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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마스터-31화 (31/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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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리뮤운의 동굴

    난 완전히 치유된 몸을 일으켜서 단검을 고쳐 잡았다.

    그리고 오러 소드, 혹은 오러블레이드를 시전할 수 있는 검사들을 불렀다.

    이스테론은 의아해 하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입니까?"

    "저의 필살 비기를 쓰면 한방에 끝낼지도 모르겠으나...시간도 모자르고 저놈들 움직임이 빨라서 말입니다. 시간좀 벌어드릴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이스테론의 얼굴에는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스테론이 가고나서 이번에는 레밀리를 불러왔다.

    한창 즐기고(?) 있었는지 레밀리는 툴툴거리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다수의 아이스 트롤과 아이스 오우거가 몰려들고 있어. 네가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는 쓰지 말고 그 이외의 방향으로 시아 웨이브를 난사해줘. 내 마나 포션을 다 줄테니까."

    "뭐...? 하지만 캐스팅 시간이 오래걸릴텐데?"

    "이스테론을 비롯한 검사들이 시간을 벌어보기로 했어."

    "음....일단 해보지, 뭐."

    그러고 레밀리는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

    나도 집중해서 단검으로 기를 밀어넣기 시작했다.

    데슌에게서 물려받아 오크의 땅에서 한번 써보았던 기술.

    그 기술을 펼쳐보이려는 것이다.

    게다가 이 기술의 특성상 적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효력이 크다.

    콰과광!

    "크워워!"

    "에잇, 젠장할!"

    저편에서는 이스테론과 디시블, 리플렌, 라운스가 힘겹게 시간을 벌고 있었다.

    시간을 조금만 더 주체하면 저중에서 누군가 한명은 죽어버릴게 뻔했다.

    이미 그들의 몸 곳곳에는 작고 큰 상처가 수많이 뒤덮고 있었다.

    그 때, 캐스팅을 마쳤는지 레밀리가 다급하게 외쳤다.

    "시아 웨이브!"

    촤아아!

    발사된 시아 웨이브는 우리가 있는 곳에서 동쪽으로 뻗어나갔다.

    바람때문에 약간씩 뒤로 밀려나기는 했지만 아직은 위력적이었다.

    그러고 곧 시아 웨이브는 조금씩 얼어붙기 시작하여 동쪽으로 달려들던 아이스오우거와 아이스 트롤은 얼음에 같혀서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다.

    "시아 웨이브!"

    그리고 한차례더 시아 웨이브가 돌진해 갔다.

    이번에는 정반대 쪽이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뒤쪽으로 조금씩 밀려갔지만 위력은 그대로였다.

    이미 동족이 얼어붙는것을 보았는지 녀석들의 얼굴에는 약간의 공포가 배어있었다.

    그리고 곧 괴성을 지르면서 뒤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겁없는 일반 오우거와 트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런 추위에는 사람이 별로 안오니 인간을 한번도 안죽여봐서 인간에 대한 비웃은 혹은 공포심이 없었군.'

    나는 피식 웃으면서 계속해서 기를 불어넣었다.

    마침내 기가 완전히 모이자, 나는 고생하고 있던 길드원들에게 소리쳤다.

    "얼어붙은 몬스터들을 처리하러 가주세요!"

    "오케이!"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길드원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나는 깊게 심호흡을 한뒤에 몰려오는 놈들을 쳐다보았다.

    몇마리가 길드원들쪽으로 다가가긴 했지만 적수가 되지는 않을것이라 생각되었다.

    나는 녀석들과의 거리가 5m도 채 남지않자 단검을 땅으로 쑤셔넣으며 외쳤다.

    "서번트 루인!"

    콰아아앙!

    급기야 단검에 불어넣은 기가 터져버리면서 아이스오우거와 아이스 트롤을 향해 발사되었다.

    순식간에 앞에 달려오던 녀석들은 전멸해버렸음은 물론이요, 뒤에 달려오던 놈들까지 피해를 입고있었다.

    난 그에 그치지 않고 바로 오러 인첸트를 건다음 휘청거리고 있는 떨거지(?)들을 사정없이 베어버렸다.

    '좀 이상한걸?'

    그런데 이상한점!

    아무리 내가 급소만 공격한다고 하지만 이렇게나 쉽게, 한 방에 넘어갈리가 없었다.

    나는 문득 맨 처음에 나타났었던 두마리의 아이스 오우거를 쳐다보았다.

    녀석들이 갖혀있던 시아 웨이브는 아예 꽁꽁 얼어버려서 아이스 오우거는 간신히 숨만 쉬고 있었다.

    "저놈들을 먼저 죽여봐야겠군."

    나는 몸을 돌려서 맨 처음에 출몰했던 놈들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그러는 중에 사방에서 몽둥이가 휘몰아쳐 오고 있었다.

    난 가볍게 점프를 해서 몽둥이를 피해낸 다음, 녀석들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쉬아악!

    "헉!"

    순간, 나는 내 머리위로 엄청난 속도로 찍어내려오는 몽둥이를 보고 기겁을했다.

    필시 저것에 맞는다면 그대로 로그아웃이 될게 뻔했다.

    하지만 여지없이 내 예상은 빗나가 버렸다.

    부웅!

    이상하게도 날 향해서 내리쳤던 몽둥이는 내 머리에 닿자마자 사라져버린 것이다.

    물론 그 몽둥이의 주인과 함께.

    "설마, 역시 일루젼 이미지(illusion image) 였던 건가?"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본체로 추정되는 놈들에게 다가갔다.

    이번에도 수많은 몽둥이가 나에게 작열했지만 내 몸에 닿는 즉시 몽둥이와 그 몽둥이의 주인은 사라져 버렸다.

    '괜히 서번트 루인까지 시전했군.'

    차라리 한번 부딪혀보고 위험할 때 썼었다면 알아차릴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나는 나의 성급함에 한숨을 쉬었다.

    몇 미터 앞에서 아이스 오우거 두마리가 오들오들 떠는것이 보였다.

    "잘 죽으렴. 감히 나에게 일루젼 이미지를 선사해 주다니, 나도 그에 걸맞는 것을 선사해주지."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했는지, 아이스 오우거들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해있었다.

    그러다가 괴성을 지르면서 몸을 움직이려고 하였다.

    하지만 넌 이미 죽은 목숨이야.

    촤악!

    나는 버둥거리는 아이스 오우거들의 목을 사정없이 베어버렸다.

    감히 나를 이렇게 힘들게 시키다니, 절대 자비는 인정할 수 없다.

    본체로 추정되는 아이스 오우거 두마리를 죽여버리자, 우리에게 맹공을 가하던 가짜들은 여기저기서 '펑'소리를 내면서 사라졌다.

    우리들은 그에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14지역으로 넘어가는 문으로 다가갔다.

    나도 천천히 문을 향해서 걸어갔다.

    그때, 옆에서 치레인이 말을 걸어왔다.

    "그런데 어떻게 하신거에요?"

    "뭘요?"

    나는 치레인의 말에 의아한 듯이 되물었고, 그런 내 모습에 치레인이 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떻게 마법인지 알았냐 고요."

    "생각해 보세요. 너무나 쉽게 죽는게 이상하지 않았나요?"

    "......"

    "그러다가 실수로 한대 맞았는데 제 몸에 닿자마자 사라져 버리는 겁니다."

    "그럼, 일루젼 이미지 였단 거에요?"

    "그러죠."

    "아...."

    그러고 보니 치레인이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했군.

    워낙 말수도 없고 사냥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그런데 무기가 대체 뭐라니?

    아무리 둘러봐도 무기로 짐작되는 물건은 보이지가 않는데?

    나는 열심히 눈을 굴리면서 치레인의 무기로 짐작되는 것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보게된것은 예기를 은은히 풍기고 있는 다발의 수리검!

    아니, 여자에게는 참 안 어울리는 직업 같은데.

    그것도 진짜 전문적인 어쎄신이라니, 하긴 단검보다는 표창이 낫겠지.

    "왜 그러세요?"

    "아, 아닙니다."

    나는 들려온 치레인의 말에 다급히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그러자 치레인은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길드원들을 따라서 14지역으로 들어갔다.

    우우웅

    14지역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다.

    고요한 느낌을 주면서 뭔가가 갑자기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

    그러면서도 굉장히 편안한 느낌....

    던전에 이런 느낌이 난다는 것이 이상했지만, 뭐 그건 운영진측 맘이니까.

    선두에 서서 14지역을 샅샅히 수색하던 이스테론의 눈빛이 이채가 지나가며 조용히 말했다.

    "골렘입니다."

    "......."

    "......."

    "......."

    "그것도 밝혀지지 않은, 전혀 별개의 골렘입니다."

    ".....!"

    ".....!"

    그러자 우리들의 눈에는 순식간에 긴장감이 서려왔다.

    그리고 이스테론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그 물체를 보았다.

    확실히 전형적인 골렘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머리부분에 무언가가 뾰족뾰족 튀어나와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었다.

    "저것은!?...."

    나는 12지역 3단계의 비밀 던전에서의 일을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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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주에 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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