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마스터-294화 (294/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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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  차가운 지옥, 니플헤임

    "...그러고보니, 아모리아라면 코우스후작님...아니, 공작님의 저택이 있는 곳이었지."

    경현과 트레스를 배웅하고 아모리아에서 포션을 구입하던 도중, 문득 생각이 났다.

    공작님은 아마도 집무떄문에 왕궁에 계실테고... 레인과 세리나는 이곳에 있으려나.

    레이트 공작가가 부활했긴 하지만 영토랑 집이 많이 황폐화되서 아직은 살기 무리라고 했었고.

    "....."

    세리나가 떠오르자, 순식간에 만나고싶다, 라는 생각이 퍼져나갔다.

    하지만- 만나면 안된다.

    세리나가 npc같은게 아니라 진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은 이상, 다시만나게 되면 참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이 세계가 진짜든, 가짜든... 결국 난 이곳의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만약이라고 데륜을 저지하는데 실패했다가는 세리나에게 상처만 주고 말겠지.

    "왜그래? 갑자기 멍하니 있고."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트레스가 있었다면 바로 눈치챘겠지만, 지금 트레스는 이곳에 없다.

    나와 셀레스틴 왕국과의 관계를 모르는 플랑과 리아스만이 있을뿐.

    ...리아스와 플랑이 이상하다는 듯이 날 보고있지만, 난 그 시선을 무시하며 동쪽 성문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정말 무심코 코우스 공작님의 저택을 돌아봤을때-

    "....!"

    똑같이, 우연히 이곳을 보고있었을 터인 세리나와- 눈이 마주쳤다.

    놀랐는지 손에 들고있던 무언가를 떨어트리는 것이 희미하게보였다.

    나도 완전히 뇌가 마비되서, 일순간 할말을 잃어버렸다.

    나도, 세리나도... 그저 그렇게, 보고만 있었다.

    ...그 사이에 더 예뻐진것 같다.

    무의식적으로 세리나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뻗으려다가- 정신을 차리고 손을 거두었다.

    안되. 아까 결심했잖아?

    아니, 그 이전부터 한 결심이기는 하지만...

    난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들리진 않겠지만 조그맣게 '미안해' 라고 중얼거린 뒤, 난 달려서 아모리아를 빠져나갔다.

    "케라진-!"

    그러자 정신을 차린듯한 세리나의 목소리가 귀에 와닿았다.

    하지만, 무시하고 계속 달리고, 달린다.

    난 못들은 거야.

    날 부르는 세리나의 목소리같은거- 들리지 않았어.

    "누가 오빠 부르는데?"

    "아니야, 내가 아니야..."

    "....?"

    난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귀를 틀어막고 무작정 달려갔다.

    그런 내가 멈춘것은- 플랑이가 지쳐서 그만가라고 꽥 소리를 질렀을 때.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스테미너가 상당히 줄어서 패널티까지 받는 상황이 되어있었다.

    난 그제서야 귀를 막고있던 손을 내리며,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주위를 둘러보자 꽤나 멀리온듯 싶었다.

    아모리아가 흐릿하게 보일정도.

    ...멀리도 왔구나.

    "대체 왜그래? 포션 살떄부터 이상하더니, 이제는 갑자기 달리고..."

    플랑이가 걱정스럽다는 투로 말을 걸어왔다.

    ...확실히, 일련의 내 행동은 이상한 점이 많았다.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이젠 됬으니깐. 자, 가자."

    "응..."

    "정말 괜찮은거야?"

    "괜찮아, 괜찮아."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하자, 플랑이와 리아스는 미심쩍어하면서도 순순히 말을 들어주었다.

    ...응. 이걸로 된거다.

    모든게 잘된거야.

    난 잠시 아모리아쪽을 보다가- 이내, 몸을 돌렸다.

    니플헤임.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일종의 저승세계.

    지옥이라고도 하는데, 인간으로 살다가 평범하게 천수를 다해 죽었을 경우 이곳으로 오게된다고 한다.

    그래서 고대 북유럽사람들은 천수를 다해 죽기 전에 일부러 그 사람을 살해하는 방법도 썼다고 하는데, 이건 좀 그렇달까.

    일반적인 지옥과 다른점은, 악행을 했다고 가는곳이 아닌, 되려 싸움을 하지 않는 자가 가는 지옥이라는 것이다.

    지옥이라는 정의가 다른거려나.

    아모리아에서 한시간 동안 걸어와서 그 입구에 도착했지만- 섣불리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일단 지옥에 스스로 가는걸 누가 좋아하겠어.

    하지만, 그것보다도 큰 문제가 뭐냐면...

    "....흐."

    난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니플헤임의 입구-

    거대한 크레바스의 안을 들여다보았다.

    고오오오오...

    끝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깊고 깊은 크레바스에 본능적인 공포가 생기며, 뒤로 물러섰다.

    바람소리마저 무섭잖아.

    바람이 강한 밤에 창문을 살짝 열어놓은것 같은 소리다.

    ...정말로, 여기에 뛰어들어야 하나.

    높은 곳은 질색인데.

    "플라이...는 시전자만 가능이었지?"

    "응. ...어쩔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플랑이는 레비테이션을 안 익힌 모양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이러고 있는거고...

    하지만 니플헤임의 입구는 이곳밖에 존재하지않고.

    곤란한데.

    무작정 뛰어내렸다가는 자칫하다간 즉사다.

    아니, 100% 죽는다.

    그럼 다시 걸어와야하는 불상사가 생긴단 말이지.

    "아, 하나 방법이 있을 수도 있어."

    "있을 수, 도...?"

    "결론은 어떻게든 가능한 데미지를 안입고 도착하면 되는거잖아?"

    "뭐 그렇지."

    "그럼 방법있어!"

    활짝 웃으며 대답하는 플랑이였지만....

    ...확실한거 맞냐.

    그렇게 떨떠름한 얼굴로 크레바스를 보고있자-

    퍼억!

    "엉?"

    "오빠 먼저."

    플랑이가 날 밀었다!

    "우아아아아아아아!?!?!?"

    "자, 그럼 리아스언니는 저에게매달리시고."

    "어, 응.... 연제는?"

    "괜찮아요. 어떻게든 되겠죠."

    "야임마아아아아아아!!!!!!!!!!!!"

    내 절규는 순식간에 날 삼킨 크레바스의 어둠속으로 묻혔다.

    플랑이는 리아스의 손을 잡은채 플라이 마법으로 내려오고있고.

    저, 저런게 된다면 다른 한손으로 날 잡아줘도 되잖아!

    휘이이잉!

    폭이 8m 쯤 되는 크레바스의 안을 떨어지고 있자니, 바람소리부터가 장난이 아니다.

    그나저나 진짜 깊긴 깊구나.

    떨어진지 꽤된것 같은데 아직도 바닥이 보이질 않으니.

    플랑이 이녀석은 시야에서 보이지도 않는데 날 어떻게 멈춰주겠다는건지...

    "응?"

    팔짱을 낀 채 고민하고 있으려니, 바닥부분에서 붉은 빛이 나는것이 보였다.

    저건- 아마도 용암이다.

    그렇다면 도착한 거겠지.

    .....

    ...응.

    그럼 착지는 어떻게하지.

    "플랑---!!!!!!!!!!"

    왜 안보이는건데!

    방법이 있다며!

    혹시 '네가' 착지하는 방법이었던 거냐-!?

    제, 제길.

    이렇게된거, 참멸이라도 써서 반동으로 줄이는 수밖에!

    <위험해요!>

    벨트에 꽂아둔 다크룬 블레이드를 꺼내들어 참멸을 쓰려던 그 순간- 내 품속에서 뭔가가 튀어나오며 순식간에 감속했다.

    내 주위에 초록빛의 베일같은것이 떠다니며 반짝거리고 있었다.

    이 느낌은- 세레이?

    놀라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마계로 간뒤에 별로 못본 세레이가 있었다.

    모습은 성장한채 그대로.

    실체화된건 아니지만- 영상통화같은 느낌.

    "오랜만이네."

    "네. 마계 때는 마력의 영향으로 힘이 더 불안정해져서 힘을 쓸 수 없었어요."

    "지금은 모든 힘을 사용가능한거야?"

    "아뇨. 그건 아니에요. 인간계에 나올떄 힘의 80%를 제약받기에... 게다가 힘이 불안정하기도 하고."

    80%나 제약받은데다가 불안정한 힘이 8서클 마법을 아무렇게나 사용하는 힘이라니.

    ...역시 신의 클래스.

    어쩄든 무사하게 착지했나.

    난 군데군데 용암이 흐르는 바닥에 발을 디디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고개를 들어 내가 떨어진 구멍을 올려다보자- 까마득하다.

    하늘이 하나의 점으로밖에 보이지않아.

    ...얼마나 깊은거야.

    500m는 더 떨어진것 같은데.

    "여긴 니플헤임의 입구에요. 점점 깊어질거에요."

    "지옥은 지옥이라는 거구나..."

    주위를 둘러보자, 마그마가 시냇물처럼 흐르고있었다.

    사진으로만 보던것을 실제로 보니 느낌이 색다르다.

    신비롭기도 하지만, 동시에 원초적인 두려움도 느껴지고.

    그야 그렇잖아. 마그마라고?

    닿는 모든 것은 녹여버리거나 불태워버리는, 인류에 있어 가장 큰 재앙중 하나인데.

    폼페이만 봐도 그렇잖아.

    아니, 폼페이의 멸망원인은 마그마가 아니라 화산쇄설류지만...

    어쩄든, 고위 마법사들은 이런 마그마조차 다룬다른건가.

    저번에 플랑이가 쓰는 것을 봤다.

    플레임라바였었나.

    갑자기 땅이 열리며 용암이 솟구쳤었지.

    만약 그거랑 마주하게 된다면, 어떻게 상대해야할지 막막하다.

    ...근데 플랑이 이녀석은 왜 안오는거야.

    뭔 일이라도 생겼나?

    ============================ 작품 후기 ============================

    이어질 수 없는 두 사람...

    연제와 세리나는, 마지막까지 저런 느낌이겠죠....

    그나저나 선작 4000넘었더군요.

    자축ㅊㅊ

    조회수에 비해서 선작이랑 추천이 수지가 안맞지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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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레로/ 연제 약한거 절대아닙니다. 일반 유저들이랑 싸우면 가볍게 이겨요. 주위놈들이나 적이 너무 쎼서 그러지...

    인간님/ 그럴지도!

    아키야마 미오/ 슬슬 연애쪽도 어떻게 하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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