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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3만 vs 100만
"설마 진짜로 성공하셨을 줄이야."
론이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곧 활짝 웃었다.
"이것으로 계획이 한걸음 나아갔군요. 이대로만 간다면 저들을 쳐부술 수 있습니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일까.
내가 셰이드들을 쳐부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적들은 100만이라는 수다.
그런 내 표정을 알아본건지, 론이 안경을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사람은 예상외의 상황에 당황하기 마련입니다."
"무슨 계획이라도 있는건가요."
"당연하죠. 어둠의 두뇌라고 불리던 절 믿어보십시오."
론은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으며 총총히 걸어갔다.
난 쓴 웃음을 지으며 론의 등을 지켜보다가,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론에게 말했다.
"론. 혹시 마족중 푸른 머리카락을 가진 고위급 마법사를 아나요?"
"푸른 머리카락의 고위급 마법사?... 아뇨. 애초에 푸른 머리카락 자체가 마족에게는 희귀합니다. 게다가 고위급 마법사라면 제가 모를리가 없지요."
론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마족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설마...'
한가지 생각이 스친다.
아직 공식적으로 마계가 업데이트 되지 않은 지금, 마계의 존재를 알고 왕래를 할 수 있는 건 우리들 데스마스터를 포함해 언노운, 마르스 뿐일 것이다.
언노운의 멤버는 총 15명. 내가 아는건 몇명 안되니 다른 멤버중 한명이 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왜지?
그 시점에서 날 도와야 할 이유가 있나?
무언가가 뒤엉킨 느낌이다.
난 신경질 적으로 머리를 긁으며 대회랑으로 걸어갔다.
대회랑은 그 넓이가 어지간한 운동장에 맞먹는다.
그 용도는 성 내에 거주하거나, 출입한 사람이 쉬거나 먹을 것을 먹는 등의 휴게실과 비슷한 용도.
난 거기서 울긋불긋한 책을 펼쳐놓고 끙끙거리고 있는 플랑이에게 다가갔다.
멀리에 있어도 등에 달린 칠색의 날개가 바로 눈에 띄게 해준다.
그리고 마스코트라고도 할 수 있는 금색의 귀여운 단발머리도.
"아우... 누가 9클래스 최강 마법 아니랄까봐 엄청 어렵네."
다가가서 슬쩍 보자 복잡한 도형이 마법진을 이루고 읽을 수 없는 문자들이 몇줄이나 그 아래에 적혀있었다.
딱 보아도 고위급 마법이다, 라는 느낌이 들만큼.
"마법 익히는 중이었구나."
"어? 벌써 갔다온거야?"
등에 달린 날개가 자그맣게 파닥였다.
반가움의 표시려나.
난 피식 웃으며 플랑의 머리카락을 헤집어 놓았다.
"우왓, 뭐하는거야!"
"열심히 해."
"뭐야 정말..."
플랑이는 입을 삐죽이다가 다시금 책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마법사를 하지 않은건 현명한 선택인것 같다.
"어쩄든 플랑이가 아닌건 확실하군..."
언뜻 보였던 체형이 확실히 다르다.
플랑이보다는 좀더 키가 큰 느낌이었으니까.
다만 지금은 적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감을 느낄 뿐이다.
"아, 여기계셨군요."
"론? 벌써 다음 계획을 진행시킬 건가요?"
"빠르면 빠를 수록 좋은 법입니다. 아직 셰이드 들의 일이 많이 퍼지진 않았을 테니, 적의 후방을 노려 통신망과 보급로를 끊어놓는게 어떨까 싶어서 말이지요."
"보급로라... 분명, 정석이군요. 하지만 그런건 적들도 예상하고 있지 않을까요."
대군인 만큼 중요한 보급로다.
녀석들이 기습에 대한 방책도 없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론은 오히려 눈을 빛냈다.
"그렇기에 가는겁니다. 대책은 마련해놨을지언정 설마 저희가 정말로 쳐들어갈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거니까요."
"...별로 신빙성이 없는데요."
"저를 믿으시면 됩니다."
론의 눈이 한층 더 빛난다.
보기에 무서울 정도로 반짝반짝 빛나는게, 차마 거부할 수가 없게 만드는 묘한 마력이 있었다.
하지만 론의 말대로 그거밖에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기에,
"하아... 알겠습니다. 하죠."
난 결국 수락했다.
기습조는 정말로 소수 정예였다.
나, 트레스, 상급 마족 8명.
이렇게 딱 10명으로 구성된 기습조는 상당히 강력한 축에 속하긴 하지만 이걸로 최소 몇천명을 상대하라니.
론이 정신 나간게 아닌가 진심으로 걱정해보았다.
기습조로 배정된 상급 마족들도 조금은 당황한 모양이었다.
트레스만이 담담히 받아들일 뿐.
트레스는 론을 믿는 건지, 자기 자신의 실력을 믿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별 걱정이 없어보이는 건 확실하다.
그런 모습을 보고있자 괜히 나만 겁쟁이가 되는 느낌이었다.
"론의 말대로라면 이 근처를 지나고 있을 거야."
숲속을 은밀하게 움직이던 도중 트레스가 입을 열었다.
손에 지도를 펼침과 동시에 어떤 아티팩트를 사용하던 트레스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따라 오라는 뜻.
그에 나와 상급마족들은 트레스의 뒤를 따라 빠르게 이동했다.
다각, 다각
"말굽소리..."
내 중얼거림에 상급 마족들의 눈에 이채가 띄었다.
당장이라도 뛰어들 모습이었지만, 자기 자신을 절제할 줄 아는 실력자 답게 손을 검 위에 올려놓고 나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각, 다각
점점 가까워진다.
이미 맨 앞에 서있는 병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올 정도.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어느정도 지나가고 보급부대의 중간쯤이 왔을 떄, 그떄를 노려야한다.
난 손을 들어서 움직이려던 상급마족들을 저지했다.
트레스도 내 뜻을 알았는지 다시 몸을 숨기며 눈을 빛냈다.
그리고 보급대가 어느정도 지나가자, 난 들고있던 손을 아래로 내렸다.
파바밧!
"참멸!"
신호에 맞춰 트레스를 비롯한 상급마족들이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쏘아져나가고, 내 단검에서 휘둘러진 거대한 검기가 적들을 덮쳤다.
씨익
하지만 그 순간, 적 병사들이 소름끼칠 정도로 불길한 웃음을 짓는것이 눈에 들어왔다.
'뭐지!?...'
순간 온 몸에 오한이 돋았다.
여기서 후퇴해야 한다.
내 어쎄신으로서의 육감이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안돼! 후퇴한다!"
난 다급히 입을 열어 소리쳤지만, 이미 접전은 시작된 뒤였다.
카앙!!
"뭣!...."
일반 병사로 보이는 자가 기습조의 일격을 수월하게 막아낸다.
그 말은, 이미 적들은 우리의 기습을 알아채고 함정을 파놓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젠장!"
나도 다급히 그 혼란의 틈바구니로 뛰쳐들어갔다.
촤아악!
가속도까지 붙은 내 공격에, 단숨에라도 가슴을 꿰뜷을 듯 날아가던 적의 검이 뒤로 쫘악 밀려났다.
내 공격까지 막아냈다는 것은, 역시 보통 놈들이 아니라는 걸까.
"후후, 드디어 나왔구나."
식은 땀을 흘리며 적들을 노려보고있자, 뒤편에서 강인한 인상을 주는 한 남자가 유유히 걸어나왔다.
마족의 특성인 긴 귀의 한쪽에 귀걸이를 달고,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수려한 은빛의 머리카락.
그리고 그와 대비되는 검은색의 제복.
거기에 느껴지는 강렬한 기운.
그 순간 꺠달을 수 있었다.
'최상급 마족!...'
단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쉽지 않다.
대충 둘러봐도 상급 마족으로 추정되는 자가 30명. 거기다 최상급 마족 한명...
저절로 얼굴이 어두워졌다.
트레스 역시 굳은 얼굴로 녀석을 주시하고 있었다.
"수적으로도 열세인데 실력차도 크지 않고... 이 상황을 역전할 수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지 않나?"
살짝 비웃음을 띈 말투였다.
"글쎄. 해보면 알겠지."
난 데스 블레이드를 좀더 마력을 집중해 강화시킨 후, 천천히 다가갔다.
"트레스. 녀석들이 차륜전으로 나올지도 몰라. 적절히 힘을 분산하면서 싸우도록 해."
"네가 맡을거야?"
난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트레스도 별말 하지않고 뛰쳐나가 여러명에게 협공을 받고있는 조원들에게 갔다.
여전히 몽환적인 빛을 뿌리는 검과 그와 동시에 잘려나가는 적병의 몸.
난 그것을 보다가 다시 녀석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네 이름은?"
"덴마이어가의 제2 기사단 단장, 마질러스다."
마질러스는 그렇게 말하며 허릿춤에 매달려있던 흑색의 검을 뽑아들었다.
============================ 작품 후기 ============================
쉽게 이기면 재미없죠.
개인적으로 이런 땀내나는(?) 전쟁파트, 빨리 끝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벌인 일인데 대놓고 대충 진행하기도 그렇고.... 흑흑.
p.s. 왜 전 항상 추천이 적을까요?;;
항상 선작만 오르고 추천은 고만고만...
제가 연재가 극악이라서 추천 주기 아깝다는 건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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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아/ 핰핰 소드마스터!
Lucky Luv / 하하하 안녕하세요?;;;
인간님/ㅠㅠ 수능이라니... 앞으로 348일 남았습니다.
아키야마 미오/ 이번편에서 복선이 나왔네요.
InfiniteSky/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