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마스터-348화 (348/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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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 언노운

    "...서번트 루인."

    콰과과광!!!

    소수점 단위의 짧은 시간에 풀차지를 끝내고, 그대로 터트렸다.

    나에게 달려들던 7명의 인형이 전부 휩쓸리며 형체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갈기갈기 찢겨졌다.

    꽤나 거리가 있던 알렌도 충격파를 무시할 순 없었는지 땅바닥에 긴 자국을 남기며 뒤로 물러나 있었다.

    알렌의 얼굴에 어이없다는 기색이 떠올라있었다.

    그래. 이게 이제부터 내가 갈 길이다.

    날 가로막는 모든걸, 그저 부숴버리고 나아가는 길.

    나만의 길.

    내가 행하는 길.

    "...곧, 구할테니까."

    타앗!

    난 그렇게 중얼거리며, 알렌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알렌은 심각하게 당황한 표정으로 기계팔을 휘둘렀지만, 내가 다크 블레이즈가 깃든 단검으로 쳐내자 허무하게 잘려나갔다.

    <미, 미스릴로 만든 기계팔이 단번에...!?>

    어쩐지 기계가 녹빛을 띈다 싶더니, 슈트 전체가 미스릴로 이루어져있나보았다.

    하지만 내 다크룬 블레이드는 아다만티움과 다크매터를 섞은 최강의 강도를 가진 아이템이다.

    아다만티움을 막으려면 오리하르콘정도는 되야할텐데, 미스릴가지고 막을 수 있을리가 없지.

    게다가 다크 블레이즈다.

    오러 블레이드보다 한수 위에 놓여져있는,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러야만 시전할 수 있는 비기.

    난 마력을 가지고있기에 검은색으로 나타나서 다크 블레이즈라고 했지만, 일반 검사들은 아마 푸른색으로 나타날 것이다.

    오러 블레이즈라고 해야 정확한 명칭이겠지만.

    "그 슈트를 만든지 얼마 안된 모양이지?"

    <...눈치챘나?>

    "조종이 너무 미숙해."

    내 말에 알렌은 씁쓸히 웃었다.

    아까부터 알렌은  직접 전투에 참여하기보단 인형을 이용하기만 했다.

    거기세 스스로도 가세하면 더욱 내가 방어하는게 어려워할 것이라는건 알텐데도.

    답은 하나밖에 없다.

    알렌은 저 슈트를 잘 조종하지 못한다-

    물론, 슈트의 성능이 좋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슈트를 입고 올 이유가 없으니, 그건 기각되어버린다.

    "널 죽이면 민세는 원래대로 돌아오는거냐?"

    <그러지 않을까. 내 인형술로 저렇게 만든거였으니까.>

    "그렇군."

    그렇다면 더이상 망설일 것도 없다.

    내가 지금 여기서 알렌을 죽인다면, 알렌은 영영 이 게임에 갖히게 되고, 죽는것과 다름 없게 된다.

    민세나 재훈과 같은 상황인것이다.

    하지만 놈들에게는 윌이 존재한다.

    여기서 내가 죽인다고 해도, 윌이 곧 부활시켜주겠지.

    윌이 이 전쟁에 참여했다고해도 그가 죽을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으니까.

    "네가 부활할때 쯤이면 모든게 끝나있을거다."

    <전쟁을 말하는건가?>

    "아니. 말그대로야."

    데륜의 목적.

    그리고 무언가 꿍꿍이가 남겨져있는 라마르크까지.

    모든것의 비밀을 파헤쳐서, 반드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결말로.

    아니... 모두가 행복해지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그래, 말을 바꾸자.

    가능한, 최대한 많은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는 결말로 가기를.

    "잘가라."

    난 그렇게 중얼거리며, 서슴없이 단검을 겨눈 팔을 움직였다.

    온몸에 힘을 뺀채 죽음을 기다리고 있던 알렌에게 그대로 들어갔어야 할 공격.

    -하지만 그건, 갑작스런 불청객에 의해 중단되어버렸다.

    카아아앙!!!

    "윽!?"

    알렌의 가슴에 찌르기가 닿기 직전, 불과 몇cm도 되지 않는 그 거리에서.

    순식간에 노란빛의 방어막이 생겨나더니 날 그대로 튕겨낸 것이다.

    알렌도 멍한 표정을 짓는거로 봐선, 알렌이 한 짓은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누군가가 끼어들었다는 것인데.

    "누구냐...!"

    그렇게 외치는 내 목소리에는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목표를 코앞에서 놓친 허탈감.

    그것을 방해한 자에 대한 분노.

    그런 내 말에 대해 돌아온 목소리는, 실로 담담한 목소리였다.

    "도망가라, 알렌. 여기서 괜히 죽어서 시간을 지체했다간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게메로트...!?>

    알렌이 갑자기 나타난 남자를 보고 경악하며 일어섰다.

    게메로트.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다.

    무척이나 옛날에... 그래, 내가 아직 데스마스터가 되기 전에.

    그러나 어느날부터 갑자기 사라져버렸던 이름.

    -생각났다.

    어느순간 사라져버린, 아무도 따라잡지 못할거라고 하던 전(前)랭킹 1위...!

    설마, 게임을 접었다고 알려진 그가 언노운이 됬었단 거냐?

    "이놈은 내가 맡지. 이미 '계획'은 최종단계에 들어섰으니 굳이 전투를 계속할 이유도 없고."

    <...알았다.>

    알렌은 게메로트의 말에 순순히 따르며 빠르게 도망쳤다.

    난 재빨리 쫓으려고 했지만, 어느새인가 게메로트가 무기를 꺼내들고 날 견제하고 있었기에 미처 행하지 못했다.

    '제길...'

    민세와 재훈을 해방하는게 코앞이었는데...!

    알렌만 죽인다면 인형술이 풀려 민세와 재훈의 정신이 돌아올테고, 그렇게되면 재훈도 어떻게든 구할 수 있었을 텐데.

    난 분통을 터트리며 무표정으로 날 주시하는 게메로트를 노려보았다.

    새삼 1:1의 형식으로 마주보게 되자, 곧바로 게메로트가 얼마나 강한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정말로 압도적이었다.

    테라, 윌, 라이라... 지금까지 내가 만난 그 어떤 언노운보다도 월등히 강한 힘.

    그때 잠깐 느꼈던 케이던에 필적할 정도다.

    그렇다는 것은 설마...

    "...네가 언노운의 수장이냐?"

    "음. 그것에 대해선 긍정해두지. 별로 알려주지 못할것도 아니니."

    "그리고 갑자기 사라진 예전 랭킹 1위..."

    "...날 기억하는건가?"

    "방금 생각났지."

    난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며, 힐끔힐끔 민세를 보았다.

    조종하던 알렌이 이탈해서인지, 민세는 베르와 싸우는 것도 멈추고 멍하니 그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좋아. 이렇게된거 게메로트와 굳이 싸울 필요는 없다.

    게메로트가 방심한 틈을 타 민세를 포획해서 도망치면 되는거다.

    어짜피 이 전쟁은 이 한번의 싸움으로 끝날 규모가 아니다.

    일단은 민세를 되돌려놓고, 가능하다면 다음 싸움으로 재훈도 이끌어낼 수 있다.

    알렌과 대화할떄, 분명히 이 전장에 재훈도 있는것 같았으니까.

    알렌이 재훈을 불러내진 않았지만, 그의 어조에서 유추해보건대 확실하다.

    "...흐음?"

    "....."

    그러나 내가 한 행동이 너무 티가 났는지, 게메로트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그리곤 무언가 꺠달았다는듯, 입꼬리를 올리며 불안한 느낌이 드는 미소를 지었다.

    ...어쨰 하나같이 언노운 놈들은 저렇게 재수없는 웃음을 지을 수 있는거지?

    그리고 그 불안함은 이때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분명-

    "안돼!!"

    거기까지 생각을 잇고, 난 재빨리 멍하니 있는 민세에게로 뛰어갔다.

    -그러나 직접 움직이는 나와, 단지 말만 하면 되는 게메로트와의 속도차이는 명확했다.

    "내게로 돌아와라, 베타!"

    "...."

    게메로트의 말에 민세는 움찔하더니, 달려오는 날 무시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으며 달려갔다.

    파바밧!

    민세의 직업은 분명 격투가다.

    격투가라는 특성상 무협쪽의 스킬이 많을 가능성이 컸고, 그게 사실인지 경공술같은 것을 보이는 민세는 상당히 빨랐다.

    늦었다라는걸 꺠닫는 순간 머리가 멍해져서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민세는 이미 게메로트의 옆에 가있었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이 앞으로 있을일- 그것들이 대략적으로 짐작이 가기에.

    그것만은 아닐거라고.

    제발 하지 말아달라고.

    그렇게 마음속으로 빌고, 빌고, 빌었다.

    -하지만 역시, 난 신이라는 놈에게 버림받았나 보다.

    나의 바램을 간단히 비웃으며, 내가 그토록 원하지 않던 상황이 되버리고 말았으니까.

    "자."

    게메로트가 들고있던 노란색 그립을 가진 심플한 검이, 그 끝을 민세의 목에 겨누고 있었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다.

    뺨을타고, 목을타고- 식은땀이 흐르는것이 느껴졌다.

    시야가 게메로트와 민세에게로만 집중되며, 고도의 집중력을 보일떄처럼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상태로, 게메로트의 말이 이어졌다.

    "무기를 버리고, 항복해라. 아니... 그대로 자살해주실까."

    ============================ 작품 후기 ============================

    다음편이면 이 챕터도 끝나겠고...

    약간의 급전개가 될수있습니다.

    리아스의 행동변화이유가 드러...나나? 그 이유에 대한 이유는 안나오니까 뭐라고 하진 못하겠네요.

    어쩄든 다음 챕터는 전체적으로 답답하면서도 암울한 진행이 될 수 있습니다.

    게임내용이 하나도 안나오거든요!

    왤까요

    맞추신분에게는.... 선물을 드립니다!

    =====================

    흑월연리/ 그러나 중요한것도 마찬가지죠. 킁.

    카루시안/감사합니다ㅠㅠ

    kihara/ 제가 시간만 나면 당연히 연참하죠. 이거 얼른 완결내고싶은데.

    하얀별천사/ 세계관 스토리상 두번쨰 이야기는 히든피스헌터가 되야하지만, 게임소설은 영 쓰기가 싫네요. 데스마스터가 분명 게임소설인데 게임이 아닌것 같은게 그 이유...

    유레로/ 도덕...? 문과이신가요?

    독지/ 눈장애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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