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186화 (완결) (186/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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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스는 총 17명의 자식을 두었다.

    아이들은 모두 바르게 성장하여 아르비스 대공의 자식이란 타이틀에 걸맞는 빼어난 능력을 보였으며, 아버지의 후광까지 등에 업어 하나같이 국부은하 연합을 움직이는 요직을 차지했다.

    아이들의 주요 직위는 아래와 같다.

    첫째 딸 루나, 국부은하 연합 마법과학청 청장.

    둘째 아들 데니스, 마드세인 제국 황제.

    셋째 딸 아리엘, 이타루스 신성제국 성황제.

    넷째 딸 엘레나, 국부은하 연합군 참모총장.

    다섯째 아들 안톤, 국부은하 연합 최고의원.

    여섯째 딸 소피아, 국부은하 연합 감찰청 청장.

    그 외에도 최고의원에 지구연합의 총수, 지역 군사령관 등 아르비스 대공가가 은하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자식 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손주 대까지 이어졌는데, 일각에선 대를 잇는 권력승계가 해도 너무하다며 불만을 토로했지만, 루이스 앞에서 그 말을 내뱉는 용사는 없었다.

    아르비스 대공가의 권력 독점이 심하긴 하지만, 다들 업무 능력이 굉장히 출중했기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이 없으면 연합에 구멍이 생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

    분명 루이스의 후광이 이들의 성공을 일조하고 있긴 하지만, 이들의 우월한 능력치는 그 논란을 불식시키고도 충분했다.

    덕분에 시간이 지나면서 루이스의 핏줄을 이어받았으니 평범한 인간과는 종 자체가 다르다고 인지하게 되었다.

    그 루이스의 핏줄이니 당연하다면서 말이다.

    -국부 은하 통합력 32년.

    화성을 테라포밍하여 만들어진 국부은하 연합의 불가침 영역, 아르비스 플랜트에서 아르비스 대공가의 사람들과 국부은하 연합의 주요 인사들이 루이스와 악수를 나눴다.

    “정말 떠나시는 겁니까?”

    올해로 55세가 된 이브릴은 8클래스의 대마법사가 되어 여전히 20대나 다름없는 외모를 간직하고 있었다.

    그녀는 현재 루이스의 뒤를 이어 국부은하 연합의 연합장이 되었으며, 루이스의 도플갱어란 별명을 지닌 마드세인 제국의 황제이자 조카인 데니스와 결혼하여 슬하에 남자아이 하나를 두고 있다.

    이브릴의 물음에 60세를 바라보고 있는 루이스 역시 변치 않은 젊음을 간직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야지. 이제 이 세상에서 나는 불필요한 존재니까. 내가 떠나는 편이 세상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창조주가 되기 위해 떠나는 길.

    이 세계에서의 마지막을 고하며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였다.

    루이스의 대답에 이브릴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모두 절대 그렇지 않다며 크게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실제로 그래. 내가 자체가 모두의 자유를 제안하고 있어.”

    태연하게 웃어 보이며 이브릴의 뺨에 손을 얹은 루이스는 다정하게 말했다.

    “사랑스런 이브릴. 내가 살면서 가장 미안한 감정을 품고 있는 사람이 바로 너다.”

    “오라버니···.”

    이브릴이 자신을 향해 가족 이상의 감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했다.

    그 이유는 어릴 때부터 자식처럼 키워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으레 이브릴의 감정이 선망과 은인에 대한 감사함일 수도 있다며 손을 뻗지 못했다.

    그리고 여기엔 이브릴이 확실한 감정 표현을 안 했다는 이유도 있었는데, 서로가 서로를 너무 생각하다 보니 이어지는 일이 없이 시간이 흘러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결국 이브릴은 데니스의 꾸준한 대시에 못 이겨 결혼을 했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전 행복했습니다. 죽어가면 제가 이런 훌륭한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은 전부 오라버니 덕분인 걸요.”

    닮았다고 데니스가 루이스의 대안인 것은 아니다.

    지금에 와선 둘 다 서로에게 애정을 느끼고 있으며, 이브릴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더 이상 루이스가 아닌 그녀의 남편과 아들이었다.

    “나중에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발목 잡고 싶지 않습니다.”

    이브릴은 데니스와 함께 신족이 되는 것을 거부했다.

    이번에 나누게 될 작별인사가 진짜 마지막 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언제든지 마음에 바뀌면 기도하렴. 유니버스님에게 부탁해 놓을 테니.”

    두 사람은 서로의 꼭 껴안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브릴과 데니스뿐만 아니라 성인이 된 가족 중에 신족의 길을 선택한 사람은 의외로 몇 명 되지 않았다.

    세 명의 부인과 에리스, 마그누스, 루나뿐이었다.

    루이스 입장에선 꽤나 의외인 상황.

    하지만 모두가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 신념을 품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으니, 루이스와 부인들은 자식들의 선택을 인정하며 존중해주었다.

    이브릴과 긴 인사를 나눈 루이스는 자식들과도 포옹을 나누며 못했던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 식으로 천천히 대화를 나누다 보니 모두와 인사를 나누는 데만 2시간이 걸렸다.

    “여러분 덕에 최고의 인생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루이스가 고개를 숙이자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그의 선택을 응원했다.

    쉬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힘겹게 옮긴 루이스는 자신과 함께 유니버스의 신계로 향할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그곳엔 아르비스 가문의 인물뿐만 아니라 의외의 인물들이 섞여 있었다.

    루이스 오랜 지기라 할 수 있는 케일론 제국의 폴시스 공작과 그의 부인이자 제국의 황제가 되었던 에클로.

    대공가의 사업체를 책임지던 행정관이자 대영주인 테일러 후작.

    마지막으로 마드세인 제국의 재상의 자리에서 물러나 황가와 대공가의 스승을 자처했던 아인트 공작 100세에 가까운 노구임에도 루이스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가죠.”

    이들의 눈앞에 거대한 게이트가 나타났고, 루이스 일행은 가족, 지인들에게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그렇게 세상의 지도자가 떠났다.

    “혼란이 일지 않을까요?”

    루이스의 다섯 번째 자식이자 국부은하 연합 최고의원인 안톤이 이브릴에게 물었다.

    “음···.”

    우주를 쥐고 있던 절대자가 사라졌다.

    그동안 독립을 꿈꾸거나, 주전파임을 자처하는 인물들을 압박하던 족쇄가 사라졌으니, 큰 소동이 일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에 루이스가 사라진 장소를 바라보던 이브릴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만드는 게 우리의 역할이지.”

    안톤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루이스는 충분히 세상을 이끌 힘과 토대를 물려주고 떠났다.

    앞으로의 일은 전적으로 이들의 손에 달려 있었다.

    ***

    창조의 권능을 일깨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미 토대를 갖추고 있던 만큼 단지 사고의 전환이 필요했던 것뿐이니.

    하지만 오랫동안 인간으로 살아온 내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고,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다.

    “축하하네! 자네도 이제 창조주의 반열에 들어섰군.”

    유니버스가 기쁘게 웃으며 내 어깨를 다독였다.

    그런 나의 손위로 작은 은하가 펼쳐져 있었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방대한 기운에 헛웃음을 흘렸다.

    쩌적.

    그리고 동시에 앞으로 절대 겪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바디체인지를 다시 겪게 되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바디체인지와 달랐는데 새살이 돋는 것이 아니라 나란 존재 자체가 가루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더 이상 우리에겐 육체는 의미가 없지. 육체란 한계에 얽매일 필요가 없네.”

    굉장히 편안하다.

    마치 나 자체가 세상이 된 기분.

    뇌란 기관이 사라졌음에도 충분히 사고가 가능했으며 원하는 것은 의지만으로 뭐든지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런 식은 곤란하다.

    원리를 깨닫는 것도 좋지만 내겐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부인들이 있으니.

    나는 강하게 육체를 바랐고, 곧 영상을 되감듯 가루들이 한데 뭉쳐지며 형상화되기 시작했다.

    “몸에 대한 애착이 굉장히 강하군.”

    “전 원래 인간이었으니까요.”

    유니버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해 안 되는 것이 있나.”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제 스스로가 무얼 할 수 있고 뭘 하면 될지를 깨달았다.

    남은 것은 실행뿐.

    “좋아, 부디 나와의 약속 잊지 않길 바라네.”

    그의 약속은 두 세계를 얽혀 창조주간의 왕래가 가능한 세상이다.

    “걱정 마세요.”

    나는 버릇처럼 손가락을 튕겼고, 곧 10개의 은하가 탄생했다.

    “어떤 세상을 만들 생각인가?”

    기대감이 가득한 유니버스의 눈빛.

    씩 웃어 보인 나는 가볍게 답했다.

    “멋진 판타지 세계요.”

    그리고 바로 나의 신족이 될 일행들에게 향했다.

    ***

    모든 것이 어둠에 물든 무의 공간.

    덩그러니 남겨진 침대 위로 6~7살 정도의 소년과 소녀가 서로를 끌어안은 채 의지하고 있다.

    “끝이군.”

    무표정한 소녀의 물음에 소년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답했다.

    “그래도 오래 버텼지. 이제 녀석이 떠나고 3년 정도일까?”

    “더 이상 시간의 의미가 없어. 모든 게 뒤죽박죽이다.”

    무미건조한 소녀의 반응에 소년은 귀를 깨물며 물었다.

    “왜 화나 있어?”

    그에 소녀는 말없이 소년을 응시하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 침대 위 작은 공간에서라도 더 오래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곧 있으면 그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이 작은 공간까지 소멸하고 만다.

    그럼에도 소년은 소녀를 끌어안으며 웃어 보였다.

    “이렇게 함께 끝이라니, 썩 나쁘지만은 않은 결말이라 생각하는데?”

    “태평한 놈이로군.”

    “마지막 공간을 침대가 아닌 테이블로 하는 게 좋았을 것 같아. 그럼 차라도 마시면서 끝날 텐데.”

    “차 끓일 힘도 없다.”

    하지만 소년의 너스레에 어두웠던 소녀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깃들었다.

    파직.

    그러나 그 미소도 오래가지 못했다.

    두 사람이 위치한 침대마저 어둠에 침식당하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두 분 굉장히 깜찍해지셨네요?”

    그런데 그때.

    완전한 소멸의 공간에서 들릴 리 없는 타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그리고 목소리의 근원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두 사람은 눈을 부릅떠야 했는데, 잘생긴 금발 청안의 청년이 나타나 능글맞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루이스!?”

    소년의 외침에 은은한 백광을 뿌리며 어둠을 물리치던 루이스가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가이아님. 그리고 스승님.”

    “너, 너. 너 어떻게?”

    너무 놀란 나머지 작은 소녀 가이아는 붕어처럼 입만 벙긋거렸고, 소년의 모습을 한 마도황제 칼바트는 심하게 말을 더듬으며 삿대질을 했다.

    “저 창조주 됐거든요. 이것도 가이아님이 남겨주신 안배 덕분이죠.”

    “허···.”

    칼바트는 헛웃음을 흘렸다.

    이 상황 자체도 믿기지 않는데, 창조주라니.

    “가이아님께선 이걸 바라고 제게 안배를 넘긴 것 아닌가요?”

    칼바트의 시선이 가이아에게 향하고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내저었다.

    “응, 아니에요? 지구로 대륙 이동을 하기 전에 이곳으로 불렀던 이유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라 생각했는데···.”

    루이스는 뒤통수를 긁적이다가 이내 헛기침을 하며 진중하게 물었다.

    “혹시 두 분. 아직 생에 미련이 있으시다면, 저와 함께 가시지 않겠습니까?”

    “그게 무슨?”

    칼바트의 물음에 루이스는 엄지를 치켜들며 답했다.

    “지금 신족 모집 중이거든요. 가이아님 입장에선 굴욕일진 모르지만 제 조언자가 되신다는 생각으로···.”

    “한다! 나도 그이도 네 생각에 따르겠다!”

    가이아는 길게 고민할 것 없다는 듯 칼바트의 손을 잡으며 급히 답했다.

    자식들의 안전한 도피를 위해 끝까지 멸망하는 세계에 남아 있던 가이아.

    정작 자신은 더 이상 죽어가는 세상에서 도망칠 수 없는 신세가 되었지만, 그 끝에 칼바트가 있어 쓸쓸하지 않았다.

    아니, 짧은 시간이지만 더없이 행복했다.

    그런데 지금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나 그 시간을 연장할 수 있게 되었는데, 어찌 고민하겠는가.

    “가이아? 읍!”

    그리고 가이아는 칼바트를 덮치는 키스를 건넸다.

    둘에겐 사랑의 입맞춤일지 모르지만, 루이스에겐 재롱 잔치로 여겨질 만큼 귀여운 풍경이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

    -에필로그-

    검과 마법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자연의 세상 판게아.

    인간과 엘프, 드워프 등 다양한 종족이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다스리는 신계는 지금 한창 심각한 분위기 속에 회의를 이어가고 있었다.

    신족들의 시선이 주신이 집어 든 종이에 모이고, 종이의 내용을 살핀 주신이 크게 외쳤다.

    “자, 12대 마왕은 마그누스! 박수 주세요!”

    짝짝짝.

    주신의 외침에 하나같이 축하한다며 10여 명의 신들이 박수를 쳤다.

    다만 단 한 사람 당사자인 푸른 머리의 여신은 성을 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5회 연속 제가 마왕인데요!?”

    그에 주신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뽑기 결과가 그런 걸 어쩌라고?”

    “아! 싫어요. 이번엔 제가 ‘깨어나세요. 용사님.’ 한번 해보고 싶단 말이에요. 저 여신 역할 한 번도 못했다니까요?”

    “안돼, 이번 여신은 에리스야. 그냥 뽑기 결과에 따라.”

    주신의 강압적인 말투에 결국 해당 여신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자리에 앉아 궁시렁대기 시작했다.

    그런 여신을 주신과 같은 머리카락과 눈동자색을 지닌 여인이 다독였는데, 그녀의 눈빛엔 짓궂은 감정이 가득했다.

    “미안해. 그런데 솔직히 마왕은 자기가 가장 잘 하는 것 같아.”

    “맞아. 악당 연기는 마그누스가 최고라니까? 역시, 악당 출신이라 그런가?”

    “중2병이라서 그럴걸?”

    그리고 다른 신들이 한마디씩 하자 결국 폭발한 마그누스가 회의실 탁자를 뒤집었다.

    물론 돌발행동에 대한 대가로 주신에게 한 대 얻어맞았지만 말이다.

    “지난번처럼 용사까지 쓸어 버려서, 드래곤 출동시키게 만들지 말고 멋지게 당하고 와. 우린 팝콘들과 관전할 테니.”

    “아, 진짜.”

    그렇게 판게아의 신계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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