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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Necromencer
"모든 것을 멸망시키는 파멸의 힘. 아득한 지옥의 불꽃이여! 나 그대의 힘을 빌려 나의 적을 섬멸하고자 하노니, 그대가 가는 길엔 파멸의 전주곡이 시작될지어다! 헬 파이어(hell fire)!!"
화르륵!!!
락엘의 양손 끝에서 붉게 타오르는 불덩이가 생겨났다.
그것의 정체는-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지옥의 불꽃..."
헬 파이어(Hell fire).
무려 8서클의 대마법이자, 그것이 닿은 모든 것은 그대로 녹아버리고 만다는 마법이다.
열기가 닿은 것 만으로도 모든것이 태워져 버린다.
그래... 마치.
태양이 직접 대지로 내리꽂는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그정도로 헬 파이어는 무시무시한 마법이었다.
게다가 저 마법을 쓴 다는 것은 녀석이 8서클 마법사라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크크크크크!!! 후회해도 늦었다. 넌 패배한거다! 내 함정에 걸려든 시점부터...!!"
락엘은 씨익 웃더니 곧바로 나에게 파멸의 불꽃을 던졌다.
콰아아아!!!
지옥의 악마가 불꽃에 휩싸인채 날아오는 것 같았다.
피해야한다.
그것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하지만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다.
그리고. 주위의 구울들이 내가 도망가는 것을 막고있었다.
락엘은 분명 텔레포트로 이 장소를 피할테지...!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텔리트 무브? 헤이스트? 참멸? 라이트닝 크래쉬?'
머리에서 갖가지 생각이 지나갔지만, 어느것도 이 상황을 완전히 타개할 수는 없었다.
그어어어어!!!!
게다가 때마침, 구울들이 일제히 나에게로 달려들었다.
시간이 없다.
우물쭈물 거리면 헬 파이어에 당하기 전에 구울들에게 당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어둠의 이차원 베기!!!"
난 빠르게 양 옆의 두번째 무구를 꺼내들어서 검으로 변환시킨 다음, 강하게 앞의 공간을 베었다.
촤아악!
그러자 공간이 갈라지며 온통 검은색으로 가득한 아공간이 열리며 나에게 쇄도해오던 검은 홍염의 사신이 그대로 아공간에 말려들어가 사라졌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엄청난 열기도 삽시간에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버렸다.
부가효과로 그 주위에 있던 구울 몇마리도 그대로 아공간 속으로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후우...."
한숨 돌렸나...
난 한숨 몰아쉬며 락엘을 노려보았다.
10m는 되어보이는 거대한 스켈레톤 킹.
그리고 그 위에 있을...
"없어!?"
난 일순간 당황했다가, 무언가 낌새를 느끼고 곧바로 내가 있던 자리를 피했다.
콰과과과광!
아니나 다를까, 내가 있던 자리에선 검은색의 마력의 칼날들이 대지를 부수며 위로 솟구쳐 올랐다.
푸슉! 푸욱!
그어어억!!!!
그것들의 범위는 꽤나 넓어서, 내 주위에 있던 구울들은 말 그대로 꼬치구이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대로 있었다면...'
난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만약 조금이라도 늦게 피했다면 저 사이에 있는 건 내가 됬을 테니까.
"감도 좋군. 그걸 피해내다니 말이야."
락엘은 어느샌가 내 뒤에 나타나서 나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패럴라이즈(paralyze)."
"이런!?"
난 황급히 텔리트 무브를 써서 자리를 이동하려 했으나, 락엘의 손이 스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호오. 어쎄신이 블링크를 사용할 줄 아는건가? 재밌군."
락엘은 흥미롭다는 듯이 날 보았다.
반면 내 얼굴은 가득 찌푸려져있었다.
아까 피하면서 스쳤던 곳이 하필이면 왼팔이었다.
손목과 팔꿈치의 중간부분이라 딱히 큰 장애가 되진 않지만, 내가 알기로 패럴라이즈는 서서히 영역을 넓혀나가는 마법이다.
즉- 시간을 끌면 내가 불리하다는 것이다.
"정보대로군. 모든 마법을 흡수시키는 이상한 아공간을 열 수 있다고... 확실히, 넌 평범하지않아."
"평범하지 않으니까 너희들을 이렇게 쫓을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런가. 쿡. 그렇군."
락엘은 피식 웃더니 다시 스켈레톤 킹 위로 올라갔다.
...빌어먹을.
왼팔이 욱신욱신 거린다.
어쎄신의 특성상 양손을 다 사용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서야 내 통상 공격력의 절반밖에 내지 못할 것이다.
이 상황을 단번에 뒤집을 수 있는 스킬은 얼마든지 존재하지만 언노운이 두명이라는 것을 안 이상 히든카드로 남겨놔야 한다.
-마스터.
"왜?"
-저 락엘이라는 자. 평범한 자가 아니야. 그냥 8서클의 네크로맨서가 아니라는 거지.
"그럼뭔데?"
-네크로맨서보다는 흑마법사쪽에 더 가깝고... 무엇보다. 전투 경험이 상당히 많은 자인 것 같아.
"....."
그건 나도 싸우면서 절실히 느꼈다.
락엘은 완전히 경험의 수준부터가 달랐다.
전장에서 평생을 살아온 노장같은 느낌이다.
"자아. 구울들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애송이!"
락엘은 완전히 날 조롱하는 투였다.
"....헤이스트. 대거부스터. 독바르기. 쉐도우 스텝. 쉐도우 웨이트....."
난 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않고 나에게 존재하는 모든 버프스킬을 시전했다.
헤이스트는 가능하면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육망안... 일륜 개안."
그리고 삽시간에 내 눈이 빨간색으로 물들며 모든것이 느리게보였다.
이거라면 헤이스트의 스피드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게 해주겠지.
"호오?"
락엘은 흥미롭다는 듯이 내가 하는것을 지켜보았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3초다."
"....뭐?"
"3초. 그안에 널 제외한 모든것들을 없앤다."
"하?"
락엘은 어이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개소리마라. 너같은 애송이가 할 수 있을리가..."
난 락엘의 말을 듣지도 않고 곧바로 움직였다.
한발짝을 내딛으면 구울들의 한 복판에 와있고, 다시 한발짝을 움직이면 또다른 구울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이동해있었다.
한번 손을 휘두르면 수십마리의 구울들이 썩은 두부처럼 잘려나갔다.
데스 블레이드는 시동어를 외칠 필요도 없었다.
간단한 의지만으로도 생성시킬 수 있게 되었으니까.
데스 블레이드에 의해 잘려진 것들은 검은 불꽃에 휩싸이며 그대로 소멸된다.
죽음을 지배하는 자.
그 진위를, 이제부터 내가 제대로 보여줄 것이다.
"....3."
딱 3초를 세고, 난 그 자리에서 움직이는 것을 멈추었다.
3초.
그 동안에 일어난 일은, 모든 구울들의 소멸이었다.
"....."
락엘은 입도 다물지 못하고 멍하게 날 볼뿐이었다.
"미안하군. 애송이라서 3초나 걸리고 말았다. 락엘."
난 싸늘하게 한마디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