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마스터-154화 (154/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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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지옥의 늪지대

    "...너의 이런 모습을. 애들이 돌아왔을 때 어떻게 받아들일까?"

    "....."

    "지금의 넌 너무나 친구들을 구하는 것에만 급급해있어.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말이지. 과도할 정도로... 그래서 불러낸거야.

    머리를 식히고, 차분히 생각해보고 행동해. 언노운이라는 사람들이 무슨 의도인지. 전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잖아?

    그리고... 너무 서두르면 일을 그르치는 법이잖아."

    여린이는 할 말을 다 한건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입을 꾹 닫았다.

    난 안전대에 턱을 괴고 곰곰히 여린이가 한 말을 되새겨보았다.

    ...너무 급급해있다...라.

    이때까지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하지만 여린이의 말을 들어보니, 일리는 있었다.

    시간에 쫓기고 있었다.

    그래. 단서가 없으니까, 더 많이 활동해서 어떻게든 정보를 모아야만 했다.

    그것의 결과물이 지금의 나이다.

    말이 없어지고.

    오로지. 어느 방향으로 가든 항상 마지막은 친구들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런가.'

    난 살며시 웃음을 지었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그 미소를.

    -아마도 그때라고 생각한다.

    친구들을 눈앞에서 잃었던 그 날.

    내가 진심으로, 어떤 수단을 사용해서든지 강해져야겠다고 마음먹은 때가.

    정말로 나는 악마와 계약을 했던건지도 모른다.

    웃음을.

    행복이라는 감정을.

    즐겁다라는 감정을.

    ...잃어버렸었으니까.

    오후 12시 반.

    점심쯤이 되어서야 우리들은 노는 것을 멈췄다.

    솔직히 난 아직도 완전히 털어버리진 못했다.

    "그건 게임중독이야."

    ...라고 바로 여린이의 반격이 들어오긴 했지만.

    큼. 딱히 부정할 수도 없었다.

    "연제- 뭐 먹을거냐?"

    "글쎄. 일단은 가보고 나서 정해야지."

    "넌 맨날 컵라면만 먹으니까."

    "이자식- 대체 어디까지 내 일상을 알고있는거냐!?"

    "훗. 너따위의 생활패턴이야 뻔하지 않겠냐."

    -이런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된것도 큰 변화중 하나라면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내 본래의. 즉 예전의 내 성격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대략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난 머리를 긁적이고 눈 앞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경현은 '호오' 하고 살짝 감탄사를 내뱉더니 후다닥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여린이와 다연이도 배가 고팠는지 바로 의자에 앉았다.

    "그럼 난 오랜만에 돈까스나 먹어볼까나."

    "...그럼 난 오므라이스."

    딱히 먹고싶은 것도 없는게 사실이니까.

    "음...난. 이거!"

    "나. 나도..."

    각자의 주문이 끝나자 남은것은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거였다.

    여린이와 다연이는 서로 이야기꽃을 피웠지만, 아직 다연이와 친해지지 않은 우리는 대화에 끼어들지 못했다.

    그렇게 얼마간 잠자코있다가,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경현. 정보는 모아봤어?"

    "...지옥의 늪지대 말이야? 나오기 전에 살짝 하고 나왔다만. 너는?"

    "아아. 일단 컴에게 정리 부탁하고 나왔어. 지금쯤이면 다 해놓고도 남았겠지. 그럼 그걸 에뉴얼 월드로 전송해서 출력시키면 준비는 끝나."

    "그런데 굳이 정보길드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뭐야? 정보길드가 훨씬 효율적일텐데."

    "전쟁 전에 성의 발코니에서 했던 애기. 기억나지?"

    경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걸 보고 말을 이었다.

    "-언노운들 사이에 일반 유저들도 포함되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 그것이 사실이라면. 또, 지금까지 언노운의 영악함과 모든 유저들보다 한발 앞선 행동."

    "...설마?"

    "그래. 분명히, 일반유저들이 끼어있다면 그중 대부분은 정보길드의 길드원이겠지."

    내 생각일 뿐이지만, 경현은 납득했는지 심각한 얼굴로 턱을 괴었다.

    이렇게되면 그 누구의 유저도 믿을 수 없게 되니까 당연한 것이다.

    그 많고 많은 유저들중에 언노운의 협력자가 숨어있으니, 언노운한테 블랙리스트가 되어버린 나와 경현은 언제 습격을 당할지 모른다.

    상점에서 물건을 사고있는데 뒤치기를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지.

    '역시. 언노운들을 정리할때 까지는 나와 경현만 같이 다니거나 단독행동을 하는 것이 좋겠군.'

    옆에 동료가 있다는 것은 등을 지켜줄 든든한 아군이 있다는 말이지만, 다른 의미로는 몸을 빼내기가 어렵다는 말이 된다.

    난 애초에 어쎄신이니 스피드만큼은 언노운들을 압도할 수 있다.

    즉- 나 자신은 몸을 빼기 쉽다.

    게다가 경현도 나와 함께 데슌에게 수련을 받았다.

    결코 그 속도는 최상위 랭커들에게 뒤지지 않을 터.

    "경현."

    "왜?"

    "지옥의 늪지대만 마무리 지으면, 다음 부터는 개별행동이다."

    "뭐? 그래야 할 필요가 있는거야?"

    "그래. 여러모로 생각해 봐서 내린 결론인데 말이야-"

    "잠깐 거기! 스톱!"

    경현에게 이유를 설명하려던 찰나, 갑작스럽게 손을 뻗으며 스톱이라고 외치는 여린이 때문에 입을 다물어버렸다.

    "또 게임애기지!?"

    "...크흠."

    나와 경현은 그저 시선을 회피하는 것으로 대답을 회피했다.

    "어휴. 정말 계속 게임애기만 하고있잖아. 놀러왔는데 할 애기가 그것밖에 없는거야?"

    "끄응...."

    하지만 그렇게 말해도 여자애와 무슨 애기를 하면 좋을지 모르겠단 말이야.

    드라마를 보는것도 아니고 최신곡 같은것도 안들은지 꽤 됬으니까.

    그렇다고 친구들 애기를 하면 분위기가 저해될 테고 말이야.

    그렇다면 아무 관련이 없는 다연이만 불쌍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서 공통 흥미는 에뉴얼 월드밖에 없는 것 같은데."

    "...부정할 수 없네."

    여린이가 내 말에 잠시 멍하니 있다가 한숨을 내쉬며 자리로 돌아갔다.

    "아. 저기. 나도 그렇게 생각해..."

    다연이까지 동조하고 나서자 여린이는 나설 명분이 없어져버렸다.

    "뭐야! 흥! 이제 맘대로 하라구!"

    어. 삐졌다.

    여린이는 입을 삐죽 내밀더니 빨대를 입에 물고 물을 쪼로록 들이마셨다.

    ...흠. 먹을거로 꼬셔볼까?

    "야! 너 설마 내가 먹을거로 넘어올 거라는 생각을 하는건 아니겠지!?"

    "....."

    이런. 들켰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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