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프로젝트-102화 (102/105)

<-- 102 회: 7장 - 탈옥(Prison break) -->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서 나이프를 품에서

꺼내려는 찰나!

턱!

제넷이 레노드의 손목을 덥썩 잡았다.

"호호! 제 정신 멀쩡해요."

그녀의 반응에 레노드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아직 눈가의 어두운 기운이

사라지지 않고 서려 있었다.

"그 상처는.....?"

그가 겉눈짓으로 그녀의 왼쪽 손을

살짝 흘려보며 물었다.

그녀는 말없이 오른손으로 왼손을

감싸 쥐었다.

"전..... 갈수 없겠네요."

쿠궁!

그 말을 듣는 순간 뒷통수에 큰 타격이 입혀졌다.

설마 설마 우려했는데 그 상처는....

레노드가 예상했던 그 끔찍한 종류의 상처였다...

"...예?"

너무나도 당혹 스러운 나머지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동안 즐거웠어요."

"..."

그리고서는 할말을 잊는다.

뒤에서는 세큐리티들이 빨리 오라고 고래 고래

소리를 치는 중이다.

제넷은 질질 끌 시간이 없기에 어떻게든

레노드에게 전할 것만 전해주기로 생각했다.

"일단 레노드는 제게 있어서... 제 인생에

특별한 사람..... 좋은 친구였구요.....

그게 일단 제가 해주고 싶은 말이에요."

"..."

그의 표정을 슬쩍 보고는 다시 말을 잇는다.

"그리고 예전에... 예전에 죽었던 그 수지라는 아이요."

수지라는 말에 레노드의 침울한 눈동자가

번쩍 하고 빛을 뿜었다.

"그 아이가 저에게 준게 있었어요.

지금까지 바쁘고 해서 건네주지 못해

미안해요.

레노드에게 꼭 주라고 했던 것이거든요."

제넷은 말을 끝냄과 함께 품속을 뒤져

무언가를 꺼내었다.

그것은 하얀 편지봉투.

물론 꼬질 꼬질 때가 묻기는 했다만...

레노드는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받았다.

"이봐 놔두고 간다!!!"

이제는 아예 맥스더가 직접 나서서

신경질을 부린다.

"어서 가세요."

"그러면 제넷은...?"

레노드가 물었다.

같이 가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지만 물었다.

그만큼 그 한마디에 여러 깊은 뜻이 담겨져 있었다.

헤어져서 아쉽다고,

그동안 고마웠다고,

그동안 미안하다고,

함께해서 나도 정말 기뻤다고,

그리고

이렇게...

이렇게.....

이런식으로 혼자 두고가게 되어.......

슬퍼서...

너무나도 슬퍼서......

울고 짖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서 미치겠다고.....

"미안해요..."

라는 말과 함께 레노드가 등을 돌렸다.

"미안하긴요. 어쩔수 없음을 당신도, 저도

잘 알잖아요."

뚜벅 뚜벅

레노드가 천근같이 무거운 발걸음을

한발자국씩 겨우겨우 옮겨나갔다.

겉으로는 표해내지 못하더라도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저기....."

그러다가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걸음을 멈추었다.

너무 슬퍼서 고개는 돌리지 못했다.

"에..."

쿵쿵쿵!

말을 하려는데 저쪽 옥상 문에서 들려온

소리에 내뱉지 못했다.

아무래도 염려했던 좀비들이 드디어

올라온 모양이다.

레노드도 빨리 가야하고, 제넷 자신도

곧 있으면 들이 닥칠 좀비들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할 말을 빨리 내뱉었다.

"그런데 제 본명은 어떻게 아세요?

덕분에 악몽에서 깨어났었 거든요!"

아까부터 정말 궁금했던 사항이다.

한국에서 가명인 애쉴리 그랠로핀을

사용하고 본명은 그 누구에게도

밝힌 적이 없는데 저 풋내기 세큐리티

지망생이 도대체 그것을 어떻게 알고선

계속 제넷 제넷 그런단 말인가?

레노드는 씨익 웃더니 드디어 고개를 돌렸다.

역시 아무렴 떠나가는 사람에게 축 처지고

슬픈 뒷모습보다 당당하고 기쁜 얼굴을

보여주는게 낳겠다고 생각되서였다.

그리고는 외쳤다.

"기억 안나세요? 우리가 잠씨 싸울때...

아무튼 본명 알게되어서 기뻤구요...

가서 다른 사람을 많이 도울거에요.

안녕....."

그말을 마지막으로 레노드는 헬기로

달려갔다.

세큐리티들이 그에게 애쉴리는 왜 타지

않냐고 물어보았고 레노드가 알아서

그녀가 같이 가지 못할 이유를 말해주었다.

그러자 헬기는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떠나가는 헬기를 바라보며 제넷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정말 멋진 청년이야. 그럼 안녕 멋쟁이.'

홀로 남겨졌지만 많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고독에 너무 익숙해진 그녀이니까.

허나 오랫동안 마음에 쏙 드는 친구랑 있어서 인가?

그동안 못느꼈던 외로움이 약간은 마음속에

번져있었다.

그런데 의구심이 들었다.

정말 언제 자신이 본명을 밝혔는지...

잘 생각해보니 문득 떠올랐다.

그녀는 레노드에게 실망하고 분명 이렇게 말했었다.

- 나에게! 이 제넷 버취에게 진짜 삶이 어떤건지

조금이나마 깨우쳐준 당신이... 그런 당신이

지금 그러면 어떻게 하냐구요...!

자신이 했던 말이 기억나자 다시금 쓴웃음이

얼굴에 그려졌다.

언제나 감정의 충동보다는 차가운 의지가

먼저 앞서던 자신이 그런식으로 자신의

본명을 말하는 실수를 저지르다니 말이다.

아무래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레노드와

정말로 가까워 진것 같다.

하긴, 그럴만도 하다.

오랬동안 외로웠던 그녀였고,

레노드는 원체 보기 드믄 꿈의

절정체 같은 순수한 청년이였으니까.

아마도 이런 실수를 다시 저지를 일은

아마 없을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뇌까렸다.

거기까지 생각하는 동안 레노드를 태운

헬기는 이미 땅콩의 크기로 보일만큼

저 멀리 가 있었다.

쿵! 쿵! 쿵!

쿵!!!

막 정신을 차리니 드디어 좀비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에휴~"

다른 사람은 모두 떠났는데 자신은 저 지긋지긋한

좀비들과 다시 상대해야만 한다니 저절로 한숨이

튀어나왔다.

'그래도 어쩌겠어... 임무가 남아있으면 해야지.

난 프로니까.'

신세타령은 시작하는 그 찰나에 싹둑 잘라 버리고는

차고 다니던 조끼에서 어떤 쇳조각을 때어 내었다.

거기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니 쇳조각이 퉁 하고

발사되었다.

그러고서는 옥상 문 바로 옆의 벽에 박힌다.

우어어어어...

좀비들은 그녀가 무엇을 했는가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저 그녀의 피를 맛보기 위해 열심히 걸어왔다.

제넷은 그들에게 비웃음을 날려주더니 등을 돌렸다.

그리고서는 달렸다.

아이러니 한 것은.....

좀비들에게 도망 가는것 까지는 좋지만,

그녀가 달려가는 방향에는 옥상 난관 밖에 없다.

설마 설마 하니 그녀는 난관에서 뛰어내렸다.

"난 이제 시작이다!"

자유 낙하중 외쳤다.

보니까 그녀가 아까 발사해서 벽에 박힌

쇳조각과 그녀가 입고 있는 조끼에

눈에 보일듯 말듯한 얇은 철사가

연결되어 있었다.

그녀의 임무는 K 바이러스 강화 프로젝트와

신 생체병기의 개발에 대한 연구일지를

획득해 가는것.

연구일지가 있는 장소는 K.S.C의 S.C.I.T

(비밀 연구 조사대) 지하 연구소.

그러니까 일부러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다.

아래로 떨어지는 풍압에 제넷의 왼손에

대충 묶여있던 피묻은 붕대가 풀려져

날아갔다.

그리고 그녀의 왼손엔 아무 상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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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finished-

다음화는 The Project Part I 의

Epilogu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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