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 회: 5장 - 모든 길은 센터를 향해서(All the ways go to the centre) -->
얼마전에 감옥을 탈출했던 마이클은
현재 비밀 통로를 통해서 K.S.C로
향하는 중이다.
우연히 만난 동료들인 레노드와 애쉴리를
동행한 체 걸어가는 도중에 앞에
닫힌 문이 보였다.
예전에 데몬스 시절때 스파이 전공인
동료에게 문 따는 법과 암호 해독법,
간단한 기계 다루는 법, 해킹, 소매치기
따위의 잡기술을 배워본적이 있는
마이클이 나서서 문을 만지작 거렸다.
처컥! 하는 소리가 들리고 문의
잠금 장치가 해제될때 마이클은
잡기술을 배워두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레노드와 애쉴리는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밝은 표정을 지었다.
문은 문을 딴 마이클이 열었다.
모두 문 너머로 가벼운 마음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문 너머의 공간에 들어가자 마자
흉측하게 생긴 괴생물체가 보였다.
일단 기본 형태는 사람인데 사지가
일반 사람보도 2배는 길었고,
입이 짐승들 처럼 툭 불거져 나와 있는데다가
드러낸 이빨은 매우 날카로웠다.
그 괴생물체는 선두로 걷고 있던
마이클을 덮쳤다.
"마이클!"
레노드가 소리친다.
괴생물체와 마이클은 문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레노드가 고개를 돌렸을때 갑자기
경고음이 올림과 함께 보안 시스템이
발동되어 문이 닫혔다.
"제길! 뭐야?"
마이클이 일어나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갑자기 괴물이 자신을
덮치고는 경고음과 함께 문이 닫혔다.
문 하나 사이로 마이클과 레노드, 애쉴리가
갈라졌다.
"크아아!"
괴물이 덤벼든다.
마이클은 일단 자신을 덮친 괴생물체를
두손으로 힘껏 밀쳐내었다.
두두두!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총소리가 들려온다.
예감이 안좋다.
왜냐하면 총소리는 두개의 권총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여러개의 머신건에서 나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방어 시스템이 작동된건가? 제길!....."
방어 시스템이 작동 되었다면 문 너머의
둘은 이미 죽은거나 다름없다.
간만에 만난 생존자들과 너무 빨리
헤어지게 되어서 슬펐지만 지금은
슬픔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다.
괴물이 바로 코앞에서 침을 줄줄 흘리고
있으니 말이다.
"하긴... 나도 그닥 좋은 상황은 아니야.
고인의 명복을 빈다."
머지않아 죽을 레노드와 애쉴리에게
명복을 빌어준 마이클은 권총으로
괴물을 조준했다.
기가막힌 타이밍으로 괴물이 딱 그때
튕겨져 나갔다.
'저번에는 새대가리 괴물이더만 이번엔
사람형 괴물이냐?
아무튼 이놈도 머리 맞으면 끝이겠지 뭐.'
이렇게 생각은 했다만 정작 놈의 머리를
쏘자니 너무 어려웠다.
놈이 몸을 날리니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졌다.
마이클은 안되겠다 싶어서 정확히 조준을
하지 않고서 그냥 총을 쏘았다.
탕!
푹!
총알은 정확히 놈의 가슴팍을 꿰뚫고
지나갔지만 놈은 이에 개의치 않고
마이클과 가까워졌다.
아무래도 이 괴물은 저번의 조류 괴물 처럼
고통을 느끼지는 않는것 같다.
같은 괴물이니까... 하는 판단 미스 때문에
마이클은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슈우우...!
덥썩!
"윽!"
그 잠깐의 사이에 괴생물체가 마이클을 덮쳤다.
긴 손가락으로 마이클을 잡고는 바로 물어뜯으려는
듯이 입을 쩌억 하고 벌린다.
입이 벌어지자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남과 함께
누런 침이 주르르 흘러내려서 마이클의
머리를 적셨다.
'망할 자식!'
고약한 냄새가 나는 침 때문에 짜증이
확 치밀어 오른 마이클은 바로 놈을
쏴 죽이려고 했지만 놈에게 덮쳐지며
권총을 놓쳤었다.
"카아아!"
총은 없고, 놈의 사나운 이빨은 마이클의 얼굴
앞에서 탁탁거리는 소리를 내며 부딪쳐데고 있다.
"크아아아아!"
그러다가 얼굴을 마이클에게 들이대는
이 정체 절명의 순간!
서걱!
"크아아아아!!"
마이클이 오른손으로 재빨리 나이프를 꺼내어
그것으로 괴생물체의 두 눈을 베어내었다.
"카아아아아!!!"
놈은 괴로운지 마구 괴성을 질러데었다.
아무래도 신체 전체의 신경계가 살아 있지는
않고 특정 부위만 살아 있는것 같았다.
놈의 상체의 피부가 다 썩어 있는 것을
보아 상체의 세포 조직은 이미 다 죽은듯 하다.
그러니까 당연히 가슴팍이 총알에 뚤리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다니는 것이다.
아무튼 마이클은 D 바이러스의 무서움을
다시한번 느꼈다.
여태껏 D를 연구하면서 이러한 돌연변이가
나오는 것을 보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아니, D라기 보다는 D와 백신의 불안전한
융합에서 나온 변종 바이러스인 K라고
해야지 맞는것 같다.
마이클은 괴물이 괴로워 하는 이 사이에
방금 전에 떨어뜨린 자신의 권총을 주워서
놈을 겨냥했다.
"잘 가라고 괴물 친구."
마이클은 권총을 손에 쥐는 순간 바로
놈을 쏘려했다.
아무래도 괴물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카아!"
그런데 갑자기 놈이 앞도 앞보이는 상태에서
무작정 긴 두 팔을 마구 휘둘렀다.
두 팔은 거의 정확하다고 볼수 있게
마이클을 노리고 날아왔다.
아무래도 마이클의 목소리를 듣고
따라온 모양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청각이 얼마나 좋다는 소리인가?
슈웃!
마이클은 두팔이 날아오는 것을 봄과 동시에
옆으로 몸을 날렸다.
괴물의 날카로운 10개의 손톱은 간발의
차이로 마이클이 있던 허공을 베어 내었다.
마이클은 순간 간담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조금만 늦었어도 바로 산산조각이 날 뻔했으니까...
저 날카로운 손톱은 얇은 철판이라도 도려낼것만
같았다.
마이클은 놈이 소리를 듣고 움직인다는 사실을
바로 파악해 내가지고 조용히 서있었다.
"크아아!"
휭! 휭!
마이클의 예상은 맞았다.
마이클이 침묵을 유지한체 가만히 있으니
놈은 손톱으로 허공을 연달아 가르며
괴성을 질렀다.
마이클을 찾지 못하니 화가 나는 모양이다.
이 상황에서도 마이클은 학자 출신 답게
놈을 지켜보며 감탄을 했다.
'이것이 K가 가지고 있는 힘인가?
저 괴물은 돌연변이 일수도 있고,
좀비의 진화체 일수도 있어.
그래서 감정을 표현할줄 아는 것이고...
아니면 둘 다인가?'
그가 가만히 생각하고 있을때
괴물은 다른 행동을 보였다.
팔을 아무리 휘두르며 돌아다녀도
사냥감이 잡히질 않자 입을 크게
벌렸다.
마이클은 놈이 뭐하는 것인지
계속 지켜보았다.
어처피 눈먼 녀석이니 언제든지
죽일수 있다.
츄욱!
헌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놈이 낼름 거리던 혀가 순간적으로
길게 뻗어져 나온 것이다!
괴물은 혀를 길게 뻗은체 몸을
돌렸다.
부웅!
퍽!
멍하니 있던 마이클이 미처 대처하지를
못하고 혀에 맞았다.
"윽!"
혀는 은근히 단단했다.
단단하고 질긴 근육 덩어리 같았다.
마이클은 그저 혀에 맞았다고만 생각
했는데 놈의 공격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마이클을 막 때린 놈의 혀는 구부러지며
마이클의 몸을 휘감었다.
마이클은 예상치 못한 놈의 패턴에
놀라면서도 냉정을 잃지 않고 놈의
머리를 총으로 겨냥했다.
"죽여주....... 헉!"
막 총을 쏘려는데 놈이 혀를 휘둘렀다.
그 힘이 얼마나 쎈지 마이클을 들어올려서
벽에다가 박았다.
쿵!
"윽!"
벽에 면상을 정통으로 박은 마이클의
코가 깨져서 코구멍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심한 충격에 순간 정신을 잃을뻔 하기
까지 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였다.
놈의 혀가 점점 마이클의 몸을 조이고 들어왔다.
방금 막 머리에 심한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가슴이 조여지자 호흡이 곤란해졌다.
'크윽... 이녀석...... 좀비와는 확실히 달라!
사냥하는 방법을 알고있어!'
마이클은 K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이 엄청난
생물체에게 또한번 감탄하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총을 쥐어 잡고 놈을 겨냥했다.
탕! 탕! 탕!
총을 계속 쏘기는 했다만 단 한발도 놈의
머리에 명중하지 못했다.
총알들은 놈의 몸을 뚫고 지나가거나
아예 괴물에 맞지 않았다.
정신이 희미한 상태라서 놈의 머리를 명중
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다.
탕! 탕!
그래도 마이클은 계속해서 총을 쏘았다.
그러다가 총알이 다 달았다.
메고있는 베낭에 총알이 있긴 한데
지금은 재장전을 할 상황이 못되었다.
어떻게든 발버둥을 쳐오지만 그럴수록
혀는 몸을 더 세게 조여왔다.
"크으윽!...."
숨을 가파르게 쉬며 괴로워 하는 마이클에게
괴물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
급해진 마이클은 권총은 놈을 향해서 던지고
다시 나이프를 꺼내었다.
그리고서는 놈이 오기를 기다렸다.
놈이 오면 머리에 나이프를 찔러 넣을 생각이다.
그때까지 정신줄을 놓으면 안된다.
"크으으..."
놈이 드디어 가까이 왔다.
놈은 굶주린 늑대같이 음성을 흘리며 침을 흘렸다.
이때가 바로 기회다.
지금 놈을 못죽이면 자신이 죽는다.
그런데...
그런데 팔에 힘이 점점 빠진다.
마이클은 알까?
지금 자신의 피부가 새퍼렇게 질려 있단 사실을.
팔이 말이 듣질 않는다.
움직이질 않는다.
몸이 뇌의 통제에서 벗어났다.
세포 하나 하나가 죽어가는 느낌이다.
괴롭다.
무섭다.
마이클도 사람이다 보니 죽음의 문턱 앞에
다가오니 공포에 휩싸였다.
허나 포기해서는 안된다.
아직 할일이 많다.
일단 이 바이러스에 대해 조사해야 할것이 있다.
송명진과 함께 하고도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리사를 구해야 한다.
"으아아아아!!!"
마이클은 리사의 웃는 얼굴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온 정신을 나이프를 들고있는 왼팔에
집중해서 힘을 모았다.
인간은 원래 자신의 능력을 10% 안팍 밖에
응용할줄 모른다.
허나 가끔씩 급격한 상황에 잠재력을
폭발 시키고는 한다.
지금 마이클이 바로 그 상황이다.
이마에 핏줄을 곤두 세우고 팔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막 팔을 휘두르는데 괴물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푹!
츄악!
"크아아아악!"
"카아아아!"
아이러니 하게도 동시에 마이클과 괴물
둘다 괴로워 했다.
그 이유는 이러했다.
마이클이 막 팔을 휘두를때 괴물이
마이클의 오른쪽 어깨를 물어서
비틀어버렸고, 그와 동시에 마이클은
놈의 머리에 나이프를 박아 넣은 것이다.
괴물은 잠시동안 괴성을 지르다가 이내
마이클을 조이고 있던 혀를 풀고
힘없이 쓰러졌다.
혀가 풀리면서 마이클 또한 바닥에 쓰러졌다.
"으으으..."
괴물이 죽고 이 공간에서 마이클이 홀로
괴로워했다.
마이클의 고통은 지금 상당할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놈의 굉장한 턱 힘에
오른쪽 어깨가 완전이 비틀어졌기 때문이다.
팔뼈가 나간것은 물론이였다.
"후우.... 이런 빌어먹을!"
퍽!
한참을 괴로워 하던 마이클이 이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주먹으로 땅을 쳤다.
물론 멀쩡한 왼쪽 주먹으로 말이다.
"제길. 제기랄!"
퍽! 퍽! 퍽! 퍽! 퍽!
마이클은 연달아서 욕짓거리를 해대었다.
그러면서 주먹으로 바닥을 계속해서 쳤다.
얼마나 세게 치는지 그의 주먹이 점점
일그러지며 피를 뿜어내었다.
마이클은 아픈줄도 모르고 계속 주먹으로
바닥을 치며 바닥에 혈화를 그렸다.
아주 절망적이고 분노에 휩싸인
혈화를 말이다.
그도 그럴것이 일단 오른팔을 잃었다.
앞으로 다시는 오른팔을 사용하지
못할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 병원에 가면 22세기의
뛰어난 의학 기술에 의해 치료가
가능 하다만 지금 한국에 있는 모든 의사들은
이미 좀비가 되어버린 상태다.
뭐 사실 오른팔을 잃었다는 것은 그리 화날
만한 이유가 아니다.
진짜 이유는 놈에게 물렸기 때문이다.
어쨌든간에 앞에 널브러져있는 괴물도
K 바이러스의 감염체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마이클은 놈에게 감염되었을 것이다.
그놈이 준 상처 하나 때문에,
결국 자신에게 죽을 하찮은 놈 하나 때문에,
살았어도 살은게 아니였다.
곧 머지 않아 자신이 여기까지 오면서 수도 없이
죽인 멍청한 좀비로 변할테니까...
'자살?....'
마이클은 자신이 어떻게 될지 생각했다.
허나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은 모두
느릿하게 걸으며 피와 살을 찾는
잔인하고 멍청한 빌어먹을 좀비 뿐이였다.
그런 생각이들자 차츰 자살 충동이 생겨났다.
어처피 좀비 따위로 변할거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클은 생각을 마치고 권총의 총구를
자신의 머리에 향하게 했다.
스으윽....
마이클의 손가락이 점점 방아쇠를 누르고....
탕!
총알이 튀어나가고 피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그 피는 살아있는 것, 즉 마이클의 피가
아닌 이미 죽어버린 괴생물체의 피였다.
총을 죽은 괴물의 시체에다가 쏜것이다.
"자살은 하기 싫다."
마이클은 자살을 포기하고 잠시동안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미련..... 어차피 이제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미련도 없어......... 그러니......
그냥 이대로 가지 뭐......"
마이클은 굳은 표정으로 뭔가를 생각하며,
수심이 깊은 눈빛을 그윽하게 흘리며,
쓸쓸히 혼자말을 했다.
"그런데 내가 나 스스로를 죽이긴 싫다.
난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열심히 노력 했고,
그걸 알아준 사람들은 모두 죽었으니
결국 나 자신을 알아줄 사람은 오로지
나 자신뿐이다.
그런 나를 내가 죽일수야 없지....."
혼잣말을 하던 마이클은 잠시 말을 끊고는
무서운 표정으로 괴물의 시체를 쏘아 보았다.
"그리고 너 이 빌어먹을 괴물 좀비 자식아!
네가 이런 날 끝낸거야! 이 빌어먹을 놈아!
그러니 만약 내가 좀비가 된다면,
내 자아를 잃는다 해도 너만은 반드시 먹어주마!
갈기 갈기 찢어서 살 한점, 피 한방알, 뼈 한조각 남김없이!
심장, 뇌, 모든 장기들 까지도 깡그리 다 먹을꺼야!
알겠어!!!
좀비가 되면 억울하니까 네녀석이라도 쳐먹어야 겠다고!"
마이클은 차츰 자신이 모든것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가 방금 자신이 죽인 괴생물체라는 생각을 하자
이미 죽은 놈에게 온갖 욕을 다 해대며 화를 냈다.
그러다가 지친 마이클은 서서히 눈을 감았다.
마구 소리 질러대니 힘들었다.
'이제..... 끝인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
예전에 어떤 로맨스 영화에서 본적이 있지....
연인중 한명이 죽으면, 둘이 다시 만나기 위해서
다른 한명이 따라서 죽어야만 한다고......
그런데 난...... 크헉.......... 으으윽......
죽음이....... 으윽...... 죽음이 두려웠어.
그래서 리사 널 살려내려고... 으윽... 했는데......
아아............................
나의 그대 리사 화이트리버........
으으윽.................................
내가 만약 그대가 있는 곳으로 간다면......
나와 만나줘............ 제발..............
이 못난 내가.........
너에게 갈테니까.........................'
한참동안 혼자말을 하던 마이클은 결국 그것 마저도
멈추고 스르르 눈을 감았다.
마이클은 뭐가 그렇게 억울한지 마지막에 눈물
한방울을 흘리고는 숨을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