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 회: 5장 - 모든 길은 센터를 향해서(All the ways go to the centre) -->
몇일후
2110년 6월 13일, 오후경.
이미 해가 뜬지 오래다.
여름이라 그런지 참 덥다.
21세기 중반때 지구 온난화가 극도로
진행되고 있을 시절 만큼은 아니다만
그래도 여름은 덥다.
칸은 더위를 무지 잘탔다.
그래서 임무를 할때 사막 쪽으로 가본적이
한번도 없다.
누구나 가지 않으려는 혹독한 튠드라 지방에
칸은 언제나 자진해서 갔다.
추운것은 괜찮아도 더운것은 못견디는
성격 때문이다.
체질에 따라서 맞는 온도의 지역이 있고
그런 지역에서 일을 하면 당연히 자신의
잠재력을 더 많이 발전 할수 있기에
UN은 되도록이면 세큐리티 들의 성격에
맞는 임무를 주고, 체질에 맞는 장소로
보냈다.
좀 덥긴해도 컨디션은 최고다.
요 몇일간 저택에서 푹 쉬었더니
참 살 맛이 난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 저택에서만 머물수는
없는 법이다.
물자가 아직 있을때 하루 빨리
탈주로를 택해서 도망가야만 했다.
싫지만 어쩔수 없이 다시 좀비들과의
조우를 해야하는 것이다.
아이들도 정말로 편히잤는지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최근 몇일 동안 잘 자고 잘 먹고
좀비도 보지 않았으니 피로가
모두 사라진 것이다.
"얘들아."
칸이 불렀다.
스테파니와 야시는 칸이 무슨 말을
할것 같아서 그를 뚫어지게 쳐다 보았다.
"우린 오늘 떠난다."
칸의 말에 아이들의 표정이 확 굳어버린다.
예상은 했다.
또다시 좀비들과 조우 해야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그러나 그렇다고 아이들의 기분에 끌려가면
안된다.
어른인 만큼 어른 답게 아이들을 이끌어
주어야만 한다.
"다 알어. 저택에서 떠나기 싫겠지."
스테파니와 야시는 아무 대답도 안했다.
그것은 순응의 침묵이였다.
"허나 가야만 해. 여기서 계속 지낼수는 없잖아?
식량도 언제 바닥 날줄 모르고...
다른것을 다 떠나서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야지."
아이들이 집에 돌아간다는 소리에 그래도
화색을 되찾는다.
"정말요?"
"그럼! 이 아저씨가 너희들 다 데리고
집으로 갈꺼야.
내가 너희들 집을 모르니까 일단은
아저씨 집으로 가자.
너희 부모님께서 찾아오실 동안
먹여주고 재워줄께."
"정말이죠?"
"아~ 거 참! 정말이라니까!
칸 칼렉스라는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나 칸은 반드시 스테파니 공주님과
야시 왕자님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
바비큐 파티를 할것이다!"
"우와! 바비큐요?"
"하하하! 왜? 기대 되냐?
내가 이래뵈도 별명이
파이브 스타 요리사야.
니들은 아마 내 음식 먹으면
너무 맛있어서 울거다!
음하하하!!!"
"와아! 정말 기대되요!"
일단 현재 이 순간 이라는 그림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마치 아버지와 두 남매가
함께 있는 듯한, 그런 포근한
느낌을 주는 그림이다.
비록 그 그림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다만.........
부디 오래가길 빌 뿐이다.
오늘 점심은 스페셜 코스였다.
냉동고에 들어있는 삼겹살을
꺼내어서 구웠다.
지금까지는 행여나 냄새 때문에
좀비들이 몰려올까봐 걱정 했지만
어처피 이 저택에서의 마지막 날이니까
상관하지 않았다.
삼겹살은 한국식 베이컨이라고 보면 되었다.
허나 베이컨보다 통통했다.
칸은 한국인 동료도 많아서 삼겹살을
많이 먹어보았다.
칸에게 있어서 삼겹살은 최고의 술안주 이다.
코리안 스피리츠인 소주가 삼겹살엔 딱이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맥주와 와인밖에 없다.
맥주를 마실까 했지만 향이 좋은 와인을 택했다.
아이들도 향을 음미할 만큼만의 와인을
조금 마셨다.
원래 취할 정도로 마시지 않는다면 술은 예술이다.
향과 맛의 문화를 즐길수 있으니 예술이다.
삼겹살은 스테파니와 야시도 잘 먹었다.
애들에겐 처음 접해보는 삼겹살이였다만
맛이 끝내주니까 불평할 필요가 없었다.
우어어......
한참 맛있게 삼겹살을 즐기고 있는데
좀비들의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고기 냄새를 맡고 모여드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창문이나 문을 두들기지는
않는것을 보니 고기 냄새에 호기심을
가지고 모여든 모양이다.
이 순간 칸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고안해 내었다.
그 방법은 이따가 이 저택을 떠날때
매우 유용히 쓰일것이다.
헌데 문제는 그 방법을 쓰고 어떻게,
어떤 경로로 가느냐이다.
어느 길이던간에 분명 어려울 것이다.
헌지리면 그닥 많이 어렵지 않지만,
지켜야 하는 존재가 있는 한 모든 길이
어려울 것이다.
칸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문득 뭔가를 떠올렸다.
차고.
그것은 바로 차고였다.
이정도 저택이면 당연히 개인 차고가 있을터.
그리고 땅값 비싼 녹색 도시 서울에서
이정도 규모의 저택에서 살만한 부자라면
당연히 차가 적어도 3대는 있을것이다.
그리고 그 3대 정도의 차중에서
못해도 한대는 차고에 남아있을 법도 하다.
솔직히 스테파니와 야시를 데리고 걸어서
도시를 벗어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국에 그리 많은 사람이 사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인구 밀집도가 높지 아니한가?
특히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기에 도망 갈 곳도
없다.
그러니까 여차할때 방어막이 되어줄 차가 필요하다.
생각을 마친 칸이 차고로 향해 걸어갔다.
"어디가요?"
야시가 묻는다.
칸은 그 물음을 무시하고 한마디를 던졌다.
"이제 여행갈 시간."
생각은 길었지만 행동은 빨랐다.
칸은 아이들과 함께 차고로 갔다.
다행히 차고문이 닫혀있고,
지프차도 한대 있었다.
정말 기분 째진다.
승용차가 아니라 지프차라서 천만 다행이다.
승용차도 방어막 역활을 해줄수는 있다만
좀더 크기가 크고 높은, 힘좋은 지프차가
좀비랜드 코리아 에서는 제격이다.
칸은 어제 집안을 뒤지며 모아둔 열쇠뭉치를
꺼내서 차키를 찾았다.
키가 한 10여개가 있었는데 5번째로
뽑은 키가 바로 차키였다.
이제 나머지 열쇠는 다 쓸모 없으니 창문
밖으로 버렸다.
스테파니와 야시는 뒷좌석에 앉아있다.
모두 긴장하는 눈치지만 기대감도 적잖아
섞여있다.
마치 카지노 안의 도박꾼들의 얼굴이다.
아이들의 얼굴과 도박꾼들의 얼굴을
비교하니 저절로 웃겨져서 킥킥 웃으니
애들이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기름을 확인해 보니 기름은 꽉차있었다.
땡큐 집주인!
속으로 소리치고 시동을 걸었다.
부릉~!
엔진이 고함을 지른다.
아주 팔팔한 녀석이다.
이 지프차.
"어서 가자! 집으로!"
차고문이 활짝 열리고 앞에 좀비들도 없다.
그들은 반기는건 눈부신 햇살.
기분도 좋겠다 지프차를 신나게 달렸다.
좀비들이 느그적 거리며 옹기 종기
모여들었다만 지프차의 속도에
감이 견줄수가 없었다.
달리는 사람도 못따라오는데
달리지도 못하는 좀비들이
어느 세월에 달리는 자동차를
따라잡겠나?
여튼간에 칸은 이렇게 스테파니와 야시하고 같이
생존의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