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프로젝트-53화 (53/105)

<-- 53 회: 5장 - 모든 길은 센터를 향해서(All the ways go to the centre) -->

전날 밤을 너무도 잘잔 칸은 아침부터

집을 뒤적였다.

어제 분명 꼼꼼히 집을 모두 쥐져 보았다만

아침에 눈뜨고 나서 또 뒤지는 이유는 바로

식사거리 확보 때문이다.

아침이니 뭐좀 먹어야겠고, 그렇다고

들고다니는 비상식량을 먹을순 없고.

그래서 집에서 어떻게든 음식을

찾아보려는 것이다.

주방을 뒤지니 케첩이나 후추, 소금,

머스터드 소스 따위의 조미료 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된것인지 냉장고엔 맥주밖에 없다.

칸은 은근히 이 집에 살던 주인이 누군지

꼭 한번 보고싶어졌다.

아마도 술꾼임이 분명하겠지만 말이다.

아래층을 둘러보던 도중 그는 문을 하나 발견했다.

얼핏 보아도 그것은 지하로 통하는

문이 틀림 없었다.

"지하라... 한번 가볼까?"

지하라니까 호기심이 생겼다.

어제는 분명 못보았던 문인데 오늘 보니까 있다.

역시 사람은 먹을 것을 찾을때 더 꼼꼼해

지는구나 하고 칸은 생각했다.

아무튼 지하라고 하니 왠지 기대감이 생겼다.

부자들은 전쟁 대비로 지하에 1년치 음식을

쌓아두곤 한다는 말을 언제 한번 들어 봤기

때문이다.

...

삐거덕 하는 소리 없이 문이 깔끔히 열렸다.

평소에 문에 기름칠을 잘 해준 모양이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참 어두웠다.

불좀 킬까 했는데 스위치가 보이질 않아

그냥 손전등으로 만족하고 밑으로 내려갔다.

물론 혹시모를 위험에 대비해 핸드건도

한손에 쥐고 말이다.

그런데 이상한것은 분명 형광등이 켜진것이

아닌데 지하에서 빛이 세어나왔다.

그 빛은 정말 흐릿했다.

누런 빛깔이 총총총 흘러나오는 것을 보아

양초를 킨것 같았다.

그 뜻은 즉!...

'생존자... 이 집 주인인가?'

참 어이가 없다.

지하로 내려오기 전에 막 집 주인 얼굴좀

봐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잘하면

만날 기분이 아닌가?

뭐 촛불의 주인이 집주인이라고 단정할수는

없다만.......

칸은 소리가 안나게 조심스럽게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촛불의 주인이 무조건 사람이라는

확신도 서지 않으니 약간의 긴장도

같이 들고갔다.

지하로 내려가서 본건데, 와인이 엄청나게도

많이 널려있었다.

칸이 생각했던 1년치 저장된 음식이 아니라

1년치 와인이였다.

'뭐야? 와인 저장고였잖아?'

터벅... 터벅... 터벅...

약간 실망한 상태인데 걸음 소리가 들렸다.

잘못 들은건가 했는데 다시금 들려왔다.

터벅 터벅 터벅......

터벅 터벅 터벅 터벅.....

'느린 걸음이라....'

철컥!

칸은 총을 장전했다.

느린 발걸음 소리를 좀비의 그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아침부터 좀비 한명

쏴주고 와인이나 마셔야 겠다.

터벅!... 터벅!..

걸음 소리는 저장고 안에서 메아리 쳤다.

허나 잘 훈련된 세큐리티인 칸은

걸음 소리가 대충 어디서 나는 것인지

감을 잠았다.

그리고 어느정도 소리가 가까워진 순간!

파밧!!

칸이 마치 야수와도 같이 걸음 소리가 난

반향으로 튀어나가 총으로 무언가를

겨냥했다.

"꺄악!!"

"아악!"

쿵!

막 총을 쏘려는데 가만 보니 발걸음 소리의

주인이 좀비가 아니였다.

또한 한명이 아니라 둘이였다.

몸집이 작은것을 보니 둘다 애다.

어린 소녀와 소년.

가까이 가서 보니까 어딘지 낮이 익는 얼굴이다.

"스테파니! 야시!"

그 둘은 바로 스테파니와 야시였다.

스테파니와 야시고 금방 칸을 알아보았다.

"칸?"

얼마 전에 지진 때문에 헤어진 동료들과

함께 있던 이 어린 아이들이 아직까지

무사히 살아 있는것을 보니 칸의 마음이

뭉클해졌다.

"자식들! 아직까지 살아있었구나!"

"칸도 살아있군요!"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다른 생존자를

만났다는 그 자체가 기쁜 그들이다.

스테파니는 바로 달려와서 칸의 품에

안겼다.

야시는 남자애라서 그런지 그저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스테파니였구나. 미안하다. 아저씨는

또 네가 좀비인줄 알았지.

아무튼 너희가 살아있으니 정말 기쁘네."

칸은 자신의 품에 와락 안겨 우는

그 어린 소녀를 잘 달래주었다.

물론 야시가 있다만 솔직히 야시하고

단 둘만 있자니 너무 무서웠던

스테파니였다.

칸이 잘 달래주니까 스테파니는

금세 울음을 그쳤다.

어처피 너무 반가워서 터뜨린 울음이였기에

오래갈 것은 아니였었다.

"자, 일단 위로 올라가자.

뭐 좀 찾아내서 먹자고."

칸은 지하에 계속 있는게 뭐해서

애들을 데리고 위로 올라갔다.

물론 와인 한병 가져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역시나 또한번 이 집 주인을 한번

봐보고 싶어진다.

냉장고엔 맥주 가득, 지하 창고엔

와인 가득이라.....

이건 따로 볼 필요도 없이 술꾼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다 어디가고

너희만 여기 있는거야?"

칸은 위로 올라가자 마자 질문을 던졌다.

"그게...."

스테파니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모두 해주었다.

지진을 피하고 나서 도시를 해메며

좀비들을 피해다니다가 우연히 어느

골목으로 들어갔고, 거기서 꼼짝없이

좀비들에게 포위 당했는데 자신과

야시는 작은 창문을 통해 지하 창고로 들어와서

살았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이야기를 다 들은 칸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래.... 결국 모두 그렇게 되었구나..."

모두가 죽었다는 소식이 참 착잡했다.

아침식사는 스테파니가 가지고 있던

식빵으로 때웠다.

식빵이라도 오늘은 참 맛있는 식빵이였다.

토스트기를 사용한 따끈 따끈한

식빵에 달걀 후라이를 얹은 맛난

에그 토스트가 브레이크 패스트 였다.

간만에 먹는 논베지 푸드(non - vege food)인

만큼이나 그 맛은 예술이였다.

집 주인도 사람은 사람인지

그나마 계란 정도는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냉동고 안에는 그럭저럭 먹을만한

음식이 많았다.

모두 냉동식품이라서 들고 가지는 못하지만

당분간 이 저택에서 보내며 먹기엔 괜찮은

음식들이였다.

피로도 완전히 풀겸 칸은 당분간 아이들과

이 저택에서 보낼 생각이다.

아무튼 칸도 외롭게 되지 않아서 좋고,

아이들도 지켜줄 사람이 생겼으니

서로 서로 좋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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