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마스터-355화 (355/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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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 재접속

    "하지만 문이 막혀있을텐데, 어디로 들어가게?"

    "방법이 있어."

    짧게 대답한 뒤, 기자들에게 의심받지 않게 일단은 정문쪽으로 다가가 문을 흔들어보았다.

    당연하게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당황했다는 듯이 안절부절 못하는 행동을 한번 보여주고- 됬다.

    이제 문을 하나하나 다 건드려 보면서 '그곳'으로 움직이면 돼.

    시연이가 뭐하냐는 듯한 눈길을 주지만, 굳이 반응할 필요는 없겠지.

    해명이야 나중에 해도 늦지 않을테니까.

    "...으음."

    그렇게 빌딩 뒤의 쓰레기처리장까지 도착하자, 그곳에도 몇명의 기자들이 수다를 떨고있었다.

    우리가 오자 수상쩍다는 시선을 보냈지만, 이럴 떄일수록 당당하게 행동해야 한다.

    "오빠. 대체 어쩌려는거야?"

    "비밀통로가 있어. 이 부근이었을거야."

    라마르크를 처음 본날, 난 몇명의 경비원에게 납치당하다 시피 어느곳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그곳의 입구가 바로 이곳에 '숨겨져'있다.

    그날 들어간건 분명 빌딩 안의 계단을 통해서였지만, 계단을 내려올떄 발견한 것이 있다.

    지하 1층으로 통하는 계단에 반창문이 하나있어서 외부가 보였는데, 그곳이 쓰레기처리장이었다.

    즉, 그 창문이 있는곳을 일단 찾아야한다.

    그때 그 각도로 미루어보아, 분명...

    "...찾았다."

    그리고 이내, 작게 설치되어있는 창문을 발견했다.

    당연하게도 여기로 들어간다는 무식한 방법은 쓰지않는다.

    애초에 사람이 들어갈만한 크기도 아니니까.

    내가 원하는 것은 다른거다.

    디파인의 부장인 유사현이 나에게 알려주었던 '비밀통로'의 입구.

    언노운 관련 일은 세간에 알려지면 안되다보니, 그쪽일 관련 사람은 이 통로를 알려준다는 모양이었다.

    "혹시 비밀통로야?"

    "응. 문제는 저 기자들인데..."

    기자들의 출입 자체는 막을 수 있다.

    왜냐하면, 비밀통로로 들어간다고 해도 존재하는 또다른 '문'이 ID카드를 요구하기 떄문이다.

    문제는, 비밀통로가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알려진다는 것이다.

    그럼 분명 소란스러워지겠지.

    어떻게든 시선을 돌릴걸 찾아야하는데...

    "뭐, 뭐야 저거!?"

    "사람이 날고있어!!!"

    "어?"

    그때, 떄마침 웅성거리며 기자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다.

    사람이 날고있다니, 상당히 뚱딴지 같은 소리다.

    ...나에겐 그리 소란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어쩄든 고마운 일이군.

    "시연아. 조용히 딱 붙어와."

    "응."

    난 재빨리 바닥에 숨겨져있는 버튼을 발로 밝고, 소리도 없이 열린 틈을 통해 들어갔다.

    전등도 없이 이어진 계단을 조금 내려가자 곧바로 막다른 길이 나오며, 다시한번 벽에서 하나의 돌을 밀어내자 그르릉 거리며 막힌 벽이 올라갔다.

    "좋아."

    "용케도 외웠네 이걸..."

    "이런건 외우는거 좋아하거든."

    시연이의 말을 웃음으로 넘기며, 열린 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비밀통로가 연결되어있던 곳은 빌딩 내부의 계단을 통해 갈 수 있는 지하.

    즉, 저번에 왔던 그곳의 코앞이다.

    여지없이 거대한 문이 보이며, 한가운데에 카드인식기가 존재했다.

    미리 뺴두었던 ID카드를 꺼내어 인식기에 긁자, 인식기가 붙어있던 부분이 위로 올라가며 한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만한 통로를 만들었다.

    그르릉-

    어떻게든 잠입은 순조로운 것 같다.

    잠입이라고 할지, 라마르크에게 안들킬 수는 없겠지만.

    "여긴 왜이리 어두워?"

    "나도 몰라."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가, 문득 중요한 문제를 생각해내고 몸이 굳어버렸다.

    그런 내 반응에 이상한것을 감지했는지 시연이 불안한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오빠, 왜그래?"

    "아, 저기..."

    큰일났다.

    이 어두운곳은 일종의 미로라서, 길을 제대로 찾아가야 하는데 이 길은 내가 외우지 못했다.

    외우지 못했다라고 할까, 애초에 알려주질 않았으니.

    ...완전히 낭패다.

    "아아아아..."

    발상까지는 좋았는데 정작 행동이 불가능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난 상당히 바보기질이 있는것 같다.

    "...그냥 가볼까?"

    미로긴 하지만, 기계가 있다보니 그리 심하진 않을테고.

    무엇보다 함정도 없다.

    그냥 쭉쭉진행하다보면 언젠간 그 엘리베이터가 있는곳이 나올것 같은데.

    "그러다가 큰일납니다, 이연제님."

    "우왁!?"

    "꺄악!!"

    불쑥 튀어나온 한 사람 떄문에, 나와 시연은 동시에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그 사람은 무안한지 뺨을 긁적이며 쓴웃음을 지었다.

    "놀래킬 생각은 아니었는데요."

    "그 상황이 놀랄거라곤 생각 안해보신겁니까!?"

    "아. 그런 맹점이..."

    "....."

    허당이다.

    여기 허당이 있어.

    "그나저나 정말 잘 오셨습니다. 저희가 찾아갔을떈 병원에 있으셔셔..."

    "아... 그랬군요."

    그 사내의 말에 난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사실 그건 죽은거나 다름없었으니까.

    내가 아수라가 내밀었던 그 조건들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아마 그대로 죽었을 것이다.

    아수라는 내가 그 선택을 받아들일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내 영혼을 불러낸 것이었을테니까.

    "오빠, 이 사람은...?"

    "언노운 관련 부서 부장. 유사현이야."

    "만나서 반갑습니다. <디파인>의 부장, 유사현입니다. 그쪾은 귀여운 악마, 데스마스터 플랑도르님 되시죠?"

    "아, 넷."

    "긴장할 필요없어."

    쓴웃음을 지으며 한 말에, 시연이도 숨을 가다듬으며 진정했다.

    아까 놀란탓에 무의식적으로 긴장한것 같다.

    그나저나 이 사람이 어떻게 알고 우릴 마중나온걸까.

    cctv라도 설치해두어서 그걸 보고 온걸까?

    아니면 그 비밀통로 자체에 개방되면 연락이 가게끔 하는 시스템이 설치되어있었을지도 모르지.

    어찌됬든 우리에겐 잘된일이다.

    "여기에 오신 목적은... 저희가 부탁드리려던 일과 동일하겠죠. 이연제님."

    "...네."

    "사실 인간적으로 따지자면 저흰 절대로 부탁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 스스로 게임속에 갖히게 되는걸 방조, 아니 도우는 꼴이 되니까요."

    "...."

    "하지만...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연제님 이외에는 없습니다."

    유사현은 괴로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더니, 천천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부탁입니다."

    "...."

    "제발... 저희 회사가 아니라 게임속에 갖혀있는 무고한 사람들을 위해서. 나아가 가상현실게임이라는 분야의 위기에 대해서..."

    분위기가 순식간에 침중해졌다.

    사실, 이 사태는 단순히 유저들이 '갖혔다' 라는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방금 유사현이 했던 말대로, 이 사태가 일어났다는 사실만으로 가상현실게임이라는 부류가 존폐의 위기를 맞는 다는 것.

    이런 위험한 것을 세계에서 묵인하게 할리가 없다.

    최악의 사태까지 된다면, 이 일이 해결되도 가상현실게임은 영영 망하고말겠지.

    이미 세간에서는 논쟁이 분분한 모양이다.

    이런 위험한 분야를 계속 지속시켜야 하는지.

    아니면 이제부턴 연구용으로만 사용해야 하는지.

    ...그런것, 난 납득할 수 없다.

    이렇게 재밌는 세상을. 아름다운 세상을. 정말로 현실같은 세상을.

    다신 볼 수 없게 된다니.

    그런건... 싫으니까.

    "그렇게 안하셔도 할 계획이었습니다."

    "....."

    "가죠. 한시가 아깝습니다."

    "...감사합니다."

    유사현은 희미하게 미소를 짓더니, 재빨리 일어나선 앞장서서 우릴 안내했다.

    반쯤 달리듯이 엘리베이터에 도착하고, 떄마침 우리층에 정지되어있던 엘리베이터를 타선 단숨에 <디파인>의 부서까지 올라갔다.

    띵동-

    약간은 아날로그틱한 음성이 울리며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우린 일제히 엘리베이터에서 뛰어내려 여분의 캡슐이 있는곳까지 달려갔다.

    디파인 부서의 사람들이 나의 모습을 보곤 일제히 환한 웃음을 짓는것이, 기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암울했다.

    여기까진 어떻게든 왔다.

    하지만 게임속에서 힘을 잃은건 사실이다.

    ...그점을, 어떻게든 해야한다.

    "시연아, 내 위치를 검색해서 내가 있는곳에 와줘."

    "알았어."

    시연이의 대답을 듣고, 난 숨을 가다듬은 뒤 캡슐 속으로 들어갔다.

    위이잉-

    캡슐의 해치가 닫히며, 상당히 오랜만인듯한 기분이 날 감쌌다.

    그러면서 동시에 리아스에게 칼을 찔린 그 당시의 상황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캡슐을 볼떄마다 그 생각이 나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다행히도 구역질이라던가 그런건 없지만.

    '아니.'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떄가 아니다.

    지난 일은 지난 일이다.

    우선은, 게임에 접속한다.

    그리고.

    '힘을 되찾는다...!'

    <아이디:케라진. Lv:1 접속하시겠습니까?>

    "그래!"

    무미건조한 음성에 힘차게 대답하자, 약간의 어지러움과 함께 눈앞의 세상에 변질되어갔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힘을 되찾는 즉시, 끝자락인 전쟁을 종결시켜버리고, 언노운을 비롯한 데륜을 뒤쫓는다.

    데륜이 있다는 드래곤 산맥으로.

    다시한번, 전쟁을...!

    ============================ 작품 후기 ============================

    폰을 하나 샀습니다.

    11개월만에 만져보는 폰이라 신나서 이것저것 하느라 소설 쓰는걸 까맣게 잊고있었네요ㅋㅋ;

    농구하러 가기전에 후다닥 한편 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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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가는엑스트라8/ 음... 완결나는날 후속작프롤로그만 올려두고, 한 3일 쉬었다가 연재할것 같습니다. 비축분좀 만들어두려구요.ㅎ

    카루시안/ 바로입니다~

    kihara/그러고보니 300편 특별편도 안썼네요. 써야할텐데.

    사희운/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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