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마스터-340화 (340/383)

0340 / 0383 ----------------------------------------------

#35 인간계vs마계

"...어째서..."

"....?"

그러나 질문은 샤벨에게서 나왔다.

난 의아함을 감추지 못한 채 잠자코 샤벨의 말을 기다렸다.

"어쨰서 너는... 이렇게 강한거냐...!"

샤벨은 울부짖고있었다.

무언가 사연이 있다는 것은 알아차렸지만, 난 감정이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게임을 현실로 취급하기 때문에."

"...현실이라고?"

이 세계가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라는건 말해봤자 믿지 못할테지.

난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죽으면 부활하면 되지... 그런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기 떄문이다."

"고작...그 이유로...?"

샤벨은 납득하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물론 나도, 이것이 진짜 이유는 아니다.

난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두번쨰 이유를 말했다.

"짊어진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지."

처음에는 단지 즐기려고 시작한 게임.

그러다가 친구들이 게임안에 갖히게 됬고, 난 그런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강해졌다.

그리고 이제 와선 세계의 존망이 걸린 일까지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난 입술을 깨물며, 샤벨의 멱살을 잡은 손을 풀었다.

샤벨은 내 눈에서 무언가를 읽어낸 것인지, 대항할 기색도 업이 힘없이 주저앉았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잠깐 이어진 침묵속에서, 먼저 말을 꺼낸건 샤벨이었다.

아까까지 있던 살의가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힘없는 쉰 목소리.

"어렸을 떄 부모님을 잃고, 할머니의 품안에서 자라왔다. 없는 살림에도 떼를 써서 이 게임을 시작한지 얼마안가, 할머니는 쓰러져서 입원하시고 말았지.

폐쇄부전증이라는, 꽤나 심각한 병이었다. 이식 수술을 받아야했어. 그러나 그럴 돈이 있을리 없었지."

"....."

"그런데 얼마안가, 난 에이션트급 무기를 얻게됬다. 그순간 번뜩 이런 생각이 들었어. 이걸로 돈을 벌자고."

"...그래서 그 짓을 했던거냐. 무기를 팔았으면 됬잖아?"

내 물음에 샤벨은 자조섞인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 돈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면 그리했겠지. 하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그 결과 난 같이 PK를 할 몇명을 끌어들여서 계획을 세웠다."

"피해자가 우연히 나였던거군."

"그래. 사실 진짜 목적은 같이 PK를 하는 놈들이었어. 우리끼리만 남게되면 다 죽이고 템을 독식해서 무기까지 다 팔아버릴 작정이었지. 그런데 하필이면 되려 지고 만거다.

그런데 그날, 정말로 어이없게도 할머니의 병세가 악화됬다."

샤벨은 거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 뒤의 이야기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긴장이 탁 풀리며 순식간에 의욕이 사라졌다.

여기서 어중간한 위로를 해봐야 화만 돋굴 뿐이다.

그걸 알기에, 난 묵묵히 샤벨을 등지고 걸어갔다.

"...강해져."

문득, 입이 저절로 움직였다.

"강해지면..."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강해지면? 강해지면 뭐 어쩌자고?

스스로에게 질문해도, 그 답은 나오지 않았다.

복수를 위한 힘.

그렇다면 그 힘은, 복수가 끝난 뒤에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토록 간절하게 바래서 얻은 것이 아무런 쓸모가 없게됬을 떄.

...모르겠다.

난 한숨을 쉬며 힘이 없어진 걸음걸이로 아모리아로 돌아갔다.

*      *      *      *      *      *

"이게...뭐야...?"

테라는 수전증이라도 걸린것처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떨리는 눈으로, 힘없이 주저앉았다.

믿을 수 없다.

테라가 그런 감정을 가질만큼, 책 속에 끼워져 있던 리포트는 충격적인 내용을 가지고있었다.

'안돼...'

이 내용대로라면, 절대로 데스마스터는 이 전쟁에 관여해선 안됬다.

만약 데스마스터들이 나서서 전쟁을 지휘하다 데륜의 계획대로 된다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테라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되고만다.

이 세상이, 클라이맥스에 치닫게되고 마는것이다.

데륜의 계획대로라면, '프로젝트D' 까지로 일직선이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일방통행.

막아야한다.

그 생각이 테라의 머릿속을 강하게 지배했다.

막지 못하면, 단순한 소란으로 끝날 일이 아니게 된다.

테라는 새삼 깨닫고 말았다.

데륜은 미쳤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일을 계획 할리 없었다.

테라는 힘겹게 리포트를 접어 품속에 넣은다음, 두 손으로 강하게 뺨을 두드렸다.

'일단은 벗어나서 알리는게 먼저다.'

그렇게 결심하며 일어서던 순간, 테라는 그떄서야 누군가가 방 안에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언..제부터..?"

굳은 목소리가 간신히 입밖으로 새어나왔다.

테라의 눈에 맺힌 남자.

케이던은, 그저 씩 웃으며 테라를 보고있었다.

*      *      *      *      *      *

"...왜그래? 무슨 일 있었어?"

"딱히..."

전쟁은 잠시의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예상외의 인간들의 전력에 마족측은 당황한듯, 군을 재정비 하고있었고, 그건 인간측도 마찬가지였다.

기선제압이 제대로 됬기에 마족들의 분위기는 살짝 침울한 반면 인간측은 전쟁이 끝난거마냥 활기찼다.

아마 디바인로드와 데스마스터, 이 두 방향의 조율자들이 자신들을 도운다는 것에 다 이겼다고 생각하는거겠지.

사실이긴 하다.

조율자라는것은, 세계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말그대로 '조율'하는 자들이니까.

이번 전쟁은 명백하게 마족들이 먼저 침공한거고, 그렇기에 우리들은 인간측에 선 것이다.

만약 인간이 먼저 전쟁을 일으켰다면 중립하거나 되려 마족측에 섰을 수도 있겠지.

"솔직히 말해봐. 너 뭔일 있던거 아니야?"

"딱히..."

흔들의자 위에서 의욕없는 대답을 하자, 트레스와 눈썹이 살짝 치켜올라갔다.

솔직히 말해서, 난 지금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으니까.

아모리아 내부의 여관에 꽤 좋은 방을 하나 잡고 몇시간째 이러고 있는 중이다.

트레스가 저런 반응을 보일만도 하지.

"너, 지금 우리가 얼마나 중요한걸 맡고있는지 까먹은거야?"

"......"

잊어버리지 않았다.

샤벨에게도 말했듯이, 나에겐 큰 짐이 있으니까.

...내려놓고 싶을만큼의 무거운 짐이.

문득 쉬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들고있는 짐을 전부 내려놓고, 잠시라도 좋으니 해방감을 느끼고싶다.

-그것이 절대로 하면 안되고, 용서받을 수 없는 짓임에도.

하지만.

난 공허한 눈으로 트레스를 쫓았다.

"트레스."

"왜."

"...적이라는거. 반드시 쓰러트려야될까."

"...무슨소리야?"

난 흔들의자에 몸을 깊게 묻으며 대답했다.

"전쟁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승리로 이끈 사람은 영웅이 돼. 하지만 전쟁에서 가족들을 잃고 테러리스트가 되어버린 사람들은 악당이 되지. 그런거, 부조리하다고 생각되지않아?"

절대선이라는 것은 없다.

절대악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선과 악은 언제나 상대적이며, 그것이 하나의 진리로 작용할 수 없다.

나에겐 선으로 비추어졌던 것이 남에게는 악으로 비추어질 수 있고, 나에겐 악으로 비추어진게 남에겐 선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

무엇이 진짜 선인지, 진짜 악인지 우리로는 알 수 없다.

"...인식의 차이,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지."

물론 일반적인 선이라는 것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조차,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선이다'라고 판단하니까 과반수처럼 굳어진 것 뿐이지, 절대적인 선은 아니다.

대를 구하기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것도, 구원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선'이지만, 희생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선으로 보여질 수 없다.

역으로 말해서,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협박같은것을 당했다고 해보고, 그 협박의 내용이 특정한 누군가를 죽인다거나, 건물을 파괴한다던가의 행위를 요구해서, 협박당한 사람이 그것을 행한다고 했을떄.

그것을 행하는 일이 100% 악행으로 볼수는 없다.

그 일을 막는 것도 100% 선행이라고 볼 수 없고.

누구에게나 사정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들은 각자의 사정에 맞추어 행동하고, 살아간다.

...그것을 내가 멋대로 선이다, 악이다라고 정의하며 판단할 수 있는걸까.

"하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그 데륜이라는 사람도 무언가 사정이 있을 수 있는거잖아."

"...그렇지."

"하지만 넌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어?"

"....아니."

난 성인군자가 아니다.

나에게, 내 소중한 이들에게 위해를 끼쳐온 사람을 쉽게 용서할 수 있을리 없다.

"그런거야."

트레스는 묘하게 슬픈 표정을 지으며, 다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

"네말대로 사람들은 각자의 사정에 맞추어 살아가. 하지만 나라고 해서 사정이 없는건 아니잖아? 인간은 결국엔 이기적인 생물이니까."

트레스의 말에, 난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것이 맞는 말이었으니까.

내가 아무리 고민한다 하더라도, 결국 나도 내 사정이 있는것이다.

선이고 악이고를 떠나서, 내 목적을 위해 타인을 밀어내는것.

물론 그것은 전혀 좋은 현상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가자."

"응."

난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트레스가 내민 손을 잡았다.

============================ 작품 후기 ============================

1년전이었나 한 생각입니다.

성선설과 선악설이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할 수 있는가.

선과 악이라는건 상대적인 것인데도.

마침 소설전개중에 그것을고찰할 만한 상황이 나와서 적어보았습니다.

===============

오타쿠준비중/ 리뮤운의 동굴 PKㅋㅋㅋ

월광호/그렇죠

보안코드/ PK!

하얀별천사/ ㅊ...천잰데?

지결동신/ 배때지에 칼빵

타지아/ 항복 항복 ;ㅅ;

crossline/ 설마요?

코스믹/ㅋㅋㅋㅋㅋㅋㅋㅋ;;

토키사키쿠루미/ 진리로군요.

kihara/ 연참력은 제외해주시죠. 덜덜

appxll/ 리뮤운의 동굴 PK

권폭문/ 오랜만이네요!

유레로/ 뭐 3편인가 등장하고 말았으니 존재감도 없긴 없겠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