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 회: 6장 - 한줄기의 빛을 따라서(Following a string of ligh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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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 컴컴한 환풍구 통로.
환풍구란 원래 말 그대로 환풍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지 다른 무언가가 들어오라고
만들어진 곳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두명의 젊은이가 환풍구 안에서
기어다니고 있다.
바로 안전하게 목표지점을 향하고 있는
레노드와 애쉴리다.
"애쉴리. 그런데 이리로 쭉 가면 어디로
가게 되는거죠?"
레노드가 앞에서 기고 있는 애쉴리에게 물었다.
물론 앞에 보이는 것은 투실하게 잘 오른
그녀의 엉덩이 뿐이였기에 시선을 아래에다가
둔 상태다.
"지금은 어느 한 방으로 향해 가고 있어요."
"방이요?"
애쉴리의 답에, 레노드가 그 답의 답을 물었다.
"예. 이 환풍구로 윗층으로 올라갈수가 없으니
다음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가장 가까운
방으로 가는것이죠."
애쉴리는 원래 말하려고 했었다는듯이 레노드의
제물음에 즉각 답해주었다.
레노드는 그제서야 알겠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5분이 지났을까.
애쉴리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다 왔어요."
둘은 목표지점에 도착했다.
앞에있는 애쉴리가 환풍구 아래를 보았다.
"우으으..."
방안엔 좀비 한명이 느그적 거리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딱 빈둥거리는 게으른 세큐리티 같다.
킁킁...
애쉴리가 잠시동안 밑을 바라보고 있자
좀비는 허공에 대고 코를 킁킁 거리기
시작했다.
벌서 애쉴리와 레노드의 냄새를 누치챈것이다.
어처피 걸린거, 애쉴리는 거침없이 환풍구 뚜껑을
발꿈치로 세게 차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밑으로
뛰어내렸다.
카아!
애쉴리가 밑으로 내려가자마자 좀비가
사납게 으르렁 거린다.
이에 레노드가 조심하라고 경고하려 했는데
미처 입을 열지 못했다.
좀비가 달려드는 순간 그녀는 좀비의 뒤로가서
놈의 머리통을 잡고 힘껏 돌렸다.
이에 으드득 하는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좀비가 바닥에 쓰러졌다.
아무렴 목이 꺾인체로 살아있는 생명체는 없다.
제 아무리 좀비라 할지라도 말이다.
레노드는 상황이 괜찮아지자 후딱 밑으로 뛰어내렸다.
급박한 상황인 만큼이나 말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빨리 자기 일을 하는 것이다.
"왜 총으로 안죽이고 갑자기 튀어나가서 놈을
처리했어요?"
내려오자마자 따지는 투로 묻는다.
아무래도 애쉴리의 위험한 행위가 마음에 안든 모양이다.
그녀는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느물거리는 투로
그 투정을 받아주었다.
"놈이 우리의 행각을 알아채면 분명 놈들만의
그 무언가로 다른놈들을 불러올테지요.
총으로 쏘면 총소리를 듣고 몰려오겠죠.
그러니 놈이 동료들을 부르기전에
소리없이 깔끔히 처리한거에요."
애쉴리는 가볍게 설명하고 발걸음을 움직였다.
쓰잘데기 없는 설명으로 단 몇초라도 허비할수
없기 때문이다.
레노드는 조용히 그녀의 뒤를 따랐지만
뭔가 이상한것은 여전했다.
확실히 애쉴리에게는 이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아무리 세큐리티 리더라고 하지만.....
멀리있는 좀비들의 머리를 정확히 쏘아내는
사격 실력을 그렇다고 치자.
그러나 해킹과 숙달된 살수는 아무나 쓰는게 아니다.
설령 세큐리티 리더라고 하더라도,
그런 기술들은 전문 분야가 아니기에
그리 익히지 않는 편이다.
아무튼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런 잡념들은
일단 머리속에 꾸겨 넣어 두었다.
끼익....
방문이 삐그덕 거리며 열렸다.
이에 애쉴리가 미간을 좁힌다.
아무래도 방금 자신이 죽인 저 좀비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전에 게을렀음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은 이상에야 세큐리티 센터 같은
고급 기관 사무실의 문이 삐그덕 소리가
날때까지 아무 조치도 치하지 않았단 말인가?
주위를 둘러보니 다행히 좀비가 보이지 않았다.
또한 삐그덕 거리는 소리를 듣고 몰려오는
놈들도 없는듯 했다.
둘은 소리없고도 빠른 걸음으로 방에서
멀어졌다.
"어기 계단이 있네요."
막 계단을 발견한 레노드의 말이였다.
둘의 표정은 다소 밝아진 상태다.
이제 옥상까지 질주만 하면 끝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긴장을 풀긴 이르다.
원래 마지막 단계가 가장 중요함을
둘은 잘 알고 있었다.
"카아아아!"
주위가 어두운 만큼 더욱 신경을 곤두선 체로
계단을 오르고 있는데 좀비 한놈이 나타났다.
심장이 약한 사람이였다면 심장마비 증상을
보였을 정도로 갑작스런 놈의 등장이였다만
벌서 이런 경험을 수천번도 더 겪은
레노드와 애쉴리의 입에서 나온 말은
미적지근하기 그지 없는 한마디였다.
"귀찮게... 제발 다른 놈들만 불러오지 마라."
탕!
애쉴리는 왼쪽 팔뚝에 찬 페이퍼 스크린에 나온
전자지도를 보며 이동중이였기에 레노드가
놈의 머리이 구멍을 뚫어주는 일을 맡아했다.
탕! 탕!
그리고 계단으로 올라가기 전에 위에서 밑으로
내려오는 두명을 애쉴리와 레노드가 각자 한명씩
처리했다.
"어랏? 지도를 보고있었으면서 어떻게 놈들의
기척을 감지했지요?"
"잊으셨나요? 이 지도엔 현재 우리가 가는 길목에
있는 모든 생명체와 사물들이 나타나 있다구요.
제가 레노드 보다 더 많은것을 감지하고 있어요."
애쉴리가 쏘아 붙히자 레노드는 입을 다물었다.
항상 이런식이다.
애쉴리의 대화방식은 정말 톡톡 쏜다.
"이제부터는 계속 이 계단을 타고 10층까지
갈 생각이니 잘 따라오세요."
길목을 대충 다 익힌 애쉴리가 스크린을
접고 걸음속도를 올렸다.
레노드는 너무 빨리가는거 아니냐라고 말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어처피 총성이 퍼진 이상 좀비들이 몰려올것은
안봐도 뻔한 일.
괜히 겁먹고 미적거리는 것 보다는
진짜로 위험해지기 전에 옥상으로
질주하는 것이 훨신 좋은 방법이다.
괜히 이런 사실을 망각해 두고 말을 꺼냈다가는
따가운 농담 몇마디 들을게 뻔하다.
아까 건물에 전기가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웃기도 하고 했지만 지금은 어둠이라는 것이
공포감과 긴장감을 펄펄 풀겨내고 있어서
둘다 온신경을 곤두세우고 움직이고 있다.
레노드는 계단 난관에서 손잡이를 잡고 올라가며
한번 아래와 위를 모두 쳐다 보았는데, 두쪽다
아무리 손전등으로 비추어봐도 끝없는 어둠만
가득차 있었다.
손전등에서 나온 한줌의 빛 따위는
검은색 크레파스에 쉽게 가려졌다.
"엇?!"
잘 올라가던 와중에 애쉴리가 움찔하면서
헛바람을 드리킨다.
레노드는 뭐냐는 눈빛으로 애쉴리를 쳐다 보았다.
우으으으....
애쉴리를 본 뒤에는 바로 밑에서 울면서 따라오는
좀비 무리를 보았다.
저 좀비들이야 얼마 전부터 계속 따라오던 놈들이다.
어처피 느려 터진 놈들이라서 걱정할 일은 없는데...
"레노드!"
"예?"
"빨리 올라가야 되요!"
"예? 무슨일 있나요?"
애쉴리는 갑자기 레노드를 제촉했다.
그녀의 발걸음은 굉장히 빨라진 상태다.
레노드는 이유는 몰라도 일단 그녀의
뒷꽁무니를 따라다니기에 바뻤다.
그래도 그녀의 돌변적인 행동에 궁금하기는 했다.
그 궁금증은 당연히 공포와 섞인 것이였다.
"무슨일이에요?"
"밑에서 부터 무언가가 빠른속도로
올라오고 있다구요! 뭔가 이상한 물체가
말이에요!"
레노드의 물음이 끝나기 무섭게 애쉴리가
말을 쏘았다.
이상한 물체가 빠르게 올라온단 소리에
잠깐 머리가 하얗게 물들었는데 금방
사태의 심각성이 느껴졌다.
뭔가 이상하고 빠르다는 것은........
"혹시 돌연변이?!"
그도 모르게 그렇게 외쳤다.
지금까지 괴물이란 존재를 몰랐다만
얼마전에 마이클을 덮쳤던 녀석 덕에
그런 존재를 알아버렸다.
애쉴리의 반응을 보아 괴물이 틀림없다.
그녀는 어느새 다시 스크린을 피고 있었다.
괴물과 다른 좀비들의 동태, 그리고
윗층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다.
커헝!
굵직한 짖음이 들려온다.
그것은 마치 개과류의 울음소리와도 같았다.
설마 지금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
괴물이 아니라 좀비견인가 생각이 들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좀비견이야 타이밍을 잘 맞추어서 머리를
쏘면 그만이다만 괴물은 과연 머리만 쏘면
죽을지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