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프로젝트-90화 (9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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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우... 그래도 이렇게라도 죽어서 다행이군."

    머리통이 통째로 날아간 괴물의 죽은 몸뚱이를

    보며 맥스더가 혼자말을 했다.

    그리고서는 쓸쓸한 표정을 하고서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고난을 겪어오며

    생긴 그의 차갑기 그지없는 냉철함 마저도

    뒤를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돌린 것이였다.

    마음속 작은 구석에서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허나 눈에 보이는게 현실이다.

    지금껏 자신을 잘 보필해주던 미래가 창창한

    유능하기가 짝이없는 세큐리티, 토니 세판이

    끊어진 투명물질 촉수에 박힌체로 죽어있었다.

    마지막 까지도 괴물의 죽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지

    그의 눈은 크게 떠져 있었다.

    그리고 결국은 괴물의 죽는 장면을 겨우 겨우

    보았는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는것 같았다.

    물론 힘이 다 빠진 시체가 웃음을 짓고 있을리가

    만무했다만 맥스더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는 뚜벅 뚜벅 토니에게 걸어가서 몸을 낮추었다.

    그리고는 '편히 자게나, 사후세계가 있다면 언젠가

    다시 보도록 하지' 라는 말과 함께 그의 눈을

    감겨주었다.

    얼음 처럼 꽁꽁 굳어있던 세큐리티들도 막

    현실을 직면하고 토니에게 다가갔다.

    지금껏 힘든 짐을 같이 짊어지고 왔던

    동료의 죽음은 정말 슬펐다.

    허나 현실은 그들이 슬픔에 잠겨 있는 시간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으어어...

    옆에 있는 모든 생물체를 내동댕이 치던

    괴물 때문에 일행에게 접근을 못하고 있던

    좀비들이 다시 오고 있었다.

    맥스더는 토니의 죽음에 기분이 침울해져서

    담배를 한가피 꺼내어 피며 그들을

    무덤덤한 표정으로 지켜 보았다.

    느릿느릿 걸어오는 좀비들.

    어떤 놈들은 멍하니 걸어오다가 괴물의

    시체에 발이 걸려 넘어지기도 했다.

    좀비들이 별 달리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장면 이였다.

    "이만 가지."

    침울한 분위기의 세큐리티들에게 맥스더가

    말했다.

    "예."

    세큐리티들은 힘없이 말하고는 등을 돌렸다.

    모두들 후방에서 오는 좀비들을 그닥

    신경쓰지 않았다.

    느려터진 좀비들에게 별다른 위협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괴물과 토니의 죽음이 준

    혼란감이 그들로 하여금 잔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오로지 맥스더 만이 다시 본래의 표정을

    되찾았다.

    담배를 한가피 피니 기분이 조금 나아진것 같았다.

    "이봐 명운, 뭐하나?"

    길잡이 주제에 자신의 뒤를 졸졸 따라오는

    명운에게 묻자 명운이 다급히 앞으로 나왔다.

    "죄송합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게나. 자네의 임무는 중요해."

    "잘 알겠습니다."

    그나마 명운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주위에 온 신경을

    쏟아 부으며 한걸음 한걸음 걸어 나갔다.

    맥스더는 뒤를 보았다.

    바로 뒤에 아실이 있었고 그 뒤로 다른 세큐리티들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침울한 상태였다.

    이런 상태로는 아까 겪었던 기습 좀비들이나

    행여나 다시 나타날 괴생물에게 전멸 당할 것이라고

    맥스더는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은 바로 뒤의 아실의 뺨을 살짝 쳤다.

    짝!

    "앗! 뭐에요 갑자기!"

    아실은 평소처럼 맥스더의 이유없는 공격에

    확 짜증을 냈다.

    젊은 피에 리더나 연장자에 대한 예의가

    아직 제대로 잡히지 않은 그였다.

    그래도 맥스더는 아실을 혼쭐내기 보다는

    너털스럽게 허허허 웃었다.

    이에 어이 없는 것은 아실이였다.

    "뭐, 뭡니까 그 웃음은?"

    마치 자신을 가지고 놀기라도 하는 듯한

    맥스더의 웃음에 아실이 부아가 치밀어

    올랐는지 비꼬며 말했다.

    맥스더는 사람 좋아보이는 표정을 하고선

    입을 열었다.

    "보기 좋군."

    "예?"

    "평상시 자네의 모습을 보니 보기 좋다고.

    우린 전멸 되지 않았고 조금 뒤에 한국에서

    탈출할수 있게 될테니 조금만 더 참게나.

    끄때까지 자네 특유의 낙관적임을 보여줘."

    아실은 맥스더의 말에 피식 웃었다.

    자신도 모르게 나온 것이였다.

    "알았어요."

    먼저 맥스더에게 대답하고는 아실은

    등을 돌려 모두를 보았다.

    그는 모두에게 소리쳤다.

    "모두들! 좀비 고기로 수시(회)라도

    떠먹었나? 얼굴 피라고!"

    아실의 갑작스런 농담에 세큐리티들이

    멍한 눈을 치켜 올렸다.

    "하핫! 그 멍청한 표정들은 또 뭐야?

    꼭 21세기 구식 영화 '디스트릭트 9'

    에서 나오는 외계인 처럼 생겼네!"

    "뭐야?"

    피터가 무의식중에 반응했다.

    비로소 아실의 격장지계(?)가

    먹히는 순간이였다.

    "지금 이순간에 농담이 나오냐?"

    "농담? 누가 농담 했다고...

    멍청이를 멍청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일 뿐이라고!"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녀석이

    계속 깝쭉거리자 피터는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하며 이판사판이다 하고

    아실에게 달려들었다.

    "맛좀 봐랏!"

    그느 다짜고짜 아실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으악! 리더! 맥스더 리더!"

    아실은 괴로워 하며 맥스더를 찾았다.

    "살려줘요 맥스더!"

    허나 맥스더의 반응은 예상 밖이였다.

    "하핫! 살고 싶으면 그냥 열심히 따라오게나!"

    맨 뒤에 있던 데이비드는 이때다 싶어서

    달려와 아실의 머리에 꿀밤을 날렸다.

    "한국인의 꿀밤 맛좀 봐랏!"

    딱콩!

    작은 소리와 함께 아실이 눈물을 찔끔했다.

    그럴만도 한게 밤주먹에 머리를 정통으로

    맞으면 순간적인 고통이 강하기 때문이다.

    "으으으..."

    "이봐들! 이제 장난은 그만하고 정신 차려

    진군하도록!"

    딱 아실이 데이비드와 피터에게 복수 하려는

    마음을 가지려는 찰나에 내려진 맥스더의

    호통!

    호통이였지만 피터와 데이비드는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낄낄낄 웃었다.

    아실만 분한 표적으로 씩씩 거리며

    저 인간은 사람 속안을 꿰뚫어 보는

    기술도 알고있나 하였다.

    "드디어 10층 이군요! 그런데 더이상 올라가는

    계단이 보이질 않는데요?"

    애쉴리의 옆에 붙어 따라오던 레노드가

    자신이 예상한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이

    보이질 않아 말을했다.

    "예. 공교롭게도 옥상으로 가는 계단은

    다른곳에 있거든요."

    "그럼 빨리 가죠. 이제 뭐 어차피

    살아남은거나 다름 없잖아요.

    해야될 것은 후딱 끝내는게 최고죠."

    "그래도 끝까지 방심은 하지 마세요.

    이곳에도 좀비들은 널렸으니까요."

    어찌하였든간에 이제 옥상으로만 가면

    살아남는단 생각을 하니 레노드가

    가슴이 벅파오르는 것을 느끼며

    환히 웃었다.

    애쉴리의 핀잔을 받고 다시 약간의

    긴장을 되찾긴 했지만 말이다.

    뭐 어떻게 본다면 걱정하는 마음에서

    우러난 따뜻함 일수도 있다.

    우우우....

    "이쪽 복도로 가죠."

    애쉴리가 계단 밑에서 올라오는 중인 좀비들의

    못난 합창곡 소리를 듣고는 서둘러 진행할것을

    재촉했다.

    레노드는 애쉴리와 어두운 복도를 걸어갔다.

    터벅... 터벅..

    스스스스...

    복도는 정말 조용했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것 같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좀비가 몇몇 등장했다.

    앞에 보이는 좀비들 말고도 좀비들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을 봐서 뒤쪽에

    더 있는것 같았다.

    "역시 이것들이 나타나야 정상이지."

    애쉴리는 앞에 좀비가 안보이길레

    오히려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좀비들이 기어나와주니

    반기는 기색이 역력했다.

    허나 애쉴리는 지금 파티장에서 반갑게

    손님에게 인사를 거는 여인이 아니였다.

    다만 임무를 진행하기 위해서

    걸리적 거리는 방해물을 처단하는

    차가운 청부업자 제넷일 뿐이였다.

    두두두두!!

    두두두두두!

    레노드와 애쉴리는 각자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좀비를 알아서 처리해 나갔고,

    좀비들은 그 수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이미 좀비들과의 전투에 너무나도 익숙해진

    이 둘에게 느긋하게 걸어오는 좀비들은

    사격 연습을 위해 준비된 과녁판이나

    다름 없었다.

    "다행히 별로 없는것 같네요."

    레노드가 방아쇠를 당기며 말했다.

    "글쎄요?"

    그러자 애쉴리가 피식 웃으며 앞에 눈짓을 했다.

    앞에는 어느새 좀비 8명이 추가되어 있었다.

    "과녁판 배달되었네요."

    애쉴리는 말을 마치자 마자 기관단총 두자루로

    총알을 점사했다.

    총알을 아끼기 위해 좀비 한명 한명의

    머리에 딱 한발씩만 먹여주었다.

    기관간총은 방아쇠를 1초라도 더 누르고

    있으면 총알이 몇발이나 더 나가는데

    한발씩만 정확히 쏜다는 것은 정말

    예술이였다.

    우으으...

    이제 정말 끝났나 싶으니 들려오는 좀비들의 소리.

    이에 레노드와 애쉴리가 뒤를 돌아보니 그곳엔

    수를 헤아릴수없는 엄청난 좀비 인파가 몰려

    있었다.

    "헉! 밑에서부터 따라오던 놈들이 금방

    쫓아온것 같군요!"

    레노드가 헛바람을 삼키며 다급히 말했다.

    약간 당황한 기색이 보였지만 판단력이

    흐려진것 같진 않았다.

    뒤에서 저렇게나 많은 좀비들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은 불가능 하고, 그러니

    당연히 놈들은 계단에서 부터 추적하던

    좀비 떼 이다.

    그것을 상황에 직면하는 그래도 파악하였으니

    레노드는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가 절대로 아니다.

    애쉴리는 제법이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판단력이네요. 아무튼 빨리 가야겠어요."

    둘은 발걸음을 서둘렀다.

    뒤에 따라오는 좀비들은 분명 끝이 없을테고

    그러니 저들과 상대하는것은 시간 낭비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에 피하는게 상책이라

    판단을 내린것이다.

    이젠 레노드도 '찝찝한데 다 죽이고 가지요?'

    따위의 질문을 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이 나타나면 애쉴리가 말해주기도

    전에 파악할수 있게 되었다.

    이게 다 유능한 세큐리티 애쉴리 그랠로핀,

    물론 이것은 레노드가 보는 시점에서고,

    데몬즈 요원 못지 않게 수많은 고난이도

    미션을 여지껏 해온 고급 청부업자

    제넷 버취와 함께 다니며 상황분석법을

    배운 결과다.

    쨍그랑!

    서둘러 가려는데 갑자기 복도 양 옆으로

    도열해있는 사무실들의 유리창 몇몇이

    깨지고, 그 안에서 좀비들이 튀어 나왔다.

    그들은 바로 1층에 있는 맥스더 일행을 공격해서

    우영길을 감염되겠금 만들었던 기습좀비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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