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마스터-283화 (283/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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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단서

"...만나게 될겁니다. 당신만은."

"지금 뭐라고?.... 어라?"

남자가 작게 중얼거려서 잘 들리지 않았기에 되물어 보았지만, 이미 그 남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 사이에 안보일 정도로 가버린걸까.

"...뭐 됬나."

왠지 신경이 쓰이지만, 더급한 일이 있으니까.

난 그남자에 대한 것을 털어버리곤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     *     *     *     *

연제가 엘리베이터의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남자의 얼굴이 거짓말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밝은 미청년의 외모가 사라지고 세상의 쓴일은 다 겪어본듯한 중년 남자의 얼구로 바뀐것이다.

중년이라고 해도, 그 생김새는 30대 초중반에 가까웠다.

남자는 연제가 들어간 엘리베이터를 힐끗 보고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드디어 여기까지 온건가... 길었군."

남자는  지난 10년간을 떠올리며 감회어린 표정을 지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평범한 대학교 2학년이던 자신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

남자는 음미하듯 한동안 그렇게 눈을 감고있다가, 돌연 아무도 없는 어둠 속으로 말을 걸었다.

"자네를 만난것도 8년인가."

"뭐 대충 그렇게 되겠지. 그나저나 정말로 네가 말한 대로군. 그 소년이 오다니."

그 안에는 누가 있었던 것인지, 또다른 남자가 그의 말에 대답했다.

"무얼, 말했잖나. 미래를 알고있다고.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재앙들도..."

"그랬었지. 그게 내가 자네를 돕는 이유니까 말이야. 하하."

두 사람의 말투와 대화는 도저히 8년되는 사이로 보이지 않았다.

늙은이들이나 사용할 법한 말투.

게다가 그 사이의 신의는 몇십년을 전쟁터에서 같이한 전우같았다.

"그럼, 이제 대충 목적은 달성한건가?"

"그렇게되겠지... 이제 시작되었어. 아무도 멈출 수 없다."

남자는, 아니, 미라클의 사장 강제환은 눈을 빛냈다.

그걸 보며, 어둠속에 있던 또 다른 사내가 입을 열었다.

"내 역할은 지금부턴가?"

"아니. 앞으로 7년쯤 후부터일거다. '이클립스'의 발동과 활성화는 그정도의 시간이 걸려.

아쉽게도 이건 재앙측에도 끼지 않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지금 에뉴얼 월드... '로라시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내가 손가락만 까닥해도 정리될테니까."

"그렇다면 굳이 놔두는 이유가 뭔가? 불필요한 요소는 빨리 제거하는게 좋을텐데."

"불필요한것도 아니야. 되려 나에겐 도움을 주고 있다고도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잠시 동안의 여흥이라고 해두지."

"여흥?"

"그래. 이제 이 회사와 게임에 볼일은 없거든."

"그럼 어찌할 셈인가?"

"글쎄."

강제환은 피식 웃더니,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말을 꺼냈다.

"이제부터, 난 관객에 불과해."

그말이 나옴과 동시에, 그 장소에서 강제환의 모습이 꺼지듯 사라졌다.

그걸 지켜보던 사내는 뭐가 재미있는지 쿡쿡 웃었다.

보통이라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전혀 동요하지 않은 듯 싶었다.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이.

"관객. 관객이라.... 적을 위해 무대를 만들어준 사람은 영웅이 나타나길 기다린다는 건가."

사내는 짧은 시같은, 알수없는 말을 노래하듯이 중얼거렸다.

"그럼, 그 영웅을 데려오는건 내 몫이겠지."

그리고, 사내는 입을 다물었다.

아니, 인기척이 사라져있었다.

적막한 공간에, 싸늘한 바람만이 기계들 사이를 오가며 울고 있었다.

*     *     *     *     *

"환영합니다, 이연제님. 전 <디파인>의 부장, 유사현입니다."

띵동이라는 도착음과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조금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날 맞이했다.

언노운 대책 본부의 이름이 '디파인' 인가보지?

define. 밝혀내다, 규정짓다.

...뭐 예상한 일이다.

쓴웃음을 지으며 부장이라는 사람을 따라 가자, 10명 남짓 되어보이는 사람이 컴퓨터를 빠르게 조작하고 있었다.

하는일은 사람마다 달랐다.

여러 화면을 띄워놓고 모니터링 하는 사람, 언노운이 포착된 영상을 분석하는사람.

그중엔 캡슐에 들어가있는 사람도 있었다.

"저 사람들은 뭐하는거죠?"

"운영자 계정이 아닌 일반 계정으로 접속해 직접 정보를 얻는 역할입니다. 저 두사람은 랭커거든요."

"랭커라니... 운영자라서 쉬운건가요."

"아뇨, 아닙니다. 운영진이라고 해도 저희가 알고있는 것은 맵구조와 몬스터의 정보, 앞으로의 패치같은 거니까요.

편한 레벨업이라던가 그런것은 불가능합니다. 특정 아이템의 드랍위치같은것도 모르구요."

그런가.

하긴, 좋은걸 다 알고있다면 회사측에서 게임을 못하게 막아버렸겠지.

난 랭커라는 사람들이 궁금해져서 캡슐로 다가가보았다.

캡슐의 뚜껑은 투명하기 때문에, 가까이에 있으면 그 안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있다.

난 맨날 집에서 혼자하니까 그걸 이용할 때가 없긴 하지만.

난 2개의 캡슐 사이에 서서, 먼저 왼쪽의 캡슐을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놀라고 말았다.

"제뉴얼!?"

왼쪽 캡슐에 들어있던 사람의 정체는, 나와 토너먼트에서 대결하고, 마주치지는 않았지만 아모리아에서 활약을 한- 엘리멘탈나이트, 제뉴얼이었다.

오른쪽은- 토너먼트 예선전에서 톱에 들었던 디스턴.

둘다 톱 랭커에 나보다도 강할지 모르는 강자들이다.

'확실히...'

이 두명이라면 게임 안에서 언노운을 추적하는게 더 빠르겠지.

하지만 설마 운영자일줄은 몰랐다.

아까 말한게 사실이라면 히든클래스와 그 실력은 순수히 노력해서 얻었다는 것일텐데.

"어서 가죠. 다른 사람도 기다리고있습니다."

"네."

그 말에 난 둘을 힐끗 보고, 재빨리 나왔다.

"경일, 나왔다."

"오, 드디어 온거야? 그리고 그 쪽이..."

"어어. 데스마스터야."

"대박인데!"

일하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어느 방으로 들어가자, 시원스런 스포츠 머리에 곧은 눈매를 하고있는 남자가 있었다.

디파인의 부장과 말을 터놓고 지낼 정도라면, 이사람도 어느 부서의 부장인걸까.

"전 이벤트 부의 부장, 최경일입니다. 사현이는 본래 저희 부의 부부장이었지만, 언노운이 나타나고 <디파인>으로 옮겨간거죠.

언노운이 처음 나타났을때 대처했던게 저희였기 때문에."

그러고보니 언노운들이 물러감과 동시에 언노운들을 추적하라는 이벤트가 떳었지.

과연, 그렇게 빠른 대처는 이벤트 부 밖에 할 수 없다.

이벤트 부서이기에 가능한 일.

다른 부였다면 당황했겠지.

개입하자니 언노운을 어떻게 할 수 있을 정도의 권한은 허락되지않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고.

언노운이 물러났다고 아무일도 없던 듯 무마시키는건 불가능하니까.

버그나 결점이라는 말이 나돌기 시작하면 순위가 떨어지는건 불보듯 뻔할 테니.

"어쩄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죠. '정보'를 가지고 오셨다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것들 이죠?"

"일단 언노운의 구조와, 그외 조직에 대해서입니다."

"그외 조직?... 설마, 언노운 이외에 더 있다는 겁니까?"

"네. 마르스라고 불리는 언노운보다 월등히 강한 집단이 있습니다."

그 말을 시작으로, 언노운의 총 인원, 연결구조.

그리고 테라나 윌, 라이라 같은 반대세력.

언노운과 데륜의 관계- 거기에 '부활'까지.

언노운들이 무한히 부활할 수 있다는 말에 둘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저번에 나와 트레스가 넘긴 크라스를 떠올렸는지, 한숨을 쉬며 침묵했다.

"협박으로 인한 집단이라... 그런 집단에 결속력이 있을리 없을텐데."

"네. 하지만 목숨까지 잡혀있는 모양이라 어쩔 수 없이 협력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로그아웃도 불가능하다고 했어요."

"로그아웃이 불가? 그런게 가능했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기에, 난 되려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spc인가 뭐라고 했습니다만..."

"...이거이거, 아무래도 당신은 저희가 모르는 무언가까지 알고있는 모양이네요. spc라니. 들어본적도 없습니다."

soul plater character.

언젠가 데슌에게서 들었던 말이다.

그때는 '어떻게 그런게 가능하지?' 하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간단한 일이다.

요는 '영혼'을 다른 세계로 옮겼다는 거니까.

...하하,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되어버렸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절대로 믿을 수 없는 말인데.

어쩄든, 그렇다면 이들은 에뉴얼 월드라는 세계에 대해서도 단순히 게임으로 알고잇다는 거겠지.

"spc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이연제 유저님의 친구들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걸로 알아. 그래서 병원에 수속되있고."

"그랬었군. 세상에. 대체 어느 방법을 사용한거야? 그놈들은."

"나도 답답하다. 어떻게 된게 이 게임은 하나부터 열까지 비밀 투성이야. 운영자의 권한도 엄청나게 적고, 사장님은 모습을 보이지도 않고...

시스템 상으로도 이상한게 한두가지가 아냐."

"미치는군. 그런 놈들이 날뛰고 있는데도 권한을 사용할 수 없다니."

당연히 불가능하지.

운영자의 권한 이라는건 에뉴얼 월드에서 신적인 힘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그런게 가능할리가 없잖아.

얼굴을 찌푸리며 답답하다는 듯이 하아, 하고 한숨을 내뿜는 둘을 보며 난 생각에 잠겼다.

'...어떻할까.'

이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좋을까.

사실 이 게임은 현존하는 차원이라고.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실제라고.

그 사실을 말한다면 난 든든한 아군 두명을 얻게 될 것이다.

문제는 믿어주느냐.

나도 처음봤을때 도저히 믿을 수 없었으니까.

내가 이때까지 가지고 있던 상식이 붕괴하는걸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리 없다.

사람은 보통 자신과는 다른 가치관이나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들을 배척하고 부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상한 상황에 처해도 금방 적응하는 내가 그렇게 쇼크를 먹었을 정도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짓말이라면서 손가락질 할것이다.

순식간에 난 거짓말쟁이가 되겠지.

그게 설명 사실일지라도.

여기서 말을 잘못했다간, 난 다시는 운영자측과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게 될수도 있다.

...그래도, 말해야겠지.

믿을 수 있는 소수에게는 알려두는게 좋을 테니까.

게다가 이 두명처럼 '권력'도 있는 사람이라면, 금상첨화다.

일정 범위 내의 일은 커버해줄수 있는 거니까.

어떻게든 믿게 만들면 되는것이다.

여차하면 데륜의 리포트를 보여주면 되는것이고.

좋아, 말하자.

"저기, 말할게 있-"

쩌정!

그렇게 결심하고 말하려던 순간, 갑자기 무언가가 얼어붙는 소리가 나며 강한 위화감이 온몸을 흝었다.

화들짝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자, 방금까지만 해도 나와 대화하고 있던 둘이 입을 연채로 멈추어 있는것이 보였다.

놀라서 굳어버린 것인가 하고 눈 앞에서 손을 흔들어 봤지만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러고 있다가 문득, 이 위화감의 정체를 깨알았다.

소리마저 나지 않는다.

부자연스럽게- 누군가가 강제로 세계를 멈춘 느낌이다.

이건, 게임속에서 몇번이나 느껴봤던-

'-시간 정지!?'

============================ 작품 후기 ============================

사장의 정체는 다음편에.

뭐 어느정도 짐작은 가능하시죠?

사실 이 부분때문에 프롤로그를 바꿔야 하나 놔둬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지금도 고민중이에요.

지금 프롤로그는 3부까지 예정이었던 떄에 써둔 거라.

왜냐하면 그 장면이 3부에서 나오기 떄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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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향취/ Let's go!

아키야마 미오/ 그러나 현실 하핫

인간님/ㅜㅜ

노랑셰/ 초기 구상 스토리라... 알겠습니다. 다만 좀 진부한 느낌도 있어요.

거봐ㅠㅠ/ 오타가 어디있는지 전 안보이네요...

타이어뱅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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