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마스터-150화 (150/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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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Necromencer

    "...네가 궁수계 데스마스터인가보군."

    "아. 네."

    경현은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했다.

    아직 눈앞에있는 소녀의 정체를 몰랐지만 적어도 적은 아닌 것 같았기에 경현은 딱히 경계를 하지 않았다.

    소녀는 잠시 그런 경현을 보더니, 다시 시선을 연제에게로 돌리며 입을 열었다.

    "난 검사계 데스마스터. 이름은 트레스다."

    *      *      *      *      *      *

    긴 잠을 잔것 같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단지, 깊은 어둠속에서 무언가가 날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었을 뿐이다.

    뭐지, 라는 의문이 들기도 전에 그 속에서 튕겨져 나왔으니까.

    "....으음...?"

    난 살며시 눈을 떠보았다.

    여기가 어디인지 제대로 기억이 나질 않았다.

    "케라진! 일어났구나!"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건 환하게 웃고있는 경현의 얼굴이었다.

    경현?...

    경현이 왜 여기있는거지?....

    난 아직도 멍한 상태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든게 처참히 파괴되어있었다.

    예전에 숲이었던것을 증명하듯 나무의 잔해들이 사방으로 펼쳐져있었지만 불타고 있는 곳도 있었고 땅이 갈라져있었기에 확실히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암살을 하러 1황자 파의 적진에 쳐들어왔고...

    그 후로 언노운과...

    "아! 베네스는!? 도망간건가?"

    난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벌떡 일어나며 베네스를 찾았다.

    "크윽!!!"

    하지만 곧바로 전신에서 엄청난 고통이 전해져왔기 때문에 난 다시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베네스는 네가 쓰러트렸어."

    "그런가. 베네스를 쓰러트렸... 내가!?"

    난 깜짝 놀라며 경현에게 반문했다.

    "기억이 안나는가 보네... 하긴. 정확히 말하자면 네가 아니었으니까. 정확히는 폭주상태가 되어버린 너야."

    "....."

    하나 짐작가는게 있었기에, 난 침묵했다.

    "그런데 감사는 안하는거야?"

    "?"

    경현은 아무말 없이 손가락으로 내 옆을 가리켰다.

    그러자 누군가 나에게 무릎배개를 해주고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 살짝 고개를 들어 누군지 살펴보았다.

    전체적으로 차가운 인상을 주는, 빨간색의 긴 머리를 허리까지 내린 소녀였다.

    난 깜짝 놀라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깨어났나."

    소녀는 날 처음 본 것임에도 불구하고 반말로 말을 건넸지만 난 딱히 상관하지 않았다.

    "누구시죠?"

    난 살짝 경계를 하며 물었다.

    "검사계 데스마스터. 이름은 트레스."

    트레스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끝마쳤다.

    데스마스터라는 부분에서 잠시 놀랐지만 별로 동요할 일도 아니었다.

    "어떻게 저희를 발견한겁니까?"

    "반말로 해도 돼."

    "....."

    잠시 멍하니 있었지만, 피식 웃어버리곤 다시 입을 열었다.

    "좋아. 대체 우릴 어떻게 찾아냈지? 토너먼트 이후로 난 세간에 나타난 적이 없을텐데 말이야."

    "...수도에서 한 유저와의 결투."

    트레스의 말에 난 아차싶었다.

    사람이 많은 광장에서 그런 일을 벌였으니 내 종적이 밝혀지는 건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게 에뉴월 월드 홈페이지에 동영상으로 올라오지 않은이상 이렇게 빨리 알 수는 없을텐데...

    "올라왔으니까. 딱히 조회수가 많은건 아니었지만 넌 토너먼트때부터 주시해왔으니까."

    "그런가."

    난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주시하고 있었다면 간단한 단서로 추적하기는 쉬웠겠지.

    "그리고 나도 언노운을 쫓고있었으니까 일은 더 쉬웠지."

    데스마스터는 조율자의 역할을 한다.

    중간계의 조율을 유지시키기 위해 나섰다면 뭐라 반박할 말이 없는 것이다.

    이정도로 드래곤들이 움직일 일은 없을테니까.

    "어쨌든 요점은. 너희들을 찾아냄으로 인해 7명의 데스마스터들이 전부 모였다는 거야."

    "우리가 마지막이었다는거야?"

    트레스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7인의 데스마스터라...

    ...생각해보면. 꽤나 긴 시간이 지난 것 같지만 베르에게 데스마스터의 비밀을 전해들은지 게임시간으로 10일도 안지난 것 같다.

    한 일주일 됬으려나...

    ...아니. 명계와 마계에 반절쯤 있었으니까 실제로 에뉴얼 월드의 중간계.

    즉 일반적인 게임시간으로는 6일 지난 듯 했다.

    ...빠른 시간내에 너무나도 강대한 힘을 얻어버렸다.

    나는 그것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고, 제어할 수도 없었다.

    그것이 아마 이번 내 패인일 것이다.

    그것은 경현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하고싶은 말은 딱 하나야."

    "뭔데?"

    "날 따라와줘."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데스마스터들이 전부 모이면, 사신의 진짜 힘이 개방되. 그리고 2차 전직 시험을 받게되지."

    처음 듣는 말이었다.

    무구를 전부 모으는게 아니라 데스마스터들이 전부 모이면?

    "물론 무구는 3개 다 모았어야지. 설마 전부 못모은거야?"

    나와 경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나 경현이나, 세번째 무구를 힌트조차 못찾은 상황이었으니까.

    '아.'

    그러고보니 치르크가 준 퀘스트에서 세번째 무구에 대한 힌트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러면. 방어구는?"

    "무슨 소리야?"

    이번엔 트레스가 반문했다.

    "전대 데스마스터에게 들은 바로는, 3대 무구 말고 5대 방어구도 찾아야 한다는데?"

    정확히는 아수라가 말했지만...

    뭐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가. 5대방어구라... 그건 몰랐네."

    트레스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어쨌든 중요한건 일단 데스마스터끼리 어느정도 얼굴은 익혀야 할거아냐?"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갈 수 없어."

    "왜지?"

    "...일단 이 전쟁을 마무리 지어야하니까."

    셀레스틴 왕국의 분쟁.

    언노운들은 분명 이 혼란을 틈타 각지에서 일을 벌일것이다.

    그렇다면 어서 전쟁을 마무리 짓는게 그들에게 독이될터....

    난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머릿속에서 앞으로의 계획은 대충 세워졌다.

    "아. 맞아."

    경현이 그때 손뼉을 짝! 치며 말했다.

    "베네스가 말했어. 그 '물건'은 지옥의 늪지대에 있는 '그녀'에게 가있다고..."

    "......"

    베네스 녀석...

    죽으면서까지 그 물건이라는 것을 지켜야 할 정도로 그게 중요한 거였나?

    보나마나 그게 좋은 목적으로 사용되는 건 아닐테지...!

    "좋아. 그렇다면 다음 목적지는 지옥의 늪지대다."

    어짜피 전쟁은 이번일로 인해 3황자파로 승기가 기울었을 것이다.

    나머지는 본격적으로 전쟁이벤트가 발생되고나서 유저들의 몫이다.

    베네스는 죽었으며, 주요 간부들도 나에 의해 암살되었다.

    게다가 이미 내가 3황자 파에 있다는 소문 역시 퍼졌을 터, 그럼 질리는 없다.

    그리고 여차하면 여기에 텔레포트 마법진을 설치해두고 이곳으로 오게하는 텔레포트 주문서를 만들어놓으면 될 것이다.

    후작님에게 부탁하면 간단하겠지.

    "그럼 나도 따라갈께."

    가만히 있던 트레스가 그 고운 입을 열며 말했다.

    "위험할텐데."

    "우린 조율자야.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지."

    트레스에게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듯 했다.

    난 그모습에 살짝 웃었다.

    든든한 동료 한명이 추가되었다.

    "...그럼. 일단은 돌아가볼까."

    난 어느정도 회복된 몸을 일으켰다.

    이미 이곳은 본래 어디었는지 모를만큼 처참히 파괴되어있었다.

    아마 한동안 이쪽 길로는 다닐 수 없을 것이다.

    멈칫

    "......"

    난 걸어가다 말고 가만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응시했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었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이걸로 두명."

    난 나지막히 중얼거리고, 다시 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새벽은 밝아오고있었다.

    ============================ 작품 후기 ============================

    ....컴퓨터 포맷됬습니다.

    아예 바이러스가먹었다네요.....

    덕분에 지금 이것저것 복구하느라 바쁜.

    쩄든 '네크로맨서' 챕터 끝났습니다.

    전투가 약간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들긴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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