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마스터-282화 (282/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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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단서

<그래? 알았어. 그럼 그 건은 너한테 맡길게.>

"응. 수고해줘."

<아모리아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내일보자.>

삑!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더럽게 덥다.

여름의 오후란, 정말 모든일에 의욕을 잃게 만드는데 주 원인중 하나인것 같다.

여름의 열기를 겨울로 보내고 겨울의 한기를 여름으로 보낸다면 1년이 정말 기분좋을텐데.

1년내내 쾌적한 날씨.

얼마나 좋아?

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멈추어섰다.

안되겠다.

아무래도 걸어가는건 미친짓이야.

그렇게 판단한 나는, 때마침 지나가던 택시를 불러세우고 탑승했다.

택시 안은 에어컨을 틀어놨느지 땀이 바로 마를 정도로 시원했다.

으아, 살거같다.

"어디로 모실까요?"

"미라클 본사. 부탁합니다."

"미라클 본사말이죠?"

"네."

곧바로 택시는 출발했고, 난 창에 턱을 괸채 멍하니 밖을 내다보았다.

그때 알렌의 인형이 폭발하고, 뭐 당연한 일이겠지만, 난 로그아웃당했다.

패널티로 내일 4시까지 로그인 불가.

어짜피 내일은 놀러가기로 했으니 별 상관없지만.

어쩄든, 난 그 리포트의 내용에 따라 미라클의 본사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미라클의 사장에게 무언가있다.

그 누구에게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없고, 그가 개발한 에뉴얼 월드는 과학으로는 설명불가능한 점이 많다고했다.

만들어낸 세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차원.

플레이어들은, 미리 준비된 '캐릭터' 라는 몸으로 영혼을 옮겨가 게임을 플레이한다.

때문에, 싱크로율 100%는 허락되지 않는다.

싱크로율 100%라는건 그 몸에 완전히 동화되는 거니, 원래 세계로 돌아올 수 없기 때문.

분명 앞뒤가 다 들어맞는 얘기다.

하지만 말이야, 보통은 곧바로 믿을 수 없다고. 그런 얘기...

"도착했습니다."

"아, 네."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는동안 도착한 모양인지, 택시는 멈춰서있었다.

이 시원한 공간을 벗어나는건 아쉽지만, 미라클의 건물도 에어컨은 틀어놨겠지.

난 지갑에서 돈을 꺼내 운전기사에게 건네주고 택시에서 내렸다.

그러자 보이는 웅장한 빌딩.

...분명, 이 건물에서 사용되는 모든 에너지는 풍력과 태양열같은 친환경에너지 라고 했던가.

대단하다.

딸랑딸랑

자동문을 통해 들어가자, 곧바로 시원한 공기가 몸을 감쌌다.

이야, 이 행복함.

알 사람은 아는 기분.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1층의 거대한 로비의 한가운데에는 6명 정도의 직원이 앉아있는 카운터가 있었다.

...으음, 아무래도 곧바로 사장을 만나고 싶다고 하는건 무리겠지.

미친놈 취급받을 것이 뻔하다.

일단 여기선...

"데륜을 비롯한, 언노운의 정보를 가지고왔습니다."

그러자 날 보지도않고 무언가를 작성하던 여직원이 멈칫하며 날 빤히 쳐다보았다.

뭐, 뭐야. 부담스럽게.

"신원을 확인하겠습니다. 홍채인식을."

건네주는 헤드기어를 머리에 씌웠다.

그러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된 내 눈앞을 초롯빛의 레이져가 천천히 지나가고, 삐빗 소리와 함께 느슨하게 풀어졌다.

<인식이 완료되었습니다.>

"아이디는요?"

"케라진."

"잠시 기다려주시길."

헤드기어를 받아들더니 곧바로 옆에있던 컴퓨터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난 할것도 없었기에 머릴 긁적이며 건물 내부를 둘러보았다.

많은 사람이 바쁘게 오간다.

나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들어가고...

사회인이 되면 저렇게될까.

편하게 놀수 있는 시간은 있는걸까.

좋아서 일을 하고있는거라면 불필요한 걱정이지만...

어중간한 노력으로는 원하는 일을 할 수 없으니까.

"완료되었습니다."

"아, 끝났나요?"

"네."

여직원은 간결하게 대답하더니, 갑작스레 방범벨처럼 생긴, 테이블에 있던 스위치를 눌렀다.

뭐하는 것인지 몰라 멍하니 있으려니, 갑자기 선글라스에 양복차림인 덩치 두명이 와선 내 팔을 붙잡았다.

"뭐, 뭐하시는 거에요!?"

내가 당황한 채로 묻자, 여직원은 싸늘한 표정으로 날 보며 대답했다.

"신원처리 결과, 없는 아이디로 나왔습니다. 여러분,  '미꾸라지 처리장'으로."

"없는 아이디라니! 무슨 소리야!"

발악하듯이 버둥거려봤지만, 두명의 힘을 당해낼 순 없었다.

두명의 사내는 아무말 없이 날 끌고 계단쪽으로 끌고갔다.

말도 안돼.

어째서, 어째서 없는 아이디라고 나오는건데!?

그렇다면 내 캐릭터는 버그덩어리라도 된다는 말이냐!

"이거 놔! 이건 뭔가 잘못됬어! 다시하게해줘!!"

"가만히 있어!"

"컥!"

사내가 짜증을 내며 내 팔을 꺾고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뼈가 이상한 방향으로 돌아가는게 느껴진다.

젠장, 어떻게 해서라도 탈출해야 하는데.

...하지만 게임이 아닌 현실에서, 난 단순한, 평범하고 일반적인 흔한 남학생에 불과하다.

전문적인 보디가드들을 이길 수 있을리 없다.

'어디까지 가는거야...?'

비상탈출구의 그림이 그려진 계단을 통해 아래로, 아래로...

어느덧 지하 5층까지 와있었다.

그런가. 잠금인가.

여기에 갖히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텐데...

"들어가시면 안내원이 있을겁니다. 그분의 안내는 받아 비밀 엘리베이터를 타시길."

"네?"

묘하게 부드러워진 말투에 당황하며 돌아봤지만, 문은 밖에서 잠기고 두명의 남자는 계단 위쪽으로 사라졌다.

...뭐야. 안내원이라느니, 비밀 엘리베이터라느니.

대체 이 회사에 무슨 비밀이 있는거야?

...으음. 생각해봐도 별 수 없나.

일단은, 말대로 들어가는 것밖엔...

난 한숨을 쉬며 발을 옮겼다.

고오오오...

어둠속을 밝혀주는 것은 붉은 비상등 뿐, 조명은 아무것도 없었다.

무언가 기계들이 잔뜩 있지만, 그저 그 형태를 분별할 수 있을 정도고.

만약 바닥에 구멍이 났다거나 하면 그대로 빠지질지도 모르겠는걸.

그나저나 여기는 뭐하는 곳이지?

단순히 '안내원'이라는 사람이 있다고 하기엔 여러가지로 수상한 것 같은데.

"응?"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연제 유저님. 1층에서의 무례는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얼마쯤 걷자,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젊은 남자가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

얼떨떨해서 대답하는 것도 잊고 멍하니있자, 남자는 따라오라는 제스쳐를 한뒤 앞장서서 걸어갔다.

뭐가 어떻게 된건지.

"1층에서의 일은 눈속임입니다."

"눈속임?"

"네."

내 생각을 짐작한듯, 남자는 살짝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데륜은 초기 개발진이니까, 그 심복이나 연줄 있는 사람들이 정보원의 노릇을 하고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왜,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이라는 말도 있잖습니까?"

"그렇다면, 미꾸라지 처리장이라는건...?"

"언노운 및 데륜 일파를 추적, 정보를 얻고 그 뒷처리를 담당하는 신설부서를 말하는 거죠."

그랬던거구나.

확실히, 이러한 조심성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미라클도 이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까.

그런것 치고는 아무것도 안하는 느낌이 들지만...

"전 아까 보셨듯 '안내원'의 역할이라 자세한건 모릅니다만... 당신이 무언가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건 알겠네요."

"뭐 직업 사정상..."

데스마스터는 '조율자'이다.

드래곤과 같은 위치에서 이 세상이 제대로 균형잡혀 돌아가도록 조율하는 존재.

어느정도 일이 크지 않는 이상 움직이지 않지만, 드래곤들은 이 사태를 모를 수 밖에 없다.

설마 두 차원에 간섭하는 일이라고는 생각도 못할테니.

단순히 어떤 머저리들이 마석을 모으는 것 뿐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있겠지.

반면 우리 데스마스터는 두 세계를 다 알기에 이 사태의 심각성을 안다.

당연히 나설 수 밖에 없고, 그 결과가 많은 정보들의 획득이지.

"혹시 이 회사의 사장이 누군지 아시나요?"

"사장님은 왜?..."

"꼭 만나서 해야할 말이 있습니다. 아니, 묻고싶은 것이요.

"그렇습니까... 전 말단이라 잘 모르겠군요. 애초에 사람들 앞에 모습을 잘안들어내시는 분이니... 아, 다왔습니다."

남자는 멈추어서더니, 발전기로 보이는 기계들 사이의 벽을 더듬었다.

그르릉-!

그러자 내 뒤편의 벽이 밀리듯 열리며 숨겨져있던 엘리베이터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꽤나 수준있는 세큐리티다.

여기까지 올때 이리저리 우회했던 걸 생각하면, 분명 직선루트로 가면 함정에 걸리거나 하겠지.

"여기로 들어가면 되나요?"

"네. 5층까지 스트레이트로 가실겁니다."

"당신은...?"

"전 할일이 끝났으니 본래일로 돌아가야겠죠. 그럼."

남자는 그렇게 말하더니 예의 웃음을 지으며 왔던길을 되돌아갔다.

"...만나게 될겁니다. 당신만은."

"지금 뭐라고?.... 어라?"

남자가 작게 중얼거려서 잘 들리지 않았기에 되물어 보았지만, 이미 그 남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 사이에 안보일 정도로 가버린걸까.

"...뭐 됬나."

왠지 신경이 쓰이지만, 더급한 일이 있으니까.

난 그남자에 대한 것을 털어버리곤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이런.

중요 인물이 나오는건 다음편 부터가 되겠네요.

아쉬워라ㅎㅎ

세계관에서 제일 중요한 두명이 다음편에 등장!

한명은 잘 나오지도 않지만, 다른 한명은... 모든 작품에 출현합니다.

'출현'이요 '출현'.

잠깐 나오고 만다는 소리.

하지만 그건 최후의 이야기를 위한 복선.... 후훗.

p.s. 그러고보니 추천이 1만을 넘었네요.

제 소설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인사를 올립니다ㅎㅎ

잘 쓰는 편도 아니고, 상당히 극악연재인데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봐주시는 분들에겐 그저 감사하다는 말밖에...

수능 끝나면 하루에 한두편씩 올려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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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준비중/ 데스마스터는 14챕터쯤 더 가서 완결입니다. 단지, 세계관에 따라서 몇개의 작품이 이어질 뿐이에요. 그 전작들을 안봐도 이해는 갈테니만. 주인공도 달라지고...

에베스/?

아키야마 미오/ 고3 금방됩니다ㅋㅋㅋ

노랑셰/ 뭐하면 프롤로그라도 올려둘까요?

ㅓ거우/ 수정했습니다. 지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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