃음이 나왔다.

    정말로 실없이, 이유도 없이.

    ...아니, 이유라고 한다면 한가지 존재할지 모른다.

    "오빠-!!!"

    그 순간, 텔레포트 게이트를 열며 플랑이가 뛰쳐나왔다.

    플랑이의 표정은 상당히 다급해보였다.

    아마 플랑이는 아모리아나, 혹은 수도에서 로그인 되었겠지.

    그렇다면 이 반응은 분명...

    "위기야?"

    "한시가 급해! 빨리가자!"

    "좋아."

    아까부터 넘치는 힘 떄문에 온 몸이 근질거리는 참이었기에, 나도 쾌히 대답하며 플랑이의 뒤를 따라 텔레포트게이트로 들어갔다.

    와아아아아-

    게이트가 연결되있는 곳은 상공이었다.

    게이트에서 나오자마자 발이 쑥 꺼지는 느낌에 상당히 놀랐으나, 곧바로 플랑이가 레비테이션을 걸어주어서 떠오를 수 있었다.

    수도는 상당히 개판이었다.

    성문쪽은 유저들과 병사들이 어찌어찌 막아내곤 있지만 마족과 마물들이 조금씩 성 안으로 들어오는 추세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곧 점령당할 것임은 불보듯 뻔하다.

    게다가, 딱 봐도 유저들은 자기의 몸을 사리기에 급급해있다.

    그렇다는건 접속해있는 유저들도 그 사실을 아는거겠지.

    '여기서 죽으면 진짜로 죽는다.'...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이런 싸움을 이길 수 없을것이라는 것도 알텐데.

    사람 심리란 어쩔 수 없는거겠지.

    "가자, 플랑아."

    "응!"

    플랑이가 레비테이션을 풀과 동시에, 난 근처에 있던 한 건물로 빠르게 떨어져내렸다.

    쿠웅-!

    육중한 소리가 장내에 퍼졌지만, 서로 싸우기에 바빠서 나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고 있었다.

    뭐, 그점이 나에게 좋다.

    어찌됬든 내 본직은 '어쎄신'이니까.

    난 씨익 웃으며 곧바로 제일 상황이 안좋아 보이는 곳으로 달려갔다.

    "크롸롸롸!!!"

    "히익!!!"

    몸에서 금속빛을 내는 드레이크가 포효하며 자신의 아래에 있는 사람을 깔아뭉개려고 했다.

    난 그 사이에 빠르게 끼어들어선, 드레이크의 배를 향해 힘껏 단검을 휘둘렀다.

    콰과과과과!!!

    "어라?"

    가볍게 휘둘렀는데도 불구하고 드레이크의 몸이 반토막나는것으로 모자라 뒤에 있던 몬스터들까지 일제히 쓸려나갔다.

    너무 급해서 데스블레이드도 만들어내지 않았는데 이정도 공격력이라니.

    완전히 힘을 잃기전보다 몇배는 상회하는 힘이다.

    이정도라면 할 수 있다.

    가능하다.

    그 케이던조차도, 이 힘이라면...!

    "구오오오오!!"

    강한 힘에 도취되어 실실 웃고있던 도중, 용케 살아남은 사이클롭스 한마리가 분노하며 뿔이 달린 몽둥이를 휘둘러왔다.

    그러나, 느렸다.

    육망안을 쓰지 않고 있음에도, 아이가 기는 것처럼 무지 느린 속도로 세상이 비추어진다.

    그제서야 어느정도 알 수 있었다.

    그간 있었던 이해가 안되던 일들.

    스카이타워에서의 일이라던가, 을지백의 이야기라던가.

    그 떄의 일들이 퍼즐이 맞춰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촤악!!

    왼손으로 들고있던 단검으로 내려찍어오던 몽둥이를 베듯이 움직이자, 두부를 썰은 것처럼 깔끔하게 몽둥이가 잘려나갔다.

    사이클롭스가 반절밖에 남지않은 몽둥이를 들고 당황하는 사이에, 이어 오른손을 움직여 상체와 하체를 분리시켰다.

    스킬따위는 필요없었다.

    그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단지 손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눈앞에 있는것이 전부 두동강나며 사라졌다.

    정말로 신세계.

    MMORPG의 부조리함을 뼈저리게 꺠달으며, 동시에 그 부조리함이 내것이라고 생각하니 우월감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그동안 좋았을거야."

    내 말에 막 성 안으로 들어온 몇명의 마족이 움찔하며 뒷걸음질했다.

    "다 이긴거라고 생각했겠지. 나도 그 기분알아."

    "...."

    "...하지만, 그게 역전될때는 기분이 참 더럽지."

    내 말에 무엇인가 안좋은 느낌을 받은듯, 마족들이 얼굴을 굳히며 산개했다.

    누굴 한명 죽이더라고 나머지가 살아남아 날 공격하겠다는 심산인가 보지.

    "그렇지만 말이야."

    그것에 별로 신경쓰지 않으며, 난 느긋하게 말을 이어갔다.

    "역전하는쪽은, 기분이 진짜 쨰지거든?"

    동시에 씨익 웃었다.

    그러자 불안감을 느낀 마족들이 일제히 날 포위하는 형태로 달려들었다.

    느껴지는 기운으로는 상급 넷.

    조무래기들이다.

    촤악!!!

    "크아악!"

    "커헉!!"

    베는 소리는 한번.

    그러나 나에게 달려들던 모든 마족들의 몸에 4개의 베인 상처가 생기며 땅에 그 몸을 떨구었다.

    그 소수점 단위의 짧은 시간에 모든 마족들에게 4번씩 공격을 한 것이다.

    죽은 마족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떻게' 라는 표정이었다.

    "상급 마족 넷이야 힘을 잃기 전에도 가볍게 요리하는 수준이었어."

    난 그렇게 중얼거리며, 아직도 남아있는 몇명의 몬스터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내 시선을 받은 몬스터들이 일제히 주춤거린다.

    하지만 거리가 꽤 됬기에, 왠지 가기가 귀찮았다.

    "...참멸이 되려나."

    파아앗!

    조그맣게 중얼거리며 단검에 영력을 불어넣자, 순식간에 1m는 될듯한 노란빛의 소울 블레이드가 생겨났다.

    역시, 몸에 마력은 한줌도 남아있지 않는것 같다.

    그건 그것대로 곤란하지만, 대신 영력의 양이 셀 엄두도 못낼 정도로 많기에 큰 상관은 없을것 같다.

    마치 바다와 같은 양이다.

    쓰고 써도 마르지 않는, 그런 엄청난 량.

    명왕이라는게 이름값을 제대로 한다고 해야할지.

    "참...멸!"

    콰아아아아!!!

    지금은 사라진 스킬 시동어를 외쳐보면서 단검을 크게 휘두르자, 노란빛의 반월형의 검기가 대기를 거침없이 찢어발기며 멀리 떨어져있던 몬스터들을 전멸시켰다.

    스킬 자체는 사라졌지만 스킬의 원리를 기억하고 있으니 비스무리하게 사용할 수는 있는 것 같다.

    뭐,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네츄럴 블래스터!!"

    문득 하늘 위를 쳐다보자 플랑이가 무구를 꺼내들고 9서클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나와는 반대쪽에서 가지각색의 폭발이 일어나며, 빠르게 마족의 기운이 사라지는게 느껴졌다.

    저기도 대충 정리된듯 싶다.

    그렇다면 남은건, 마족들의 진행경로에 정면으로 존재하던 쪽이겠지.

    희미하게 언노운의 기척도 몇 느껴진다.

    그에 나는 으스러져라 단검의 손잡이를 쥐며 이를 갈았다.

    기다려라, 게메로트.

    곧 저번의 복수를 해줄테니까...!!!

    ============================ 작품 후기 ============================

    귀찮으니까 그냥 한두챕터 후면 완결지어버려야지

    중간 챕터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부분이어서

    ...솔직히, 또 슬럼프가 오려는 조짐이 보입니다.ㅠ

    ======================

    SoNe탱/ 재밌게 봐주시면 저야 감사하죠ㅎㅎ

    유레로/ 막상 폰 없으면 그리 불편하지도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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