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마스터-160화 (160/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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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지옥의 늪지대

오후 수업까지 무사히 마치고 집에 뛰어서 돌아온 나는 곧바로 에뉴얼 월드에 접속했다.

경현도 점심때의 경험이 있어서인지 여린이에게 걸리지 않으려고 종 치자마자 부랴부랴 뛰었다.

난 경현에게 빚(?)이 좀 있으니 같이 가기가 뭐해서 말이지.

어짜피 따로따로 나와도 결국엔 게임속에서 만나게 될거니까.

그러고보니 벌써 언노운의 네번째 멤버인건가?

순서대로 정리해보자.

토너먼트때 만난 8서클의 마검사.

크라스.

이때 베르가 불완전하긴 하지만 각성해서 이길 수 있었다.

익스플로젼을 연속으로 맞았을 때는 어떻게 되나 싶었는데 말이야.

두번째는 테라.

나에게 처음으로 '패배'라는 단어를 느끼게 한 자.

무승부로 되어 테라가 도망가긴 했지만 순수 내 실력으로만 따지면 내가 현저히 떨어졌으니까.

그 엄청난 투척 테크닉은 따라갈 수 가 없을 것 같다.

가히 달인의 경지였으니까.

세번째는 베네스.

바로 어제 쓰러트린 8서클의 네크로맨서.

솔직히 말해서, 네크로맨서치고는 별로 그쪽 계열의 마법을 안쓴 것 같다.

배리어를 쓰면 간단했을 공격들을 일일히 블링크로 피했 으니까.

그리고 포그를 썼을 때 라이덴을 쓸것이 아니라 본 스피어라던가 네크로 카니발같은 마법을 썼다면 경현을 효율적으로 압박할 수 있을 터였다.

설마 전투경험이 없는건가?...

아니면 단순히 나와 경현이 강해진것 뿐?

"이번에 쓰러트려야 할 녀석을 만나면 알게 되겠지."

난 머리를 털어 생각을 날려버렸다.

지금 중요한 것은 오직, '그녀'라는 존재를 물리치는 것 뿐이다.

"자- 그럼. 애들이 올때까지 기다려 볼까..."

집에 돌아오자마자 게임에 접속한 나는, 나무 위로 올라가서 느긋히 애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조용히 앉아서 쉬는것도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 한바탕 큰 싸움을 벌여야 하니까 말이지...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가끔씩은 쉬면서 사냥을 즐겨보고 싶다.

"에휴. 내 팔자야..."

사람 귀찮게 하는 친구들이구만...

-연제! 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눈을 감고 나무기둥에 기대어 멍하니 있던 나는 경현에게서 온 귓속말에 눈을 떳다.

-입구에서 조금만 들어오면 보일텐데? 나무 위야.

-무슨 소리야! 지금 트레스와 같이 들어와서 돌아다니고 있는데 보이지도 않... 앗!? 트레스!?

뚝!

귓속말은 경현의 경악성과 동시에 중단되어 버렸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이곳의 지형상 돌아다니고 있었다면 무조건 한두번 정도는 전투를 벌였을 터.

그러나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경현과 트레스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방금 트레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게 확실하다.

젠장. 여기에서 가만히 있어봤자 뭐 되는 것도 없잖아!?

난 앉아있던 곳에서 벌떡 일어나 어제처럼 나무 위를 뛰어다니기로 했다.

이곳, 지옥의 늪지대는 그것이 가장 편리한 이동방식이니까.

난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른 나뭇가지로 뛰었다.

끼릭...

"?"

그러나 다른 나뭇가지로 발을 딛는 순간 무언가가 작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기분나쁜 기계음이었다.

평범한 나뭇가지에서 이런 소리가 날리가 없다!..

콰과과과광-!

"크윽!?"

그리고 내 예상이 적중한 듯이 일제히 폭발이 일어났다.

그 폭발은 정확히 내가 디딜만한 큰 나뭇가지만 폭파시켰다.

그것도, 적어도 내가 보이는 한 거의 모든 나무에서.

"무슨 일이..."

난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그 광경을 보고있다가, 갑자기 느껴지는 살기에 후다닥 그 자리를 피했다.

퍼억!

아니나 다를까, 내가 있던 자리엔 쇳덩이 같은 강화형 머드의 주먹이 꽂혀있었다.

"추락한 나뭇가지 때문에 기어나온 머드들이 날 인식한건가!...."

난 입술을 질끈 깨물며 눈 앞의 머드들을 노려보았다.

대단하다.

여기있는 멤버의 정체가 뭔지는 몰라도 완벽하게 내 움직임을 봉쇄했다.

적어도 시간은 벌었을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것들이 이렇게 변했다는 것은 언노운이 저질러 놨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으니까.

...역시 보통이 아니다.

소름이 끼칠 정도다.

휘익! 퍼억!

고개를 숙여 머드의 2차 공격을 피한 나는 생각을 접었다.

일단은 이녀석들을 어떻게 하는게 먼저니까.

이 많은 녀석들을 일순간에 몰살시켜 큰 틈을 만드려면...

"서번트 루인."

이것이 가장 적당하겠지.

그렇게 결심한 나는 겨우 수초만에 한계치까지 기를 끌어모았다.

그리고 강하게.

지면에... 꽂는다!

콰과과광-!

경험치가 오르는 소리가 들리자 난 재빨리 뛰어서 그곳을 벗어났다.

당분간 이거로 시간을 끌 수 있을 테지.

'하지만 이동하는데 상당히 애먹겠는걸...'

난 눈썹을 찡크리며 나무 위를 올려다보았다.

디딜만한 나뭇가지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도보로 이동하면 아까 그 머드의 잔재무리들이 쫓아올지도 모른다.

아까 폭발음 때문에 애들이 내 위치를 파악했을 수도 있지만...

일단은 움직여보자.

나뭇가지가 아니라, 나무 기둥을 밟아서!

뭐랄까. 진짜 닌자가 되가는 듯한 느낌이다.

난 입맛을 쩝 다시며 처음 시도해보는 '나무기둥 밟아 이동하기'를 해보았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나무를 차서 다른 나무로 이동하려는 순간에 발이 미끄러지지 않게끔하고, 위로 올라간다기 보다 그냥 앞으로 전진한다는 느낌으로 움직였더니 어렵진 않게 되었다.

하지만 몸을 계속 일자로 뻗어있어야 했다.

정확히는 진행 방향을 향해서.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그 순간 중심을 잃고 떨어진 염려가 있었다.

어쎄신이 되서 얻은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때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이런곳에 오래 지체해 있을 순 없어. 최소한 이틀 안에 이곳에서의 일을 마치고 다른 언노운을 추적한다."

여름방학이 끝나기엔 아직도 한참 남았지만 그 안에 친구들을 구할 수 있을지는 무리수다.

그 안에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여린이 했던 말은 이해했다.

그 날 이후로 갑갑했던 무언가가 좀 덜어진듯한 느낌이었으니까.

하지만 이건 내가 나 자신에게 내리는 지령이었다.

무슨일이 있어도... 이번 여름방학안에 모든것을 종결짓는다.

내 눈이 순간 번뜩였다.

"이상해."

벌써 3시간이 흘렀다.

평지위에서의 내 속력은 총알보다 빠르거나 그와 비슷하다.

익숙치 않은 나무를 밟고 이동하는 방식을 썼다해도 자동차 수준은 훨씬 웃돌것이었다.

그렇게 3시간을 오직 직진했다.

그런데 끝은 커녕 오히려 점점 숲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거야?"

내 목소리에 짜증이 섞인 것은 당연한 것일 것이다.

내 시속이 500km라고 치면 거의 1500km를 달렸다는 말이된다.

1500km면 어마어마한 길이다.

내가 알기로 이정도면 한반도를 거의 끝에서 끝까지 움직였을 거리인데.

설마 이런 숲이 우리나라보다 월등하게 넓단 소리야!?

말도 안됀다!

난 머리를 흔들어 이 어이없는 생각을 지워버렸다.

하지만 다른 이유는 생각나지 않았다.

"응?..."

그러던 중, 낯이 익은 장소가 눈에 보였다.

한 지점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쓸려있는 장소.

...내가 서번트 루인을 시전한 장소다.

아직도 머드가 몇마리 돌아다니고 있었고.

.....그래.

그렇게 된거였어.

"이러니까 지옥이라고 불리는 건가..."

헛웃음이 나왔다.

지옥의 늪지대의 정체.

그것은 '미로'였다.

============================ 작품 후기 ============================

제가 너무 성급했던 것 같습니다.

투표기간을 10월 8일까지로 변경합니다.

제가 그날 밤 11시쯤에 확인해서 투표수가 제일 많은 것을 연재하겠습니다.

-사실 비축분이 전혀 없어서 둘러대는(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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