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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3만 vs 100만
내가 성으로 돌아와서 제일 먼저 한건,
퍼억!!!
"죽을 뻔 했잖습니까!?"
다름 아닌, 론에게 한방 먹여주는 것이었다.
잘못하면 전부 죽을 뻔했다.
되려 함정에 당해서 망연자실한 그떄의 기분은 지금도 생생하다.
"물론 케라진님의 실력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시행한... 크헥."
개소리를 지껄이는 론에게 추가로 한방.
배를 부여잡고 쓰러지는 론을 보며 난 한숨을 쉬었다.
물론 이것은 아군부터 속이는 론의 절묘한 계략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얻은 이익만 해도 사망자 전무에 적의 보급부대를 괴멸시키고 식량에 군수까지 전부 불태워버렸으니까.
정찰병의 보고로도 적진은 지금 상당히 당황한 상태라고 했다.
결과적으로는 멋지게 전략이 들어맞은 것이지만...
하지만 그로인해 안그래도 많지 않은 상급마족들을 잃을 뻔 했다.
수적으로도 열세인데 만약 거기서 론이 조금만 더 늦게 나타났다면 회생의 기회가 없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옆에있던 의자에 앉았다.
푹신한 쇼파의 감촉이 몸을 휘감으며 나른해진다.
"끄응... 일단 이것으로 이길 확률이 1할은 되었군요."
"1할...밖에 안되는건가요."
"1할도 많이 잡은 겁니다. 데스마스터 세분이 계셔셔 망정이지, 케라진님 한분이었다면 1푼도 안됬을 겁니다."
비관적인 말임에도 담담하기만 하다.
얼핏 보기에는 누구라도 포기하고 싶은 상황.
그러나 론의 눈에서는 전혀 그런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승리할 수 있을것이라고 강하게 확신하는 눈이다.
저런 눈을 하고있는 자는 쉽게 꺽이지 않는다.
분명 론이라면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것이다.
"좋아, 다음 내 임무를 말해줘."
"죽을 각오를 하셔야합니다."
"그런거야 진작에 했어."
언노운을 쫓을 떄부터.
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론이 알아봤자 좋은건 아닐테니까.
"거는 정도로 끝날일이 아니에요."
"위험한가 보군."
"말했잖습니까?"
론은 무슨 뒷북을 치냐는 말투였다.
기분 나쁘지만 넘어가자.
"위험한만큼 목표는 간단합니다."
"뭔데?"
"적의 수뇌들의 암살."
"....."
론의 말을 듣는 즉시 무조건반사라도 일어난듯 몸이 굳었다.
잘못 들은 건 아닌가 귀를 의심해보았지만, 이 상황에서 론이 농담을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론을 돌아보자, 론은 더 없이 진지한거 같았다.
"아무래도 한대 더 맞아야할 거 같아."
"저 진지합니다. 궁서체에요."
"뭔소리야."
...그래도 이렇게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건, 그나마 상황이 나아졌다는 증거겠지.
"그렇게 말한다면, 이번엔 정말 가능성이 있는건가? 또 허허실실 같은 잔꾀는 아니고?"
허허실실.
허(虛)는 더욱 허같게 해서 적을 속이고. 실(實)은 정말 실같게 해서 적에게 허 처럼 보이게하는것.
적이 바보는 아닌이상 같은 수법에 또 당할리는 없을 터이다.
"이건 순수히 케라진님의 실력에 달렸습니다. 가능하다면 한거고, 불가능하다면 불가능한거지요."
"차선책은?"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적이 다시 침착함을 가지게 됩니다. 기회는 오늘밖에 없어요."
"예상했을텐데. 봤잖아, 적들이 우리가 올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대비하고 있었어. 적에게도 뛰어난 책사가 있다는 거야."
"여기엔 제가 있습니다."
론의 확신어린 한 마디.
결국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락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오늘 밤에 가지. 혹시 모르니까 텔레포트 스크롤 하나 준비해줘요."
"알겠습니다."
퀘스트가 활성화 되는 것을 느끼며, 난 홀을 벗어났다.
...확실히, 이렇게 뒤흔들리고 있다면 빠른 시일내에 사도들과 본 병력이 올 것이고, 그렇게되면 승산은 없다.
5개의 히든카드. 그중 하나를 써야할떄가 온것 같았다.
밤이 깊었다.
붉은 반달이 구름에 가려 그 빛을 잃고, 세상이 완연하게 어둠으로 뒤덮혔다.
육망안이 없었더라면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론은 이것마저도 예측했던 것일까.
정말로 암살이라는 목적을 완수하기에는 최적의 날씨다.
문제는 암살의 범위가 너무나도 광범위 했기에 결국에는 암살이 아니라 기습으로 바뀌게 될것 같지만.
난 복면으로 확실히 코와 입을 가리고 조심스럽게 적진으로 다가갔다.
병사들이 정찰하는 소리와, 횃불이 타오르는 소리가 고요한 밤공기를 울렸다.
전장의 긴장감이 감도는 공기다.
살짝 안력을 돋구어 병사들의 표정을 살펴보자, 보급로가 끊겼다는 사실에 암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기가 떨어져있다...'
기회다.
정말로 이건 둘도 없는 기회다.
샤샤샥
판단함과 동시에 몸을 날렸다.
바람처럼 빠르게 병사들 사이를 지나쳐 적진으로 침투한다.
은영에 쉐도우 스텝, 쉐도우 웨이트까지 시전한 나는 설령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도 알아차릴 수 없으니까.
공격할떄는 살기가 그대로 드러나니 어쩔 수 없이 발각되지만, 이렇게 침투하는 거라면 전혀 문제없었다.
천막의 그림자에 몸을 숨기고 수뇌의 텐트를 찾아보았다.
어디있는가는 뻔하지만, 암살 후의 도주루트도 확보해둬야 하니까 길을 꼼꼼히 확인해 두는 것이다.
론이 준 텔레포트 스크롤은 어디까지나 긴급 탈출용이고, 혹시라도 텔레포트 방해 마법진이라도 펼쳐져 있다면 이걸 사용하는 즉시 나는 죽었다고 봐야하니까.
스윽
대략적인 길들을 파악해두고 슬그머니 천막 안으로 들어섰다.
두명의 마족이 반듯한 자세로 수면을 취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 치워둘까...'
침상의 옆에 누여진 검.
혹시 모르니 살며시 손을 뻗어서 침대 밑으로 넣었다.
번뜩
'살기!?'
그러나 그 순간에 예리한 살기가 나에게 뻗혀옴을 느끼고, 나는 다급히 몸을 피했다.
콰과곽!
위로부터 날아온 여러개의 단도가 거칠게 땅에 박힌다.
그 소리에 잠이 꺴는지 두명의 최상급 마족이 눈을 번쩍 뜨며 바로 몸을 일으켰다.
'낭패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자 소름끼치는 안광을 내뿜는 다크엘프가 한명, 그곳에 있었다.
당했다.
설마 이런식으로 대비를 해두었을 줄이야.
기관도, 본인이 파놓은 함정도 아닌 제 3자에 의한 대비책.
나는 신음하며 전투 태세에 들어간 두명의 마족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촤아악!
"큭!?"
그러나 곧바로 뒤에서도 검이 날아든다.
강렬한 기운이 담긴 검격.
미처 다 맞기 못하고 볼에 다느다란 혈선이 생겼다.
"이거이거, 민물고기를 잡으려고 쳐놓은 덫에 대어가 걸렸구만."
'이 목소리!...'
틀림없다.
난 뺨을 타고 흐르는 피를 슥 닦으며 말의 주인으로 짐작되는 이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켄스트라이.
그가 여기에 있었다.
============================ 작품 후기 ============================
좀 짧나요?
수행평가 숙제떄문에 쓸 시간이 없어서 3일만에 올립니다 ㅠㅠ
집에오면 7시지만 컴퓨터를 킬 수 있는 시간은 8시부터기에...
그나마도 몰컴으로 써야하니;
그리고 선작 3천을 넘겼더군요.
그간 불성실연재를 했기에 맨날 그자리였던 선작이.... 하하;
축하해주신 미오님 감사드립니다.
에, 그리고 연재의 친구들이 어디로 갔느냐 라고 질문이 들어왔는데요....
현재 민준은 인간계에서 활동중, 경현은 마계에서 독단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두명은 아직 병원에 있으니 ^^;
아무래도 마계파트가 끝날떄까지는 다른 캐릭터들이 별로 안나올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