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 회: 6장 - 한줄기의 빛을 따라서(Following a string of light) -->
"커허헝!"
복도를 가로지르고 있는데 방의 유리막을
깨며 육탄해오는 개 한마리.
여기저기 살점이 뜯겨 피를 흘리고, 얼굴살이
너덜거리고 있는 끔찍한 상태를 하고서도
살아있는 것을 보아 놈은 좀비였다.
일행의 중간쯤에서 행진하던 우형길은
갑작스러운 기습에 당황했다.
"우와악!"
그는 그닥 경험이 많지 않은 신입
세큐리티였던 터라 빠른 대처를
하지 못했다.
물론 일반 느릿한 좀비야 바로 대처를
못하더라도 시간적 여유가 주어져서
뒤늦게나마 대처를 할수 있다지만,
좀비견들은 다르다.
그들은 감염전의 신경상태를 거의 고스란히
물려 받은것인지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사냥 방법을 좀비들보다 더 잘 숙지하고 있다.
턱!
좀비견이 매서운 이빨을 드리 내밀며
풀쩍 뛰어올랐다.
아직까지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인
형길은 그대로 당할 뻔 했으나.......
터 - 엉!!!
피터의 샷건 총구가 번쩍 하는 동시에
튀어나간 여러발의 총알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며 좀비견을 퉁겨 내었다.
퉁겨져 나간 좀비견은 얼굴의 형체를
아에 잃어 버리고는 피를 마구
쏟아내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정말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형길은
피터에게 고맙다는 의사를 표했다.
"고마워요."
"고맙긴 뭘. 너도 다른 동료가 위험할때면
생각할 시간도 없이 도와줘야만 해.
알겠어?"
피터는 형길이 풋내기라는 것을 어느정도
눈치채고 있던터라 마치 든든한 고참처럼
따뜻한 조언을 해주었다.
"그나저나 샷건을 들고 오기를 잘했군.
갑자기 튀어나온 놈들을 퉁겨냄과
동시에 대가리통 피폭죽을 터뜨릴 만한
종류의 총기는 샷건밖에 없으니 말이야."
피터는 내심 자신 한명이라도 샷건을
들고오기를 잘했다고 생각 했다.
카아아아아!
걸은지 얼마 되지 않어 좀비들의
공격은 계속 되었다.
허나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 7명의
세큐리티들은 나름 베테랑인 셈이라
느려터진 놈들에게 쉽게 당하지 않았다.
일행은 거칠게 없다는 듯이 좀비들을
넉다운 시키며 돌격했다.
"역시 무섭군. 귀신의 집이란건 말이야."
"정확히 말하자면 좀비의 집 아닌가?"
아실이 좀비들이 다 처리된 직후로 말했고,
평소대로 맥스더가 대꾸해주었다.
모두 긴장해서 딱딱히 얼어 있는데,
이 둘은 항상 이렇게 아무때나 넉살을 떠는게
참으로 타고난 낙관주의자 같았다.
우어어....
좀비들의 울음은 계속 들려왔다.
어차피 좀비 한부대를 죽였다고
무언가 끝났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가지는 이는 없다.
이것은 마치 전재오가도 같아서,
적을 죽이고 또 죽여도 끝이 없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은 일행은
좀비들을 전멸 시킬 필요까지야 없고,
그저 자기 목숨을 유지 시키기만 하면
되었다.
이 전쟁은 살아남는게 목표다.
살아남기 전에는 끝나지 않는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적을 죽이고
또 죽여야만 한다.
철컥.
피터가 샷건을 장전하며 뒤를 돌아섰다.
뒤에는 3명의 좀비들이 서있었다.
가장 뒤에있는 데이빗과 함께 피터는
그 놈들의 머리통을 싸그리 날려주었다.
"카아아아!"
좀비들은 정면에서도 걸어오고 있었다.
놈들과 선두로 가고있는 명운과 눈이 마주치자
괴기한 울음소리를 지르며 걸었다.
놈들의 수는 총 6명.
거리는 꽤 된다.
탕! 탕!
맥스더가 권총으로 순식간에 두명을 죽였다.
거의 적을 조준하는 그 순간 총을 쏘면서도
정확히 헤드샷을 먹이는 그의 사격실력은
과연 일품이였다.
왠만한 세큐리티 리더는 흉내도 내지 못할
실력이다.
행진을 멈출 필요도 없다.
걸음을 계속 옮기면서도 맥스더는 혼자서
멀리 떨어진 좀비들을 예의 그 순간조준사격으로
4명을 죽여두었고, 나머지 2명은 명운과 아실이
각자 한명씩 처리했다.
쩅그랑!
터겅!
허나 정면의 좀비들의 전멸과 동시에
복도 양옆의 유리막들이 깨지고,
사무실 문이 부숴지며 또다른
좀비들이 마구 튀어나왔다.
"모두 조심해!"
맥스더가 반사적으로 외쳤다.
이번엔 그저 정면과 후면이
아니라 일행이 있는 중심으로도
창문을 깨고 나온 좀비들이
섞여든 것이다.
세큐리티들은 각자 자신과 가장 근접한
좀비들을 차근차근 죽여나갔다.
말이 차근차근이지 거의 동물적인 감각을
발휘해서 무서운 속도로 좀비들의
머리들을 쏘았다.
어느덧 한달정도를 한국에서 보낸
세큐리티들의 실력은 모두 왠만한
특수부대 출신 병사들보다 차라리
더 나았다.
그들이 총을 쏘면, 마치 좀비들의
머리가 블랙홀인것 처럼 총알들이
머리로 빨려들어갔다.
모두가 놀라운 실력을 발휘하고 있을 때였다.
가까이 있는 좀비들을 주로 상대하던
데이비드는 미처 자신의 목덜미를
낚아채려고 두팔을 쭉 뻗는 좀비 한명을
눈치채지 못했다.
덮썩!
지척에 있는 좀비들을 모두 처리하고
잠깐 식은땀좀 닦는 데이비드의
목덜미를 좀비가 잡았다.
좀비들의 일반적인 패턴 그대로
그 좀비는 데이비드를 손으로 잡자마자
입을 벌리고 눈앞의 먹잇감을 한웅큼
씹어내려고 했다.
"허억!"
이때!
퍼억!
다행히도 같이 있던 토니가 놈을
발로 차내었다.
좀비는 불썽사납게 바닥을 나뒹굴고는
다시금 일어섰지만, 머리에 총알을
박힌체 다시 쓰러졌다.
"으아아아악!!!"
데이비드가 막 토니에게 고맙다고 하려는데
일행의 중간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보니까 일행중 유일한 풋내기였던 형길이
좀비에게 다리를 물어 뜯기고 있었다.
다시한번 토니의 반사신경이 발휘되어서
그 좀비의 숨이 거둬졌다.
허나 이미 형길이 물린 후였다.
모두들 그 사실을 알았기에 숙연한 얼굴을 했다.
형길은 입술을 파르르 떨며 절망적인
눈빛을 보였다.
얼굴을 거의 울상이 되어 있었다.
좀비에게 단 한번이라도 당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왜냐?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이니까.
곧 있으면 우형길은 좀비로 변할것이다.
그리고 다른 동료들을 공격하겠지.....
맥스더가 형길에게 다가갔다.
"동료의 머리에 총알을 박고 싶지
않으니 알아서 이탈하도록."
맥스더는 측은하기 그지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의 말은 무척이나
냉정했다.
그의 말을 들은 형길은 동료들의
눈빛들을 하나씩 흝어보고는 이내
입술을 지극이 깨물었다.
파르르 떨며 주먹을 불끈 쥐는게
뭔가를 다짐했다는 투였다.
그의 다짐이 어떤것인지 대충 눈치챈
세큐리티들은 돌아가면서 그의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마지막으로 길잡이인 명운이 같은
한국인으로서 깊이있는 눈빛을
공유하고는 한번의 포옹을 뒤로
헤어졌다.
일행은 다시금 행진을 계속하고
형길은 씁쓸한 표정으로 묵묵히
후방으로 걸어갔다.
그는 슬픈 눈동자로 동료들을 마지막으로
쓸어보고는 이내 분노를 표출했다.
그 분노는 좀비들로부터 온 것이였다.
망할 바이러스에 짧은 인생이 이렇게
허무하게 막을 내려야 한다니.......
"으아아아아!!!"
고함을 지르며 돌격소총으로 놈들을 난사했다.
좀비들은 총알세례를 쳐맞고는 픽픽 쓰러졌다.
머리를 관통당하지 않은 좀비들은 다시
일어서거나 기어서 형길에게 다가왔다.
좀비들을 죽이는 형길의 머리속에서는
짧지만 즐거웠던 그간의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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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엔 그럭저럭 많이 쓰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