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 회: 5장 - 모든 길은 센터를 향해서(All the ways go to the centre) -->
화창한 아침.
밤세 잘잔 소녀는 기지개를
쫙 펴며 깨어났다.
소녀의 이름은 스테파니 아르벤.
입고있는 옷을 보나, 현재 타고있는
개인용 경비행기를 보나 이 아이가
엄청난 부자의 딸임을 알수 있었다.
"좋은 아침 스테파니."
경호원 슈스케가 웃으며 인사했다.
"잘 잤어요 슈스케?"
스테파니도 따라 웃으며 인사했다.
"이제 한국으로 도착했나요?"
스테파니가 물었다.
슈스케는 기다렸다듯이 금방 대답을
주었다.
"예. 창문 밖으로 보이는 녹색도시가
바로 한국의 서울입니다."
"서울이요?"
"예. 세계통일 이전에 각 나라 마다의
존재성이 뚜렸했을 시절, 이 서울이
한국의 수도였다는 군요."
슈스케의 말이 끝남과 함께 스테파니가
창 밖을 내려다 보았다.
푸르디 푸른 하늘을 아래로 높디 높은
천마루들과 크디 큰 나무들이 멋진
수채화 한 장을 그려내고 있었다.
"우와! 이곳이 바로 한국이구나."
스테파니가 감탄했다.
그도 그럴것이 22세기에 도시와
나무가 잘 어울러진 곳은 거의
없었다.
스테파니가 어려서 부터 자라온
미국의 뉴욕의 경우는 저 맨허튼의
멋진 허드슨 강과 동물원 빼고는
자연과 어울러지지 못한 회색빛
도시였기 때문이다.
물론 밤의 뉴욕에서 흘러나오는
오색빛깔의 네온 사인들이
허드슨강에 반사되는 가운데에
자유의 여신상이 모든이에게
자유를 약속하듯이 당당히 서있는
그 그림이 아래로 보이는 서울보다
몇배나 더 멋있었다만 어린 스테파니의
동심의 세계엔 인공 풍경보다는
자연 풍경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
사실 세계통합 이전에 혁명적인 산업 하나로
살아남았던 한국의 수도인 서울 또한
거무튀튀한 매연을 뿜는 흑백 영화 안의
도시였었다.
허나 세계통합 이후에 각 나라간의
존재성이 사라지면서 서울은 저절로
바뀌기 시작했다.
공장은 대부분 땅넓은 중국에 지어지고,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다는 이유로
동북아의 중심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국은 자연보존국으로 바뀌었다.
유명한 초인적 예언가인 케이시가
예언했던 21세기 일본 침몰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사실에 대해서는 일본을 정말
철천지원수로 취급하던 한국인들도
정말 기뻐했다.
일본도 하나의 멋진 나라이고
아름다운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정말 소중한, 인간이 만든 한가지의
문화를 잃었다면 세계인들이 모두
슬픔을 참지 못했을 것이다.
세계통일 이후에는 정말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사는중이다.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를 대우하는 사회.
21세기에서는 꿈도 못꾸던 사회가
22세기에는 있다.
한국의 문화를 압박하던 중국과 일본도
이제는 한국과 같이 혹시나 지워졌을
역사가 있을까봐 발벗고 같이 추적했다.
아무튼간에 5천년 역사의 한국에 도착한
스테파니는 마음이 설래였다.
"스테파니. 아침은 한국에서 하도록 하자.
한국까지 왔으니 한국 고유 음식을
접해봐야 하지 않겠어?"
"배가 고프긴 하지만 괜찮아요."
"하핫! 벌서 배가 고프단 말이야?
하긴 어제 저녁은 대충 시리얼로
때웠으니 당연하지.
조금만 참아. 한 5분뒤면 도착할
테니까.
도착하면 공항에서 뭐좀 먹자."
"그래요."
스테파니는 슈스케와 무지 친했다.
비록 슈스케가 할아버지 비서에게
돈받고 일하는 경호원이라도
스테파니에겐 마치 친오빠와 같은 존재다.
스테파니가 슈스케를 알게된것도 벌써
5년이나 지났다.
어렸을적에 부모님을 잃은 스테파니는
슈스케에게 기대서 자라왔다.
돌아가신 부모님 대신에,
항상 바쁘기만 한 할아버지 대신에,
슈스케는 가족역활을 잘 해주었다.
스테파니는 항상 슈스케를 만나서 너무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슈스케가 아니라 다른 딱딱하고
자기 일만 처리하는 평범한 다른
경호원이 자신의 경호원이였다면
아마 스테파니는 외로움에 시달리며
살았어야 했을터이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경비행기가
공항의 예약된 장소에서 멈추었다.
슈스케는 스테파니를 데리고
곧장 한국 음식점을 찾았다.
일본인인 슈스케는 일본 음식점에
더 가고싶을듯 했지만 그닥
그렇지도 않은것 같았다.
어차피 이번 스테파니의 방학때는
슈스케가 동북 아시아, 즉 동이족의
문화를 체험 시켜주기로 했었으니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도
들릴 예정이다.
그러니 일본 음식은 일본에 가서
실컷 배터지게 먹으면 그만이다.
지금은 한국이다.
한국 음식을 잔뜩 먹어주자.
스테파니는 음식점에서 한국으
대표 음식인 김치를 먹어보았다.
스테파니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김치를
먹어 보았는데, 정말 매웠다.
그런데 이상한것은 매운 정도가 아니였다.
갑자기 온몸이 뜨겁고 아팠다.
새빨간 김치가 갑자기 무서워졌다.
빨간색은 스테파니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다.
헌데 갑자기 끔찍하리 만큼 싫어진다.
김치의 시큼한 냄새가 점점 썩은 피비린내로
바뀐다.
쨍그랑!!!
"꺄악!"
형광등들이 갑자기 깨지자 스테파니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무, 무슨 일이지!"
슈스케가 심각한 표정을 하고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헌데 이상한 점은 가게안의
사람들의 상태가 모두 이상해졌다.
피부는 창백하고 눈은 충혈되어 있다.
그리고 모두 스테파니와 슈스케를
노려보고 있다.
마치 죽이기라도 할듯이...
"캬아!"
순간 한 손님이 스테파니에게
덤벼들었다.
탕!
다행히 슈스케가 쏜 총알에 이마를
뚫리고서 손님이 바닥에 뻗었다.
손님들은 한명씩 계속해서 덤벼들었다.
슈스케는 열심히 총을 쏘았고,
총성이 한번 울릴때 마다 가게에
혈화가 그려졌다.
예술성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잔인한 피의 얼룩이 여기저기
그려졌다.
그러다가 결국 슈스케가 한 손님에게
물렸다.
그러자 식당 주인이 소리쳤다.
"저 남자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어!"
식당 주인은 외침을 끝냄과 동시에
다른 손님에게 목을 물렸다.
"으아악!!!"
식당 주인의 비명이였다.
식당 주인의 비명 말고도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식당 밖에서도 사람이 사람을 물어뜯는
아수라장이 벌어지고 있었다.
"스테파니!!!"
슈스케가 불렀다.
스테파니는 눈물을 잔뜩 퍼부어내며
슈스케를 바라보았다.
슈스케는 웃고있었다.
"스테파니... 넌 아르벤가의 하나뿐인
후손이야....... 꼭 살아남아야만 해!
난 이제 좀비로 변하니까... 그러니까...
이 총으로 날 쏴 죽여!"
슈스케는 웃고있는 얼굴 치고는
너무나도 잔인한 말을 내뱉었다.
일단 스테파니가 그 총을 받기는 했지만
감히 슈스케에게 조준하지는 못했다.
"어서 날 죽여 스테파니!
좀비의 약점은 뇌!
제발 내 머리에 피샘 구멍을 만들어줘!!"
"안되요! 제가 어떻게! 제가 어떻게
슈스케의 머리를 쏘냐구요!"
"그래도 해야되!!!"
"죽는 한이 있어도 제손으로 슈스케를
쏘지 못해요! 슈스케는... 슈스케는!
슈스케는 저에게 목숨보다 소중한
가족이니까요!!!"
스테파니의 절규에 슈스케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 말 고마워 스테파니....... 하지만....
하지만...... 이제 난.... 좀비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너를 먹어서 배를 채워야 되겠어!!!!!
크아아아아아!!!"
슈스케는 순식간에 괴물로 돌변해서
스테파니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