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프로젝트-27화 (27/105)
  • <-- 27 회: 3장 - 그들이 모이기 전의 과거(The past before they assemble) -->

    "뭐? 너 지금 미쳤니?"

    알리사가 두눈을 둥그렇게 뜨고 말했다.

    이에 위트니 블루시는 목을 움츠렸다.

    매니저이자 친언니인 알리사 블루시는

    위트니 만큼이나 매력적인 미인이지만

    한편으론 무서운 여자였다.

    평소엔 따뜻하지만 한번 화를 내면

    완전히 괴물이 된다.

    격투 실력은 다른 사람들이 매니저가

    아니라 보디가드라고 할 정도였다.

    위트니 블루시.

    하루 세끼를 겨우 먹는 지극히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여자.

    하지만 그녀는 꿈이 있었다.

    사람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주는 영웅.

    그것이 그녀의 꿈이였다.

    영웅이라고 무조건 위대한 군인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 보는, 만인의

    희망 등불이 바로 영웅이다.

    위트니의 경우에는 천부적인 가창실력으로

    영웅이 되고싶어 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세계가 알아주는

    탑 디바 이다.

    탑 디바 위트니 블루시를 만든것은

    위트니 자신의, 불가능을 타개하는

    넓은 포부에서 오기도 했지만,

    그녀를 옳은 길로 항상 잘 이끌어준

    언니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잔소리 많은 언니가 이번에도 위트니를

    괴롭히는 중이다.

    "하지만 언니. 한달 전부터 약속

    되어 있었잖아."

    "그렇다고 콘서트에 목숨을 거냐?

    한국이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뉴스 못봤어? 한국은 지금 K 바이러스인가

    뭐하는 바이러스 유출 사건 때문에

    여행 자제 지역으로 인정된 상태라고!"

    "디바가 콘서트에 목숨을 걸어야지 어디다 걸어?

    언니가 뭐라하든 이번엔 내가 알아서 할거야.

    이제 나도 애가 아니야. 나도 내 의견이 있다고."

    "너 진짜 그렇게 나올래? 그깟 콘서트 한번에

    왜이렇게 절절 매?"

    "그만해 언니! 난 절대 약속을 어기지 않아.

    날 지금 이자리에 새어준 것은 바로 사람들이야.

    사람들이 날 영웅으로 취급한다면, 난 그런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의무가 있어.

    날 보고 싶어서 아침일찍 일어나서 콘서트

    예매한 사람들을 배신하면 안되는거야.

    그리고 내게 그깟 콘서트란 단어는 없어.

    시골 농촌 밭 한가운데가 콘서트라도,

    내 노래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다면 그 콘서트는 완벽해지는거야."

    "그래도 한국은 위험 하잖니?"

    "왜? 비행기 타고, 차 타고 콘서트장 까지 가는데.

    어째서 내가 위험해? 그리고 그 바이러스인가 뭔가는

    세큐리티들이 잘 억제중이잖아?

    뭐 그런 질병 하나 때문에 호들갑이야?

    뉴스에서 맨날 보는게 신종 질병 신종 질병인데."

    언제나 동생을 자기 뜻에 끼어 맞추는 알리사도

    이번 만큼은 위트니에게 밀렸다.

    위트니의 신변이 걱정되서 하는 말인데

    이 바보 천치 동생은 언니 마음 하나도 안알아준다.

    물론 자기가 얻은 꿈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좋지만 위험하면서 까지 최선을 다할 필요는 없다고,

    알리사는 생각했다.

    그냥 허락해줄까 하면서도 게속 마음이 불안하다.

    왠지모르게 이번 만큼은 진짜 동생을 보내고 싶지 않다.

    이유는 모른다.

    그냥 마음이 그렇다.

    위트니 말대로 그깟 질병 하나에 호들갑 떠는것을,

    알리사 자신도 잘 안다.

    허나 이 알수없는 거대한 불안감과 걱정은 어디서

    흘러나오는 것인지 알수가 없었다.

    동생을 보니 젖은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

    마음 약한 동생이다.

    그런 동생인 만큼 걱정이 크다.

    그래도..... 뭐 1시간 짜리 콘서트인데.....

    이번엔 사인회도 없고 하니 금방 갔다가 금방

    돌아오면 되겠지.

    알리사는 마음을 편하게 가지기로 했다.

    "에휴... 이 언니 속타는 마음은 하나도 모르는

    나쁜 계집애! 그래! 허락해주마!"

    보디가드들도 있고 하니 허락해 주었다.

    "언니 고마워! 사랑해!"

    허락해 주니 위트니가 바로 달려와 품에 안긴다.

    너무나도 예쁜 동생이다.

    이제 성인인데도 언니 눈에는 아직도 애다.

    어렸을적 부터 바쁜 부모님 대신에 동생을

    업고 다닌 알리사는 또래의 그 어떤 누구보다도

    어른스러웠다.

    그렇다보니 갓 성년이된 위트니야

    한참 어린 소녀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다만 조건이 있어."

    좋아 죽으려는 위트니가 알리사의 차가운

    말에 긴장을 했다.

    "콘서트 끝나고 바로 미국으로 돌아오기.

    너도 알다시피 이번에는 내가 바쁜 일때문에

    널 못따라가고 부 매니저가 따라갈거야.

    나 없다고 멍청하게 굴지말고, 부 매니저님

    말 잘들어."

    "응 언니!"

    방금전까지만 잔뜩 쫄아있다가 바로

    해맑게 웃으며 자신의 볼에 뽀뽀하는

    동생 때문에 저절로 입가에 웃음기가

    그려졌다.

    그 미지의 불안감은 남아있지만

    괜찮겠지 괜찮겠지 괜찮겠지라는 말을

    머리속으로 수천번도 더했다.

    오후에 점식식사를 같이 하고 난 뒤에

    위트니는 한국으로 떠났다.

    제발 아무일 없기를 하고 기도하는

    언니를 남긴채, 세계 최고의 여가수인

    위트니는 한국으로 날아갔다.

    천진난만한 위트니는 당연히 모를것이다.

    이번에 할 한국 콘서트가 위트니가

    사전에 한 콘서트 중 가장 특별한

    콘서트가 될지를.......

    같은 날, 같은 비행기.

    위트니가 탄 레인보우 항공 비행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타고있었다.

    한국이 K 바이러스로 유명한 지금인데

    은근히 한국으로 가는 사람이 많았다.

    위트니가 비지니스 석에서 편하게

    음악을 감상하는 동안, 이코노미 석에

    있는 마이크와 사라는 서로 진지한

    눈빛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 둘은 몇분째 이렇게 말없이 눈빛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비록 무슨 말을 하지는 않지만 서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고있었다.

    이 고요하고 아름다운 눈빛대화를 먼저

    깨뜨린것은 바로 마이크였다.

    "사라. 이제 우리도 하나의 둥지를

    차릴수 있는거야."

    그렇게 말하는 마이크의 목소리가

    알게 모르게 떨리고 있었다.

    이 말을 들은 사라의 눈동자 또한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사라. 난 당신에게 항상 미안했어.

    우리가 연애하던 그 아름답던 학창 시절에,

    당신 생일날 돈이 없어서 편지와

    세레나데 밖에 해주지 못한것이 첫번째고.

    우리가 결혼할때 변변찮은 신혼여행 조차도

    가지 못하게 해준게 두번째 였고.

    당신에게 아기를 주지 못한 그때가 세번째였어.

    그것을 모두 변상하기 위해 난 열심히

    공부해서 드디어 박사가 되어 좋은 직업을

    얻었어. 그리고 이제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둥지를 차릴 때가 왔어."

    마이크의 슬픈 고백에 사라의 눈동자가 더욱

    격하게 흔들거렸다.

    "사랑해 사라. 그리고 비록 입양하는 아이지만

    우리 아이... 진짜 누구 부러울거 없이 키우자."

    그리고 마이크의 마지막 말에 결국 뜨거운

    무언가를 흘려 보냈다.

    그것은 사랑에 행복해 하는 여자에게서

    나오는 아름다운 눈물이였다.

    그 눈물과 함께 사라의 머릿속에서 지나간

    추억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지나갔다.

    처음 사라가 마이크를 만났을때는 그녀가

    고등학생 때였다.

    처음에 만난 마이크는 그저 학과 점수만

    엄청 높은 소극적인 아이였다.

    그런 마이크가 자신에게 고백하던 날을

    기억하자면 아직도 웃음이 터져나왔다.

    학사모에 졸업 가운을 입고 나타나서

    '내꿈은 박사야. 난 멋진 인재가 되어서

    세상에 도움이 될것이고 돈도 많이 벌거야.

    나, 널 연구하고 싶어. 나랑 사귈래'

    라고 말하는데 얼마나 웃기던지...

    마이크는 사라랑 사귀며 많이 변했다.

    친구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기 시작했고,

    스포츠도 하고, 대회에서 우승컵도 얻었다.

    어찌보면 공부밖에 모르던 마이크가

    사라의 활동적인 성격을 배워간것은

    정말 행운이였다.

    사라의 생일때마다 집안이 가난했던 마이크는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

    마이크와 사라가 사귀며 다가온 사라의 첫 생일날

    마이크는 학교도 결석하고 존재를 감추었다.

    사라가 무척 화가 나 있을 그 날 밤에

    마이크는 몰래 사라의 집 앞에서 카세트를

    틀고 세레나데를 불렀다.

    그리고 편지가 적힌 종이 비행기를 솜씨좋게

    창문이 열린 사라의 방 안으로 날려 보냈다.

    가난한 마이크였지만 사라는 그때 그 선물이

    백말달러 짜리 핸드백보다 더 값졌었다.

    그 계기로 마이크를 향한 사라의 사랑은

    더욱 짙어졌고, 결국 나중에는 결혼까지 했다.

    비록 변변찮은 신혼여행도 하지 못했지만

    사라는 결코 마이크와 결혼한 것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지 않았다.

    사랑에 빠져 미래를 함께 여행 하는것 자체가

    사라에겐 최고의 신혼 여행이였다.

    신혼여행 따위야 신혼생활보다 중요치 않으니까.

    비록 가난해도 발랄하게 살던 이 둘에게

    처음 좌절감이 온것은 최근에서였다.

    왜 아기가 안생기나 했더니 마이크의 신체에

    문제가 있어서 임신을 시키기에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보통 여자에게 문제가 있는게 정상인데 말이다.

    마이크는 그날로 집에도 들어오지 않고

    술에 빠져 살았다.

    사라는 그런 마이크에게 큰 실망을 해서

    마이크가 몰래 집에 돌아왔을때 마구

    쏘아 붙였다.

    온갖 욕을 다 하고, 물건들을 집어 던졌다.

    그러다가 나중에 정신을 차렸을때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가를 깨달았다.

    지금 이 불쌍한 남편은 자신에게 미안해서,

    대면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 저러는데

    나는 그런 그에게 화를 내는 것인가?

    결국 사라는 마이크에게 용서를 구했고

    마이크 또한 사라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마이크는 그때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집에 안들어 온것은 술에 빠졌던

    이유도 있었지만 사실 다른 이유도 있다고.

    당신에게 너무 미안해서 해결책을 찾는 중이였다고.

    비록 아이를 만들어 주지는 못하지만 아이를

    구해줄수는 있다고.

    한국에 한 유명한 고아원에서 버려진 갓난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를 같이 키워보는게 어떠냐고.

    그날 두 부부는 밤새어 같이 울었었다.

    과거를 모두 회상해 본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입문을 열었다.

    "그래...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둥지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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