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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마스터-353화 (353/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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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 재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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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식이 혼미하다.

    분명 돌아온건 맞을테지만,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어쨰 얼마전에도 했던말 같은데.

    아마 거의 죽어가던 몸에 돌아온 거니 좀 기다리면 될듯 싶다.

    가슴의 통증...은 느껴지지않는다.

    신경이 마비된걸지도 모르지.

    '얼마나 지났을까?...'

    내가 명계에서 얼만큼의 시간을 보냈는지 잘 모른다.

    그렇기에, 당연하게도 현실의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른다.

    많이 지났으려나.

    전쟁은 어떻게 됬을까?

    나 없어졌다고 설마 지진 않았겠지.

    플랑도 없다곤 하지만 경현과 트레스가 있고, 디바인 로드들의 서포트도 있으니까.

    하지만 어둠의 7주인도 그렇고, 언노운들도 있으니...

    아, 우리쪽에서 빛의 12기둥이라는게 있었지.

    제뉴얼의 실력이라면 언노운도 능히 상대할것이다.

    잘하면 제로스가 왔을 수 도 있고.

    얼른 확인해보고 싶지만, 이놈의 감각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

    그때, 살며시 눈이 떠졌다.

    일어나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본적없는 새하얀 천장.

    희미하게 약품의 냄새가 공기에 섞여있고, 흘깃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고요하기 그지없다.

    이건 어떻게 생각해도 병원이겠지.

    "윽..."

    그떄서야 가슴의 통증이 밀려왔다.

    절로 표정이 일그러지며, 살짝 움직였던 몸을 원래 상태로 돌려놓았다.

    이상태로는 아무래도 당분간 움직이기 힘들것 같다.

    뭐, 온몸의 감각이 돌아온 것도 아니니 잠시동안은 이대로 휴식을 취하고 있어볼까.

    "으응..."

    "어?"

    갑자기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자, 그곳엔 의외의 인물이 있었다.

    "...시연이?"

    플랑이, 즉 시연이가 내 옆에서 잠들어있었다.

    ...아니, 그렇다고 누웠다는 의미가 아니고.

    의자에 앉아 침대에 팔을 걸치고 자고있었다는 것이다.

    마치 학교에서 책상에 엎드려 자듯이.

    그건 그렇고, 시연이가 여기있다는건, 날 간호해줬다는 걸까.

    가슴을 찔렸는데도 용케 죽지않았군.

    시연이가 깨지 않게 오른손으로 살짝 이불을 올려서 가슴을 내려다보자, 수술로 꿰멘 자국이 있었다.

    심장 부위면 꽤나 대수술이었을텐데 이미 수술이 끝난 직후라니.

    내가 생각했던것보다 꽤나 시간이 지났을지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시연이는 그날 아파서 접속을 못했었지...?"

    시연이가 아프다니 별일이었지만.

    여기서 이러고 있는걸 보면 지금은 괜찮은것 같다.

    "...코오..."

    "......"

    잠깐, 진정해라 내 왼손.

    멋대로 시연이의 머리로 다가가지마.

    슥, 슥

    -하지만, 내 왼손은 뇌의 명령을 거부하고 본능적으로(?) 시연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뭔가 표현이 이상하지만, 음란마귀가 끼지 않는이상 오해의 여지는 없다고 본다.

    "으응...?"

    "...아. 깨, 깼니...?"

    "...오빠...?"

    시연이가 아직 잠이 덜깬듯 멍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았다.

    그러다 화아악, 하며 얼굴이 빨개지는가 싶더니 이내 울먹이기 시작했다.

    "흑, 우으..."

    "어, 어어...?"

    설마 이걸로 울줄은 생각도 못했기에 당황하고 있자, 갑작스레 시연이가 안겨왔다.

    그 충격에 가슴의 통증이 재발했기에 얼굴이 찡그려졌다.

    제법 아프기에 가능하면 느끼고 싶지 않은데, 깨어나고 10분도 안되서 벌써 두번쨰다.

    "으, 우으으... 으아아앙--!!!"

    시연이는 제법 서럽게 울었다.

    아니, 서럽다기 보다는... 다르다.

    그걸 깨닫자 쓴웃음이 지어지며, 난 가만히 시연이를 껴안았다.

    사람은 슬플 때 울지만, 너무 기쁠때도 울음이 나온다고 한다.

    -간단히 말해서, 시연이는 내가 깨어난게 너무 기뻐서 우는것 뿐이다.

    그리고 이렇게 반가워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왜인지 나도 눈물이 나오려 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덜컹!

    큰소리로 울었기에 복도까지 다 들렸는지, 때마침 지나가던 의사가 방문을 열어제끼며 들어왔다.

    그러곤 날 보더니, 딱 움직임을 멈추며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세, 세상에..."

    그 의사는 그 한마디를 중얼거리더니, 재빨리 방에서 뛰쳐나갔다.

    못본거라도 본 표정을 하고있으니 상당히 기분나쁘지만, 시연이가 귀여우니까 봐준다.

    "훌쩍, 훌쩍."

    "괜찮아. 괜찮아."

    훌쩍이고있는 시연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웃어주었다.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는지, 시연이도 살짝 웃었다.

    "302호 환자가 꺠어났다는게 진짜입니까!?"

    "네! 확실히 봤어요!!"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여러명이 빠르게 다가오는게 느껴졌다.

    아니나다를까, 얼마지나지 않아 4명쯤 되어보이는 사람이 병실로 들어와선 처음왔던 의사와 같은 반응을 보여주었다.

    ....이거 왠지 재밌다.

    "이건 기적이야!!"

    제일 먼저 경직에서 풀린 의사가 환호하며 뛰쳐나갔다.

    1명의 간호사는 재빨리 다가와서 내 팔에 꽂혀있던 링거를 살피고, 2명의 의사가 천천히 다가왔다.

    사람의 이목이 많았기에, 시연이는 부끄러운지 다소곳히 자리로 돌아갔다.

    젠장. 좋은 타이밍에 들어오다니.

    의사란 놈들이 분위기 파악도 못하냐.

    "으음... 그러니까. 의식이 확실하게 돌아오셨나요?"

    "그런것 같네요. 기억도 있고."

    "한가지만 물어보겠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이연제."

    "...확실하군요."

    차분한 느낌을 주는, 뿔테 안경을 쓴 의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기적입니다. 심장을 완전히 관통당한 상태였는데 임시방편으로 수술을 해서 이어보긴 했다지만 살아나다니..."

    "...으음."

    "피가 혈관이 아니라 그대로 몸 전체로 퍼져서 몸이 물먹은것 마냥 불어있고, 혈관으로는 피가 안통해서 세포들이 죽기 직전이었습니다. 살아날 가능성은 없는거나 마찬가지였는데..."

    의사는 뒷말을 흐렸다.

    뒷말은 볼것도 없이, 살아나서 신기하다는 거겠지.

    사실 나도 신기하다.

    내가 명계에서 영향을 받은것은 단지 영혼뿐인데, 육체가 회복되어있다니.

    아수라가 무슨 조치를 취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건가.

    "별 이상은 없는것 같네요. 그럼, 한동안은 안정을 취하시길."

    몇분동안 이것저것을 조사하던 의사가 그런 말을 하고 나가자, 방 안엔 다시 침묵이 생겼다.

    나도 내가 멀쩡히 살아돌아왔다는게 아직 실감나지 않았고, 그건 시연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살아났는데 이런 분위기도 뭣하니, 이야깃거리나 찾아봐야겠는데.

    ...차마 명계에 있을 때 얘기는 하지 못하겠고.

    "...전쟁은 어떻게 됬는지 알아?"

    아무래도 할 이야기가 게임밖에 없었다.

    "아, 그게..."

    게임얘기가 나오자 급속도로 시연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설마 전쟁에 패배한걸까.

    그리고 시연이는 그걸 자기탓으로 하는 거고...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뭘그리 어두운 얼굴을 하고있어? 어짜피 게임에 불과한데. 네 탓이 아니야."

    "...그러고보니 오빠는 아무것도 모르겠구나."

    "응?"

    "오빠가 잠들어있던 2일간,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시연이는 그렇게 말하며, 옆에있던 리모콘으로 tv를 켰다.

    2일간 잠들어있었다는건 대략 짐작한 시간이기에 그러려니 했지만, 시연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왠지, 상당히 불안하다.

    삑-!

    조그만 소리와 함께 tv가 켜졌다.

    때마침 채널이 뉴스로 설정되어있었는지, 뉴스방송이 나오고있었다.

    그리고 그 뉴스는.

    에뉴얼 월드를 보도하고있었다.

    <이틀전부터 갑자기 발생한 원인불명의 오류로 가상현실게임 '에뉴얼 월드'의 유저들이 로그아웃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나고있습니다. 현재 알려진 정보로는 게임속에서 사망시, 현실에서도 사망하게 된다고 합니다.

    정부는 신속한 판단을 내려 유저들을 병원으로 이송시키는 등의 조치를...>

    "......"

    "......"

    병실에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너무 놀란 나머지, 어이가 없는 나머지.

    ...말의 단편들이 머릿속에서만 떠돌뿐 입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게 지금 현실이야."

    시연이가 입술을 꺠물며 말했다.

    "다연이 언니, 경현오빠, 그리고 내 반 친구들. 오빠의 반 친구들까지 전부... 게임속에 갖혀있어."

    그 말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 작품 후기 ============================

    연참을 할까말까...

    오늘 이것저것 놀 약속때문에 바쁜데....

    아, 참고로 말하지만 전 비축분없습니다

    올릴때마다 그떄그떄 써서 바로 올리는거에요

    사실 집에선 전혀 글이 써지질 않아서.

    토익공부 한다는 핑계로 도서관 왔습니다.

    ...다신 올일 없을줄 알았더니, 도서관이 집보다 편안하네요.

    뭐야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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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레로/ 안그래도 어려운 유형인 빈칸같은 것에 3점이 전부 몰려있어서... 그냥 지옥이었습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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