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프로젝트-36화 (36/105)

<-- 36 회: 4장 - 태양이 빛나지 않는곳(Where the Sun doesn't shine) -->

앞에 있는 두갈레의 길을 보며

우리는 잠시 아무말 없이 가만히 서있었다.

이 잠시동안의 침묵을 깬건 마이클이였다.

"있잖아. 원래 오른쪽이 좀더 바른 방향이니

오른쪽으로 가는게 어때?"

오른쪽.

보통 사람들이 바른쪽이라고 관념을 두는

방향이다.

그러니 마이클의 말은 어처피 찍어서 갈거

일반적인 관념대로 해보자 이거다.

"어처피 길도 모르는데 그냥 오른쪽으로

가죠?"

레노드는 이 두길중 한쪽은 무조건 선택해서

가야된다는 생각을 하고는 마이클의

말처럼 이왕이면 오른쪽으로 가볼까 하고

애쉴리에게 물었다.

"하긴... 별수 없으니..... 그래,

오른쪽으로 가자."

애쉴리도 처음에만 고민하는듯 하다가 역시나

어쩔 도리가 없으니 오른쪽길로 가는것을

찬성했다.

"이래뵈도 난 운이 무척이나 좋은 남자니까

날 믿어보는게 좋아."

마이클은 능글 능글한 표정과 함께

거들먹거렸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긴 길을 걸으며,

레노드가 애쉴리에게 물었다.

"운없는 사람은 어딘가 땅밑으로 떨어졌겠고

아마 대부분 무사할거야."

애쉴리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말했다.

"그러고 보면 지금 우리 셋은 정말 행운이군요.

아마 제일 먼저 한국에서 빠져나갈 걸요?"

레노드는 그런 그녀의 대답에 이어서 현재

이곳에 있는 셋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말을

꺼내었다.

애쉴리와 마이클 둘다 묵묵히 작은 미소를

짓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일행은 계속 걸었다.

몇시간동안 쉬지않고 걸었다.

하지만 피로라는게 느껴지지 않는다.

버스에서는 편하게 앉아만 있는데도

계속 느껴졌던 피로가 말이다.

아마 그 이유는 바로 이것일 것이다.

이제 곧 해방 된다는 지유감.

이제 살아남는다는 평온감.

그리고 좀비들에게 억눌리며 받아왔던

공포감으로 부터 벗어난다는 너무나도

커다란 희망.

집으로 돌아가면 뭐할까 레노드는 생각했다.

먼저 부모님과 조우를 한뒤 크리스티나도

만나서 안아주어야만 한다.

오랜만에 어머니가 해주는 홈푸드도 먹고싶다.

여러가지 하고싶은 것이 많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족들과 아무 걱정거리 없이 식탁에

오순 도순 모여서 저녁 식사나 간단히

하는게 가장 간절했다.

지금 지옥에서 방황하는 길잃은 양들이

원하는 것은 한무더기의 풀무더기가 아니라

바로 가족이다.

얼마쯤 걸어갔을까?

길은 막히고 대신 큰 문이 있었다.

마이클이 나서서 문을 열려고 시도는

해보았다만 문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보니까 문에는 비밀번호를 입력할수 있는

패스워드 패드가 있었다.

"흐음... 오랜만에 머리좀 써봐야

겠는걸?"

처음에는 힘으로 열어보려다가 안되니까

옷 소매를 걷어 붙이고 패스워드 패드를

만지작 거렸다.

이곳으로 오는동안 마이클은 정말 많은

말들을 내뱉었다.

그러다가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는데,

바로 마이클이 스페셜 포스(Special Force)

출신이라는 것이다.

마이클은 여러가지 번호를 입력해

보며 암호를 찾으려 했는데 시간이 꽤

지나도 암호가 풀리질 않자 이마를 타고

흘러 내리는 땀을 손등으로 훔쳐내며

패스워드 패드의 나사를 어떻게 잘 풀어

패드를 해부 시켰다.

저렇게 해도 괜찮은 건가 하고 레노드는

생각해 봤는데 그래도 스페셜 포스 출신 이라니

일단 한번 맡겨보기로 하고, 가만히 마이클이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걸 여기다가 맞추고... 이 선은 저쪽 선에다가..."

마이클이 혼자 중얼 거리며 패드 조작에 몰입한지

10분쯤 지났을때다.

삐익!

패드의 번호판에 첫번째 번호가 자동으로

입력되었다.

"엇! 번호가!"

레노드는 역시 스페셜 포스인가 하고 생각하며

번호가 나타난데에 감격했다.

사실 마이클이 스페셜 포스 출신이라는 것을

안믿었던 그였지만 이제 어느정도 믿음이 왔다.

하긴, 스페셜 포스니까 혼자서 지금까지

살아남아 이곳 비밀 통로까지 찾아 왔겠지.

"헤헷. 내가 사실 이런 암호풀기는 잘

못하는데 이건 조금 쉬운편이라 나도

할수 있던것 같아."

으스데는 경향이 있는 마이클이 우쭐 했다.

그래도 자신이 원래 암호 풀기를 못한다고

말했으니 어느정도는 겸손한 것인가?

"이번엔 이 선을 저기다가 맞추어 볼까?"

삐 - 익!

삑!

마이클이 또 한번 선을 다른데다가 이으니

또다른 번호가 3개나 등장했다.

"오호~ 이거 암호푸는 재미가 쏠쏠한데?"

마이클은 암호가 쑥쑥 풀려나가자

재미를 느꼈는지 더욱 작업에 몰입해서

패드를 조작했다.

마이클은 마치 영화에서 보는 전문적인

베테랑 도둑 같았다.

마이클이 몰입하기를 5분이 더 지나자

번호판에 숫자들이 마구 뜨며 이제

마지막 숫자 하나만 남았다.

"이봐 이거 내가 실수해서 번호를

사라지게 할수도 있으니 일단 기억해둬."

마이클은 이제 마지막 숫자만 남아서

들뜨기도 하고 한쪽으로는 긴장도 되는지

레노드와 애쉴리에게 암호를 기억해두라 했다.

레노드는 암호를 기억하는 대신에 카메라를

꺼내서 패드를 찍었다.

찰칵!

삑!

카메라로 패드를 찍는데 아니나 다를까!

마이클의 말대로 갑자기 사라지는 숫자 3개.

"헤헷. 실수다."

역시 암호를 적어두길 잘했다.

마이클은 그런식으로 실수를 2번 더 하고는

끝내 마지막 숫자를 찾아 내었다.

"끝났다! 이제 패드를 다시 원상태로 복귀 시켜서

숫자 입력을 가능하게 만들어 놔야겠군."

암호를 모두 찾아낸 마이클은 패드를

다시 복귀시키고 열어둔 뚜껑을 닫았다.

"암호가 뭐였지?"

어떻게 단 하나의 숫자도 기억 못하고

바로 암호를 묻는 마이클.

방금 했던 그 대단한 일에 비해서 너무나도

멍청해 보이는 물음이다.

어쨋든간에 암호를 말해줘야 한다.

"32733690214"

무려 열하나의 숫자로 이루어진 긴 암호.

그 암호는 우리,마이클에 의해 간파되어

깨진 것이다.

삑! 삑! 삐비빅!

마이클은 레노가 불러준 그대로 암호를 쳤다.

암호를 다 입력한 마이클은 '어라?'하며 가만히

서 있다가 갑자기 경악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레노드와 애쉴리를 번갈아 보았다.

"무슨일이죠?"

레노드는 상황이 뭔가 심각해 지는것 같아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마이클에게 물었다.

"그게 말이야..... 문이......

안열려......."

쾅!

순간 뒷통수를 망치로 한대 얻어 맞은

느낌.

들떠있던 기분이 착 갈아앉고

엄청난 당혹감이 마음을 점령했다.

그러나 이내 그 당혹감과 다시 찾아온

절망감들이 싹 녹아져 내렸다.

"헤헷~ 장난이야 장난! 확인 버튼을

누르지 않았거든! 후훗!"

진짜 이젠 어떡하나 했는데 다행히도

그것은 마이클의 장난 이였다.

"마이클 제발 이런 장난은 치지 마요~!

저 정말 놀랐다구요!"

레노드는 다행스러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이클의 못된 장난에 약이올라

언성을 높여 투덜거렸다.

"참나! 이런 상황에서도 장난을 치다니..."

애쉴리도 한마디 꺼내었다.

"헤헷! 미안하다구! 자~ 이제 연다!"

삑!

드르르르륵!

철컹!

마이클이 확인 버튼을 누르자 문에서

여러 요란한 기계음이 들리더니

문 위 전광판에 있던 'close' 라는

글자가 'open'으로 바뀌었다.

"그럼 어디한번 들어가 볼까?"

문의 잠금장치가 해체되자 마이클은

손잡이를 돌리고 문을 느릿하게 열었다.

레노드는 이 순간 무척이나 긴장했다.

그저 문을 여는것일 뿐인데 왠지모르게

가슴이 콩닥 콩닥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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