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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재접속
- 온몸에 감각이 없었다.
그저 공허하면서도 붕뜬 느낌이 묘하게 와닿고있었다.
어떻게된걸까.
난 분명 가슴을 단검에 꿰뚫려서...
..아아, 그렇구나.
난 죽은건가.
문득 내 가슴을 찌른 인물을 떠올리고 쓴웃음을 지었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날 보며 가슴에 칼을 꽂았던 리아스.
...왜 날 찌른걸까.
답이 나오지 않는 물음이다.
지금으로선 알 수 있는 방법도 없고, 단 한가지 알 수 있는건.
적어도 그녀가 자신의 의지로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야, 그 얼굴로 울먹이면서 '미안해요...'만 연발하고 있으면 절대로 고의라고는 생각할 수 없으니까.
'그건 그렇고...'
눈을 꿈뻑이며 주위를 둘러보지만, 보이는건 단지 끝없는 어둠뿐이다.
여긴 어딜까.
난 죽었으니 아마 지옥일것 같다.
생전에 착한일을 한 기억이 그다지 없으니.
"다음."
음산하면서도 부유하는 듯한 묘한 목소리가 올리자, 나도 모르게 내 몸이 앞으로 움직여졌다.
그제서야 깨달은 것은, 투명하게 모습만 간신히 보이는 수많은 사람이 주위에 있다는 것이다.
영혼... 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럼 방금 말한것은 누구지? 저승사자인가?
'...어라?'
묘한 기대를 가지고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그곳엔 검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두손으로 낫을 들고있는, 전형적인 모습의 사신이 있었다.
어디서 많이봤나 싶더니 명계에서 자주본 사신들과 닮았다.
그제서야 내가 죽었다는 사실이 체감되며 복잡한 기분이 되었다.
아직 게임에 갖혀있는 재훈은 어떻게 되는걸까.
경현도 트레스도 있지만, 놈들의 전력을 생각해볼때 쉽지 않을 것이다.
"다음."
또다시 어느정도 앞으로 움직였다.
앞도, 뒤도.
끝없이 영혼들이 줄지어있었기에 언제까지 이러고있어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하기야, 이미 죽었는데 시간이라는 개념이 무슨 상관이 있겠냐만은.
그렇게 3시간은 지난것 같다.
그 후에서야 난 줄의 맨 앞에있는, 거대한 누군가를 볼 수 있었다.
어렷품이 봐도 대략거리가 600m는 되어보이는데 얼굴이 또렷히 보이다니, 대체 얼마나 큰거지.
콰앙, 콰앙-
그 사람이 오른손에 들고있는 망치를 두드릴 때마다 옆에있던 사신이 영혼을 끌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저런게 가능한건... 그래, 염라대왕뿐이다.
실존했던거구나.
하지만 꽤나 음침한 공간에서 집무를 보는거아냐?
콰앙, 콰앙-
그렇게 또다시 20분정도가 흘렀다.
곧 내 차례기에 긴장하며 기다리자, 염라대왕의 망치가 두들겨지며 그 시선이 나에게 닿았다.
가까이서 보니 엄청나게 크다.
손가락 하나가 어지간한 사람크기라니, 말도안될 정도다.
"호오?..."
그런데 뜻밖에도, 염라대왕은 나에게 강한 호기심을 가진듯했다.
...엄청나게 큰 눈이 나를 주시하고 있으려니 묘하게 움츠려든다.
"넌... 그렇군. 명왕이 말했던 녀석인가."
염라대왕은 무어라 중얼거리더니 망치를 손에서 놓고, 옆에있던 사신에게 손짓했다.
그리곤 가까이 다가온 사신에게 무어라 말하더니, 사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팔을 붙잡고 날아올랐다.
그런 갑작스런 일련의 행동에 당황하고 있으려니, 무의식적으로 입이 열렸다.
"왜, 왜이러는!... 어? 마, 말할 수 있네?"
"...쿡쿡."
내 벙찐 표정이 웃겼는지, 날 잡고있던 사신이 살짝 웃음을 터트렸다.
괜히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어라?
그런데 이 목소리는...
"...여자?"
"뭐 문제되는게 있나요?"
"아, 아뇨. 그런건 아니지만..."
미묘하게 찡그려진 얼굴로 대답하자, 다 이해한다는듯 사신이 말을 이었다.
"누구나 능력만 된다면 할 수 있으니까요. 여자라고 못할건 없죠."
그러고보니 사신이 되는건 어떤 시험만 통과하면 된다고 했던가.
좋은 제도다.
하지만 내가 놀랐던 것은 여자라는 사실보다는, 사신이라는 것의 편견떄문이었다고 해야할것 같다.
그렇게 음침한 분위기를 내는데 쉽게 여자라는 생각이 들리 없으니까.
"그게 제가 아수라님을 존경하는 이유에요."
"존경?"
"네. 그야, 이 제도를 만든게 아수라님이거든요. 벌써 500년도 넘은것 같던데."
그 장난꾸러기 명왕에게 그런점이 존재했을 줄이...
...야?
"잠깐만. 지금 뭐라고...?"
"아, 이제도를 만든게 아수라님이시라고..."
"아수라!?"
서, 설마 내가 아는 그 아수라가 맞는건가?
아수라가 실존하는 거였다고!?
갑작스런 정보에 당황하고있자, 그런 내가 웃겼는지 사신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무슨 생각하시는지 알것같네요."
"...어떻게?"
"아까 생전 정보가 담긴 파일을 흝어봤거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생각하시는게 전부맞아요."
"...하."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던것-
그건, '설마 명계, 마계, 천계 등 다른 차원도 실존하는거야?' 였다.
그리고 사신은 지금, 그걸 긍정했다.
...에뉴얼 월드가 실존차원이라고 할 때부터 설마했지만, 진짜였냐.
그렇다면, 이 사신이 지금 날 데려가는 곳은 설마...
"다 왔네요."
사신의 말에 생각을 끊고 주위를 보자, 그곳은 데슌과 같이 와봤던 아수라의 성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떄는 살아있는 채였지만 죽어서 오게되니 그 느낌이 또 다르다.
묘하게... 편안하다고 해야할지.
그래, 집에 돌아온것만 같은 느낌이다.
"제 역할은 여기까지에요. 아수라님이 기다리고 계실테니 어서 가보세요."
"응..."
...아수라가 날 기다리고 있다고?
이미 죽어버린 나에게 무슨 용건으로...?
난 풀리지 않는 의문을 머릿속에서 굴리며, 천천히 수라궁으로 움직였다.
확실히 영혼뿐이어서 그런가 발걸음이 가볍다.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것 같은, 그런 기분.
뭐, 물질적인 것이 영혼에 영향을 미칠 순 없겠지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죠."
"...."
그때서야, 난 이상한 점을 꺠달을 수 있었다.
-어쨰서 사신들이 나에게 존댓말을 쓰는거지?
단지 자신의 업무대상일 뿐인 일개영혼에게?
생각해보면 염라대왕이 바로 날 알아본것부터가 특이했다.
설마, 데스마스터의 힘이 영혼에도 영향을 준걸까.
'...설마.'
그러나 곧, 난 씁쓸하게 웃으며 그 생각을 부정했다.
그야 나는... 힘을 잃었으니까.
레벨도 초기화되고, 스텟도 초기화되고, 스킬도 초기화됬다.
심지어 데스마스터라는 직업조차 사라지며, 단순한 초보자가 되고 말았다.
데스마스터로서의 나는 죽기 직전에 '없어진' 것이다.
죽은건 단순한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남학생 '이연제'지, '데스마스터 케라진'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했다.
"어서와라, 케라진."
"...."
아수라의 그 한마디에, 난 할말을 잃었다.
분명 아수라는 모든것을 알고있을텐데, 어째서 날 그 이름으로 부르는걸까.
어쨰서 저렇게- 슬픈 얼굴을 하고있는걸까.
"처음엔 깜짝 놀랐다. 하지만 곧 상황을 파악하곤 좋은 기회라 생각했지. 아니, 나에겐 행운이었다."
"행...운...?"
내가 죽은것이?
친구를 구하지 못하고 되려 죽게 만들고, 힘을 잃고, 최종적으로는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에게 가슴을 찔려 죽은것이?
"무슨... 개소리야...!!!"
쌓아왔던 감정이 일시에 폭발되는 것이 느껴졌다.
사납게, 보는것만으로 죽일 수 있다면, 그런 감정으로 아수라를 노려봤던 나는, 이내 흠칫 놀라고 말았다.
아수라의 눈에 담긴 감정은 내가 생각했던 동정같은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거기에 있던 것은 단지.
동질감.
그것뿐이었다.
"...뭐야... 왜, 왜 당신이 그런 눈을 하고있는거야?..."
아수라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나에게 천천히 다가올 뿐이었다.
"...케라진."
"...."
"한번더... 기회를 얻고싶지 않나?"
"....!"
아수라의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번더 기회를 얻는다.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은, 바보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아수라는 나에게.
'부활'을 할것인가, 말것인가의 선택지를 준 것이다.
============================ 작품 후기 ============================
이걸 마지막으로 다음편부터는 수능 끝난 참이니
포풍연재가 기다리고 있는가!
아근데 게임하느라 바빠서(?) 하루1회만 올릴 가능성이 매우 클것 같습니다. 낄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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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12/ 쿨하시다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