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프로젝트-92화 (92/105)
  • <-- 92 회: 6장 - 한줄기의 빛을 따라서(Following a string of light) -->

    "이런!"

    "뭐가 잘못 되었나요?"

    레노드와 애쉴리는 지금 옥상으로 통하는

    문 앞에 도착한 상태다.

    아직 문을 열진 않았지만 그래도

    드디어 살았다는 기분이 들긴 하다.

    허나 둘이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게,

    굳게 닫힌 이 문을 열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애쉴리가 나서서 해주겠지 했는데

    그녀가 빨리 문을 열고 있지 못했다.

    "잠금장치를 열어야 하는데 전기가 없는 상태에요.

    전기가 아예 없다면 해킹으로도 잠금장치를

    어떻게 하진 못해요."

    생존.

    희망의 끝부분.

    마지막.

    이 모든 단계가 바로 코앞에 있는데

    왠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하긴, 전기가 나갔는데, 전기 에너지로

    작동되는 잠금장치를 무시했던게 잘못이다.

    그럼,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비상용 발전실이 있기는한데...."

    "비상요 발전실이요? 여기서 이렇게 있느니

    빨리 가죠!"

    애쉴리에게 정보를 듣자마자 레노드는

    반사적으로 말을 꺼내었다.

    상황이 매우 까다롭게 되기는 했다만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그런데 말을 꺼낸 애쉴리의 표정은

    그닥 밝지 못했다.

    "그게... 갑자기 맵에 보이는 생명체 확인 시스템이

    먹통이 되버렸고.... 그것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비상용 발전실이 있는 1층까지 어떻게 다시

    내려가냐 이거죠."

    비상용 발전실.

    그렇다.

    애쉴리가 말한데로 한 한시간쯤 전기를 유지시킬수

    있는 비상용 발전실이 이 K.S.C에는 있었다.

    하지만 발전실이 있는 1층까지 어떻게 다시 가고,

    이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게된 좀비들은 또

    어떻게 상대하냐는 거다.

    좀비들만 있다면 어떻게든 도전해볼 가치가 있겠다만

    엄청난 화력을 쏟아 부어야만 상대할수 있는

    공포의 돌연변이 좀비들이 얼마나 더 많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쿵!

    쿵! 쿵!

    레노드는 어떻게든 발악을 하려는 것인지

    문을 몸으로 부딪쳐 보았다.

    아무래도 1층까지 다시 내려가서 끝층 까지

    또다시 올라온다는게 불가능에 가까워서 였다.

    지금까지 수없는 고난을 겪어온 그들이라도

    이번것은 너무 어려웠다.

    게다가 지금도 수를 헤아릴수 없는 좀비들이

    아래에서 꾸역꾸역 올라오는 중이다.

    밑으로나 내려갈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힘 낭비 하지 마세요. 현대식 합금판 문을

    몸으로는 절대 박살낼수 없어요.

    돌연변이가 한번 박으면 모를까....."

    애쉴리가 말려 보았지만 레노드는 계속해서 문을

    쾅쾅 두들겼다.

    몸으로 부딪치고,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도 차보았다.

    하지만 문은 저번에 레노드가 부셨던

    다 무너져가는 벽이 아니였다.

    순수 강철에다가 합성금속으로 만들어진,

    말그대로 단단한 강철문이였다.

    "이런 젠장!"

    레노드는 마지막으로 문을 한번세게 치더니

    욕지거리를 하며 주저앉았다.

    "허억....헉......."

    그의 양주먹은 어느새 피로 범벅이 되어있었고,

    그의 마음 또한 피곤죽이 되어버렸다.

    "하아... 이제 드디어 사는구나 했는데....."

    레노드는 이제 모든걸 다 포기했다는듯이

    말하며 온몸에 힘을 모두 뺐다.

    "....하지만 살아있는한 계속 살려고는 해봐야죠."

    애쉴리가 그런 그를 위로하려는듯이 말해보았지만

    그러는 애쉴리의 얼굴도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항상 긍정적이던 레노드가 완전히 포기하고

    대자로 누워 버리니 애쉴리의 두 눈이 파르르

    떨렸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자신 마저도 부끄럽게

    만든 이 꿈 많은 청년이 이리도 쉽게 무너져

    버리니 왠지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언제나 있던 그 용기는 어디갔나요?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겠다면서요.

    이대로 포기하면 꿈을 이룰수가 없잖....."

    "이제 해볼만큼 다 해보았고 더이상 갈곳도

    없잖아요! 그런데 뭘하겠다는 겁니까 지금!"

    애쉴리가 특유의 톡쏘는 말투로 비난하려 드니

    레노드가 도중 그녀의 말을 끊어서 버럭 화를

    냈다.

    지금까지 레노드의 이런 면모를 본적이 없는

    애쉴리가 다소 놀란듯 했다.

    그래도 그녀는 따라 화내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레노드에게 힘을 복돋아 주려고 했다.

    "아직도 길은 많아요. 조금 힘들긴 하겠다만

    1층까지 내려가 발전실에서 전기를 들어오게

    하고 다시 올라올수도 있고, 아니면 아예 센터 밖으로

    나가 다른곳으로 가보면 되요. 살아있는한 우리에게

    주어진 길은 아직 많다구요."

    안타깝게도 그녀의 노력이 레노드의 마음을

    흔들지 못했다.

    "많은길! 지금 여기까지 수백 수천갈래의 길을

    걸어왔고, 드디어 그곳의 종점으로 도착했는데

    센터는 이미 좀비들에게 점령. 그래도 포기 못하고

    옥상으로 올라와보니 문은 막혔다.

    지금 이순간에도 좀비들은 계속 몰려오고 도대체

    무슨 길이 있다는 거에요!"

    "레노드! 이건 당신의 모습이 아니에요!

    제발 정신좀 차리세요!"

    레노드가 괜한 자신에게 화를 내자

    애쉴리도 결국 폭발했다.

    그리고 결국 둘은 몰려오는 좀비들은 무시한체

    말다툼을 하기 시작했다.

    "완전히 길이 없어진 상태인데 제정신을 어떻게

    차립니까?! 난 이제 포기하겠어요!"

    "그러면 지금까지는 제데로 된 길이 있어서 온겁니까?"

    "당신 세큐리티들의 KSC라는 사탕발림에 속아서

    여기까지 온것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 이 KSC 안에서는 결국 아무것도 할것이

    없는데 도대체 뭘 어쩌라는 거에요!"

    "하 참나! 언제는 굶어죽는니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고

    죽자는 식으로 말만 잘하더니... 결국 당신은

    순간적인 감정의 충동으로 움직이는 보잘것 없는

    몽상가에 열변가일 뿐이였나요?"

    "보잘것 없는 몽상가에 열변가요? 그건 당신네 들이잖습니까!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고 해놓고서는 이게 뭡니까!

    사람들을 살린다면서 100% 확신도 되지 않는 작전을

    짜두는것이야 말로 감정의 충동으로 인하여 발단된게

    아닌가요?"

    레노드의 말에 애쉴리는 결국 말문이 막혔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녀는 세큐리티 리더인

    그랠로핀이 아닌 청부업자 제넷 버취이다.

    세큐리티 애쉴리를 연기 하면서도 솔직히

    레노드에게 할 말이 없거니와, 편하게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맥스더 일행을 이용한 것도

    적잖아 있는 자신의 본심으로도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기껏 구해주려고 노력한 세큐리티들을

    욕하는 레노드가 못미더운건 사실이였다.

    이런 애송이에게 감동을 받았던 자신이

    정말 멍청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구요? 그냥 이대로 누워서

    좀비밥이나 되겠다 이겁니까?"

    실망으로 인래 생겨난 독기 품은 눈빛으로

    레노드를 노려보며 말했다.

    레노드는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저것들의 밥이 되느니............."

    레노드의 음성에서 화가 다소 누그러진 상태다.

    애쉴리는 그래도 자신과의 말다툼으로 인해

    이 남자가 겨우 정신을 차렸나 했더니

    이어서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한번더

    실망을 했다.

    "내 손으로 직접 나의 명을 끊겠습니다."

    레노드는 애쉴리의 따가운 눈빛을 외면하고

    품에서 권총을 꺼내었다.

    그는 막 방아쇠를 당기려다가 멈추고는

    애쉴리를 쳐다보고 말을 꺼내었다.

    "죄송해요 애쉴리... 방금 전에 한 말들...

    진심이 아니였어요. 그동안 저에게 잘 해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죽으면 당신은 당신이 하고 싶은데로...."

    짝!

    그의 말과 행동, 그 둘이 모두 끝나기도 전에

    뭔가 머릿속에서 불똥이 튀기고 짜릿한 통증이

    느껴져 왔다.

    꾹 참고 있던 애쉴리가 그의 따귀를

    사정없이 후려버린 것이다.

    레노드의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참나... 참다 참다 하니까 정말 못하는 말이 없군요!

    당신은 정말 염치가 눈꼽 만큼도 없어요!

    제게 고마움을 느끼면, 최소한 거기에 답례하기 위해서라도

    살아서 뭔가를 같이 해야하지 않나요?

    비겁하게 공포로 부터 도망가기 위해서 자살이나 한다구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한 꿈에게 배신을 하다니...

    당신에게 커다란 꿈을 품게 해준 양부모님께

    부끄럽지도 않나요!

    저번에 당신이 당신의 양아버지에게 도움을

    받았기에, 당신도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하던 말은 그저 멋져보이려고 말한 허풍이였나요?!

    수지를 구하려고 위험속에 자진해서 뛰쳐들었던

    일은 그저 헐리우드 주인공을 따라 해보고 싶었던

    철부지 어린 소년의 어이없는 영웅심이였나요?

    제발 정신좀 차리세요! 지금 이게 장난인가요?!

    한국에는 지금 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우리들

    뿐인가요? 아니에요. 수백 수천명의 생존자들이

    살려고 어떻게든 발버둥을 치는데 총구를 자신의

    머리에 가져다 데고선 자살하겠다니 어쨋다느니

    어리광이나 피우고 있냐구요!!!"

    "..."

    "나에게! 이 제넷 버취에게 진짜 삶이 어떤건지

    조금이나마 깨우쳐준 당신이... 그런 당신이

    지금 그러면 어떻게 하냐구요...!"

    짝!

    애쉴리는 순간 감정이 극함에 달아올라 또한번

    레노드의 뺨을 후려갈기며 등을 돌렸다.

    "에휴... 저야말로 죄송하네요.

    자사...... 하던 일 계속 하세요."

    애쉴리는 비장한 얼굴로 손에 서브 머신건을

    쥐고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