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프로젝트-68화 (68/105)

<-- 68 회: 5장 - 모든 길은 센터를 향해서(All the ways go to the centre) -->

"울지마 스테파니."

칸이 K.S.C 비밀통로의 위치를

기억해내는 동안에 뒷좌석에서

야시가 스테파니를 달래고 있었다.

"흑흐흑... 할아버지 보고싶어.....

슈스케도............"

"..."

"슈스케가 죽다니..........."

"..."

"정말 지겨워... 우린 살아남을수 있을까?

이건 너무..... 너무........ 흐흑......"

"..."

스테파니의 상태는 심각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받은 상처에 대한

아픔을 지금 한꺼번에 느끼고 있는것 같다.

야시는 어떻게 스테파니를 달래줄수 없을까

하다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려 내었다.

바로 초콜릿!

초콜릿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고 어떤 TV 쇼에서 본적이 있다.

분명 예전에 마이크가 주었던 초콜릿을

아직까지 안먹었다.

그래서 꺼내는데........

물컹 물컹 했다.

'제길!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이렇게 더운데 초콜릿이 멀쩡할리가

없잖아!!!'

정작 초콜릿을 주자니 기분이 별로였다.

다 녹은 것을 어떻게 먹으라고 주나?

예전에 그냥 먹을 것을...

야시는 괜히 아껴 두었나 싶었다.

"지금 우리 어디로 가는거죠?"

일단 스테파니 달래주기가 어렵고 해서

칸에게 물었다.

칸은 그리 집중해서 생각중은 아니여서

바로 답해주었다.

"당연히....... 세큐리티 센터겠지?"

"흠..."

그의 답에 야시가 턱을 쓰다듬는다.

별로 내키지 않는 표정이다.

"왜?"

"그게 말이죠..."

야시의 표정은 진지해졌다.

지금껏 그냥 K.S.C 에만 가면 된다고

생각해 왔지만.....

아무래도 찝찝한 구석이 있었다.

"센터가 안전하리라는 보장이 있나요?"

"그게 무슨 말이야?

센터로 가면 당연히 안전하지."

"그니까, 센터는 아직도 무사한가요?"

야시의 한마디에 칸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진다.

그러고 보니...

정말 센터가 안전하다는 보장이 어디있는가?

'제길... 센터로 가는 것도 도박이잖아?

센터로 간다고 해서 무조건 끝난다고

장담할수 없어!'

이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칸,

그러나 겉으로 많은 표현을 하지는 않았다.

애들에게 부담을 가게 하고 싶지 않기 위해서였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안전할꺼야.

센터는 두터운 방벽으로 둘러 쌓여있는데다가,

보안 시스템도 철저하기에 좀비들이

쉽게 뚫을수가 없거든."

"..."

야시는 조용했다.

솔직히 칸이 심각함을 숨기려고 해도

야시도 다 알았다.

센터도 무사하다는 법이 없다고.

그렇다면 결국은 이 땅에서

참혹한 최후를 맏게 될수도 있다고...

"그런게 어디있어요?"

울고있던 스테파니가 잠시 울음을 그치고

말을 꺼냈다.

표정을 보니 막 이어질 말이 그리

유쾌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예상 되었다.

"확신도 잘 안서면서 무조건 가면 어떻게 해요?"

"..."

"만약 센터가 무사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죽게되는 것인가요? 그럼 우린.........."

스테파니가 너무 우울하게 말하니

칸이 바로 그 말을 끊었다.

이럴때 이런 부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것은 좋지 않다.

"그야 만약에 센터가 무사하지 못하면...

그땐 정말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냥 죽는것보단 이렇게 뭐라도

하고 죽는게 나으니까.

맥스더도, 토니도, 나도 일단은 도전을 하는거지.

스테파니.

사람 일, 미래라는것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야.

그러니깐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계획해두어야만 해.

때로는 위험도 감수해 가며 도전도 해야하는 거지.

무섭다고 피하기만 하고, 숨기만 하고,

움크려져만 있는다면 결국 남는건 절망 뿐이야.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쓸쓸히 삼을 마감하는거지.

알겠니?"

"예... 하지만 센터 마저도 좀비들에게

당해 있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만 하죠?"

그 말에 칸이 잠시 뜸을 들었다.

고민을 했지만 이내 해답을 찾았다.

이것에 대한 문제는 예전에 분명히

맥스더가 세큐리티들에게 따로

언급한 적이 있었다.

맥스더는 센터가 좀비들로 득실 거린다고

해도 센터로 가야만 하는 이유를 알려 주었었다.

그것은 바로 헬기 탈환이다.

센터에 있는 헬기를 탈환해서 한국을

뜨는 것이다.

칸은 맥스더가 했었던 그 말을 아이들에게

해주었다.

"센터엔 헬기가 있어. 비행기도 있고.

좀비들을 피하기 위해서는 그것들을

타고 한국을 떠나야만 해.

그게 바로 우리가 센터에 가는 이유야.

아무튼간에 우린 센터로 가는거야.

살기 위해서.

오케이? 모두 잘 알아 들었어?"

야시와 스테파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서야 마음이 놓이는지 둘의

표정이 한결 나아졌다.

물론 칸은 아직 까지도 수심에 잠겨 있었다만...

잠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스테파니에 의해 깨어졌다.

"아~ 이렇게 기분 꿀꿀할때는 초콜릿을

먹으면 되는데.

예전에 슈스케가 그랬는데 초콜릿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데요."

"그래? 헌데 초콜릿이 없잖아."

"쩝... 그러게요......

아~ 초콜릿 먹고싶다."

초콜릿 이야기가 나오니

야시가 눈을 번쩍였다.

물론 녹기는 했다만...

그래도 그런 것은 상관 없다.

오래간만에 먹는 초콜릿은 분명

굉장히 맛있을 것이다.

"아... 저한테 초콜릿이 하나 있어요."

"정말?"

스테파니가 야시를 말똥 말똥 쳐다 보았다.

기대 잔뜩 담긴 눈빛이였다.

"응. 그런데........."

"그런데?"

"녹았어."

야시는 순간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을 들었다.

스테파니의 얼굴에 실망감이 서려 있을까봐서

눈을 돌렸다.

헌데 스테파니의 반응은 예상 밖이였다.

"녹으면 뭐 어때?

지금 초콜릿이 있다는게

중요한거 아니야?"

"그럼 그럼~"

스테파니와 칸은 상관 없다는 투다.

반응이 좋으니 야시가 기분이 좋아져서

냉큼 초콜릿을 꺼내었다.

야시가 꺼낸 초콜릿은 전통이 깊은

허쉬스 초콜릿이였다.

3 달러 짜리 큰 초콜릿의 껍질을

벗기니 다 녹은 갈색 액체가

보였다.

"맛있겠다~"

"야! 이거 군침이 확 도는걸?

어서 줘봐!"

아무리 녹은 것이라도 초콜릿 냄새가

확 풍기는 순간 모두들 입에 침이

고이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어떻게 드리죠?"

야시의 물음에 칸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인상을 확 구겼다.

"짜식! 그냥 손가락으로 찍어서 줘~"

"에! 더러워!"

칸의 말에 이번엔 스테파니가 인상을

마구 구겼다.

야시 또한 그닥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제 손가락을 빨려구요? 에이~"

"뭐 어때? 그래서 안줄꺼야?"

칸은 눈썹을 여덟 팔자로 만들어

전혀 안어울리는 불쌍한 표정으로

야시를 쳐다 보았다.

"으악! 앞을 보세요 앞을!"

"헤헤헤 그냥 안보고 달리자구~"

"꺄악! 칸! 위험하다구요!"

아닌게 아니라 칸이 뒷좌석에 눈을 두고

있는 동안 지프는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불안한 질주를 했다.

"으악! 알았어요 알았어!"

야시는 안되겠다 싶어서 초콜릿을 손가락에

듬뿜 찍어내서 칸에게 가져다 댔다.

칸은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야시의

손가락에 다가가다가.....

팟!

"으악!"

야시의 손을 쳐내었고,

야시의 얼굴에 초콜릿이 묻었다.

"아이 칸도 참! 애도 아니고 뭐 이런 장난을?!"

"하하하! 당한놈이 바보지롱~"

"히히히."

칸과 더불어서 스테파니 까지 웃자

야시는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에이! 나 혼자 다 먹을거얏!"

"어이 어이! 장난이야~ 미안하다구!"

"됬어요!"

"뭐야? 삐진거야?"

"말걸지 마요!"

"그러지마~ 미스터 레디~"

"그 느끼스름한 목소리는 또 뭐에요?"

"초콜릿 찍어주면 이번엔 진짜

핥아 먹어 줄께~"

"악~~~! 더러워! 그만해요 정말!"

칸과 야시가 티격 티격 대는 동안

스테파니가 몰래 야시에게 다가갔다.

그러더니 재빨리 초콜릿을 손가락에

듬뿍 묻혀서 그것을 칸의 얼굴에 묻혔다.

"잘했어 스테파니~!"

"우왁! 이게 뭐하는 거야 스테프!"

"히힛~ 재미있을것 같아서 저도 해봤어요~"

"이 배신자!"

이번에는 칸과 스테파니가 아웅 다웅 댔다.

그사이에 야시가 초콜릿을 맛보았다.

그리고 너무나도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음~ 모두 조용히 하고 이것좀 먹어봐.

정말 맛있다!"

끼기긱!

야시의 말이 끝남과 함께 지프가

급히 멈춘다.

"헉! 뭐에요 칸?"

모두 긴장한 상태다.

헌데 칸의 표정이 능글맞은 것을 보아서는

무슨 일이 터진것 같지는 않았다.

"무슨 일이냐면~ 초콜릿 먹으려구~"

칸은 초콜릿을 찍어서 입에 넣었다.

입에서 사르르 녹는 달콤한 맛.

초콜릿 고유의 향.

그것은 일품이였다.

"오 신이시여... 그저 굉장할 따름입니다."

칸과 야시가 모두 맛있다고 하니 스테파니도

덩달아 초콜릿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우와 정말 최고!"

셋은 그렇게 옹기 종기 모여서 초콜릿을

음미했다.

고작 작은 거 하나로 사람이 이렇게

행복할수 있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분명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우울한

분위기였는데 말이다.

어쩌면 꿀꿀한 기분을 확 풀어주는 것은

고작 초콜릿 따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서로의 영혼을 교제할 때가

아닌가 싶다.

초콜릿은 영혼을 이어주는 매개체일 뿐인 것이다.

정말 힘들고 지칠때 콩 한쪽이라도 나누어 먹는

정이 바로 모든것의 치유제이다.

세상엔 참 힘든 일이 많다.

그것은 정말이지 신이 장난이라도 부린것 마냥

너무나도 어렵고 절망적이다.

그러나 인간은 지금까지도 존재하는 중이다.

전쟁이 터져도, 재난이 터져도,

인간은 계속 그 가련한 삶을 유지해왔다.

그리고 지금 이 생물재해(Bio-Hazrd)가

터진 한국에서도 모두가 꿋꿋이 견디고 있다.

그 이유는 극한의 상황으로 부터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고 있던 순수한 마음이

살아나서 서로를 돕고 아끼고, 진심으로

사랑해 주었기 때문이다.

불가능한것을 모두 이루어 내는것.

그것이 무엇일까?

지금 지프차 안에서 초콜릿 하나로

행복해 하는 흑인 남성 한명과

인도 소년 한명, 백인 여자애 한명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사랑이다.

사람은 서로를 사랑할때만이 모든것을

할수 있게되며 불가능한것을 가능하게

만들수 있게된다.

데리고 다니면 짐만 되는 두 아이들을

칸이 데리고 다니는 이유가,

사실 아이들이 짐이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칸이 지쳐서 쓰러지고 싶을때 일으켜 줄수

있는 아이들은, 칸이 고독할때 옆에서

웃음을 나누어 줄수 있는 아이들은,

사랑의 원천이자 고독의 치유제.

그렇기에 절대로 아이들은 짐이 아니다.

자신의 목숨을 바꾸어서라도 구해내야 할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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