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프로젝트-34화 (34/105)
  • <-- 34 회: 4장 - 태양이 빛나지 않는곳(Where the Sun doesn't shine) -->

    몇일후 레노드와 애쉴리는 떠날 정비를 다 끝내고

    컨테이너 박스 밖으로 나섰다.

    둘 다 한국 안에서 이렇게 몇일동안 푹 쉰게

    이번이 처음인지라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동안의 피로가 모두 풀어졌음이 분명하리라.

    터벅.

    아침이라 바위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존재하여서 주위가 밝았다.

    먼지가 많지만 컨테이너 안보다는

    약간 더 상쾌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렴 밖은 밖이니까.

    애쉴리는 앞장서서 구섣의 바위 무더기

    사이로 가더니, 그곳에서 레노드를 불렀다.

    "레노드 여기에요! 어서 와요!"

    레노드는 빨리 달려가서 그녀의 곁으로 갔다.

    그곳엔 큰 바위 두개 사이로 난

    작은 틈새가 있었다.

    "와아... 이런게 있을줄은 생각지도 못했군요."

    "저 먼저 들어갈테니 따라 들어오세요."

    레노드에게 지시를 한뒤 그녀는 먼저

    그 틈새로 들어갔다.

    안으로 계속 들어가는것을 보아서 틈새로부터

    이어진 작은 통로가 있는것 같았다.

    "..."

    레노드는 이 작은 구멍사이로 기어갈수 있을지

    생각하다가 일단 해보자 하고 틈새 사이로

    억지로 몸을 집어넣었다.

    틈새안에는 작은 통로가 있었다.

    다행히 몸이 구멍 사이에 끼거나 하진

    않았고 그냥 비좁다는 느낌만 들었다.

    구멍의 통로를 따라 계속 기다보니

    어느새 어떤 칙칙하고 어두온 곳에

    도달했다.

    애쉴리는 어느새 구멍 밑바닥으로 내려가

    레노드를 기다리고 있었다.

    "받아 줄테니 그냥 뛰어내려요."

    대충 보니 바닥까지의 거리가 대략

    3미터 정도 되보였다.

    레노드는 그녀를 믿고 몸을 굴려 밑으로 떨어졌다.

    털썩.

    그대로 그냥 떨어졌다면 분명 팔 하나가

    부러져 나갔겠지만 애쉴리가 받아준 덕에

    아무 문제 없었다.

    대신에 애쉴리가 레노드를 받아주다가 쓰러졌다.

    그 뿐이였다.

    레노드도, 애쉴리도 다친 곳은 없었다.

    그저 레노드가 애쉴리의 품에 안겨있는것이

    뭔가 좀 묘한 상황이였다.

    "헛!"

    레노드는 이 상황을 눈치 채자마자 헛 바람을

    들이키며 바로 일어섰다.

    "고,고마워요."

    그리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얼굴을 붉히며

    그녀에게 고맙단 인사를 건넸다.

    "괜찮아요. 그런데 떨어지면서 일부러

    내게 안긴건 아니겠죠?"

    그녀는 언제나 그렇듯 마치 가시와 같은

    새침한 농담을 쏘았다.

    레노드는 멋적어서 콧등을 긁적였다.

    "헌데 이런건 원래 남자가 받아주는거 아닌가?"

    "앗... 죄, 죄송합니다."

    "호호호! 괜찮아요, 괜찮아! 농담일 뿐인거

    다 아시죠?"

    애쉴리는 자신의 농담에 목을 움츠리는 레노드가

    웃겼는지 꼬마 악마처럼 웃었다.

    아무튼 이런 상황은 제쳐두고 둘은

    걷기 시작했다.

    이곳은 어두컴컴한 하수구.

    하수구라 습기가 차고 이상한 냄새가

    풍겨왔기 때문에 기분이 상당히 더러웠다.

    지상의 썩은 시체 덩어리같은 좀비들도

    만만찮게 냄새나지만 어차피 야외니까

    상관은 없었다.

    하수도는 그나마도 꽉 막힌 지하 통로라

    정말 속이 매스꺼웠다.

    하수구 안은 어두웠다.

    들어오는 햇빛 따위 당연히 없었기에

    둘은 손전등으로 앞을 밝히며 나아갔다.

    "그런데 이 하수구를 통해서 어디로 가게요?"

    길은 발견한건 좋지만 이 하수구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레노드는 도데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서

    그녀에게 물어 보았다.

    그런데 그 물음에 대한 그녀의 답은 어이없기

    짝이 없었다.

    "이 길을 쭉 가다보면 큰 바윗덩어리 하나가

    길을 막고 있어요."

    "아아 그렇군.... 에.... 예~엣?!"

    레노드는 그녀의 답이 정말 어이 없어서

    무지하게 놀란 티를 온몸으로 내었다.

    "호호호. 그렇다고 그렇게 까지 놀라실

    필요는 없어요. 우리가 갈길은 따로

    있거든요."

    그런 행동을 보이는 레노드가 웃긴지

    애쉴리가 또 꼬마악마 마냥 웃었다.

    "그 바위 때문인지 옆의 벽이 좀

    갈라지고 작은 구멍이 생겼는데,

    그 구멍을 보니까 또다른 통로가

    있더라구요."

    "통로요?"

    "예, 하수구가 아닌 또다른 통로인데...

    제생각에는 그 통로가 K.S.C와 이어진

    비상용 지하 통로인것 같아요."

    !!!

    순간 레노드는 또 한번 놀라움을 감출수 없었다.

    좀비가 있을리 없는 지하.

    그 지하에 있는 비상용 지하 통로!

    그런데 그 통로가 다이렉트하게 K.S.C로

    이어진다는게 아닌가!

    "그거. 그거 정말 자, 잘되었군요!!"

    레노드는 금세 놀람을 기쁨으로 바꾸어

    그녀의 손을 덮썩 잡고 큰소리로 말했다.

    "호호."

    그런 레노드의 반응에, 그녀는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그리며 작게 웃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은 살아 돌아갈수 있다는

    마음에 레노드의 기분이 한층 더 들떴다.

    얼마 가지 않아서 그녀의 말대로 커다란 바위

    한 덩어리가 길을 막고 있었다.

    아마 미리 그녀가 말을 안해주었더라면

    여기서 엄청난 허탈감을 느꼈을 거라

    레노드는 생각했다.

    그녀가 손전등으로 벽의 한 부분을

    빛추니 그곳엔 작은 구멍이 있었다.

    그 구멍 주위는 금방이라도 부숴질것 같이,

    거미줄 같은 금이 여러갈레로 가있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것 같군요."

    레노드가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그녀에게 전해주었다.

    "그럼 어서 박으세요."

    "예?"

    "발로 차던가, 몸으로 박던가 해서 저 벽을

    부숴주세요. 여자인 제가 할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호호호!!"

    잠시동안 애쉴리를 멍청하게 쳐다보던 레노드는

    금방 정신을 차리고 벽에 몸을 날렸다.

    "이얍!!!"

    퍽!

    털썩!

    츠스스스스....

    온몸을 날려서 두발로 벽을 힘껏 차내었지만

    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레노드는 뒤로 쓰러져 엉덩방아를 찌었다.

    그래도 완전히 효과가 없는건 아닌지

    벽이 더 갈라져가며 먼지가 우스스 떨어져

    내렸다.

    이에 레노드는 어떠냐는듯 고개를 올려

    애쉴리를 쳐다 보았다.

    그녀는 이런 그를 힐끔 보더니

    입을 열었다.

    "레노드의 힘이 약하기는 하다만 그래도

    확실히 효과는 있군요."

    그녀는 끝까지 악랄한 조크를 하며

    입가에 그려진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레노드는 은근히 자존심이 상해서

    이 벽을 꼭 깨부시겠다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는 레노드에게 어서 그 짓을 몇번 더하라는듯

    잉크를 날려주었다.

    "전 역얀한 숙녀잖아요? 그래도 힘이 센

    레노드 신사께서 벽을 빨리 부숴 주세요."

    "당연히 숙녀분에게 이런걸 시킬수야 없죠.

    제가 하겠어요."

    레노드도 그녀에게 이런 몸통 박치기 따위를

    시키긴 싫었고 자존심이 조금 상한것도 있고 해서

    한 다섯번 정도 더 벽에 몸을 박았다.

    우스스스스....

    드드득!

    4번째 까지만 해도 먼지만 떨어지다가

    5번째 치니 벽에 더 많은 금이 가며

    작은 돌조각 들도 함께 떨어졌다.

    여기서 한번 더 벽에 몸을 박자,

    벽이 요란한 소리를 울리며

    부르르 떨렸다.

    쿠르르르르!......

    그리고 옆에서 보고만 있던 애쉴리가

    나서서 그 작은 구멍이 있는 쪽으로

    팔꿈치를 휘둘러 벽을 치니 벽의

    가운데 부분이 무너져 내리며

    길이 뚫렸다.

    "뚫렸다! 길이에요!"

    벽이 뚫리자 마자 레노드가 기쁨의 환호를

    질렀다.

    애쉴리도 얼굴에 환한 웃음을 그려 넣었다.

    보통 미소만 짓거나 눈음을을 치거나

    작게 웃을 뿐인 그녀가 환히 웃으니

    참 밝고 보기 좋아 보였다.

    "처음 봐요."

    레노드가 혼자말 하듯 한마디의 말을

    내뱉었다.

    애쉴리는 그것을 듣고선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뭐요?"

    "그렇게 환히 웃는거요."

    레노드는 그저 자신이 느낀점을 그대로 말했다.

    그리고 이 말에 애쉴리는 더욱 환히 웃으며

    레노드를 바라 보았다.

    "이제 살아서 돌아가기만 하면 되요."

    그리고선 이제 모든게 다 끝났다는

    식으로, 명랑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벽 너머로 건너갔다.

    "어서 와요. 이제 K.S.C로 곧장 가야죠."

    그녀의 말에 레노드도 덩달아 환히 웃으며

    벽 건너편으로 건너갔다.

    "자, 가죠....."

    두두두두두!!!

    으아악!!!

    "?!!!"

    이 둘이 정말 오랜만에 하하호호 하며 기분좋게

    있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총소리와 비명소리!

    레노드와 애쉴리는 서로 '뭐지?' 하는 표정으로

    서로를 번갈아 보다가 동시에 발을 내딛어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