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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프로젝트-44화 (4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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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다다다닥...

    둘은 금방 무기창고에 도착했다.

    아까 나올때 문은 잠궜지만 잠금장치는

    풀린 상태 그대로였기에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갈수가 있었다.

    들어가고는 당연히 문을 다시 잠궜다.

    "흐음... 어둡군요."

    이유 모를 정전 때문에 이곳 또한

    불이 켜져있지 않으니 굉장히 어두웠다.

    그나마 손전등이라도 있어서 아예

    아무것도 다 못보는게 아니라 천만

    다행이였다.

    뭐 어차피 무기창고 안에는 좀비가

    없다고 아까 애쉴리가 분명

    말해두었지만 말이다.

    "이제 어디로가면 되죠?"

    "잠시만요..."

    레노드가 다음 갈 길을 물었다.

    애쉴리는 잠시 페이퍼 컴퓨터를

    꺼내서 지도를 보다가 이내

    어느쪽으론가 걸어갔다.

    "저기에요."

    조금있자 그녀는 손전등으로 어느 한곳을

    빛추었다.

    "천장?"

    "자세히 보세요."

    그녀는 답 대신에 집중하란 핀잔을 주었다.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보니

    환풍구가 보였다.

    "환풍구를 통해서 이동하려는 거군요!

    분명 아까 환풍구를 통한다고 했으니까요."

    "딩동댕~"

    애쉴리가 경쾌히 엄지 손가락을 내밀었다.

    "올라가죠."

    애쉴리는 레노드가 답을 알아 맞추자 마자

    그것을 행동으로 옮겼다.

    천장은 꽤나 높은편이였다.

    허나 무기 진열대 또한 높았기에 따로

    사다리를 구하지 않아도 되었다.

    무기 진열대를 타고 올라가 환풍구

    뚜껑을 부시고, 둘은 그 안으로

    들어갔다.

    이로부터 5일전.

    -2110년 6월  8일.

    소낙비가 잠깐 스치고 지나가서

    여기저기 물웅덩이가 있는 땅은

    매우 축축했다.

    주부들이라면 이런 날씨를 보통

    싫어한다.

    빨래감들이 잘 마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한국엔 빨래감 안마른다고

    투덜거릴 주부들이 없지만 말이다.

    탁탁탁탁탁!

    풍덩! 풍던! 풍덩!

    일단의 사람들이 젖은 땅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들이 발을 움직일때 마다 물웅덩이에

    고인 빗물이 사방으로 퍼졌다.

    퍼지는 그 작은 물방울들은 햇빛과

    함께 어울어져서, 공중이라는 큰

    도화지에 아름다운 무지개를

    그려 넣었다.

    일단 그림의 배경 자체는 매우 멋지다.

    다만 배경안의 인물들 때문에 그림이

    망쳐졌다.

    "이자식들!"

    탕! 탕!

    일단 중 30 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한 남자가

    뒤따라 오는 사람들의 머리를 총으로 쏘았다.

    참으로 잔인한 그림이다.

    그는 방금 사람을 죽였다.

    그것은 살인이다.

    그리고 살인은 죄이다.

    하지만, 분명 그가 지금 한것은 살인이지만,

    분명 그것도 서너명을 죽인 끔찍한 살인

    사건이지만, 그것은 절대로 죄가 아니였다.

    왜냐면 그가 쏜 사람들이 모두 좀비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만든 좀비들.

    정확히 말하자면 K 바이러스 감염자들.

    그들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다.

    그래서 죽여야만 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살아있는 생존자들의

    생존 법칙이였다.

    "계속 달려라!"

    남자는 자신의 일행들을 지휘하며 달렸다.

    달리면서 좀비들에게 쉬지않고 총알을

    퍼부었다.

    딱 봐도 그 중년인이 일단의 리더인것을

    알수가 있었다.

    남자를 포함한 생존자들은 좀비들을

    피해 계속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나 결국은 도망갈수 없게 되었다.

    그들이 달려가는 방향에서도 좀비들이

    폭풍처럼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더! 좀비들로 앞이 막혀있습니다!"

    한 젊은 청년이 그 중년 남자에게 보고했다.

    "제길!..."

    누군가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래도 이에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처피 다들 속으로 욕 한마디씩 했을테니까.

    중년남자는 달리는 속도를 늦추고

    눈알을 여기 저기로 돌렸다.

    그의 눈에 큰길, 작은길, 골목길 등등

    많은 길이 보였다.

    하지만.......

    길이 없었다.

    갈수 있는 길이......

    당연히 길이야 많다.

    중년 남자 눈에 보이는 모든게 길이다.

    문제는 그 길마다 좀비들이 있다는 것이다.

    "......"

    중년남자는 한동안 아무말이 없었다.

    달려 보았자 갈길이 없으니 움직임도 멈추었다.

    좀비들은 멈추지 않고 몰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일단은 제자리에 서있었다.

    그리고 길도 보이지 않았다.

    좀비의 수는 많았다.

    총알은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겠다만,

    지금 이 자리에 가만히 서서 사격만

    하다보면, 얼마 안가서 바닥날것이

    분명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그림은.

    최악이다.

    모두 바짝 긴장을 했는지 식은땀 조차도

    흘리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다가오는 좀비들의 머리에

    피샘구멍을 만들어 주었다.

    다들 놀랄만한 사격 솜씨를 가지고 있었다.

    솜씨의 비결은 별거없다.

    살기 위해서 바둥 거리며 밤낮 안가리고

    달리면서 계속 총을 쏘다보면, 저절로

    익혀진다.

    그 중년인, 일단의 우두머리.

    그의 이름은 맥스더 칸.

    세큐리티 리더라는 직업을 가진,

    고향인 미국에 딸내미도 한명있는

    유부남이다.

    비록 아내가 일찍이 죽기는 했지만...

    딸이 있는 몸이다.

    지금은 친구의 집에서 묵고 있는 딸을

    위해서라도 어떻게 해서든 살고 싶은데.

    상황이 안좋았다.

    그의 뇌는 이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정말 개같다고.

    절망적이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길을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작은 샛길을

    발견했다.

    두 건물 사이에 나있는 작은 길이였다.

    "저기다! 저기 길이 있다!"

    길을 발견한 맥스더는 바로 그것을

    동료들에게 알렸다.

    맥스더와 그의 동료들은 맥스더가

    말한 그 길로 눈을 돌림과 동시에

    그쪽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 길은 길이라기 보다는 두 건물

    사이에 나있는, 한명씩만 다닐수있는

    좁은 통로였다.

    일행은 그 좁은 통로를 한명씩 들어갔다.

    좀비들은 그 비좁은 통로로 꾸역 꾸역

    파고들어 끝까지 일행을 추적했다.

    이런 좁은 장소가 움직일 곳이 없어서

    위험하다고 생각될수도 있지만 실은

    훨씬 안전하다.

    그것은 좀비들이 사방에서 몰려올수가 없기

    때문이다.

    뒤에서 한명씩 쫓아오는 좀비들에게

    총알 한발씩 쏘아주면 그만이다.

    일행은 급하게 가면서도 질서정연하게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빠르게

    이동했다.

    그러다가 앞에 바리게이트가 등장했다.

    일행은 한명씩 바리게이트를 기어올라

    반대방향으로 갔다.

    그런데 생존자중 한명이 바리게이트를

    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생존자는 아직 어린 소녀였는데,

    바로 스테파니 이다.

    "스테파니. 그냥 넘어와. 내가 받아줄테니까."

    일행중 유일한 황인인 슈스케가 스테파니에게

    말했다.

    스테파니는 우물쭈물데다가 뒤에 쫓아오는

    좀비들 때문에 겁에 질린체 바리게이트를

    기어올랐다.

    그리고 밑으로 내려갈때는 그냥 점프했다.

    슈스케가 뛰어내린 스테파니를 잘 받아

    주었다.

    "저 맥스더! 앞에도 있어요!"

    미국 세큐리티 구조부대 임시 대장 토니가

    맥스더에게 앞을 가르키며 말했다.

    "..."

    맥스더는 앞을 보고 이제 포기했다는 듯이

    두 팔을 쭉 늘어뜨렸다.

    바리게이트를 넘어오니 좀비들이 오고 있었다.

    그것도 골목이 상당히 넓은 편이라서

    4~5 명씩 몰려왔다.

    탕!

    누군가가 좀비 한명을 죽였다.

    "어디 해보는데까지 해보고나서 죽자고.

    모두 벌써부터 포기하지는 말라구요!"

    한 젊은 세큐리티가 외쳤다.

    그는 일행의 드라이버인 아실이였다.

    아실은 연이어 총알을 날렸다.

    느긋하게 걸어오던 좀비들이 그 총알에

    머리를 맞고 픽픽 쓰러져갔다.

    "시산시해를 만들어볼까?"

    미국 세큐리티 구조팀 멤버인

    피터가 나서서 말했다.

    그도 아실과 함께 좀비들의 머리를

    사격했다.

    탕!

    또 누군가가 나서서 총을 쐈다.

    "시산시해로 바리게이트를 만들면 되겠군."

    바로 토니였다.

    이 셋이서 열심히 좀비들에게 맞섰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맥스더도

    얼마 안가 앞으로 나섰다.

    "그거 참 좋은 생각이로군!

    그럼 어디한번 누가 하이 스코어를

    받는지 게임해볼까?

    좀비 한명당 1 점이다!!!"

    "점수 가장 낮은 사람이 나중에 술사기!"

    "제발좀 나중에 술을 살수 있었으면 좋겠다!"

    4명의 세큐리티들은 각자 한마디씩 던지며

    좀비들을 한명씩 차근 차근 죽여나갔다.

    세큐리티들 말고 일반인인 나머지 일행은

    모두 뒤쪽에 있었다.

    슈스케와 스테파니, 흑인커플 마이크와 사라,

    인도계 소년 야시, 겁에질린 야시를 꽉

    안아주고 있는 유명 여가수 위트니가

    바로 그들이다.

    좀비의 수는 짐작할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현재 보이는 좀비의 수는 십여명 이였지만,

    당연히 그게 끝이 아니다.

    또다른 십여명이 몇십 차례로 계속

    밀려올것이다.

    10명의 생존자들은 이미 죽음을 각오한 상태다.

    모두들 속으로 뭔가를 기도하고 있었다.

    누가 어떤 기도를 하는지는 모르겠다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은 남은 생을 부디

    행복하게 살수 있게 해달라고 하고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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