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마스터-284화 (284/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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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 단서

    "저기, 말할게 있-"

    쩌정!

    그렇게 결심하고 말하려던 순간, 갑자기 무언가가 얼어붙는 소리가 나며 강한 위화감이 온몸을 흝었다.

    화들짝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자, 방금까지만 해도 나와 대화하고 있던 둘이 입을 연채로 멈추어 있는것이 보였다.

    놀라서 굳어버린 것인가 하고 눈 앞에서 손을 흔들어 봤지만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러고 있다가 문득, 이 위화감의 정체를 깨알았다.

    소리마저 나지 않는다.

    부자연스럽게- 누군가가 강제로 세계를 멈춘 느낌이다.

    이건, 게임속에서 몇번이나 느껴봤던-

    '-시간 정지!?'

    잠깐, 말도 안돼!

    여긴 현실이라고!?

    그런데 갑작스럽게 시간정지라니!

    어떻게 된거야!?

    "그걸 말하면 곤란해지네. 어떻게 해도, '세계의 비밀'이니까 말일세. '일반인'들이 들으면 안되겠지."

    혼란스러워서 어지러워진 머릴 붙잡으며 벽에 기대어 서있자, 갑자기 누군가의 말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사실 있을 수 없는 목소리였다.

    이 방에는 나를 포함해 3명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 들려온 목소리는.

    -그들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의 목소리.

    게다가 지금은 시간이 정지된 상태다.

    어찌해서 난 움직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 하면-

    이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다!

    "두번쨰로 보게되는군. 아까는 이 모습이 아니었지만."

    남자답게 수염이 난 반듯한 얼굴에 세계의 모든것을 알고있다는 분위기.

    난 그 알수없는 위압감에 나도 모르게 다리가 떨렸다.

    인간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몇천년은 살아온듯한- 그런 감각.

    보통의 인간이라면 그정도나 살 수가 없다.

    누구야.

    넌 대체... 누구냐고?

    "궁금해 미치겠다는 표정이로군. 하핫, 그럴만해. 난 다른세계에서도 자네와 만나고, 이 세계에서도 만났지만, 자제는 날 만나는게 처음일테니."

    갈수록 알지 못하는 말만 늘어놓는다.

    대체 뭐야.

    다른 세계에서 만난적이 있다니.

    설마 에뉴얼 월드에서 만나기라도 했다는거야?

    하지만, 아무리 머릿속을 헤집어봐도 눈앞에 있는, 이 의문의 남자를 본적이 없다.

    "난 당신을 만난적이 없어!..."

    그러자 그 남자는 피식 웃으면서 내 말을 긍정했다.

    "그러겠지. 다른세계에서... '로라시아' 에서 날 만나는건 앞으로 약간의 미래니까. 미래의 일을 인간에 불과한 자네가 알 수 있을리 없잖은가?"

    "하?"

    미래에서 만난다고?

    앞으로 멀지 않은 미래에?...

    지금 나에게 장난치는건가?

    미래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거잖아.

    그런거, 말이 안된다고.

    난 입술을 깨물며, 눈앞의 사내를 노려보았다.

    "장난도 작작해. 대체 당신... 누구야?"

    "그렇군. 그것부터 밝히지 않으면 안되겠지. 모든 것을 설명하려면 말이야. 내 정체부터 밎어야만 앞으로 말할 것도 믿을테니."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중년의 신사처럼 우아하게-

    "처음 뵙지. 난- 30년 후의 미래에서 온, 최후의 드래곤로드일세."

    -라고, 믿을 수 없는 인사를 했다.

    "....."

    머릿속의 회로가 정지한다.

    이떄까지 들었던 그 어떤 것보다도 충격적인 사실에- 내 머리가 따라가질 못하는 것이다.

    자, 차근차근 분석해보자.

    30년 후의 미래에서 왔다.

    ...안되겠다. 처음부터 따라가질 못하겠어.

    난데없이 미래에서 왔다니.

    뭐, 이건 넘어가보자.

    최후의 드래곤로드.

    그냥 드래곤도 아니고 드래곤 로드에 최후의 생존자.

    설마 지구에도 그래곤이 있었다는거냐.

    점점 멸종했기에 사람들의 눈에 안띄었다는 거고?

    "이런, 내가 중간 설명을 빼먹었군. 지구가 아니라 로라시아- 에뉴얼 월드에서 온거네."

    하핫, 막장이다.

    난 자포자기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에뉴얼 월드에서 온 드래곤이라니.

    그것도 30년 후의-

    "--!?"

    최후....?

    잠깐, 무슨 소리야.

    최후의 드래곤이라니.

    30년 사이에 드래곤 슬레이어들이 대량으로 나오기라도 했다는거야?

    분명 내가 알기로 드래곤들의 수는 700마리나 될텐데!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30년후에 말이야. 이세계든, 로라시아든... 우린 '그'에게 대항도 할 수 없었다."

    그런 내 심리변화를 읽은듯, 자신을 드래곤로드라고 밝힌 남자가 남자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로라시아는 아무래도 에뉴얼 월드를 지칭하는 것 같다.

    눈을 꿈뻑거리며 가만히 있자, 그는 남아있던 의자를 빼 앉으며 말을 이었다.

    "어쩄든, 자네는 나에게 할말이 있지않나?"

    "할말이라니... 처음 본 사람에게?"

    "본것은 당연히 처음이겠지. 이 회사에 찾아온 이유를 말하는걸세."

    이 회사에 찾아온 이유라니...

    분명, 두가지 목적이 있었다.

    하나는 데륜에 관한 정보를 넘겨주는것.

    다른 하나는 '사장'을 만나기 위해서-

    그 순간, 내 눈이 부릅떠졌다.

    설마 하지만.

    아니, 그렇다면 더욱 말이된다.

    확실히, 30년 후의 미래에서 이동한 이유가 '그것' 이라면...

    '가능해...!'

    난 식은땀을 흘리며 드래곤로드를 보았다.

    애초에 갑작스레 등장했다는 것부터가 이상한 것이다.

    이 건물에 있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니까.

    왜 일찍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데륜의 리포트에도 적혀있던 내용인데.

    이 게임은 무언가 이상하다.

    믿을 수 없지만, 분명 '마법'이 포함되어있다.

    '사장'이 수상하다-

    그래. 내 앞에 있는 이 드래곤로드의 정체는...

    "당신이... '사장'이었던 거야?"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자, 드래곤로드는 아무런 부정을 하지않았다.

    오히려 드래곤 로드- 미라클의 사장, 강제환은 답을 맞춘 학생을 칭찬하는 선생의 말투로-

    "이제 꺠달은건가? 그래. 내가 바로 에뉴얼 월드의 개발자- 로라시아와 지구를 연결시킨, 미라클의 사장, 강제환일세.

    참고로 본래 이름은 라마르크지. 지금은 안쓰는 이름이지만 말이야."

    라고, 빙긋 웃으며 대답했을 뿐.

    그래. 드래곤로드쯤 되는 자가 과학까지 배웠으니 이런게 가능하겠지.

    과학과 마법을 합친 마도공학으로 두 세계를 잇는다.

    마법은 게임에서 그러다싶히 '게이트'가 잠시 나타났다가 닫히는 것 뿐이기 때문에 연결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생각해 낸것이 이 '에뉴얼 월드'인 것이다.

    무슨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데륜의 추측이 맞았던 것이다.

    드디어 하나의 비밀을 벗겨냈지만, 아직 남은것이 산더미처럼 있다.

    고작해야 빙산의 일각이 드러난 것 뿐인데,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정리해보자면, 30년 후에 무언가 큰 재앙이 일어난다.

    드래곤로드는 그일로 과거로 워프해왔다.

    그 후, 두 세계를 잇게 만들었다.

    ...여기까지가 간단한 개요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들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유>.

    미래에서 과거로 이동해온 이유와, 두 세계를 연결해야만 했던 이유.

    시간이동의 이유는 분명 내그 아까 생각한대로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겠지.

    하지만 후자는?

    미래를 바꾸는 것과, 두 세계를 잇는것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거지?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는, 따지자면 맞는 말은 아닐세. 틀린말도 아니지만."

    내 생각을 읽은듯, 그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세상을 하나의 거대하고 복잡한 기계로 두면, 세상이 돌아가는ㄷ 필요한- 혹은 '예정'인, 큰 톱니바퀴가 있나하면,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작은 톱니바퀴가 존해하지.

    작은 톱니바퀴는 중요한 것이 아니기에 멋대로 바꿔도 큰 지장이 없다. 하지만 큰 톱니바퀴는- 멋대로 사라지거나 바뀐다면, 붕괴하고 말겠지."

    "붕괴...?"

    "그래. 다른 비유를 들자면 이런것이지. 자네는 시간 여행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있나?"

    시간여행.

    상태성 원리로 따지면 사실상 불가능한 것.

    광속에 가까워질 수록 물체의 질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떄문에 광속에 근접한다고 해도 미래로 가는것은 가능하지만 절대로 과거로 갈 순 없다.

    미래로 간다는 것도 실제로 간다는게 아니라 광속으로 움직이고 있는 타임머신 밖의 세상이 상대적으로 시간이 빨리가는 것 뿐이니까.

    요컨대 물리법칙에 따르자면, 시간여행은 불가능 하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세상엔 마법이라는 놈도 존재하는 모양이다.

    물리법칙을 무시하기 때문에 시간여행이 가능한 신비한 힘이.

    하지만, 그게 뭐 어쩄다는 걸까.

    "자넨- 평행우주가 시간여행과 관련있다는 사실을 알고있겠지."

    평행우주론인가.

    그 이론에 따르면 매 초마다 몇십개의 평행우주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지만.

    "시간여행의 모순-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정'이기에 일어나는 모순이네. 평행우주가 없다, 라는 가정. 하지만, 그 모순은 틀린 것도 아니고 맞는 것도 아니야."

    갈수록 알 수 없는 말에 난 얼굴을 찌푸렸다.

    갑자기 평행우주는 왜나오는걸까.

    대체, 이 드래곤이 말하고 싶은 요지가 무엇일까.

    "시간여행은 두개로 나뉘어지네. 시간여행을 하는 것마저 예정되어져 있던 일이라 과거를 바꿀 수 없는- 즉 평행우주가 없는 것. 다른 하나는 과거를 바꿀 수 있다는, 평행우주가 있는것. 자, 이제 예를 들어보지.

    a란 사람이 있었다. a는 5년후로 가서 어떤 나무에 낙서를 하고, 다시 5년전으로 가서 그 나무를 베었다. 그럼 5년후에 자신이 낙서한 그 나무는 어디서 온걸까?

    이 해답은 평행우주론으로 설명할 수 있지. 하지만 말이야.

    그 남자가, 터무니없는 애기긴 하지만, 5년 후의 미래로 가서 자신이 가지고잇던 핵미사일로 달을 파괴해버리고, 현재로 돌아와 그 미사일을 없애버린다면 어떻게될까?"

    "...달은 파괴되지 않는다?"

    "다르네. 답은- '없앨 수 없다'이네."

    "없앨 수 없다?"

    "그래. 거대한 사건은 한번 예정되어버리면, 무슨 짓을 하더라도 바꿀 수 없어. 내가 30년 후의 일떄문에 과거로 왔다고 해도, 그 일이 일어나는 것은 이미 예정되 있다는거야. 막을 수 없는거지."

    그는 자조적인 표정을 짓다가, 돌연 얼굴을 굳히며 정면에서 날 마주보았다.

    "하지만 이건 가능하다."

    "...."

    "미사일을 쏘는 것 자체는 막을 수 없어. 하지만- '달이 파괴된다' 라는 결과는 바꿀 수 있지."

    그 순간, 나는 이 드래곤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눈치챘다.

    거대한 재앙은 어떻게 되든 결국에 나타난다.

    그렇다면, 그 재앙이 세계를 파괴하지 못하게 하면 된다.

    한마디로 이 드래곤은- 그 재앙과 맟붙을 '힘'을 만들기 위해 이곳에 온것이다.

    나름 놀랐지만, 난 나름대로 날카롭게- 이 '계획'의 오류를 지적했다.

    "하지만 그 힘은 에뉴얼 월드에서만 통해. 로그아웃을 하면 쓸 수 없어. 그점은 어떻게할거지?"

    내 말에 그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뭐가 그렇게 우스운지 박장대소를 했다.

    눈에 눈물까지 맺힌것이 아무래도 진심으로 웃겼나보다.

    "뭐, 뭐야. 왜웃는거야? 이건 심각한 문제라고?"

    "하, 하하하. 자네는 아무래도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야."

    드래곤로드는 배를 부여잡으며 끅끅대다가, 몇십초가 지나서야 겨우 진정이 됬는지 심호흡을 했다.

    착각?

    내가 무슨 착각을 하고 있다는거야.

    이 지적은 정확할텐데?

    "잘 듣게. 자네를 비롯해 이 게임을 플레이 하는 모든 유저들은- 앞으로 일어날 '재앙'들에 대해 아무런 역할이 없네. 이 비밀들을 알고있던 모르고있던 말이야."

    ============================ 작품 후기 ============================

    이번편은 대화만 했네요.

    좀 지루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중요한 부분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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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랑셰/ 어쩔 수 없죠... 솔직히 3부나 쓰면 지루해지기 쉽상이니까요.

    배고픈 스님/ 감사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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