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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On the blood
경현이 게임에 접속한 것은 내가 후작님을 만나고 나서 게임시간으로 1시간 정도뒤였다.
현실에서는 대략 30분이 지난 것 같다.
"갈 거지?"
"당연."
경현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후작님의 정보를 바탕으로 이리저리 조사해본 결과 1황자파에 있는 언노운 멤버는 단 한명인 것 같았다.
직업은 예상했듯이 네크로맨서.
목격한 NPC들의 말로는 손짓 한번에 백마리를 상회하는 스켈레톤 나이트들을 만들어낼 정도로 강자라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황자라는 녀석이 외부인.
그것도 규탄받고있는 흑마법사를 끌어들이다니 말이야.
코우스 후작님의 말대로 폭군이 될 가능성이 있다.
자신의 목적달성을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다.
이런 자가 왕이 된다면 불보듯 뻔하다.
이 나라는 망한다.
'...딱히 이 나라에 애국심이라던가 1황자에게 원한이 있는건 아니지만...'
언노운이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내 적이 되기엔 충분했다.
그래.
녀석들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고 하지만, 난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럼, 아직 시간은 좀 남았는데...."
경현은 한낮이긴 하지만 서서히 기울어지고 있는 해를 보며 중얼거렸다.
우리가 이동하는 시각은 밤 12시.
즉, 아직 못해도 8시간은 남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할 일이 있을까?"
"일단 반 얘들과 길드를 만들어야 하잖아?"
"아, 맞아."
경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일 장소는 수도다.
'그러고보니...'
난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결투.
진현 녀석과 결투를 하기로 했다.
녀석의 직업은 마검사.
마법과 검술을 번갈아서 쓰는 조금은 짜증나는 직업.
그러고보니 내가 지금까지 본 마검사의 형태만 해도 3가지다.
첫번째가 제일 잘 알려진 마법과 검술을 번갈아서 쓰는 타입.
두번째는 무기에 속성을 불어넣고 검사의 스킬을 쓰며 싸우는 타입.
세번째는 두번째 타입처럼 속성을 불어넣는건 같지만 검사의 스킬은 사용하지 못하고 자신이 스킬을 만들어내야하는 타입.
제뉴얼이 세번째 케이스이다.
하지만 진현녀석은 자신을 그냥 마검사라고 밝혔다.
진현 같은 녀석은 뽐내길 좋아하니까 숨기는게 있다면 거기서 다 까발렸겠지.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으니, 평범한 마검사라는 것이다.
'...그럼 질리는 없겠군...'
나의 마법 내성은 5서클까지는 무난하게 받아낸다.
즉, 익스플로젼을 정통으로 맞아도 몸의 한 부위가 날라간다거나 그러지도 않을 뿐더러, 큰 타격을 입지도 않는다.
잠시 주춤거린다면 모를까.
검술?
후후, 패치가 된 이후로 검사들의 계급이 바뀌었다.
마나 유저->소드 익스퍼트->소드 마스터->그랜드 소드 마스터.
마나 유저는 레벨 50.
소드 익스퍼트가 150.
소드마스터가 300.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600이다.
물론 이건 대략적으로 되는 레벨이다.
즉, 이정도 레벨이 되면 가능하다라는 뜻이다.
더 쉽게 풀이하자면 레벨 300정도가 되면 소드 마스터리가 마스터 된다는 뜻이지.
이 말은 다르게 말하면 꼭 300이 아니더라도 일찍 마스터하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한계가 있지만.
일정 레벨이 되지않으면 숙련도가 더이상 오르지도 않고, 또한 극악이다.
어쨌든 마나 유저는 말 그대로 마나를 어느정도 다룰 줄 아는 검사이다.
마나를 이용해 검의 내구도와 파괴력. 혹은 근력의 힘을 약간이나마 상승시킬 수 있는 경지.
소드 익스퍼트부터는 그대로이다.
'내 레벨은 298이지만 오러 블레이드는 물론, 데스 블레이드도 능숙히 펼칠 수 있다.'
왜냐하면 난 레벨이 되어서 오러 블레이드를 펼친 케이스가 아니라, 스킬을 마스터해서 얻은 케이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거냐?"
"뭘?"
"엄청 깨지면 녀석은 분명히 길드에 들지 않을 거다."
"그러겠지."
"그리고 길드에 남아있다 해도 자기 이익만 찾으려고 하겠고, 최악의 경우에는 되려 녀석들에게 무슨 보상을 받고 우리들을 팔 수도 있다."
"....."
경현의 말이 맞았다.
꼭 그렇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럴 확률은 분명히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일부러 져줄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녀석은 분명히 설칠 것이다.
언노운 녀석들은 터무니 없이 강하다.
그걸 알면 빌빌 기겠지.
"....그런 녀석이 이 길드를 맡을 수 있을 것 같아?"
난 표정을 싸늘히 굳히며 워프게이트로 이동했다.
경현은 뒤에서 말없이 따라왔다.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자 수도에 도착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예전에도 말했듯이 돈은 많으니 비싸다고 불평할 이유도 없었다.
"광장이었지?"
"응."
나와 경현은 곧장 광장으로 걸어갔다.
광장으로 갈수록 사람들은 더욱 많아졌다.
각종 상인 직업을 가진 유저.
쓸모있는게 있는가 보러 나온 유저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뭉쳐있는 우리반 아이들.
"여-"
"오오! 연제다!"
"늦었다고!"
나와 경현이 마지막인건가?
"뭐, 좋아. 얼른 길드나 만드러 가자. 돈은 내가 낼께."
"어어? 이미 얘들에게 얼마씩 걷었는데?"
"얼마모였는데?"
"으음...25만 골드쯤?...."
"아직 한참 부족하네."
길드를 만드려면 50만 골드가 필요하다.
그것도 이게 친목길드니까 그런거지, 일반 길드였다면 100만 골드였다.
"그럼 내가 나머지 25만 댈게."
"우오!!!! 물주가 강림했다!!!!!!!"
친구들이 탄성을 지르며 우르르 몰려들었다.
....뭐어, 내 자본이야 몇억이다.
그 정도야 별것 아니다.
게다가 친구를 구하기 위한것.
내가 돈을 가지고 있지 않았더라도 아깝지 않았을 것이다.
"기다려. 어딜 은글슬쩍 튀려고?"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망가트리는 녀석이 나타났다.
"길마를 정해야할 거 아냐? 길마도 정하지 않고 길드를 세우라는 거냐?"
녀석은 피식 웃으며 얘들을 밀치며 다가왔다.
밀쳐진 친구들은 불쾌해했지만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다.
"크크크. 준비는 됬냐?"
녀석은 재수없는 미소를 짓더니 곳바로 결투 신청을 했다.
"...승..."
"그럼 간다!!!"
"앗!? 연제!!"
내가 승, 을 하고 낙이라고 말하려는 순간, 결투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녀석이 공격을 해왔다.
"...낙."
....정말이지 용서할 수 없는 녀석이군.
"하압!!!"
녀석은 이겼다는 듯이 웃으며 사선으로 베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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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못했으니 일단 2연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