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프로젝트-38화 (38/105)
  • <-- 38 회: 4장 - 태양이 빛나지 않는곳(Where the Sun doesn't shine) -->

    레노드 일어나세요.

    무슨 소리가 들린다.

    한 여성의 목소리.

    그 소리에 레노드는 눈을 뜬다.

    눈을 뜨니 앞에 애쉴리가 있었다.

    아무래도 애쉴리를 잠재워 주다가

    자신이 잠든것 같았다.

    "흠냐... 깜빡 잠들었네요."

    깊게 잠들었던게 아닌지 정신은

    멀쩡했다.

    애쉴리는 현재 떠날 채비를 갖추는

    중이였다.

    권총에 제장전을 하고, 옷매무새를

    점검하면서 말이다.

    그녀는 가방에서 무엇가를 꺼내었다.

    빵과 통조림 따위의 음식물이였다.

    그녀는 음식들을 레노드에게 건넸다.

    레노드는 눈웃음을 쳐주는 것으로

    감사를 표하며 그것들을 받았다.

    통조림을 따며 레노드는 제작년 생일에

    친구로 부터 받은 손목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6시 15분.

    벌서 저녁이다.

    연결통로는 형광등이 있어서 상관은 없다.

    저녁을 대충 때우고 계속 움직이면 된다.

    "마이클은 어떻게 되었지요?"

    애쉴리가 물었다.

    마이클에 대해 별로 많은 관심이

    없는 것 처럼 굴었었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같이 걸었던 동료인 만큼

    걱정은 되는가 보다.

    "모르겠어요. 상대가 괴물이라지만

    마이클도 총이 있으니 생존했을

    가능성이 있어요."

    "뭐 그렇겠군요. 상관 없어요.

    이별이 한두번도 아닌데...

    우리는 우리가 갈길만 가면 되잖아요?"

    "뭐 그렇죠."

    애쉴리는 정말 속이 안보이는 여자다.

    지금까지 레노드에게 해준것을 보면

    속이 매우 따뜻할것 같으며도 행동이나

    말투를 보면 차갑기도 하다.

    "우린 이제 어떻게 하죠?"

    레노드가 조금 남은 빵을 한입에

    털어둔 뒤에 물었다.

    "뒤로는 못가니까 앞으로 가야죠.

    만약 이 길이 K.S.C로 총하지 않더라도

    분명 어딘가로는 이어져 있을테니 까요."

    "그래야겠군요."

    애쉴리의 대답에 레노드가 쉽게 수긍했다.

    뭐 수긍한다 뭐했다고 말할수도 없는 것이

    어차피 갈 길은 앞 뿐이였다.

    "그럼 지금 출발할까요?"

    레노드가 물으며 일어섰다.

    그리고는 앉아있는 애쉴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허나 애쉴리는 그 손을 잡지 않았다.

    "벌서요?"

    그녀는 왠지 그녀답지 않게 말했다.

    벌서라니...

    지금 한국에 벌서라는 말이 있나?

    가면 무조건 가는 것인데.....

    레노드는 하도 의아해서 다른 질문을 던졌다.

    "벌서...라뇨? 여기서 뭐 할것이

    있으시나요?"

    애쉴리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레노드는 더욱 더 당황스러워 졌다.

    도대체 이곳에서 뭘 한단 말인가?

    식사도 이미 다 했는데.......

    "혹시 뭘 하시는지 알수 있을까요?"

    "예."

    짧게 대답한 애쉴리는 예쁘게 웃으며

    자신의 가방을 뒤적였다.

    그녀가 가방에서 꺼낸것은 커피였다.

    아침 출근길에 거리에서 흔히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캔커피.

    이제 아무 걱정 없다고 한가히

    커피라도 마신다는 말인가?

    "저랑 쇼트 커피 데이트라도 해요."

    그녀는 큰 미소를 그려내며 말했다.

    레노드는 얼떨결에 '예 그러죠' 하고는

    애쉴리가 건네는 캔커피를 받았다.

    캔커피를 받고는 바닥에 다시 앉았다.

    생글 생글 웃고있는 애쉴리와

    마주 보고.

    딸깍.

    "그런데 레노드는 한국에 왜왔어요?"

    애쉴리와 레노드가 동시에 캔을 딸때,

    애쉴리가 물었다.

    레노드는 막 캔커피 한모금 마시려다가

    그 물음에 진실로 답해주었다.

    "친한 교수님이 계신데, 뭐 좀 배우고

    싶은게 많아서요... 마침 방학이고 해서

    한국으로 왔는데....

    그런데 애쉴리는 여기 왜왔어요?"

    그녀의 물음에 답을 해주고는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여기... 온 이유라......."

    애쉴리는 그 질문에 뜸을 들였다.

    이상하게도 한국의 생존자들은

    뭔가를 물으면 모두 뜸을 들인다.

    다 무슨 일이라도 있어서 한국에

    온것 마냥.

    잠시후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냥..... 한국에서 일어난 괴기 정신병

    사건에 대해 조사해 오라는 명령을 받아서요..."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대답해 주었다.

    눈동자를 보니 진실이 느껴졌다.

    대답하는게 시원치 않지만 거짓말 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만약 이곳에서 빠져나간뒤 다시 이곳에

    관련된 임무를 맡으면 올건가요?"

    레노드가 캔커피 첫 한모금을 마시며 물었다.

    차가운 캔커피를 바랬지만 역시 캔커피는

    미지근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한가히 커피를 마시니

    기분은 상당히 괜찮았다.

    그러나 저러나 이번 질문은 왠지 이상한 질문이였다.

    레노드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그랬다.

    당연히 한국으로는 절대로 안 돌아올것이

    뻔한데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여기서 레노드는 보지 못했지만 애쉴리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가 펴졌다.

    그녀가 순간 뿜었던 날카로운 눈빛은

    굉장히 무서운 것이였다.

    "호호호. 임무를 받으면 당연히 다시

    돌아와야겠죠?"

    그녀는 은은히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레노드는요? 나중에 세큐리티

    레스큐가 되가지고 지금 이 상황과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있는 장소로

    가야한다면 어떻게 할건가요?"

    그리고 그녀는 레노드의 질문을

    부메랑 처럼 똑같이 되물었다.

    "흐음......"

    레노드는 질문이 조금 어렵다고 느껴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연히 이런 곳에는

    다시는 안가지 했는데도 뭔가 이상했다.

    그냥 아니요 라고 대답하기에는

    가슴 한편이 꿈틀거렸다.

    잠시 고민하던 레노드는 곧 답을 찾았다.

    그리고 그의 뇌는 그 답을 말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제 꿈이 세큐리티 레스큐인 이유가

    뭔지 아세요?"

    답을 결정 내린 레노드의 뜬금 없는 물음이다.

    "모르죠 저야."

    애쉴리는 뭐냐는 투의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냐가 막 고개 저으는 것을 멈추었을때

    레노드가 입문을 열었다.

    "다른 사람들을 지키고 싶고 단 한명의

    사람이라도 살리고 싶어서.

    어릴떄 부터 레스큐가 되고 싶었고,

    지금도 되고 싶어요.

    의사가 될수도 있지만, 남들을 도와주는

    역활을 하는 세큐리티를 돕는 레스큐가

    된다면 왠지 더 많은 사람을 도울수

    있다는 생각에요....

    그런데 만약 또다시 이런 지옥이 어딘가에서

    일어나, 수천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고통스러워 한다면... 울음을 그칠줄 모른다면...

    이 지옥을 겪어본 저로서는 당연히 달려가서

    그들을 도와야 겠죠.....

    그들의 받침대가 되어줄 것이며,

    손수건이 되어주어야죠."

    레노드는 자신의 꿈에 대한 이유가 이 질문의

    답이라는것을 깨달았었기에 자신의 생각 그대로를

    그녀에게 말했다.

    "호호. 정의감이 넘치시고 참 멋지군요."

    애쉴리는 레노드의 말을 듣고 웃었다.

    그것은 왠지 비웃음 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요. 레노드의 그 생각이 그저 작은

    영웅심 같은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 시키는 그런 작은 영웅심이라고 말이에요."

    "..."

    "아무렴 자기 자신을 제일 아끼고 살려내야하지

    않겠어요?"

    그녀는 왠지 레노드의 생각에 비판이라도 하듯이

    말을 걸어 왔다.

    레노드는, 그는 그런 그녀의 말에 바로

    답해줄수가 있었다.

    그녀의 작은 비판에 꺾일정도로 약한

    의지는 아니였다.

    "흠... 작은 영웅심이라... 어떻게 보면

    제가 하려는 짓들이 그런식으로 표현될수도 있죠.

    막 말로 하자면 헐리우드 영화보고 따라하려는

    유치한 영웅심이라고도 말할수 있고요... 그런데.....

    그런데, 제가 지금 까지 살아남아서, 비록 지금은

    한국에 와서 이런 상황에 처해있지만은,

    지금까지 버텨내고, 꿈도 가지고 희망도 가질수

    있었던 이유. 지금의 나라는 존재가 존재할수 있었던

    이유가... 제가 남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저... 사실은 고아였습니다.

    그런 저를, 저희 양부모님께서 길러주시고 사랑을

    주셨었어요. 진정으로 따뜻한 사랑이요.

    양아버지는 항상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넌 나중에 커서 우리에게 동전 하나 안줘도 상관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충분히 살만한 삶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가 널 도와준것 처럼 너도 다른 사람을 도와라.

    세상엔 꿈을 가지고 싶어도 못가지는 불쌍한

    자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러니까 네가 부디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그들을 도와라.

    그러면 그 다른 사람들이 또다른 사람들을

    도울테고, 그 또다른 사람들 또한 또 또다른

    사람들을 도우게 될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면 세상이 얼마나 행복해지겠니?

    서로 돕고 사는, 진짜 참다운 세상이 우리

    후대에게 전해지지 않겠니? 하고 말이에요.

    그래서 전 꿈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래.

    남을 도우는 사람이 되자.

    세큐리티가 되자. 아니...

    레스큐가 되자! 사람들을 돕는 세큐리티 라는

    사람들을 돕는, 세큐리티 레스큐가 되자.

    그래서 많은 사람들을 살리고, 많은 사람들을 돕자!

    하고 말이에요.

    어처피 처음부터 도움이 없었으면 이자리에

    없었을 이 몸.

    나의 은인의 소원대로 나도 다른 사람의

    은인이 되어보자!

    이게 제 꿈이에요.

    제 삶?

    빨리 죽더라도 다른 사람을 한명이라도 더

    돕고 죽는게 저의 삶이에요.

    어처피 아무것도 안하고 나만 위해서 살

    삶은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요.

    그러니 전 제 목숨이 아깝지 않아요.

    만약 애쉴리가 위험에 처하면 전

    제 목숨을 바춰서라도 애쉴리를 구할수

    있어요.

    지금까지는 애쉴리가 절 구해주었으니까.

    만약 나중에 애쉴리가 위기에 빠지면

    전 무조건 당신을 도울거에요."

    "..."

    레노드가 자신의 꿈, 자신의의 인생관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고 나서 애쉴리는 아무말 없이

    가만히 레노드를 쳐다보았다.

    레노드는 자기 인생관을 멋지게 설명해두고,

    막상 말을 마친뒤 애쉴리가 아무말 없이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니 멋적어 졌다.

    "에헴! 그럼 이만... 가죠!"

    그는 약간의 부끄러움도 느끼고 해서

    일어나 앞장서서 걸었다.

    "레노드... 당신은 참.... 멋진 사람이군요...

    나 같은 여자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만큼...

    나도 그런 아버지가 있었더라면...

    더 아름다운 인생을 가졌을텐데....

    부럽다......."

    애쉴리 또한 일어나서 그 뒤를 따랐다.

    그녀는 뭐라고 혼잣말을 했지만 너무

    작게 말해가지고 레노드는 그것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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