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프로젝트-94화 (94/105)
  • <-- 94 회: 6장 - 한줄기의 빛을 따라서(Following a string of light) -->

    레노드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가

    총성을 듣고 정신을 차렸다.

    애쉴리가 좀비들과 싸우는 중이겠지 했는데

    그러기엔 너무나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마치......

    개가 으르렁 거리는 소리와 같았다.

    게다가 총성은 멈추지 않고 계속 발사되었다.

    그러다가 총성이 멈추었다.

    '설마.....'

    레노드는 순간 정신이 확 들었다.

    그의 추측이 맞다면 아마도 애쉴리는 지금

    위험에 빠져있을 터이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자살이나 하려고

    생각하던 그가 반사적으로 계단 아래로

    퉁겨져 나갔다.

    옥상 계단에서 내려온 레노드는

    괴기한 형태로 변한 개과류 괴수와

    촉수들에 묶인 애쉴리를 발견했다.

    "애쉴리!!!"

    그녀가 위험에 빠진것을 목격함과 함께

    돌격소총을 제대로 잡았다.

    두두두두두두두!!!

    총구에서 연이어서 터져나오는 불꽃에

    어두운 복도가 밝게 밝혀졌다.

    총알 난사를 온몸으로 받은 괴물은

    꽤나 충격을 받았는지 애쉴리를

    찌르려고 날리던 촉수들을 움찔 했다.

    일단 놈의 내구성이 강하다는 것은

    인정하는데 아무래도 충격 정도는

    받나 보다.

    질끈!...

    괴물의 촉수가 바로 눈앞에 오자 제넷은

    두눈을 지긋이 감았다.

    이제 죽겠구나 하고 뇌까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팍하고

    터져나와야할 고통 대신에 뭔가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이유는 모르겠다만 괴물이 제넷을 순간적으로

    더욱 세게 조여왔다.

    꾸우욱....

    하지만 촉수가 찌르지 않았다고 해서 살아남았다고

    볼수 없는게 촉수는 점점 더 세게 조여졌다.

    애쉴리는 고통을 참지못해 결국 작은 신음을 흘렸다.

    "악!....."

    "애쉴리!"

    레노드는 그녀의 가명을 부르며 또다시

    괴물을 조준했다.

    두두두두두!!

    그리고는 쏘아지는 수십발의 총알들.

    파밧! 파바바밧!!

    총알은 놈의 몸을 파고드려 했지만 역시

    꿰뚫어지지는 않는게, 총알으로는 놈을

    해치울수 없다는것이 증명 되었다.

    꾸우우욱!....

    "아아...."

    촉수는 점점 조여져만 가고 총알은 놈에게

    먹히지 않고.....

    애쉴리가 괴로운듯이 계속 신음을 흘리며

    표정을 일그러 뜨려서 레노드의 마음이

    활활 타기만 했다.

    ...

    이곳은 어딜까?

    스스스.....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위가 모두 하얗고

    바람만이 불고 있다.

    파앗!...

    팟!..... 파앗!

    희미하다.

    희미하게 주의가 보인다.

    무언가가 점점 뚜렷해진다.

    시점이 돌아오고 있다.

    뭘까?

    녹색?

    녹색이네.... 앗!

    나무들이잖아!

    그리고 나무들 사이에는.....

    한 통나무집이 있는데, 기억이 난다.

    저 통나무집이 어디인지.

    저 통나무집은........

    악몽이다.

    그런데 그 통나무집이 점점 가까워진다.

    그리고 그 끔찍한 통나무집이 가까워질수록

    뭔가 둔탁한 소리가 들려오는것을 느낄수 있다.

    퍽! 퍽!

    둔기 같은 것으로 무언가에 타격을 주는 소리.

    잊을수 없는 소리다.

    시점이 통나무 집에 가까워 질수록 그 소리와

    심장박동 소리가 짙어져 갔다.

    으아아!

    굵직한 한 남성의 목소리.

    으흐흑......

    그리고 갸날프고 여린 작은 흐느낌.......

    꺄아악!!!

    어떤 여자의 처절한 비명소리도 들린다.

    분명 모두 제넷이 아는 소리들이다.

    기억하기도 싫은 끔찍한 소리들이다.

    주위가 또다시 어두워진다.

    시야에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는다.

    눈을 몇번 깜빡이니 다시 시야가 돌아온다.

    그리고 어느새 작아진 자신의 몸이 보인다.

    얼굴을 타고 무언가가 흐르는 중이다.

    언제 흘렸는진 모르겠으나 그것은 눈물이다.

    앞을 보니 통나무 집 안이다.

    그리고 사방에 붉은색으로 색칠이 되어있다.

    모두 피다.

    앞에 보이는 상황을 보자면 그 피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알수가 있다.

    앞에는 깨진 술병을 든 남자와 바닥에 쓰러져서

    괴로워 하는 여자가 있다.

    여자는 온몸이 피범범이가 되어있었다.

    깨어진 유리조각이 박힌 다리에서 피가 흐르고,

    심하게 구타당한 얼굴 전체에서 피가 흐르고,

    부러진 발톱 사이로 피가 나오고..........

    너무나도.......

    너무나도 잊고싶은 장면이다.

    그런데 왜 이 악몽 속안에 자신이 있는가?

    차라리 그 망할 괴물의 촉수에 죽으면 좋을것을!

    왜!

    왜 하필 이 악몽 안에 있는 것인가?!

    그녀는 속으로 절규했다.

    왜냐하면 눈앞에 보이는 남자가 그녀의

    술취한 미치광이 아버지이고 그의 다리를

    붙잡고 피눈물을 흘리는 여자가 그녀의

    어머니였기 때문이다.

    스윽...

    순간 몸이 저절로 움직이더니 옆에 있는

    골프공을 집었다.

    그녀는 그것을 아버지에게 힘껏 던졌다.

    퍽!

    막 어머니의 면상을 발로 세게 차버린

    아버지는 골프공을 머리에 맞고

    제넷을 노려보았다.

    그 악마와도 같은 눈빛에 제넷은 온몸이

    굳어서 그자리에서 쓰러져 버렸다.

    안돼!!!!

    그 애는!!!!

    그 애는 우리 딸이잖아!!!

    여보! 여보 제발!!!

    시끄러!

    퍽!

    야 이 미친 자식아... 이 쌍놈아!!!

    니 새끼도 못알아보냐 이 개자식아!....

    퍽!.....

    아아...................

    털썩..........................

    엄마!!!!!!!!!!!!!!!!!!!!!!!!!!!!!!!!!!!!!!!!!!!!

    그 악몽이 일어난 후로 난 줄곧 혼자였다.

    그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부터......

    내 인생은 정말 비참하게 변했다.

    일단 제정상의 문제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정신적인 충격이 너무 컸다.

    거지같은 인생 겨우 살아남고 있었는데.....

    결국 여기서 죽는구나.....

    애쉴리!....

    그런데 아까부터 뭔가가 계속 들려온다.

    애쉴리!!

    애쉴리........를 부르는 소리다.

    이제는 너무나도 귀에 익어버린 그 이름을

    잊어버릴 수가 없는 따뜻한 음성이

    부르고 있다.

    그인가?

    그냥 도망가지 왜...............

    그도 곧 죽을 것이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정신이 혼미해지고 삶을 포기하려는 순간

    그녀는 눈을 떴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그 따뜻한 목소리가 예상치도 못한

    이름을 외쳤기 때문이다.

    "제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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