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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언노운
"민세..."
무슨말을 해야할지.
아니, 난 지금 어떤 행동을 취해야할지.
머릿속이 온통 엉망진창이었다.
사고회로의 마비- 아니다.
그런게아니라, 단지 수많은 선택지가 뒤섞여버린것 뿐이다.
혼선이라고하면, 그게 정답일것 같았다.
난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있을까?
지금 민세에게 난 어떻게 보일까?...
<지금 네 표정 아주 걸장인데! 하하하!>
알렌이 통쾌하게 웃으며 조소했다.
하지만 난 다음 행동을 취할 수 없었다.
그저 입을 꾹 다문채, 날 막고있는 민세를 볼 뿐이다.
민세는 잔잔히 가라앉은 눈으로 먼곳을 보고있었다.
시선은 날 향하고있지만, 거기에 초점은 없었다.
정말로 영혼이 없는 꼭두각시라는 느낌만이 그곳에 존재했다.
"많이...달라졌구나."
힘겹게 열린 입에서 나온말은 그것뿐.
당연하게도, 민세는 대답하지않았다.
머리가 많이 길어서 앞머리가 눈을 반쯤 가리고, 두 주먹은 붕대로 감겨져있다.
그 외의 복장은 헤어지기 전과 달라진게 없었다.
민준도 이랬었다.
들고있던 무기만 바뀌고 모든것이 그대로인채, 우리는 서로 마음에도 없던 싸움을 벌어야 했던 것이다.
<베타, 싸워라.>
"....."
민세는 알렌의 말에도 대답없이, 조용히 전투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에, 난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잘 생각해라, 연제.
이건 오히려 민세를 구할 기회다.
그때처럼, 민준에게그랬던 것처럼.
죽인다음 크라이아의 도움을 빌려서 부활시키면 되는거야...!
"우욱!..."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한 순간 기분나쁜것이 올라오는 느낌을 받으며 헛구역질을 했다.
"우윽...우웩!!"
배신감, 부도덕감, 위선감, 죄책감- 그 모든게 뒤섞여 차마 말못할 불쾌감으로 다가왔다.
머리론 알고있지만, 몸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주인!!
그때, 베르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어렷품이 감각으로 민세가 달려오는 것이 느껴졌지만, 난 움직이지 못했다.
퍼억!!
"크흑!"
정통으로 가격당한 배를 움켜잡고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하고말았다.
그러나 민세는 멈출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퍼억!
그대로 이어서 옆구리에 무릎을 꽂고, 다시한번 돌려차기로 머리를 가격당했다.
밀려오는 고통에 안그래도 멍한 정신이 더욱 멍해지며, 지금 내가 왜 이러고있는지조차 알수없게 되었다.
쓰러져서 그저 누워있던 내 눈에, 다시금 민세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동시에- 그 뒤에서 웃고있는 알렌역시 보였다.
뿌득
나도 모르게 이가 갈렸다.
저놈이다.
알렌, 저놈이 민세를 조종하고 있는것이다.
용서못해. 죽여도 용서못해.
...절대로.
"...베르."
-왜?
"오토모드일때, 민세를 얼마나 붙잡아둘 수 있지?"
-뭐, 5분정도는 가능할것 같아.
"좋아."
베르의 대답을 듣자마자 토시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순식간에 토시가 낫으로 변하며, 오토모드로 설정해둔 베르가 민세를 향해 날아갔다.
민세는 초점없는 눈을 살짝 치켜뜨며, 주먹을 베르에게 내질렀다.
카앙!!
그러나 타격은 없다.
베르의 낫의 주성분은 오리하르콘과 다크매터.
저런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절대 흠집조차 줄 수 없으니까.
난 서로 난투를 벌이고 있는 민세와 베르에게서 의외라는 표정을 짓고있는 알렌에게 시선을 돌렸다.
<흐음. 그렇게 나오시겠다...>
"....."
"....."
<하지만 말이야, 과연 잡혀있는 네 친구가 저놈만 있던가?>
"....!"
알렌의 말에, 내 얼굴이 더없이 굳었다.
나머지 한명, 재훈.
설마 재훈까지... 여기에 있다는거야?
그것도 날 상대하려?
알렌의 얼굴에 띄워진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악마다.
이놈은... 악마가 분명하다.
"빌어먹을..."
눈물이 나오려는걸 가까스로 참으며 이를 악물었다.
나와 내 친구들이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거야.
대체 내 친구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네놈들에게 잘못한게 뭐가 있다고...!
<그놈들에게 잘못은 없지.>
"....."
<그런데 말이야, 우린 무슨 죄가 있지?>
"...무슨 소리야."
<우린 무슨 죄를 졌기에, 데륜놈에게 생명줄이 붙잡혀서는 이런 짓을 하고있어야 하는거냔 말이다.>
그렇게 말하는 알렌의 표정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수많은 표정이 뒤섞여있었다.
거기에서 내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저 공허함뿐이었다.
모든것을 포기해버린 자의 슬픔이.
<...난 그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걸 포기했다.>
"....."
<이 일이 마무리 되어도 그놈은 입막음을 위해서 우릴 어떻게 할지도 몰라. 그럼에도 우린 그놈이 시키는 대로 순순히 말을 따라야하지.>
"...그런..."
<그러면, 우린 그저 그렇게 살다가 시한부 인생의 막을 내려야 하는거냐? 차라리 그렇게 살거라면, 난 내멋대로 하다 죽겠다. 그게 왜 잘못이지?>
알렌의 말이 하나하나 비수가 되어 가슴을 찔렀다.
그럼에도, 난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래도...그건... 잘못됬어."
그러나 나온 말은, 힘도없이 띄엄띄엄 이어진 말.
알렌은 그런 내 말에 비웃으며 대답했다.
<네가 가진 슬픔이 제일 슬픈거라고 착각하지마란 말이다, 빌어먹을 꼬맹아!!!>
그렇게 소리지르며 뻗은 알렌의 기계손이 발사되듯 튕기어 내 명치에 박혔다.
아까 민세에게 클린 히트로 맞은 곳이기도 해서, 아픔이 배가 되어 머릿속을 엉켜놓았다.
"....."
더이상 모르겠다.
뭐가 정의이고, 뭐가 악인지.
내가 하고있는 일이 잘하는 것인지.
내가 믿고있는 일이 정말로 선인지.
'네말대로 사람들은 각자의 사정에 맞추어 살아가. 하지만 나라고 해서 사정이 없는건 아니잖아? 인간은 결국엔 이기적인 생물이니까.'
그 순간, 환청처럼 트레스의 말이 귓가에 울렸다.
...아아. 그랬었다.
난 이미, 내가 걷는 길이 정의이길 포기했었구나.
서로가 서로에게 선이며, 악이다.
내가 행하는 일이 상대에게 정의로 비춰지길 바랄 필요는 없다.
그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행할 뿐.
...그것뿐이었다.
<결국 너도 자기자신을 위한 생물일 뿐이지.>
알렌이 비웃으며 한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난 비틀거리면서도 일어났다.
"...시끄러."
<....>
"네가 뭐라고 하든, 난 내 친구들을 구할 뿐이야."
울티메이트 다크를 on으로 바꾸고, 다크 임팩트를 비롯한 각종 버프를 단숨에 시전했다.
다크 룬 블레이드가 웅웅거리며 내 심정을 대변하는듯 싶었다.
슬픈 울림이다.
그러면서도 멀리 퍼져나가는 듯 했다.
알렌은 그런 내 모습에 더이상 입을 열지 않고, 손을 까닥여 나머지 7명의 인형의 조종을 시작했다.
파앗!
아까와 같이, 약간의 시간차를 둔 인형들의 공격이 일제히 날아들었다.
조종해야할 인형의 수가 줄어 그만큼 컨트롤이 세심해진건지, 이번엔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그 광경에, 난 문득 내 상황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방에서 날 짓이겨드려는 문제에 맞서싸우려고 하지만, 피할 공간이 없다.
어떻게든 버텨서 다음단계로 나아가려고 해봐도 다음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의지만을 갉아먹으며, 최후엔 자멸하고 말겠지.
그 사이에서 난 고민했었다.
어떻게 하면 문제와 타협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수월하게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런 안일한 생각이, 상황을 지금까지 악화시켰던 것이다.
더이상은 그러고싶지 않다.
그러니, 이제부터 내가 갈 길은 하나로 정할 것이다.
"...서번트 루인."
콰과과광!!!
소수점 단위의 짧은 시간에 풀차지를 끝내고, 그대로 터트렸다.
나에게 달려들던 7명의 인형이 전부 휩쓸리며 형체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갈기갈기 찢겨졌다.
꽤나 거리가 있던 알렌도 충격파를 무시할 순 없었는지 땅바닥에 긴 자국을 남기며 뒤로 물러나 있었다.
알렌의 얼굴에 어이없다는 기색이 떠올라있었다.
그래. 이게 이제부터 내가 갈 길이다.
날 가로막는 모든걸, 그저 부숴버리고 나아가는 길.
나만의 길.
내가 행하는 길.
"...곧, 구할테니까."
타앗!
난 그렇게 중얼거리며, 알렌에게 달려들었다.
============================ 작품 후기 ============================
멘붕입니다.
어제 모의고사보고 진짜 심각하게 자살고민했습니다.
미칠노릇이네요...하하.
게임을 진작게 끊었어야했는데.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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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or, 흑월연리/ 연재속도가빠르진 않습니다ㅠㅠ
하얀별천사/ 네. 예풍의황제... 로 할것같네요. 스토리 라인은 전부 짜뒀고, 미리 써둔 분량도 텍본 한권 분량은 됩니다.
오타쿠준비중/그렇죠. 더구나 죽는다면.
유레로/ 흐규
아키야마 미오/ 두근두근
점검중/ 물이 부도체란건 100% 순수한 물일떄 얘기죠. 그정도로 순수한물은 지구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H20만 그대로 놔둬도 스스로 H30+와 OH-로 전자이동이 일어나고 돌아가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물은 전기가 통한다고 봐야합니다.
g호기/ 오타 많은건 죄송합니다ㅠㅠ
kihara/ 수능끝나면 할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