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 회: 5장 - 모든 길은 센터를 향해서(All the ways go to the centre) -->
덜컹 덜컹....
들그닥 들그닥.....
여기저기 때가 묻고 먼지가 묻은 황폐한 폐도시.
그 폐도시 가운데를 지프차 한대가
덜그덕 거리며 달리고 있다.
그 차는 앞이 심하게 찌그러져있고 앞창문이
모두 깨어진 상태에다가, 그 말고도 여기저기
찌그러지고 천장엔 뭔가에 의해 베어져 나간
자국이 있는 고물차였다.
그런데 용케도 그 고물차가 겉모습과는 달리
내부는 멀쩡한지 시속 100킬로 미터로
잘만 달리고 있었다.
부우웅~
"칸 조심해요~!"
그 고물 지프차를 몰고있는 칸은 아무리 폐도시라지만
100킬로 미터로 달리며 세워져 있는 차량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지나갔다.
스테파니는 자신이 타고있는 이 차가
주인 없는 차들이나 전봇대등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지나갈때 마다 가슴을 조려야 했다.
속도는 오로지 남자들만 즐겼다.
야시는 한때 꽤나 장난꾸러기 였던 터라
속도를 즐길줄 알았다.
"제발 속도좀 줄여요 칸!
여긴 고속도로도 아니고
장애물이 많은 작은 도시 잖아요!"
"오케이! 조심하지!"
스테파니가 가슴조리며 말하니 칸은 알겠다하며
서서히 속도를 낮추었다.
수우웅!
하지만 앞에 장애물이 보이자 순간 속도를 높이는 칸!
"꺄악!!!"
트럭 앞으로 차가 맹렬히 돌진하자 스테파니는 그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끼이익!!
차는 트럭과 거의 가까워 져서는 드레프트로
꺽어져 미끄러지며 트럭을 피하고는 계속 달렸다.
"칸! 너무해요!"
스테파니는 그런 칸의 장난에 조금 화가 났는지
심술 가득 한 얼굴로 칸을 노려보았다.
"하하! 놀이기구 탄지 오래 되었을것 같아서
한번 놀아 준거야! 그니까 너무 화내지 말라고!"
칸은 그런 스테파니의 반응에 살짝 당황하는가
싶더니 농담으로 그것을 대충 흘려 버렸다.
"치이."
스테파니는 화가 좀 났으면서도 칸의 능그렁이
담 넘어가는 농담에 피식 웃으며 입을 삐쭉 거렸다.
칸과 야시는 그런 스테파니를 보고는
웃으며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런데 칸은 조심성이 없는 것인지
운전중에 자꾸만 뒤로 돌아본다.
야시도 속도를 즐기면서도 그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러다가 언제 한번 크게 사고날수도 있기 때문이다.
칸 또한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위험한 장난을
그만 두고 제대로 운전했다.
"아 그런데 목 마르다."
"물좀 드릴까요?"
"그래. 좀 줘봐."
잘 가고 있는데 슬슬 갈증이 밀려 왔는지
스테파니에게 물 한병을 받아내서 그것을 마셨다.
"저기 칸! 앞을 봐요!"
"응? 헛!"
칸이 잠시 방심하며 물이나 마시는 사이에
차가 벽을 향해 달려갔다.
스테파니가 그것을 알아채고 다급히 외치니
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급 브레이크를 밟았다.
끼기기기긱!!!
끼이이이..... 텅!.....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차는 쭈욱 미끄러지며
결국은 벽에 박았다.
그나마 살짝 덜컹 할 정도로 약하게 박은거라
다행이였다.
"칸! 운전할때 눈을 다른데다가 두면 어떻게
합니까?"
스테파니는 하마터면 그대로 골로 갔을 이 상황
때문에 흥분해서 칸은 나무랬다.
"이번엔 실수야. 미안."
칸은 미안하다는듯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며
스테파니에게 사과했다.
그러면서 야시의 눈치도 봤다.
다행히도 야시는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옆의 스테파니가 하는양이 들겁다듯이 말이다.
"괜찮으니 이제부턴 그러지 마세요.
안그래도 그리 좋은 상황도 아닌데...
위험하잖아요."
스테파니는 그런 칸을 뾰루퉁 한 표정으로
용서해 주었다.
칸은 스테파니에게 야단을 맞고 나서는
안전운전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차를 멈추는 칸.
스테파니와 야시는 아무말 없이 칸을 쳐다보았다.
"저기 뭔가 있는것 같아."
지금 이곳은 한국 중심부쪽 도심지와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산길이다.
그런데 뭐가 있다는 것인가?
"뭐가 있는데요?"
아이들이 묻는다.
칸은 거기에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굉장히 진지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아이들은 칸의 표정이 너무나도
무서워서 침을 삼키며 가만히
있었다.
"너희는 위험하니 차에 있으렴."
칸이 차에서 내리며 말했는데 아이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싫어요. 저번에 처럼 이상한 괴물이 등장하면
오히려 혼자 있는게 더 위험할 꺼에요."
"그렇군. 그럼 잘 따라와라."
혼자가려 했지만 아이들의 말을 듣고
칸은 같이 가는게 나을거라고 생각했다.
뭐 위험한것을 발견한것이 아니라
자신이 계속 찾던것을 찾았으니 말이다.
스으윽....
셋이 숲으로 들어가는데 산들바람이
불어온다.
칸은 시원한 바람이 마음에 들었지만
아이들은 별로 그런것 같지 않았다.
아침인데도 어둑어둑한 숲 안에서
바람이 부니까 너무 으스스 했다.
"분위기 참 무섭네."
스테파니가 닭살이 돋아오른 두팔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야시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따라와라 얘들아!"
칸이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아이들은 일단은 겁을 집어 삼키고
칸에게만 집중했다.
잘 걸어가고 있는데, 뭔가가... 나뭇잎?
바람? 아무튼 무언가가 움직였다.
"어?"
예민한 스테파니는 그것을 느끼고
뒤를 돌아 보았다.
하지만 뒤에 보이는것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나뭇잎들 뿐, 아무것도 없었다.
"왜 그래?"
야시가 묻는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야시가 그런 스테파니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스테파니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손을 절레 절레
흔들었다.
"이런 산길에서는 좀비들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라 더욱 위험하니 내 옆에
바짝 붙어다녀."
야시가 경고했다.
정말 웃기는 말이지만 스테파니는
야시를 따랐다.
이를 본 칸이 피식 웃었다.
"야시! 너도 마찬가지야.
내 옆에 꼭 붙어다녀!"
스스스....
"어라?"
칸이 아이들을 보고있는 사이에
스테파니가 또한번 이상한 반응을
보인다.
이번에도 무언가를 느낀것 같았다.
"또 뭐야?"
이번엔 야시 대신 칸이 묻는다.
"아니... 뭔가가 있는것 같아서요...."
"긴장 탓일 꺼..."
"카아아아!"
스테파니의 예민 반응에 칸이 이 녀석 긴장했나보군
생각하며 달래주려는데 갑자기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퍽!
그것은 바로 산토끼였다.
겉으로는 무척이나 귀여워 보이지만
내는 괴성을 보니 좀비다.
칸은 놈을 발로 뻥 차버린뒤 가까이 가서
놈의 머릿통을 짓밟아 처참하게 죽여버렸다.
상당히 잔인한 장면이였다.
"욱!... 우에엑!"
스테파니는 물론 지금까지 이런것들을
많이 보아왔지만 역시 칸의 짐작데로
너무 긴장한 탓인지 구역질을 했다.
"괜찮아?"
야시가 그런 스테파니의 곁으로 다가가며
말을 걸었다.
칸은 또 무언가가 나타날지 몰라서
스테파니는 야시에게 맡겨둔체 주위를
살폈다.
날카로운 눈으로 나뭇잎의 세세한 움직임
마저도 모두 살폈지만 더이상 무언가가
나타나지 않았다.
스테파니는 속에 있는 것들을 몇번 더 쏟아낸 뒤에야
고개를 들고 칸과 야시에게 괜찮다고 했다.
'이 애도 참 고생이야...'
칸은 스테파니의 그런 안된 모습을 보며
속으로 동정을 느꼈다.
"이제 좀 괜찮아?"
하고 묻는 칸.
이에 고개를 끄덕이는 스테파니.
"그럼 어서 가자."
"예.... 앗!!"
스테파니는 알았다며 일어서던 도중
갑자기 놀랐다.
"뭐야?"
칸은 갑자기 스테파니가 놀라자 이상해
왜 그러냐는 눈빛으로 물었고 스테파니는
떨리는 손으로 칸의 뒤를 가리켰다.
"저기..."
"카,칸! 뒤를!"
야시까지 놀란다.
"?"
이상함을 느낀 칸이 뒤를 돌아보았다.
"헉!"
그리고선 헛바람을 들이마시며
눈을 부릎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