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프로젝트-51화 (51/105)
  • <-- 51 회: 5장 - 모든 길은 센터를 향해서(All the ways go to the centre) -->

    "꺄악!"

    어두운 와인 창고 안.

    그 안에서 한 스테파니는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으앗!..... 엉? 깨어났네?"

    막 일어난 스테파니에게 한

    소년이 다가왔다.

    스테파니는 그 소년을 반사적으로

    밀쳐내었다.

    소년은 미처 그것에 대응하지 못하고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찌었다.

    "아야..."

    정말 아팠다.

    야시는 소녀의 기습 공격에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화를 벅 질러 버릴까도 했지만 아마도

    자신을 좀비로 착각하고서 그랬을것 같아서

    참았다.

    소녀, 스테파니는 지금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것은 권총으로 소년, 야시를

    조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시는 당황해서 손을 마구 흔들었다.

    "이, 이봐! 난 좀비가 아니라고!"

    목숨에 위협을 느낀 야시의 외침이였다.

    안그래도 뒤숭숭한 꿈자리에 바짝 긴장하고

    있던 스테파니는 반은 돌아버린 상태에서

    하마터면 야시를 쏠 뻔했다.

    다행히도 야시가 그전에 자신이 좀비가

    아니라는 것을 밝혀서 다행이지,

    안그랬다면 몇초후에 야시가 어떻게

    되어있을지 장담 못했다.

    "야! 너 스테파니 맞지?"

    야시가 외쳤다.

    야시는 이미 스테파니를 기억해낸지

    오래였다.

    스테파니가 잠들어 있을때 부터.

    스테파니는 저 소년이 자신을

    어떻게 아는지 궁금했다.

    물론 스테파니도 야시를 알긴 하다만

    어두워서 분멸하지 못한것이다.

    "어. 그런데 내 이름은 어떻게?"

    오히려 스테파니의 반응에

    더 당황스러워진 야시다.

    "엥? 나... 나 몰라? 요 일주일간

    같이 다녔는데도 모른단 말이야?

    나 야시야."

    야시가 자기 이름을 밝히고 나서야

    스테파니의 굳은 얼굴이 펴졌다.

    "야시? 그 조용하던?"

    "어. 맞어. 사실 원래는 조용한 편이 아니지만...

    아무튼 내가 그 야시 맞어."

    "야시구나!"

    스테파니는 이제서야 야시에게 다가왔다.

    가까이서 보니까 진짜 야시가 맞았다.

    순간 스테파니의 표정이 급하게 변했다.

    정말 다행이라는 표정이였다.

    외톨이가 되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여서.

    사실 따지자면 스테파니는 다른 사람들과

    여럿이 같이 다니던 그때도 무서웠는데

    혼자 남게되어서 절망적이였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인연이 있는 야시와

    다시 만났으니 기쁠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네가 여기 어떻게 있어?"

    생각해보니 야시가 여기 있는것이

    궁금해져서 물었다.

    자신은 슈스케가 밀쳐내어서 이 창고로

    떨어졌는데 야시가 어떻게 이곳에

    있는것인가?

    "나? 난 저 봉쇄된 창문을 통해서

    들어왔는데? 들어와 보니까 네가

    자고 있더라고. 그래서 창고 안이

    안전한가 빗자루 하나 들고 정찰하고

    돌아오니깐 네가 갑자기 날 보고

    기절하는 거야.

    네가 두번째로 깨어난게 지금이야."

    야시의 설명에 스테파니는 은근히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혔다.

    야시가 좀비인줄 알고 두번이나

    놀란것 아닌가?

    주변이 어두워서 자신의 붉어진 얼굴을

    야시가 보지 못한다는게 정말 다행이다.

    꼬르륵...

    스테파니와 야시가 막 재회한 이 상황에,

    둘의 배에서 동시에 헝그리 알람이 울렸다.

    야시는 괜히 멋쩍어져서 뒷통수를 긁적였고

    스테파니는 더욱 더 부끄러져서 후끈후끈

    거리는 볼을 두손으로 감쌌다.

    뭐 따지자면 부끄러워하거나 멋쩍어 할것도

    없었다.

    요 3일 동안 제대로 먹은게 없으니 당연히

    배에서 헝그리 알람이 울리는 거다.

    야시는 순간 무언가를 기억해 내었다.

    예전에 버스에서 어떤 아저씨가

    줬었던 초콜릿이 있는데 그것을

    먹은 기억이 없다.

    그 뜻은 즉 지금 주머니에 초콜릿

    하나가 있다는 소리다.

    스테파니하고 나누어 먹으려고

    초콜릿을 꺼내려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는데 동작을 멈출수 밖에

    없었다.

    "나한테 식빵이 많이 있는데 줄까?"

    "식빵? 나야 좋지."

    스테파니는 슈스케의 배낭을 뒤져서

    식빵 3개를 꺼내었다.

    "자 너 2개 먹어."

    그리고서는 자신은 하나를 가지고

    야시에게 둘을 건넸다.

    야시는 둘중 하나만 받도

    이렇게 말했다.

    "난 남자니까 하나만 먹어도 벌틸수 있어.

    너야말로 체력 보충이 필요하니 많이

    먹어 둬."

    이제보니 은근히 멋진 야시였다.

    스테파니는 솔직히 야시가 그저 겁에 잔뜩

    질린 코흘리게 겁쟁이 인줄로만 알았었는데

    쾌활하고 신사적인 녀석이였다.

    왠지 야시가 외톨이가 될까봐 두려워하는

    자신보다도 더 어른스러워 보였다.

    둘다 13살 인데 야시는 한 17살은

    된것만 같았다.

    "남자니까 많이 먹을까봐 2개 준건데.

    그럼 하나는 아껴 두자."

    "식량 아끼는 것도 좋지."

    배가 고프긴 하지만 딱히 입맛이 땡기지

    않던터라 스테파니는 빵 하나를 그냥

    배낭에 다시 집어 넣었다.

    "넌 인도에서 왔니?"

    스테파니가 물었다.

    물음이라기 보다는 자신이 확신하고

    있는것을 점검해 보는 것에 가까웠다.

    "응. 혈통도 정통 인도인이고

    사는곳도 인도야. 넌 어디?"

    "난 미국에서 왔어."

    짧은 식사 시간동안 둘은 서로를 알아갔다.

    앞으로 어떻게 될줄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에 서로를 도와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배신하지

    않고 신뢰로서 뭉쳐야만 한다.

    서로를 신뢰 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알아야만 한다.

    스테파니와 야시는 아직 어려서 그렇게

    분석적이진 않았고 그저 서로 더

    가까워 지길 바랬다.

    지옥에 있어도 친구가 있다면

    힘이 생기니까.

    "있잖아."

    야시가 식사 후에 입가의 빵가루를

    소매로 쓱 쓱 털어내며 입문을 열었다.

    "나 사실 인도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투정쟁이였어. 입맛이 까다로워서

    맛있는 음식 아니면 안먹었어.

    지금와서 그 일을 엄청 후회해.

    음식이 이렇게 귀한 것인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그래? 음식은 자기가 먹을 만큼만

    정해서 적당히 먹어야지.

    그리고 골고루 먹는게 건강에 좋아."

    역시 스테파니도 여자애라서 그런지

    새침하게 잔소리를 했다.

    그것을 듣는 야시의 표정은

    정말 이상하게 변했다.

    눈가에는 뜨거운 눈물이 보이고

    입가엔 차가운 쓴웃음이 보이는

    정말 이상한 표정.

    엄마의 잔소리가 이렇게 그립다니

    하고 생각하니 저절로 그런 표정이

    얼굴에 그려졌다.

    야시는 그래도 금세 마음을 추스리고

    말을 이었다.

    "나, 만약에 부처님 께서 날 인도로

    돌아가게 해준다면 절대로 음식을

    남기지 않을거야."

    그렇게 말하는 야시의 목소리에서

    스테파니는 진심을 느꼈다.

    "그럼 나도 한가지 맹새할래."

    스테파니가 마치 게임에 참석하고

    싶어하는 어린아이의 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

    "뭔데?"

    "있잖아 나는. 나는 사실 미국에 있을때

    같은 반 친구들을 바보 취급 했어."

    "바보 취급?"

    의외의 단어에 야시가 말을 끊고 물었다.

    "응. 솔직히 말해서 난 모든 면에서 완벽했거든.

    우리 할아버지가 엄청난 부자라서 동네에서

    우리 집이 가장 컸고, 학교갈때는 항상

    최고급 리무진이였어.

    만연필엔 보석이 달려있었고 옷이나 가방도

    무조건 명품 이였지.

    게다가 나, 공부도 무조건 최고 수준이였어.

    시험을 볼때마다 무조건 모든 과목 100점

    이였기에 1등을 놓치는 순간은 절대로

    있을수가 없었지.

    운동도 잘했어. 양궁이나 수영 대회에

    참가하면 언제나 금색 트로피를

    손에 들수 있었어.

    그뿐만이 아니야.

    음악에선 북미 주니어 바이올린 대회

    최우수 경험이 있고, 미술에서는

    리틀 피카소 유럽 수채화 그리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경력이 있고.

    그야말로 난 못하는게 하나도 없었지.

    그래서 같은 반 또래 애들이 다 바보로

    보여서 말도 걸지 않았어.

    그런데 지금은 그게 너무나도 후회 되.

    친구라는 것이 이토록 소중한 것인줄은

    몰랐었거든."

    "그래? 난 친구 많았는데."

    야시가 아까의 복수라도 하듯이

    여성스럽게 톡 쏘는 투로 말을

    던졌다.

    이에 스테파니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래서... 음.... 나는 만약

    예수 그리스도 께서 나를 미국으로

    다시 보내주신 다면,

    친구들을 많이 사귈꺼야."

    "걱정마. 넌 예쁘니까 바로 많은

    친구들을 사귈수 있을꺼야.

    히힛. 인도에서도 예쁜 여자 애들은

    꼭 인기가 폭발하거든."

    "히힛! 그래? 고마워!"

    야시의 칭찬에 스테파니는

    매우 좋아했다.

    예쁘다고 하고 웃지 않고 배길

    여자 아이는 별로 없으니까.

    이렇게 스테파니와 야시는 그

    짧은 시간 안에 우정이 깊어졌다.

    어쩌면 그 말이 맞을수도 있다.

    사람은 고통 안에서만이

    잘못을 뉘우친다고.

    고통 안에서만이 타인을 인정한다고.

    고통 안세서만이 진정한

    인간이 될수 있다고.

    그러나 꼭 맞는 것도 아니다.

    사람이 무엇을 하던 그것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인데, 그 대가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은 자들이

    나중에 고통을 얻는 것이다.

    무언가를 얻으며 그것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미리 지불해두면 미래가

    밝아질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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