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마스터-354화 (354/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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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 재접속

    "다연이 언니, 경현오빠, 그리고 내 반 친구들. 오빠의 반 친구들까지 전부... 게임속에 갖혀있어."

    그 말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

    시연이의 말은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이때까지 언노운이 일으킨 만행은, 세계 규모로 따져볼떄는 그리 큰것이 아니었다.

    나에게 있어선 아니지만, '고작' 3명이 갖혔을 뿐이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그날, 게임을 플레이하고있던 몇십, 몇백만명의 유저들.

    그들이 일제히 게임속에 영구격리 된것이다.

    "원인도 불명이지만... 오빠라면 알고있을거라고 생각해. 그날 무슨일이 있던거야?"

    "...각성한 7대마석이 전부 놈의 손에 들어갔어."

    내 말에 시연이의 얼굴이 급속도로 경직됬다.

    그 말이 의미하는것은 하나밖에 없으니까.

    데륜이 이 게임이 오픈베타 하기전부터 꾸며왔던 계획.

    프로젝트D가 발동되고야 말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그 영향은.

    절대로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

    "오빠! 어디가!?"

    "게임에 접속해야지!!..."

    그렇게 대답하다, 나가려다말고 멈추어 서고 말았다.

    ...아아, 잊고있었다.

    현재 '게임속의 나'는, 모든 힘을 잃은 상태라는 것.

    아무런 힘이 없다는 것.

    직업도 없고, 레벨도 1.

    없는것보다 못한 존재나 다름 없다.

    그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빌어먹을...!"

    콰앙!!

    욕을 내뱉으며 벽을 강하게 두드려 보지만, 그 반동만이 되돌아와 손만 아플 뿐이었다.

    젠장, 젠장, 젠장!

    어쨰서 이럴때에, 더 절실히 필요할 때에 이렇게 되는건데,

    살아나면 뭐하냔 말이야.

    결국 속이 빈 껍데기에 불과하잖아!...

    "....."

    하지만 이대로 멈춰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데륜이 시작했다는건, 라마르크도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봐도 좋은 일이다.

    라마르크의 방식대로라면, 분명 이 악몽은 게임속에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이 현실마저 뒤바뀐다.

    두 세계의 연결.

    그렇게되면, 게임속에 갖혀있는 사람들 자체는 어떻게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뒤는?

    영혼은 하나이되 몸이 두개가 되버린 사람들의 정체성은?

    그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워할지.

    아니, 이 세계가 어떻게 혼돈이 될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문제가 거기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분명, 라마르크는 먼 미래의 위기를 막기 위해서 과거인 지금으로 온 것이다.

    하지만 리아스는 분명히 이렇게 말했다.

    '미래의 위기를 막자고 현재에 위기를 부르냐' 고.

    "...막아야해."

    적어도 이 상황에선, 라마르크도 아군이 아니다.

    데륜과 라마르크, 둘다 적이다.

    "불가능해, 오빠."

    "뭐?"

    "우린 게임에 접속할 수 없어. 아니, 그 누구도."

    시연이는 그렇게 말하며, 나에게 다가와선 PDA를 내밀었다.

    받아들여서 그 화면에 떠있던 것을 본 순간, 난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PDA에는 하나의 뉴스기사가 떠있었다.

    정말로, 이 상황에서 있으면 안될 기사가.

    <정부, 모든 버츄얼 리얼리티 기어를 회수하기로...>

    버츄얼 리얼리티 기어.

    '캡슐'의 정식 명칭이다.

    즉, 이 기사가 시사하는 바는.

    아예 게임에 접속할 수단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남은건?"

    "하나도."

    "....."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몸의 모든 무게를 벽에 기대고, 서서히 미끄러트렸다.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거냐.

    에뉴얼 월드로 아예 차원이동을 하라는건가.

    ...가능할리가 없잖아, 그런거.

    난 마법사가 아니다.

    만약에 라마르크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면 지구에 차원문이 열려서 에뉴얼 월드로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되면, 모든게 끝난 뒤겠지.

    "오빠."

    "....."

    "난 언니를 구할거야."

    "....어떻게? 네 말대로 불가능할텐데."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잖아."

    시연이는  슬픈 웃음을 짓더니, 벽에 기대어 앉아있는 날 지나쳐 병실 밖으로 나갔다.

    "...하나밖에 없는 가족인데..."

    밖으로 나가며 중얼거린 시연이의 말이 유난히 크게 들렸다.

    "....."

    시연과 다연.

    그러고보니 둘은... 부모님이 없다고 했었나.

    그 떄문인지 어려서부터 시연은 유독 다연이를 따랐고, 그게 집착으로 이어졌었다.

    날 만난 이후로 나아진 듯 하지만...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건, 변함이 없겠지.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잖아.'

    시연이의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았다.

    게임에 접속하는것은 불가능하다.

    설령 접속했다 해도, 난 이제힘도없다.

    말 그대로 살아돌아왔을 뿐이다.

    이런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연제.>

    "...!?"

    그떄, 민세의 목소리가 들렸다.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었다.

    "민세? 민세냐!?"

    대답은 없었다.

    아니, 그떄 분명 민세는 정화되면서 사라졌다.

    절대로 들릴리 없는 목소리였던 것이다.

    단순한 환청.

    -하지만, 그덕에 난 내가 왜 되살아났는가를 지각할 수 있었다.

    "...가자."

    입술을 깨물며, 아직 고통이 남아있는 가슴을 움켜쥐고 병실의 문을 열고 나갔다.

    그래, 아직 포기할 수 없다.

    길이 없다면 길을 만들어 내서라도 가야한다.

    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그 일이 조금더 많아졌을 뿐이다.

    그렇다면 멈춰있을 수 없다.

    "라마르크..."

    아이러니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열쇠를 가지고있는건 그 뿐이다.

    그를 찾아가야한다.

    아직도 거기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내가 가면 나올 거라고.

    그런 느낌이 들었다.

    "시연아!!!"

    아직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놀리며 달리자, 걸어가던 시연이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내 외침에 반응한 시연이 왜? 라는 표정으로 돌아봄과 동시에, 난 시연의 손을 붙잡았다.

    "뭐, 뭐야!"

    "따라와! 게임에 접속할 방법이 있을지 몰라!"

    내 말에 시연이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이러고 있을 시간마저 아깝다.

    난 설명하는 대신 시연이의 손을 잡은채로 달려, 떄마침 병원 밖에 서있던 택시를 붙잡아 탔다.

    "어디로 가실..."

    "미라클사요! 최대한 빨리, 부탁합니다!"

    "저번 그 손님아닌가. 어지간히 빠른걸 좋아하는 구먼! 하핫."

    어디서 봤나 했더니, 처음 친구들이 갖힌날 병원으로 갈떄 태워다 주셨던 분이었다.

    기사 아저씨는 내 주문을 받곤 웃더니, 단숨에 엑셀을 밟아 가속하기 시작했다.

    부아앙!!

    엄청빠르다.

    시속 150은 나오는것 같은데, 운전 실력이 좋으신지 전혀 불편하지도 않는다.

    "오빠! 게임에 접속할 수 있다니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야. 저번에 미라클 사의 사장에 관해 말한적 있지?"

    "아... 그, 미래에서 왔다는?"

    "그래. 라마르크에게 가는거야."

    내 대답에 시연이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말도안돼. 우리가 접속하는건 어찌보면 그에게 방해일텐데 우리를 도와줄리 없잖아?"

    "하지만 지금은 그것밖에 방법이 없어."

    "...으응..."

    납득은 했지만 별로 내키지 않는지, 시연이는 부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시연이의 말대로, 이건 사실 도박에 불과하다.

    그것도 패배의 가능성이 훨씬 높은.

    하지만, 난 다른 생각해 둔것도 있다.

    '분명, 정부가 회수해 간것은 '사용중인' 캡슐들이야. 그렇다면... 미라클의 어딘가에 아직 팔리지 않은 여분의 캡슐들이 존재할지도 몰리.'

    게다가 그날, 디파인의 부실에서 분명히 4개의 캡슐이 존재했다.

    두개는 제뉴얼과 디스턴이 쓰고있었고, 나머지 2개는 비어있었지.

    그것들이 있어야 게임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자세히 모니터링 할 수 있는데다가, 그 캡슐은 특수한 것이라 현실의 컴퓨터와 연동해서 통신을 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런 것을 정부가 회수했을 리 없다.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일지도 모를테니까.

    거기로 가는거다.

    굳이 라마르크에게 갈 필요도 없이, 그곳에 가는것만으로 해결될지 몰라.

    거기다가 우리들이라면 그들도 흔쾌히 수락해줄것이다.

    아니, 오히려 부탁하고 싶은 심정이겠지.

    끼익!

    "감사합니다!"

    미리 준비해둔 돈을 건네고, 재빨리 택시에서 내렸다.

    거대하면서도 심플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빌딩이, 왜인지 최종보스가 있는 곳의 던전 입구처럼 보였다.

    게다가 주변엔 수많은 기자들이 텐트까지 치면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러는 것으로 보아, 출입문은 전부 잠겨있는 모양인것 같다.

    "오빠. 진짜 갈거야...?"

    "쉿. 지금부턴 조용히 해."

    "아, 알았어."

    ...전부 다 잠겨있다면, 역시 그곳으로 갈 수 밖에 없나.

    '기자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야겠구만.'

    게임 한번 접속하자고 잠입까지 해야한다니, 뭔 꼴인진 모르겠지만.

    ============================ 작품 후기 ============================

    400편이면 완결날것 같네요?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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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hara/ 단골이지만 그만큼 경각심을 일으키는 소재죠.ㅎㅎ

    g호기/ 부럽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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