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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작위를 받다
촤아악!
그리고 난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내려찍어오는 한자루의 검을 느낄 수 있었다.
"뭣!...."
콰앙!
분명 할아버지의 공격은 빠르긴 했지만 내 눈이 못잡을 정도는 아니었다.
난 침착성을 되찾으며 재빨리 가이던스 대거를 소환해서 검의 궤도를 바꾸었다.
"장난이 심하시군요."
"호오? 이정도는 직접 움직일 필요도 없다 이건가?"
할아버지는 재밌다는 듯이 말하더니 검을 회수했다.
이젠 방심하지 않는다.
이 할아버지의 말투로 봐서는 적은 아닌 것 같지만 지금은 공격할 것임이 분명하니까.
"이러시는 의도가 뭡니까?"
"말했잖나. 궁금하다고."
할아버지는 간단히 대답하며 2m정도의 오러 블레이드를 뽑았다.
그 오러블레이드는 너무나 희어서 투명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게다가 마나가 깔끔히 정제되어서 일체의 흔들림이 없었다.
말 그대로 숙련된 자만이 가능한것이다.
"하나의 공격을 막을 때마다 하나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지. 핫!"
할아버지는 씨익 웃으시더니 사정없이 공격을 시행했다.
그저 간단히 위에서 아래로 찍어 누르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난 그 속에서 무언가를 파악할 수 있었다.
무엇이든 무릎을 꿇게 만들것 같은 엄청난 압력을.
이런건 굳이 막아야 할 이유가 없다.
난 단검을 휘두르려다 말고 몸을 살짝 뒤로 빼냈다.
멈칫
쿠웅!!!!
'닿지도 않았는데 검압만으로 대지를 부쉈다!?...'
"이런이런. 이러다간 화원이 망쳐지겠군... 내가 그래서 막으라고 했건만."
할아버지는 쩝 하며 입맛을 다시더니 검을 다시 검집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안타까운 눈빛으로 푹 파인 땅을 잠시 보고는 다시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내게로 걸어왔다.
이번엔 확연이 공격할 의사가 없어보였다.
"잠시 즐겨보려고 했더니 안되겠어. 그래. 내 정체가 궁금한가?"
"....그렇습니다. 어떻게 봐도 평범하시진 않은 듯 싶으니 말이죠."
"흐음. 그런가? 난 평범한 늙은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네만..."
그정도 무위를 가진 노인이 흔하다면 진작에 군대는 노인들로만 편성되었어야 겠군요, 라는 생각이 지나갔다.
하지만 이런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난 침묵했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건 이 할아버지의 정체니까.
"다스타이어 베레크. 그것이 이 늙은이의 이름이라네. 아마 세간에는 베레크 대공으로 알려져 있겠군."
"대, 대공!?"
난 화들짝 놀라며 재빨리 한쪽 무릎을 꿇었다.
"아스리트 백작이 대공을 뵙습니다!
확실한건지 불확실 한건지도 제대로 모르지만 난 서슴없이 무릎을 꿇었다.
베레크 대공.
25년 전 셀레스틴 왕국의 전설적인 인물로써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도달한 초인.
그의 검이 한번 휘둘러지면 공동묘지가 생기고, 두번 휘둘러지면 한 마을이 멸망하고, 세번 휘둘러지면 파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는 무서울 정도로 엄청난 중검을 주로 사용한 공격을 좋아했고, 그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검을 막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비슷한 실력의 기사들이 싸울 때 중검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이 유리해진다.
하지만 힘을 흘려보내야 하는데 그것을 성공하고서도 주저앉아야 할정도로 대공의 중검은 강력했던 것이다.
쾌검을 사용하는 기사들은 그나마 중검을 쉽게 상대할 수 있다.
상대가 힘이라면 자신은 스피드라는 개념으로.
하지만 베레크 대공은 적절한 스피드마저 갖고 있어 상대의 쾌검을 힘으로 박살낸다음 철저히 몰아붙였던 것이다.
480전 478승 1무 1패.
그게 베레크 대공의 알려진 전적이다.
1무 1패는 그저 그렇다고만 알려져있지 누구와 싸웠는지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어쨌든, 그런 거물이 지금 내 눈앞에 있었다.
하지만 베레크 대공은 은퇴했다고 하던데, 대체 어떻게 여기에...?
혼란스럽다.
분명히 대공은 여기에 있을리가 없는 것이다.
"난 자네를 만나러 왔네."
"....."
"미틀 성에서의 전투. 아모리아에서의 몬스터 침공... 백작 자네가 한것은 전부 지켜봤었지. 그리고 확실히 알게되었네."
"...무엇을?..."
"자네가 데스마스터라는 것을."
이어진 베레크 대공의 말에 난 두 눈이 찢어질듯 커졌다.
그리고 시간이 정지한 듯 내 시선이 베레크 대공에게만 모아졌다.
있을 수 없다.
인간은 데스마스터의 존재를 알리 없다는 것이다.
점점 의혹이 짙어져만 간다.
정말로 이 할아버지는 뭐하는 사람인건지.
베레크 대공?
그런건 아무런 상관이 없다.
신분이 높든 낮든, 돈이 적든 많든.
...평범한 인간이라면 죽었다 깨어도 알 수 없단 말이다.
"흐음... 40년 전인가? 셀레스틴 왕국이 생기고 한 20년쯤 지났을 때의 일이지. 당시 나는 소드마스터 최상급에 머물러 있었지."
베레크 대공은 옛 일을 회상하듯 이야기를 계속했다.
"흔히 말하는 벽... 난 그것에 부딪혀 있었지.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도 실력이 뛰어난 자와의 대련이 필요했어. 그때 난 만났지. 아스케론이라고 하는 사람을.
그는 다 찢어진 옷에 허름한 망토 하나만을 걸치고 여행중이었네. 때마침 지나가다가 그를 발견한 나는 그를 내 집으로 초대했었지. 당시에 내가 그를 왜 초대했었던 건지는 모르겠어. 그냥 그를 보자마자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
하여간 그는 음식만을 먹고는 옷은 받지 않고 호의에 감사하다면서 홀연히 사라졌지. 그리고 5년이 지났지.
그때 전쟁이 터졌다네. 당시 그랜드 소드 마스터를 두명이나 보유했던 최강의 나라, 카이젤 제국이 침공을 해왔던 거지. 속수무책이었어.
내가 왕국 최강의 검사라고는 했지만 그랜드 소드 마스터를, 그것도 둘씩이나 상대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지. 결국엔 수도라는 최후방어선까지 밀려났어.
마치 풍전등화같은 상황.... 곳곳에서 항복하자는 목소리가 커져만 갔지. 솔직히 나도 포기하려고 했어.
그때 바람처럼 나타난 것이 그였다네."
꿀꺽
한편의 서사시같은 대공의 이야기에 난 침을 꿀꺽 삼키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는 강했다. 혼자서 성문 앞에 버티고 서더니 그대로 수십만 대군을 혼자서 막아냈으니까 말이야...
그 긴다난다하던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자존심까지 버리며 합공을 했지만 그는 여유있게 막아내며 오히려 그 두 기사를 생포하는 업적을 보이더군.
그떄 아군이고 적군이고 할것이 없었어.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으니까...."
"....."
그랜드 소드 마스터 2명을 상대로 여유만만했고 거기에 생포라고?....
치열한 전투에서 생포라는 것은 상대보다 월등히 실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오히려 죽이는게 훨씬 쉬운 일이다.
왜냐면 비슷한 실력이라면 어떻게 약간의 운을 이용해서 이길 수도 있지만, 생포라는 것은 말 그대로 '상대를 완벽히 제압'했다는 것이니까.
"그리고 난 그 전쟁이 끝나고 그가 다시 떠나기 전에 대련을 부탁했네. 난 단 한번도 그의 몸에 상처하나 못냈지만.... 결국엔 이렇게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게 되었지."
"...그렇군요."
"그는 내가 한단계 진전한 것을 알자 살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었네. 내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고있었다는 듯이 말이야."
"뭐라고 했길래?..."
"'만약 저와 비슷한 힘을 가진, 데스마스터라고 불리는 자들을 만나면 보살펴주십시오. 그것이 제 조건입니다.'. 그 한마디를 남기고 그는 원래 없었던듯이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네. 그리고 난 지금 자네를 발견한 거고."
아스케론.
데스마스터.
비슷한 힘을 가진자를 보살펴달라.
그리고 찾은것이 나.....
그 단어들이 하나둘씩 퍼즐을 맞추듯이 되어갔다.
그리고 도출된 하나의 결과.
지금 베레크 대공은, 날 도와주기 위해 찾아왔다는 것이다.
베레크 대공은 이미 35년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는 초인의 경지에 오른 인물.
그런 그가 35년동안 한시도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고 해왔다면?...
...잘하면.
그는 이미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을지도 몰랐다.
말그대로 '살아있는 전설'이 되는것이다.
그리고 그런 엄청난 사람이 내 편이 되어준다.
그 말은, 난 지금 엄청난 원군을 얻었다는 것이다.
만약 이 사실이 퍼져나간다면, 내가 도망친 이유.
즉- 나와의 연줄을 트려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질 것임이 분명하다.
"걱정말게. 나도 세간에는 죽은걸로 되어있으니."
"...그렇다면 안심입니다."
"허허. 그건 그렇고, 이제 슬슬 돌아가봐야하지 않겠나? 언제까지고 연회장에서 나가있을 수는 없는 법이니."
"대공께서는?..."
"죽은걸로 알려져있다 하지 않았나? 물론 소수의 왕족들은 진실을 알고있지만. 이 늙은이는 먼저 자네의 영지에 가있도록 하겠네."
"아, 그럼 증표를 드리겠습니다."
"필요없네. 자네의 집사는 내가 잘 아는 녀석이니."
"그게 무슨?..."
대공은 살짝 웃는것으로 대답을 대신하더니 픽 꺼지듯 사라져버렸다.
나에게도 꿀리지 않을만큼 엄청난 속도였다.
그런데 내 집사와 아는 사이라니...?
내가 알기로 우리 집사의 나이가 25세인데?
"..그럼 집사도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가?"
헷갈린다.
갑자기 막 나가는 느낌이랄까.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 일어난 일은 나에게 있어 좋은 일이니.
난 살짝 고개를 끄덕여 목근육을 푼다음 연회장으로 돌아갔다.
-케라진님!
연회장으로 돌아가려고 복도를 걷던 중일 때쯤, 크라이아에게 귓속말이 날아왔다.
설마 벌써 부활의 의식이 끝난걸까, 하고 생각해보았지만...
크라이아의 목소리가 심각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버려버렸다.
-무슨일이죠? 설마 의식이 실패했다던가...
-그런건 아닙니다. 다만 케라진님이 도와주셔야 할것이 있어요.
-도와야 할것?....
-네. 영혼석이 생각보다 많이 필요합니다. 좀 조달해 주실 수 있을까요? 영혼석은 카엘란 산맥에서 잘 나오는데 때마침 케라진님이 그 근처에 있으니....
-......
내 본래 계획은 세리나의 가문을 부활시키고, 안정적이게끔 도와준다음 그곳에 조사하러 다시 가는것이었다.
하지만 크라이아의 말이 내 계획을 수정시켰다.
..어쩔 수 없이 그곳을 먼저 탐사하게 되는걸까.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가져다 주시길 바랍니다. 한 5, 6개쯤이면 될것같네요.
크라이아는 급한지 후다닥 말하고 귓속말을 끊어버렸다.
"...지금 갈까."
난 머리를 긁적이고 다시 발을 돌렸다.
============================ 작품 후기 ============================
어제는 펑크났군요.
감기몸살 떄문입니다(구차한 변명!)!<-퍼억
킁. 어쩄든 지루하던 이번 챕터는 여기서 끝.
그럼 챕터 22, 영혼석으로 넘어갑니다.
추천 안주면 삐질테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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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담/ 력...력....력....
....졌다.
아니 그보다 할아버지가 게이라니 이게 무슨소리요 의사양반!
?타지아/ 게다가 바람둥이.
긔차니즘읭/ㅇㅅㅇ
광풍미르/ 이게 무슨 가족관게ㅋㅋㅋㅋㅋㅋㅋㅋ
Engelling/ 보통 초고수가 아니죠.후훗.
※리얼리티※/ 흐갸갸갸(?)
landing/ 세이렌이 울렸다ㅋㅋㅋㅋㅋㅋ
고쳐야겠네요.
휵월/ 세뇌라뇨. 트레스가 얀데레로 변할일 있나요ㅋㅋㅋㅋㅋ
홍염의 황제/ 실드!
플로렌스†블러디서펜트†/ 선물로 선빵은 전심전력으로 사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