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마스터-350화 (350/383)

0350 / 0383 ----------------------------------------------

#36 언노운

"돌려줄까?"

"뭐...?"

게메로트가 씨익 웃으며 한 말에, 일순한 멍해졌다.

돌려준다고? 민세를?

"베타!"

무슨 꿍꿍이냐, 라고 말하기도 전에 게메로트가 크게 외치더니, 그말에 반응한 민세가 빠른 속도로 되돌아왔다.

전속력으로 되돌아온건지 몇초도 지나지않아 민세는 게메로트의 옆에 도착해 기립했다.

그러면서 게메로트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민세의 멱살을 잡아 올리더니, 그대로 나에게 던졌다.

"옛다, 받아라!"

휘익!

그에 난 얼떨결에 무기를 손에서 놓고 민세를 받을 준비를 했다.

-그리고, 나에게 날아오던 민세의 몸이 게메로트를 가리기 직전, 난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곧 재미있는 일을 벌일 거라고 말할것 같은, 광대의 웃음을 짓고있는 게메로트의 모습이.

그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멍청하게도 나는.

뻔히 눈에 보이는 함정에 넘어갔다고.

슈우웅-

한줄기 날아온 섬광이 민세의 몸을 꿰뚫고, 이어 내 몸도 꿰뚫었다.

눈 앞에서 몸에 큼지막한 구멍이 생긴 민세가 피를 사방으로 흝뿌리며 바닥에 엎어져갔다.

그에 이어서, 나역시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며, 시선이 하늘로 올라가며 쓰러졌다.

털썩-

-주인!!!

경악한 베르의 목소리가 머리를 울렸다.

미안하다, 베르. 뻔한 수에 당해버리고 말은것 같아.

난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려고 애쓰며, 민세에게 손을 뻗었다.

"민...세..."

닿지 않는다.

이렇게나 가까이 있는데.

조금만 다가간다면 닿을 수 있을텐데.

왜, 어쨰서 이럴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걸까.

어쨰서.

대체 왜...!

"..연...제...?"

"...민세! 정신이 들어!?"

너무 놀란 나머지 소리를 질렀다가, 직후 피를 토했다.

그런 내 바보같은 모습에, 민세는 힘없이 웃었다.

"뭘까. 어둡고, 추워. ...정신 차리고나니 죽고있다니, 슬픈걸."

민세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민세는 바로 알아차린 것이다.

자신이 '진짜로'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연제."

"....."

"부모님께... 안부전해줘."

"...."

"....."

"....민세?..."

"...."

"...민세야..."

더이상의 대답은 없었다.

그제서야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다는걸 알 수 있었다.

-죽었다.

민세가, 죽은 것이다.

...그 사실이 사슬처럼 나를 옭아매었다.

또다시, 코앞에서. 소중한 사람이 죽었다.

아냐, 아직이다.

저번처럼, 크라이아에게 부탁하면 될거야.

영혼석이야 다시 가져오면 되는거고...!

"흠, 죽은건가."

그때, 게메로트가 나타나며 나와 민세의 사이에 우뚝 섰다.

게메로트는 곧 민세에서 나에게로 시선을 옮기더니, 피식 웃었다.

"뭐, 너도 멀지 않은것 같지만."

"이 개자식...! 죽인다. 반드시 죽인다!!!"

절규하며, 울부짖으며, 구멍난 배에서 치밀어오르는 고통을 분노로 집어삼키며, 꾸역꾸역 흘러나오는 피를 한손으로 쓸어담으며.

필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단검을 쥐고 당장이라도 찌르려 했다.

저 여유를 잃지 않은채 웃고있는 저녀석의 면상을 한대 후려치는거다.

내가 죽을때까지, 놈도 죽을때까지...!

쿠웅-!

"컥!?"

그 순간, 알수없는 고통이 전신을 강타했다.

게메로트는 그저 웃는채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증폭되는 이 고통은 대체 뭘까.

왜, 어째서...?

"무리하니까 그렇게되지. 미련하기는."

힘을 잃고 무릎을 땅에 딛고 피를 게워내던 나에게, 게메로트가 허를 차며 다가왔다.

"이..망할자식... 죽일거야...반드시..!!"

"이제 그럴 기회는 영영 없을걸?"

게메로트는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더니, 손을 날카롭게 모아 내 가슴을 꿰뚫었다.

푸욱!

"커헉!!"

"그거아나? 7대 마석중 '어둠'을 관장하는 마석. 임모탈 나운에 대해."

몸속을 이물질이 헤집는 무척이나 불쾌한 느낌에 저항하면서,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딴거... 알까보냐...!"

"알려주지."

그 말의 직후, 소름끼치는 감각이 전신을 휘감았다.

내 존재의 근원에 타인이 악의를 갖고 접근한 느낌이다.

몸서리가 처질 정도로 오싹한 그 느낌이 점점 강해지며, 게메로트의 말도 이어졌다.

"데스마스터의 몸속에 존재한다는것 같더라고? 그것도 어쎄신이라는 특정 직업군에게만."

쑤욱-!

"크아악!!!"

그렇게 말하며 게메로트가 손을 빼내자,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 뒤따랐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퍼져나가는 그 고통에, 너무 아픈 나머지 입이 벌려지기만 할뿐 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머리가, 멍해져간다.

"이거지. 임모탈 나운. 하나 덧붙이자면, 이걸 뻇기면 뻇긴자는 힘이 전부 없어진다는 모양이야."

그렇게 말하며 게메로트가 내 눈앞에 들이댄 그것은, 검은빛으로 빛나며 붉은 피를 뚝뚝 떨어트리고 있었다.

점점 혼미해지는 의식속에서, 왜인지 그것만은 또렷하게 보였다.

그리고, 이어서 귓가에 울리는 시스템 메세지가, 게메로트의 말을 뒷받침 해주었다.

-직업이 초기화됩니다. '초보자'로 변경됩니다.

-스텟이 초기화됩니다. 기본스텟으로 설정됩니다.

-스킬이 초기화됩니다.

-레벨이 1로 변경됩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경험치는 전부 소실됩니다.

잘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난, 힘을 잃었다.

모든것을.

내 목적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모든 것을.

"그럼, 영원히 작별이다."

안되는데.

힘이 있어야 재훈이라도 구할 수 있는데.

민세의 복수를 해야하는데.

힘이없으면, 아무것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데.

-로그아웃됩니다. 사망 패널티로, 24시간 후에 접속하실 수 있습니다.

페이드 아웃하듯, 세상이 점점 흐릿해져간다.

등을 돌려 걸어가는 게메로트가 배경이 되어, 시야가 점점 검게 변해갔다.

...흐릿하게, 트레스의 비명소리가 들린것 같았다.

"큭..."

힘겹게 눈을 떠보았다.

이상하게 캡슐이 열리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왜인지 아직도 지속되는 가슴의 통증.

이상하다. 휴우증이 이렇게 컸던가.

생생하다.

아직도 가슴에 칼이 꽂혀있는것만 같은-

"...."

-진짜로, 꽂혀있었다.

멍하니 시선을 위로 돌리니, 그곳엔 리아스가 있었다.

격하게 흔들리는 눈으로, 벌벌 떨리는 손으로, 쉼없이 눈물을 흘리며-

내 가슴을, 칼로 찌르고있었다.

"미안해요...미안해요..."

이미 많이 울었는지 빨갛게 부은 눈으로 또다시 눈물을 가득 쏟으며, 리아스는 방에서 뛰쳐나갔다.

...언젠가, 이같은 상황을 겪은적이 있던 것 같다.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먼 옛날.

아직 내가 게임을 시작하기 이전에...

"...아아."

한줄기 선혈이 입가에서 흘러내렸다.

이제서야 알겠다.

게임속에서 갑자기 일어났던 이질적인 고통은, 현실로부터의 피드백이었던 것이다.

리아스가 왜?... 라는 생각은 왜인지 들지않았다.

단지, 난 벌을 받았구나. 그 생각만이 맴돌았다.

애애앵-!!

...흐릿하게 구급하가 오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내 몸의 상태는 내가 제일 잘 안다.

끝이다.

미안하다, 재훈.

넌 경현에게 맡길게.

그리고 민세.

곧 따라갈테니 기다려줘.

죽는길이라도 함께라면 외롭진 않겠지.

...응.

"연제야!!!!"

방문을 거칠게 열고 누나가 들어오는게 보였다.

하지만, 누나의 표정은 보이질 않았다.

내 시력이 이렇게 나빴었나.

아니다.

누나뿐만이 아니야.

내 방의 풍경조차 보이지 않는다.

검게, 더욱 검게-

어둠이 점점 날 집어삼키는 것만 같았다.

-점점.

모든것이, 사라져갔다.

============================ 작품 후기 ============================

-Fin-

...이라고 하면 전 아마 몰매맞겠죠.

다음편은 내일 올릴게요 'ㅅ'

완결아닙니다! 아직 멀었어요!

=====================

카루시안/ 고쳤습니다~

지나가는엑스트라8/ 올ㅋ

흑월연리/ 연참연참!

타지아/ 감기 걸려서 이미 망한것 같아요 히히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